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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릴 수 있게 욕을 해달라, 채찍질을 해달라, 마음이 떨어져나갈 수 있게 비난이라도 해달라는 요구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지 말자. 자꾸 그러시면, 매뉴얼로만 사연을 접할 뿐 속사정을 모르는 독자 분들은 나를 신경질적이고 괴팍하며, 보듬어줘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냉정하게만 말하는 사람으로 보게 될 수 있다.

 

또, 채찍질을 해달라고 해서 냉정한 어투로 매뉴얼을 작성하면,

 

"글을 읽고 상처 받았습니다."

 

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 난 당황하게 된다. 채찍질을 해달라고 해서 채찍질을 하면, 채찍질 때문에 상처 받았다고 하셔서 내가 괜히 나쁜 짓을 한 사람인 것 같고, 뭐 그렇다.

 

정말 채찍질을 원하시는 분들은, 고양시에 위치한 원당종마목장에 들러 사육사 분에게 채찍질을 좀 당하고 싶은데 해주실 수 없냐고 요청하시길 바란다. 빈손으로 가서 해달라고 하면 안 해줄 수 있으니, 베이커리 빵이라도 좀 사들고 가거나, 한 번 요청해서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찾아가면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거 내가 이렇게 혼자 상상하며 글로 쓸 때에는 참 재미있는데, 써 놓고 나서 읽으면 재미가 없다. 마중글이 실패한 것 같으니, 바로 매뉴얼 시작해 보자.

 

 

1. 남친과 끝내고 싶은데 제 마음이 안 편해요.

 

A라는 남자가 있다고 해보자. 그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으며 근검절약의 태도가 몸에 배있다. 여자친구와는 2년을 사귀었는데, 커플 티나 커플 운동화를 맞추는 것까지도 부담을 느낄 정도다. 커플링 얘기가 나왔을 떈, 나중에 금 값 떨어지거나 결혼 예물을 대신해 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교외로 놀러가는 것도, 그런 곳은 괜히 비싸기만 할 뿐이며 그 돈으로 차라리 동네에서 놀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니, 그냥 동네에서 놀자고 여친을 설득했다.

 

그런데 A가 연애에서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과 반대로, 그는 결혼하는 친구에게 TV를 해줘야 한다며 할부로 TV를 구입해 선물한다. 군대 동기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일산에서 창원까지 차를 몰아 다녀오기도 하고 말이다. 또, 그는 불우한 이웃에게 후원해줄 것을 요청하는 TV프로그램을 보다가 전화를 걸어 결제하기도 하고, 거리를 지나다 구걸을 하는 사람을 보면 주머니에 있는 것을 털어 건네주기도 한다.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다가 잡상인이 들어와 물건을 팔면, 모른 체 하는 남들을 괘씸하게 생각하며 보란 듯 껌 한 묶음을 다 사주기도 하고 말이다.

 

K양은 위의 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만약 내 누이나 여동생이 A라는 남자와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나는 중이라면, 식장에 들어가기 전 날 쏘고 가라는 얘기를 할 것 같다. 희생과 양보, 의리와 박애를 가장 중요하시 하시는 분들은 A의 태도를 고결한 것으로 보실 수 있겠지만, 난 A가

 

- 본인 앞가림도 못 하면서 오지랖을 펴는 사람.

- 이타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사람.

-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경영엔 소질이 없는 사람.

- 그렇게 가까운 모두를 힘들게 만들어 놓곤, 자기 탓을 하라는 얘기만 할 사람.

 

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A와 같은 남자와 연애하며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여성대원들이 있다. 그녀들은, 상대가 분명 나쁜 사람인 것 같진 않은데, 무슨 도 닦는 사람과 같은 태도를 이쪽에게까지 요구하니 그게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A와 같은 남자들은 부모님과 관련된 일에 대해선 '효도'라는 주제로 무조건 자기 뜻을 따르라 말하고, 친구와 관련된 일에 대해선 '의리'라는 주제로 역시 자신의 뜻을 따르길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구여친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현여친인 이쪽을 놔두고 구여친을 돌보러 가는 경우도 있다. 그는, 여자친구가 따지자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 구여친과 난 인연이 있던 사람이고, 지금 가장 도움이 필요한 것은 구여친 아니냐. 내가 가지 않으면, 걔는 따로 돌봐줄 사람도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이 변하거나 흔들리는 것도 아닌데, 왜 이해를 못 해주냐."

 

라는 대답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남자와 헤어질 생각을 하면 자신의 속 좁음 때문에 헤어지는, 또 자신이 속물이라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못 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누군가 그런 걸로 욕한다면 그 욕은 내가 다 먹어줄 테니, 걱정 말고 헤어지길 권한다. 누가 욕하면 지금 그냥 한 번 욕먹고 마는 것이, 선장을 잘못 세워 망망대해에서 말라 죽는 것보다 낫다. 남의 배 걱정하느라 내 배엔 신경 안 쓰며 선원들에게 남의 배를 위한 양보와 희생만을 요구하는 선장은, 그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안에서도 잘하고 밖에서도 잘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박수를 받을만하지만, 밖에서만 좋은 평가를 받을 뿐 안의 사람들을 힘들게 만든다면-나아가 밖에서의 좋은 평가를 위해 안의 사람들에게까지 희생을 요구한다면-, 그건 그냥 그 사람의 멍청함을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만약 누군가가 매주 독거노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다니는데, 그가 정작 자신의 어머니는 팽개쳐 두고 한 달에 전화 한 통 하지 않는다면, K양는 그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겠는가. 이타적인 남친의 헤어짐을 고민할 땐 내가 속 좁은 것 같고 내가 속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여지겠지만, 계속 더 있다간 K양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망가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이미 K양은 이별을 고민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연애는 그만 내려놓자.

 

 

2. 구남친, 저에게 왜 이러는 걸까요(1/2)

 

일단 저는, 구남친이 특별히 J양에게 복수를 하려고 그런 일들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새로운 여자친구에게 하는 행동들은, 그냥 연애 시 그의 레퍼토리가 그런 거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제 지인 중 미술을 전공한 지인이 있는데, 그는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면 여자친구의 초상화를 그려주거나 여자친구 이름 영문 이니셜을 장식해 주곤 합니다. 영문 HJ나 KY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걸 그린다든가 하는 겁니다.

 

그가 새로운 사람과 막 연애를 시작했을 때, 상대에게 불러주는 노래도 비슷비슷합니다. 환생, 세 가지 소원, LOVE, 뭐 그런 것들입니다. 그래서 오래 전 다들 미니홈피를 하던 시절엔, 지인의 배경음악이 저 셋 중 하나로 바뀐 걸 보며 '아, 얘 여자친구 바뀌었구나.'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구여친들은 그 사실을 잘 모릅니다. 당시엔 지금처럼 SNS가 발달하기 전이라, 이별 후 상대의 행적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구여친이, <세 가지 소원>을 단 둘만의 주제가라고 생각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제게

 

"그 노래가 Y랑 내가 사귈 때 Y가 불러준 거거든. 그런데 Y가 나랑 헤어지곤 싸이 닫았다가, 지금 그 노래만 배경음악으로 해놨잖아. 이건 무슨 의미일까?"

 

하는 질문을 한 적도 있고 말입니다. 그때 제가 솔직히 말을 해주지 않고 모른 척한 까닭에, 어쩌면 그녀는 지금도

 

"라디오에서 <세 가지 소원>이 나오더라. Y가 많이 생각났어."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런 사례 수백 가지를 들어가며 일주일 내내 J양을 설득하려 해도, J양은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J양이 제시한 부분이 오해라면 그것 말고 다른 이유, 다른 이유도 아니라면 또 다른 이유 들을 들어가며 확인 받고 싶을 겁니다. 지금 J양이

 

"그것까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부분이 이해되질 않습니다. 일부러 제게 보여주기 위해 그런 거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파고, 또 파고, 또 파고 들어가다 보면, 결국

 

- J양이 아직 이별 이후의 감정에서 못 헤어나와 그렇다는 것.

 

이라는 게 발견 될 겁니다. 나에게만 그런 줄 알았던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나를 생각한다면 그런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일부러 내게 보란 듯이 저러는 건 아닌가, 이런 남자를 내가 사랑했다는 게 억울하다, 쟤는 무슨 생각으로 나에게 이러는 것인가, 나는 지금 이런데 쟤는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는 생각들이, 결국 전부 '놓지 못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0.1%의 지분도 갖지 못하는 '숨은 의미'만 보려하지 마시고, 99.9% 드러나 있는 '사실'을 보시기 바랍니다. 그는 J양에게 이별통보를 했고, 다른 사람과 연애하고 있으며, J양이 무슨 얘기를 하든 이제 대답하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그 사람'인데, J양은 이걸 인정하지 않은 채 '그 시절, 그 사람'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 아무 의도 없는,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렇게 빨리 잊을 수도, 또 새 사람을 만날 수도 없는 거잖아요."

 

라는 하소연만을 하게 되는 것이고 말입니다.

 

 

3. 구남친, 저에게 왜 이러는 걸까요(2/2)

 

아래는 J양이 신청서에 작성한 절규입니다.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럴 수 없는 겁니다. 저도 이전 연애들을 했을 때,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는 저를 누구보다 진심으로, 절실히 사랑했습니다. 사랑을 받아본 제가 압니다. 정말 많이도 사랑해주었습니다. 그걸 너무 잘 알기에, 지금 이 상황이 더 믿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말이 너무나도 차가운 사망선고처럼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전 그가 연애에 올인한 채 오로지 연애만을 생각하고 있다가 깨어나게 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J양의 말 한 마디에 일희일비 할 정도로 빠져있었으며 맹목적으로 헌신했다는 것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게 '진정으로 사랑한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가 그런 태도를 보인 건 그의 성향, 그리고 그가 당시 고립된 채 있었다는 상황이 더 큰 작용을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말 미안하지만, J양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는 그렇게 연애했을 겁니다. 지금은 제 말에 분노하며 "당신이 뭘 아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겠지만, 마음이 잔잔해진 뒤 이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시며 상대에 대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는 자신이 바라는 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으면 집착했고, 그러다 실망하거나 분에 못 이겨 이별통보를 한 적도 있습니다. 때문에 전 이걸 'J양 이어서' 그가 매달린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연애 중 헤어졌다가 재회를 요구할 때, 그리고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이별할 때 했던 말들은, 그가 로맨티스트처럼 보이기 위해 한 말에 더 가깝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유효기간이 있는 낭만적인 말들은 그냥 낭만적인 말일 뿐입니다.

 

"네가 날 좋아하든 아니든, 난 너에게 갈 거야."

 

라고 했던 말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난 아무리 생각해도 널 다시 만날 자신이 없다. 안녕. 잘 가."

 

라는 말로 바뀌는 걸 보시기 바랍니다. 저 두 말을 두고 전자가 그의 본심을 말한 것이며 후자는 그저 화가 나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거라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이별의 순간에 한

 

"너로 인한 상처 때문에, 평생을 혼자 살더라도 너는 못 만나겠다."

 

라는 말 역시,

 

"우리가 인연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겠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라는 말로 바뀌었고, 이후엔 또 그가 새 여자친구에게 J양과 연애할 때 해줬던 것들을 다 해주며 SNS에 자랑스레 올려놓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J양은 "그런 사람,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아요."라고 하셨는데, 만날 수 있습니다. 연애만을 생각하며 연애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는 남자들 꽤 많습니다. 아직 여자와 연애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나 본능과 호르몬의 도움을 받으면 그런 연애 또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저 서로의 얼굴만 마주본 채 연애하는 것엔 분명 유효기간이 존재할 것이고, 이번 이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별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이 글이 J양의 소중한 연애를 모두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실 수 있지만, 훗날 J양이 '초보맘' 등의 닉으로 활동하게 될 때쯤이면, '저땐 내가 왜 저런 폐허더미에 앉아서 울고만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게 분명하다는 예언을 좀 해두도록 하겠습니다.

 

 

J양이 그 폐허더미 옆에 쭈그리고 앉아 멍하니 있게 된 지도 벌써 반년 입니다. 정말 거기서 벗어나 버리면 J양이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것 같아서,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신 거라는 걸 저도 모르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마침표를 찍고 거기서 나와야, 이야기를 이어 쓰든 새로 쓰든 할 수 있는 거라는 걸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2016년 2월도 이제 끝나가는 시점인데, 혼자 2015년 어디쯤에 앉아 계시면, 남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데 자신만 박제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서 일어나 어디로 가든 거기보다 나을 거라고 제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고 있으니, 속는 셈 치고 한 번 믿어보시길 바랍니다. 넋두리를 안 하고는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을 때 제게 메일을 주셔도 좋고,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고 싶을 때 또 제게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우선 일어서서, 툭툭 털고 걸어가겠다는 마음을 가지시길 권합니다.

 

마침 노멀로그 옐로아이디도 만들어져서, 이제 카톡 추가도 하실 수 있습니다. 받은 메시지가 제 폰에는 안 떠서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매뉴얼 올려두고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옐로아이디 - @무한의노멀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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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행복합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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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튀김2016.02.26 0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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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중에도 본인한테 정신차리라고 한마디 좀 해달라길래 정말 압축해서 딱 한마디 던졌더니 정색을 하더라고요~ 답정너인거죠~_~

별꽃소녀2016.02.26 09: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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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그런말 하면 다행이죠ㅠㅠ전 저보다 2살 많은 아는언니가 한마디 해달라고 하셔섴ㅋㅋ 곤란했었는데.. 남한테 정신차리게 한마디 해달라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너무 상대에게 빠져있거나 뭔가 본인도 그게 잘못되었다는걸 눈치채고있다는거 아닐까 싶네요 ㅎㅎ

닉네임잊어버렸당2016.02.26 10: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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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을 마음에서 부터 신뢰하고 믿는게 무척 어려운 사람이었는데
사귈때 마음을 완전히 줘버린 사람이 있었어요.
사실은 이건 제 사정이죠. 그 남자의 책임은 아니에요. (그땐 이렇게 생각하진 않았지만요)
그러다가 그 남자가, 어제까지 다정하고 손을 잡으며 사랑한다고 말하던 남자가
갑자기 오늘은 헤어지자고 합디다.
그때 느꼈던 공포, 불신, 슬픔, 배신감, 허무함은 엄청난 트라우마가 되어 저를 덮쳤죠.
저는 몇년을 그 폐허의 무덤옆에 쪼그리고 앉아 힘들어 했어요.
겉으로는 일상생활을 충실히 하는 아이로 보였지만
마음은 아직도 과거의 그 자리에서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헤메이고 있었어요.
억지로 대학을 졸업하고 도저히 제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럴싸한 핑계로 한국을 떠나 도망치듯이 해외로 나왔어요.

그리고 16년이 지난 지금.
그 해외에서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지금도
가끔 그 무덤 옆에서 울고있는 꿈을 꿔요.
너무나 슬프고 너무나 깊은 좌절을 맛보는 꿈을 꿔요.
꿈에서 깨어서도 한동안 알수없는 슬픔에 빠지게 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남자를 못 잊어서 그런건 아니거든요.
그 사람이 자기는 결혼을 할만한 처지가 못된다, 평생 독신으로 살거다
그러니 너에게 미안해서, 너를 위해서 헤어지는 거다, 라는 이유로 이별을 고한곤
1년도 안되는 사이에 결혼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고
지금 남편을 덜 사랑해서 그런 것도 절대 아니에요.

그냥 그때의 감정이 찌꺼기 처럼 남아 있는 거죠.

j양. 저와 같은 제이양 이네요 ^^
밀려오는 감정을 갑자기 없애버릴순 없겠지만
거기서 나오셔야 해요.
한 발 딛고 또 한 발 딛으면
그 자리에서 생각치도 못한 행복을 발견할수도 있어요.

저는 그렇게 한국을 도망치듯 떠나왔지만
그 덕분에
지금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을 만났거든요.
그때 그 일이 없었다면
관심도 인연도 없던 이 나라에 오지 않았을테니까요.

힘내세요.

흠....2016.02.26 10: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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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자인데, 첫번째 사연의 남자 주인공과 비슷한 성향을 가졌습니다. 저에게 들어온 물건들이나, 상품권 등등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심지어 애플의 비싼 기기도 다 나눠 줍니다. 저희 부모님이 가끔 등짝을 때리시지만, 워낙 어렸을 때부터 그래서, 요즘에는 그냥 냅두십니다. 저는 별로 물욕이 없거든요. 이왕이면 저보다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물건들이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글 속의 남자 분과의 차이점은 저는 제 가족들도 잘 챙깁니다. 제 동생은 가끔 제가 자취하고 있는 집에 와서 제 화장품을 싹쓸이 해갑니다. 예전 남친들은.. 그런 저의 성격을 별로 터치 안하던데... 이게 고쳐야 하는 성격인가요? 사회에서 누군가는 나눠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고향만두2016.02.26 16: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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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그러는 걸 좋아해서 하시는 거라면 아무 상관 없습니다.
자신이 가진것을 남에게 준다는데 어찌 보면 좋은것이지요.
나는 필요없지만 남아도는 물건은 나눠주는건데
그만큼 공덕을 베푸는 것입니다.

스스로가 잘 알것입니다.
무엇때문에 그렇게 하시는지요.
받는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보니까 내가 좋아서 인지
아니면 베푸니까 마음이 벅찬것인지 뭐 여러가지가 있겠죠.

문제는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것이죠.
본인이 필요해서 어떤 특정한 물건을 본인의 기준대로 적정량을
사놓았는데 그것을 누군가가 그냥 가져간다고 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이 글쓴이의 소유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동생이 언니(아님 누나?)의 물건을 싹쓸이 해간다고 하시는걸 보니
본인의 나눠 주려는 의도와는 다르게 그냥 가져가버린다 같은데
개념있는 행동은 아닙니다. 버릇없어 보이고 답답해 보이죠.

왜냐? 그렇게 나눠 줘도 충분히 스스로를 챙기는 모습이 있다면
뭐라하지 않겠는데 본인은 입에 풀칠하고 쪽박차면서 없는 형편에 나눠주고 하면 그건 멍청한것이고 괜한 오지랖이라는 겁니다.
더 나아가 같이 살아갈 동반자가 그런 경향을 보이면 기피대상이 되겠죠. 예전 남친이 뭐라하지 않는다 해서 앞으로 만날 인연도 그렇지 않을거라는 보장은 없고요.

혹시 주위에서 흠님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보고 나 주면 안되냐고
하시는분 혹시 있지 않으십니까? 그러면 호구 다 된겁니다.
호구처럼 베푸는 삶은 아름답지도 가치있지도 않습니다.
답답할 뿐이죠.

사회에서 누군가는 나눠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흠님 말고도 몇배의 규모로 남돕고 사는 사람 많습니다.
괜한 정의심이요 괜한 오지랖인것 입니다.

그래도 본인이 좋다면 누가 뭐라할까요?

진성2016.02.26 10: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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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무한님도 마중글이나 그림같은거 선정해놓고 "흠... 이렇게 쓰긴썼는데 이거 웃기나? 에이 안웃긴거 가아. 손발리 오그라든다. 지워버릴까, 아 이 부분은 이렇게 고치고 그래 오케이." 그러시는군요.
오늘 마중글은 그래도 성공입니다!
저의 28년 이제 뒤집기를 시도하는 하잘것 없는 드립인생으로는 뭔가 심각하게 몸의 근육을 쥐어짜서 하는 말은 절대 공감을 못받고, 그냥 몸 어딘가를 슥 스치듯 튀어나와놓고 내 생각에도 "기발하다"라고 생각한건 엄청 빵터지더군요. 이게 각본와 위트의 차이란걸 깨달아갔습니다.

세상 기준에서 나쁜 사람이랑 내 기준에서 나쁜 사람은 달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누가 그렇게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할 자격도 없는거고, 또 내 잣대가 세상의 잣대가 될 수도 없는거잖아요.
내 입장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날 힘들게 하는 사람입니다. 니잘못 내잘못 다 제쳐두고 아무튼 날 힘들게 하는 사람은 나쁜사람 맞습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이 추억이 되어서 더 이상 지금에 영향이 없을때 그 때 다시 재평가를 하는거지요. 박물관의 박물이 그렇듯이요. 지금 현재의 가치로는 날 아프게 하는 나쁜사람일 뿐입니다.
나쁜사람에서 벗어나 얼른 좋은 사람 만나시길 바래요.

그리고 매값도 안내고 매질해달라고 하면 안됩니다. 그 유명한 재벌 회장님도 자기 때리고 싶어서 매값은 주고... (판사님 저는 구체적으로 누굴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아마그럴껄2016.02.26 11: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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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잘 보고 갑니다!

사막에 사는 선인장2016.02.26 11: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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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마중글 너무 웃겨요 ㅎㅎ

첫번째 사연 k양은 결정잘하신거고 전남친이 무슨 궤변을 늘어놓아도 다시 만나시면 안되요~사람은 안변하니까요~그런 남자와 결혼해서 고생하는 여자분들 꽤 많아요~밖에서는 술값다내고 호인인것처럼 하지만 집안에서는 가족들에게 절약과 궁핍을 요구하고 생활비도 적게주고 생색내고
그러라구요~그런사람은 진짜 좋은사람이 아니라 결국 이기심일뿐이죠~

카톡을 잘 모르는 저는 엘로아이디가 뭔지 검색하러 갑니다^^

페르귄트2016.02.26 11: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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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질 같은 개그 좋아합니다!!

은비령2016.02.26 11: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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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합시다, 우리.
제가 저에게 하고싶은 말이네요.
정말, 행복합시다. 우리!!!!!

하늘나리2016.02.26 11: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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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앞가림 못하면서 오지라퍼인 사람 저도 압니다.
집에 전기세, 수도세가 밀려서 전기와 수도가 끊어질 지경인데도
친구들에게 밥사고 술사고 심지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죠.
(좀 특이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저도 그사람이 부자인 줄 알았는데 그사람의 부인을 만나서 얘기듣고 놀랐습니다.
한마디로 죽이고 싶다네요.....

초록2016.02.26 12: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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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양 저도 그 마음 알 거 같아요
정말로 헌신적이었고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기에 그만큼 의지했던 남자였거든요
그때의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었던 건 사실이라고 쳐요
그치만 그 남자는 그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이라는 거
그냥 자기의 '필요'를 충족시키려고 연애하는
여자를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좀 달라지지 않으세요?

무한님 글보고 진짜 감탄한게 저도 같은 걸 깨달았거든요
정말 그 사람이라서 그 남자가 그러는 게 아니에요
연애에 모든 걸 책임전가하는
신경써 줄 가치도 나아질 가능성도 없는
원래 그런 놈인거죠

저는 그 남자 덕분에 제 감정의 밑바닥을 다 봤어요
밥도 못먹었고 모든 게 엉망이 되었고
몇달이 지나도 눈만 뜨면 그 사람 생각이 나서 괴로웠어요
근데 그 사람에 대한 미안함 분노 실망 안쓰러움까지 지나고나니
이제 할만큼 했다고 마음이 먹어지고
저는 이전보다 분명히 나은 사람이 되어있더라구요
좋았던 기억은 제꺼니까 그건 그것대로 남겨두면돼요

김형경의 "좋은 이별" 이란 책이랑 혜민스님의 사랑에 관한 글귀들이
헤어나오는데 도움이 됐어요
본인의 삶에 더 신경을 쓰게되고 거기서 즐거움을 느낄 때가
분명히 올거예요 !!
저는 혼자서도 더더 행복해지려구요
더 좋은 사람 만나야하니까요 ^^

동이2016.02.26 12: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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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과 선원에 대한 비유 ... 진짜 감탄하고 갑니다!
진짜 J양, 무한님 말씀 새겨 들으세요 ㅠㅠ 나중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닙니다 ㅠㅠ 그 폐허 속에 있는 시간, 무지하게 아까울 거예요 ㅠㅠ 그 시간에 나가서 산책을 해도 더 하고, 친구들을 만나도 더 만나세요 ㅠㅠ 경험자로써의 충고입니다!

오늘 글도 잘 보고 갑니다, 무한님 :)
그나저나 옐로 아이디? 저건 어떻게 쓰는 건가요?
처음 듣고 보는 신문물(!) *_*

2016.02.26 16: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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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양의 사연을 보고..ㅎ 현여친 입장에서 보면 아마 또 전여친한테 해줬던걸 그대로 다 해주는 남자친구 때문에 기분 나쁠거에요(만일 안다면)
남자들은 뭐랄까 좀 단순해서, 자기가 해봐서 좋았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해 줄 뿐이에요. 맛집이었으면 같이 가는 사람이 누구건 또 가는거지요. 여자한테 선물해봤더니 좋아하더라 그럼 또 하는거구요. 그리고 나에게 헌신적인 사람은 나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감정이 들면 또 그렇게 합니다,.오히려 이런 남자들이 의외로 갈아타기, 금사빠가 많아요. 애절하게 구는 사람일수록 또 빈자리를 못뎐디더라구요. 그렇게 끝나고 또 다른 사람과 그렇게 한다고 해서 지난 추억이 모두 부정되는건 아닐테지만, 그냥 유효기간이 지나고 계절이 지나듯 이미 다 지나간 일일 뿐이에요. 사랑한단 말도 진심 니가 싫다는 말도 그 순간의 진심. 눈에서 치우고 이제 앞으로 나가세요~ 아무 의미 없답니다. 사랑은 원래 현재가 아니면 그냥 경험일 뿐 의미가 없어요. 곁에 소중한 사람이 또 생기면 J양에게도 그냥 경험과 기억으로 남을거구요-.

행인2016.02.26 16: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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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요 공감가네요..

2016.02.26 16: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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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번 남자분 같은 사람 주변에 두면 정말 피곤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요즘 주변에 저런 분 하나 있어서 빨리 떠나야지 생각 중.. 근데 저런 분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저렇게 선량한 사람을 내가 이해못해주고 이기적이라 떠나는 건가 싶게 만든단 점인 것 같네요. 사실 무한님 말씀대로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한테 오지랖 펴는 게 맞는 건데.. 아마 스스로 깨닫고 개선될 일은 없겠죠..? 안타깝네요.

나도 쏘고가라2016.02.27 05: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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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 글읽기도 전에
댓글 달아보긴첨이네유~

마중글~크로와상 빵~터졌어요~아익우~^^

왜 무한님에게서 아는오빠 냄새가,,,^^

리에곰2016.02.27 08: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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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맘 닉 쓰실 때쯤이면 저런 생각은 커녕 노멀로그 들어올 시간도 거의 없어질 거예요. 이상 따끈따끈한 새글이다 라고 보다가 1단락도 못마치고 애 울어서 갔다가 잊어먹고 지금에야 다 읽고 댓글쓰는 초보맘 1이었습니다. ㅡ. ;;;

아민이2016.02.27 15: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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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그런 사람 어디가서 또 만날 수 있습니다.

장수2016.03.01 01: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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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구절에서.. 무한님의 진심을 느끼고 갑니다.!

jj2016.03.03 14: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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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곰님반가워유

스윗독자2016.03.07 03: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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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계정 이런걸 잘 몰라서 일단 이 글 보고 등록은 했는데 왠지 두근거리네요. 히히.

무한님 사칭하는 사람도 있다니 역시 인기인에게는 여러 고충이 뒤따르는 가봐요. 무한님, 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항상 멀리서나마 응원과 추천 보냅니다. 감사해요! :)

역삼역3번출구2016.05.25 01: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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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덧글 달아요. 저희 아빠가 A랑 진짜 똑같은데요ㅋㅋㅋ 저런 남자랑 절대 절대 결혼하지 마세요. 저희 집이요? 아빠가 남한테 퍼주고 못 받은 돈만 외제차 한 대 값이 넘구요...시댁, 친구, 지인이 무조건 최우선이에요. 저희 집 비데 몇달째 고장인데 자기 부모님 집에 새 비데 놔드린다 하면 말 다했죠ㅋㅋㅋ 그래도 애들한테는 잘할 것 같죠?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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