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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여친과의 봄나들이, 싸움을 방지하는 여섯 가지 방법 1부

by 무한 2016. 3. 29.

3, 4월엔 봄을 즐기러 교외로 떠나는 커플들이 많다. 그런데 함께 즐기려고 돈과 시간과 정성을 쏟아가며 간 나들이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다툼이 생겨 냉전모드로 돌입하거나 헤어지는 사례 역시 많다. 

 

지난 주말만 해도 봄나들이 갔다가 싸웠다며 내게 사연을 보낸 대원이 여섯이나 있었다. 다행히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연애하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랑싸움'을 한 것이지만, 그런 식의 다툼이 반복되면 서로에 대한 피로도는 축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순 없다.

 

그래서 그런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들을 좀 소개할까 하는데, 요즘 넷상의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서 한 가지 미리 밝혀둬야 할 것 같다. 아래의 글들은 '남자친구'의 입장에 있는 대원들에게 '여자친구와의 갈등을 방지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글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서로의 사정을 더 잘 이해하고 현명하게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지, 여자의 입장만을 대변하거나 편드는 건 아니다. 이걸 밝히지 않으면

 

"여자가 배려해도 되는 걸 왜 남자가 배려하라고 하냐."

"이러면서까지 연애하느니 그냥 혼자 살란다."

"여러분 이런 거 필요 없는 스시녀랑 사귑시다."

 

라는 댓글들과 함께 콜로세움이 벌어지기에, 이렇게 먼저 말씀드리게 되었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1. 대강이라도 둘이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자.   

 

남자끼리 만나서 놀 땐 특별히 짜임새 있는 계획을 잡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대부분 상황변화에 따라 즉흥적으로 의견을 맞추어 결정하게 된다. 친구와 어디서 만나자는 얘기를 하고 난 뒤엔, 일단 만나서 어디 갈지를 정하거나 무엇을 먹을지를 정하는 것이다.

 

친구와 만나러 나가면서

 

'친구와 당구장에 가서 1시간 정도 당구를 친 뒤 돈가스를 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남자는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만나서 "당구 한 겜 칠까?"라는 이야기를 하면 당구장에 가게 되는 거고, 당구를 치다 배가 고프면 당구장에서 짜장면을 시켜먹거나 하면 된다. 그게 별로면 손 닦고 내려와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에 컵라면을 먹어도 되는 거고 말이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 대부분의 여자들이 '대강의 동선'이라도 알아야만 마음을 놓는 모습을 보인다. 동네에서 만나 밥 한 끼 먹는 것 정도엔 당연히 크게 민감하지 않지만, 어딜 가게 될 경우엔 '언제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알아야 불안해하지 않는다.

 

이건, 남자의 경우 어딜 가든 늘 입는 옷을 입고 그냥 지갑과 폰만 들고 가면 되지만, 여자는 가는 곳에 맞춰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거나 화장을 해야 하고, 더불어 준비해야 하는 품목도 다르기 때문인 것이 첫 번째 이유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두 번째로는, 즉흥적으로 뭔가를 할 경우 그만큼의 시행착오와 시간낭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박 2일의 여행을 간다고 가정했을 때, 남자는 가고 싶은 곳에 가서 그냥 아무 곳에서나 자도 별로 상관하지 않지만, 여자의 경우

 

'가서 마음에 드는 방을 잡을 수 있을까?'

'지금 가면 즐기지도 못하고 차만 막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가면, 남의 여행에 그냥 따라갔다 오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등의 생각까지를 하는 사례가 많다.

 

더불어 이런 차이가 밑바탕에 깔려있는 와중에, 남자는 또 '어디 갈 거라고 다 말해주면 기분이 반감되니까, 일단 데리고 가서 서프라이즈 해줘야지.'하는 생각으로 말도 안 하고 일을 벌여 더욱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도 있다. 서프라이즈도 좋지만, 거주하는 곳에서 '시'나 '군'이 바뀌는 곳으로 가려는 것이라면, 되도록 상대와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길 권한다. 

 

 

2 의견을 확실하게 말하고 찬반을 명확히 밝히자.

 

남자들이 '상대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의미로 하는,

 

"난 다 괜찮아."

 

라는 말은, 그 깊은 속뜻과 달리 상대에겐

 

- 성의 없음.

 

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더불어

 

여친 - 주말에 여의도 갈까? 벚꽃 보러?

남친 - 가고 싶어?

 

위와 같은 "가고 싶어?", "먹고 싶어?" 등의 질문과 "너 하고 싶으면 해. 난 괜찮아." 등의 대답 역시 상대에겐 절대 '배려'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상대가 뭔가를 이야기 했으면, 그것에 대한 내 의견을 밝히면 되는 거다. 굳이 되묻거나, '난 별로 생각 없지만 네가 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는 쪽으로 답할 필요는 없다.

 

여친이 "김밥 먹을까?"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찬반을 밝히자. 여기서 김밥 먹기 보다는 좀 더 가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생각이었다면 그걸 말하면 된다. 그런 계획이 없었다면, "그래. 사 먹자."라고 답하면 되는 거고 말이다. 이 시점에 굳이 "김밥 땡겨? 배고파? 난 배가 별로 안 고픈데…."라는 말만 하며 우물쭈물 하지 말길 권한다.

 

또, 말을 꺼내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확실한 합의에 도달해야 하며, 임의로 결론 내지 말고 상대와 끝까지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자.

 

남친 - 주말에 여의도 갔다 올까?

여친 - 벚꽃 보러? 사람들 많지 않을까?

남친 - 뭐, 구경할 자리는 있겠지. 너무 붐비려나?

여친 - 갔다가 노량진 넘어가서 회 먹으면 되겠다.

(며칠 후)

여친 - 우리 내일 여의도 가는 거야?

남친 - 사람 많아서 안 간다며?

 

저래버리면, 필연적으로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말을 꺼냈으면 갈 것인지 안 갈 것인지를 명확하게 결론내고, 말만 꺼내고 우유부단하게 굴다가 나중에 딴 소리 하는 일은 하지 말자.

 

나들이 장소나 여행지에서 정말 별 거 아닌, 아이스크림을 먹네 마네, 구경부터 하네 밥부터 먹네 등을 놓고 싸우다 돌아와 헤어지는 커플들도 있다. 그 사례들을 보면 두 사람 다 자신이 원하는 걸 명확하게 말은 안 하고 서로 미루기만 하다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그 상황에선 'Yes or No'로 명확하게 자신의 뜻을 밝히길 권한다.

 

위에서 말한 '김밥'을 예로 들어 말하자면, 내 경우 여자친구가 김밥 얘기를 꺼냈다는 건 먹고 싶다는 뜻이 담긴 거니 일단 한 줄 사라고 대답한다. 그러고는 몇 점 같이 먹는 것으로 그 상황을 부드럽게 넘긴다. 단, 사라고 한 뒤 안 먹거나 딱 하나 먹곤 "나 이제 안 먹어. 너 다 먹어."라고 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적어두도록 하겠다.

 

 

3. 협조를 부탁하고, 가능하면 나눠서 처리하자.

 

많은 남자들이, 여친과의 나들이나 여행에 대해

 

- 여친이 가고 싶어 해서 같이 가주는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남자들이 선호하는 데이트 장소를 보면

 

- 호프집

- 영화관

- 우리 집

- 여친 집

- PC방

 

등으로 정적이고 행동반경이 극히 제한된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데이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 돈을 아끼려는 티가 너무 나는 데이트.

2. 밥-영화관-카페 매일 똑같은 데이트.

3. 집에서만 하는 데이트.

 

인데, 이러다 보니 남자 입장에서 나들이나 여행은 '사실 가고 싶지 않은데 여자친구가 원해서 가는 것'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차이에다 다수의 남자들이 가진 '질문이나 분업은 무능력의 증거'라는 생각까지가 더해지게 되면,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자기 힘으로 다 해결하려고 하다 미처 해결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여자친구가 불평하기 시작하고, 그러면 '내가 이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건데 얘는 불평만 하네.'하는 생각을 하기 쉽다.

 

더불어 자신이 계획한 코스나 선택한 음식에 대해 상대가 불평하면 그걸 자신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든가, '가보면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출발했다 일이 벌어지고 결국 상대가 그 무계획에 답답해하면,

 

"너는 뭐 했는데?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다 알아보고, 데리고 오고, 전부 준비해야 해?"

 

라는 이야기까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주변에 묵을 방이 없는 상황에 당황하는 중인데, 그 와중에 여자친구의 폭풍 잔소리까지 이어지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 진짜, 다신 어디 안 간다 내가.'

 

하는 마음으로 입을 꾹 다물고 속으로 참을 인(忍)자만 새기게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선, 상대에게 협조를 부탁하며, 혼자 다 하려고 들지 말고 나눠서 해야 한다. 여행 전에는 이쪽이 숙소를 알아보면 상대가 식당을 알아볼 수 있고, 여행 중에는 이쪽이 운전하는 동안 상대가 주변 맛집이나 숙소를 알아본다든지, 아니면 이쪽이 가야 할 곳을 체크하는 동안 상대가 짐정리를 한다든지 하며 분업할 수 있다.

 

또, 두 사람이 함께 즐기려고 온 거지, 관광이나 여행의 노예가 되려고 온 것은 아니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되는 방향'으로 서로를 돕도록 노력해주길 부탁하며, 길을 잘못 들어 헤매게 되었을 때 팔짱을 낀 채 말 한 마디 없이 창밖만 보고 있는 건 서로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나들이나 여행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건 다음번엔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해야겠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지, 그 시행착오로 인해 모든 게 끝장난 건 아니니 지금은 함께 해결방법을 찾자고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건,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화'를 해야지 '사과'만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화났어? 화 풀어. 놀러와서 왜 그래. 미안해"

 

라는 이야기는 꺼낼 필요가 없다. 상대는 오히려 저 말을, "왜 놀러와서까지 화내고 그래. 참 이상하네."라는 말로 받아들여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러니 맹목적인 사과로 위기를 넘기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길 권한다.

 

 

매뉴얼 한 편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길어져서 두 편으로 나눌까 한다. 2부에서는 '최악이 된 상황을 봉합하는 방법',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챙기는 방법' 등을 다룰 예정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매뉴얼은 '남자가 잘 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나들이나 여행을 하고 싶은데 자꾸 엇갈려 싸우게 되거나,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체 서로를 무계획적인 사람이라든가 이기적인 사람으로만 생각하게 되는 걸 방지하는 방법을 설명하고자 하는 글이다. 글의 대상이 커플부대 남성대원들로 정한 까닭에 '남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 소모적일 뿐인 성대결 논쟁은 지양해 주셨으면 한다.

 

이 글을 접하는 솔로부대원들은

 

"나들이나 여행을 갈 여자친구가 있는지를 묻는 게 먼저 아닌가요?"

 

하실 수도 있는데, 2부까지 쓰고 난 뒤엔 솔로부대원들을 위한 매뉴얼을 작성하도록 하겠다. 사실 이런 걸 발행하지 말아야 싸우다 헤어지는 커플이 많아져 솔로부대원들에겐 신병 받는 느낌이 들 텐데…(응?). 늘 마음 쓰고 있으니 너무 시무룩해 하시진 마셨으면 한다.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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