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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여린마음국내여행

광양 매화축제, 커플여행 솔직한 후기.

by 무한 2016. 3. 26.

살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매화축제를, 이번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그간 '눈 내린 덕유산', '단풍 든 주산지', '유채꽃 핀 제주', '매화 핀 하동(광양)', '철쭉 핀 황매산' 등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온 산에 흰 꽃을 흩뿌려 놓은 듯 보이는 매화축제를 다녀온 것이다.

 

파주에서 광양으로 내려가는 길, 휴게소에 들러 '광양'으로 검색을 하니 속보가 하나 떴다.

 

[속보] 국내 첫 지카바이러스 환자 발생…전남 광양 거주 43세 남성.

 

난 나름 착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세상이 자꾸 날 힘들게 한다. 배낚시를 갔을 땐 콜레라 때문에 회를 먹으면 안 된다고 하고, 필리핀에 갔더니 스쿠버 다이빙 하다가 관광객 실종됐다며 위험하다고 하고, 난생 처음 매화 보러 광양으로 출발하니 당일에 한국인 최초 지카바이러스 확진자가 광양에 발생하고….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교훈을 자꾸 얻게 된다.

 

하지만 낙장불입. 출발했으면 어떻게든 목적지에 가서 닿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날씨는 '흐림'에 미세먼지 농도까지 '나쁨'이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1박 2일의 여행 중 첫 날엔 운전하고, 저녁 먹을 곳 찾고, 숙소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야간 장거리 운전에 졸음이 쏟아져 휴게소 들를 때마다 페트병에 든 커피를 사서 마셨는데, 그것 때문에 새벽 6시까지 잠을 못 이뤘다. 수면부족과 피로로 눈은 따갑고 몸은 부어오르는 것 같은데, 눈을 감고 양을 세도 잠이 오질 않았다. 혹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과음할 계획이신 분들은 불면을 염두에 두시길 권한다.

 

[하동 읍내 숙소, 교통, 식사 정보]

 

- 읍내 모텔 숙박료 : 6만원(평일)

- 읍내 장보는 곳 : 중형 마트 있음.(10시 30분부터 폐장 준비함.)

(편의점이 있지만 24시간 영업하는지는 확인 못 했음.)

(저녁 10시 넘자 동네에 사람이 안 보임.)

- 치킨집도 저녁 10시 조금 넘으면 마감함.

- 학교 앞 시속 30km 단속구간 있음.

- 지역주민 셋이, 아침식사로는 재첩국을 먹으라고 추천함.

 

숙소를 잡을 때 한 가지 신기했던 건, 전화로 가격을 물어보면 가격 알려주길 꺼린다는 점이었다. "다른 데랑 똑같아요.", "안 비싸요.", "일단 오세요."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가격을 알아야 갈지 말지를 정해 헛걸음 안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어딜 가든 다 똑같으니 그냥 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가서 가격표를 보니 1박 6만원(평일)이라고 적혀 있었다.(웹에서 검색했을 땐, 축제 외 기간에 다른 숙박객이 묵었을 때 1박 4만원에 묵었다고 소개한 숙소였다.)

 

마트 직원, 치킨집 사장님, 모텔 사장님과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세 분 모두 '경기도 파주, 일산'을 모르셨다.

 

"일산? 수원 옆인가? 우리 딸이 수원에 있어."

"파주? 강원도? 강원도 파주?"

 

라고 하셔서, 좀 신기했다. 매화꽃 보러 왔다고 하니 "그거 뭐 볼 것도 없는데…."라고 하셔서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구분이 안 가는 상태로 '하동포구 공원'이라는 곳을 찾았다. 타 블로그에 소개된 걸 보곤 '몽환적인 분위기', '힐링이 되는 느낌', '평화로운 강가 앞 벤치'등의 키워드에 꽂힌 곳이었다.

 

취향은 존중하지만, 그냥 자신이 들른 곳을 '명소'라고 소개하거나 어디든 자신이 밥 먹은 곳을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에겐 과태료라도 부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보고 소나무 숲인 줄 알고 일부러 숙소도 근처로 잡았는데, 주차장 옆에 한 뭉텅이 있는 게 다잖아! 싸우자!

 

분노를 표현하고자 사진은 생략한다.

 

하동포구 공원에서 나와 매화축제장으로 가는 길,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기다리다 지친 차들이 하나 둘 불법유턴을 해서 어디론가 가버렸고, 도로 위에 묶여 있다 화장실이 급해진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멀리까지 화장실을 찾아 떠나기도 했다. 서있는 차들 사이로 먹거리를 파는 사람들이 구입을 권하며 돌아다녔다.

 

[주차정보]

 

- 평일 하동에서 둔치 주차장까지 5km 가는데 1시간 좀 넘게 걸림.

- 둔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5km 걸어 들어가야 함(25분소요).

- 주말엔 3km 가는데 3~4시간 걸린다고 함.

- 주말,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 데에만 2시간 걸린다고 함.

- 주말이라면, 하동읍에 주차하고 걸어 들어오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함.

 

둔치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1/5 정도밖에 차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차가 막히는 이유는, 주차장 입구에 세 개의 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알파벳 'K'자로 된 길에 'Y'자로 된 길이 붙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도로를 만든다는 건 라스베가스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부러 차가 막히게끔 설계를 한다 해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설계하긴 어렵다. 거기다 축제장으로 들어가는 길엔 2차선 도로에 한쪽 면을 불법주차한 차들이 막고 있으니, 거긴 일방통행로로 변해 관광버스나 승용차의 치킨게임장이 되고 만다. 매화축제가 19회째라는데, 19년간 이 멍청한 도로를 바꾸진 않고 그저 인력을 투입해 교통통제만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아 잠깐만. 우리 동네 일도 아닌데 내가 왜 이렇게 흥분했지? 다음 매화축제부터는, 2년 전처럼 섬진강에 부교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교통 체증을 잘 해결하셨으면 한다.

 

 

 

찍어 온 사진으로 다시 보니, 아름답다. 내가 보고자 했던 매화마을의 모습이 딱 저런 형태였다. 고즈넉한 옛 마을을 포위한 매화가 환호하듯 일제히 피어오른 모습.

 

 

이전 글들에서 몇 번 밝혔듯, 난 동행이 있을 때엔 인물사진을 위주로 찍는다. 그래서 풍경사진이 몇 장 없다. 게다가 풍경을 찍으려면 일출과 일몰을 따져 움직여야하는데, 이번엔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당일치기 여행이라고 하기에도 짧은 시간이었던 까닭에 풍경을 거의 담지 못했다.

 

여하튼 최악의 조건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그래도 저 사진을 보고 매화마을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겠다 싶기도 한데, 안타깝게도 저 사진이 매화마을의 8할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저런 사진에 속아 매화마을을 방문한 것이기에, 혹 저런 사진만 보고 매화마을에 가볼 생각을 하실 분들이 있다면 좀 더 냉정한 판단을 하실 수 있게, 아래에다간 '무보정, 포인트에서 벗어나 찍은 사진'들을 공개할까 한다.

 

'보다 실제 모습에 가까운 사진'이라고 생각하고 봐주셨으면 한다.

 

 

 

 

 

여의도의 벚꽃 정도를 기대하고 가셨다간 크게 실망할 수 있다. 벚꽃이 초코파이라면 매화는 빅파이에 가깝고, 벚꽃이 큰사발이라면 매화는 사발면, 벚꽃이 유성매직이라면 매화는 네임펜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튼 매화와 나는 궁합이 잘 맞진 않는 걸로 결론내자.

 

어디든 벚꽃축제를 갈 때면 '우와~!'하는 탄성이 터지기 마련이었는데, 매화마을에 가서는 '흐음…. 좀 더 올라가면 뭔가 나오려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꾸자꾸 위로 올라갔지만 거긴 뒷산과 연결된 등산로였고, 매화를 볼 수 있는 장소는 저 곳이 전부였다.

 

아무래도,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하고 가서 실망한 것 같다. 행사장 안에서 뭘 좀 사먹고 싶었는데 거의 대부분 카드를 받지 않아 심술이 난 걸수도 있고, 카드가 되는 식당에 들어가서 재첩국을 시켰는데 손바닥만 한 그릇에 '바닷물에 양말을 빤 맛'이 나는 국이 나와, 인내심을 총 동원해 겨우 먹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공쥬님(여자친구)과 난 그게 식전에 나오는 무슨 멀건 국인 줄 알았는데, 본 음식이어서 충격을 받았다. 밥을 말아 입으로만 숨을 쉬며 쉰 김치와 먹으면 먹을 순 있다.

 

[행사장 내 음식점, 음료가격, 메뉴, ATM 정보]

 

- 행사장 내에서 한 끼 식사로 먹을만한 건 김치찌개, 된장찌개, 재첩국이 있다.

- 김치찌개 7,000원. 된장찌개 7,000원. 재첩국 8,000원이다. 재첩국은 비추한다.

- 매운탕이나 해물칼국수 같은 것도 있긴 한데 기본 3만5천원에 공깃밥 별도다.

- 굴은 6개나 7개에 3만원. 해물파전 1만5천원. 매실막걸리 1통 2만원.

- 음료 1,500원~2,000원. 아이스크림 3,000원.

- ATM은 이동식 농협 ATM차량이 주차장에 있을 거라고 들었으나 찾을 수 없었음.

  (행사장 내부 주차장 안 쪽에 있었다고 함.)

- 행사장이니 바가지를 감안하더라도 맛있게 뭔갈 먹고 싶은데, 그런 게 존재하지 않음.

 

나는 뉴스나 블로그 포스트에서 본 사진들에 속았다고 생각해 대실망을 했는데, 공쥬님은 매화마을 구경이 정말 좋았다고 한다. 또 며칠 전 노멀로그에 올린 글에 내가 매화마을 이야기를 잠깐 비추자, 본인은 매화마을 방문이 정말 큰 감동이었다고 댓글을 남겨주신 독자 분도 계시던데, 이처럼 사람마다 감상은 다를 수 있으니 이 점도 참고하시길 바란다.

 

 

 

위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매화마을의 산책로는 평지가 아닌 오르막이다. 얼마 전 글에 힐 신고 가셨다는 분의 댓글도 있었는데, 힐 신고 가면 다음 날 근육통은 예약된 거라 보면 된다. 읍내에 차 세우고 걸어갔다고 치면 행사장 입구까지만 해도 최소 왕복 10km를 걸어야 하니, 무조건 오래 걸어도 문제없는 신발을 신고 가시길 권한다.

 

[매화축제 준비물 및 유의사항]

 

- 양산, 선글라스, 모자 등 물리적 햇빛 차단 물품.

- 움직이면 땀나고 내려오면 강바람에 추우니 적절한 외투.

- 오래 걸어도 문제없는 옷차림, 신발.

- 개인적으로 가장 필요했던 건, 치실.

- 현금. 현금. 현금.

 

이번 주 일요일, 그러니까 축제 마지막 날인 내일 매화마을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독자 분이 계셨는데, 정보에 의하면 현재 매화가 대부분 다 떨어진 상태라고 한다. 산꼭대기 부근엔 감상할 수 있을 정도의 매화가 남아 있다고 하던데, 자세한 현황은 매화축제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매화축제 홈페이지. 현지 상황 사진으로 올라옴]

 

http://www.gwangyang.go.kr/gymaehwa/

 

내일 방문할 생각이라고 적어주신 독자 분께는, 나라면 내일 차비와 일당을 줄 테니 매화마을에 다녀오라고 해도 사양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봄꽃놀이를 목적으로 하시는 거라면, 차라리 그 부근에 있는 화개장터 벚꽃축제나 구례 산수유 축제로 진로를 변경하시는 게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끝으로, 'OX로 살펴보는, 10문항 최종평'을 내보자.

 

[OX로 알아보는 10문항 최종평]

 

1. 다음에 또 가고 싶은가?

- X, 내 생에 한 번이면 충분한 것 같음.

 

2. 동행자(여자친구)는 또 가고 싶어 하는가?

- O, 벚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함.

 

3. 아이가 있다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인가?

- O, 살면서 꼭 한 번쯤은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4. 음식은 만족스러웠는가?

- X, 내가 가서 김밥을 말아 팔아도 최고 맛집이 될 듯함.

 

5. 숙박은 만족스러웠는가?

- O, 비싸긴 했지만 빈 방은 많았음.

 

6. 교통(주차포함)은 만족스러웠는가?

- X, 가본 곳 중 최악.  

 

7. 가성비로 따진다면 축제는 괜찮은가?

- O, 가까이 산다면 축제기간 중 사진기 들고 매일 갈 것 같음.

 

8. 관련 축제 중 대표로 인정할 만한 행사인가?

- O, 산 굴곡을 타고 자연스레 흩뿌려진 듯한 풍경으론 국내 최고임.

 

9. 지인들이 방문하길 망설인다면 가길 권하겠는가?

- O, 절정일 때 간다면 볼만함. 특히 인물사진 배경으로 훌륭함.

 

10. 언제 가는 게 가장 좋을지 말해줄 수 있는가?

- O, 체크 1순위 날씨. 2순위 개화 상황(정상 부분 만발). 3순위 평일.

 

총점 : 7/10

 

다 둘러본 후, 다시 4시간 이상 운전을 해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건, 오수 휴게소(상향)에서 먹었던 불고기 비빔밥! 그리고 먹어보진 못했지만 거기서 파는 '치즈가 듬뿍 들어간 임실치즈철판 비빔밥'도 맛있다고 한다. 동네 식당에서 판다고 해도 종종 사먹으러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다.(어쩌면, 재첩국에 의한 반대급부일 수도 있다.)

 

자 그럼,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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