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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부르면 나오는 여자 후배, 내게 관심이 있는 걸까? 외 3편

by 무한 2016. 4. 26.

상대가 무슨 얘길 어디까지 했느냐는 것만으로는 ‘관심이 있는 건가, 아닌가’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보통 ‘깊고 무거운 얘기는 친해지면 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냥 원래 본인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레퍼토리인 까닭에 털어 놓는 사람도 있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비밀스러운 일들을 털어 놓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첫 사연의 주인공인 K군은 여자 후배가 자신의 가정사, 비밀, 고향 얘기 등을 하는 것이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냐고 내게 물었는데, 이걸 내가 확인하려면 연락과 만남의 빈도를 알아야 하고, 두 사람이 나눈 카톡대화도 봐야 한다. 그런데 K군이 많이 쑥스러웠는지 간략하게만 적어준 까닭에, 나도 K군의 질문에 답을 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부르면 나오는 여자후배, 제게 관심이 있는 걸까요?

 

K군은 자신의 친구들이

 

“같이 자주 보고 술도 마시는 사이면 대시해 봐.”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내 생각도 같다. 내가 두 사람의 관계를 완벽하게는 모르는 까닭에 지금이 타이밍이란 애기를 해줄 순 없는데, K군이 적어 보낸 이야기만 놓고 보자면 지금 대시를 해도 그 결과가 부정적이진 않을 것 같다.

 

다만 내가 염려되는 건, K군이 ‘짝사랑에 익숙한 남자’의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겁이 많다는 점이다. K군은 무엇이 그렇게 겁나는지,

 

“제가 그 친구에게 관심 없는 척 하려는, 그저 친한 선후배인 척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나라면 상대가 밤 12시라는 늦은 시간에 알바를 마치니 ‘안심 귀가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며 일단 매일 바래다주거나 통화를 하며 걱정은 그 다음에 할 것 같은데, K군은 ‘내가 오늘 끝나고 보자고 하면 쟤가 승낙할까?’라는 걱정을 하느라 바쁘다.

 

둘의 관계에 대해서도, K군은 그것에 풍덩 빠지기 보다는 거리를 둔 채 눈치를 먼저 본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거나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지’라며 연출할 필요 없이 경청하며 대화에 임하면 되는데, K군은

 

“저는 그 친구가 본인 이야기를 하면 들어주는 쪽으로 대화에 임했습니다.”

 

라고 말할 뿐이다.

 

K군이 예민하고 섬세하며 생각이 많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상대를 계속 ‘이방인’으로 둔 채 혼자 그림만 그리고 있다간 좋은 기회 다 날릴 수 있다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상대를 공략하거나 쟁취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되어 만나는 시간을 가지면 연애는 저절로 시작될 거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마음껏, 자신 있게 햄볶으시길.

 

 

2. 남자친구 콩깍지가 벗겨질까봐 겁나요.

 

J양은 남친과 2년 넘게 만났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미 남친의 콩깍지는 79.35%정도 벗겨졌다고 봐도 괜찮다. 3년이 지나면 0.27%의 콩깍지만 남고는 모두 벗겨질 것인데, 그래도 그때 역시 새로움과 설렘이 정과 편안함으로 치환되어 있을 것이기에 둘의 애정전선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혹시,

 

‘갑자기 이 세상에서 엄마(또는 아빠)가 사라진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소싯적에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곤 했는데, 연애 역시 오래 묵으면(응?) 가장 두려운 부분이 바로 저 지점이 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J양은 현재

 

“왜 남자들은 그런 거 있잖아요. 여친의 외모로 과시하고 싶은 거. 그런데 저는 그 수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드니 자꾸 움추러드는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과시고 뭐고

 

‘갑자기 이 세상에서 남친이 사라진다면?’

 

이라는 생각을 했을 때, 까마득해지며 ‘내가 살 이유’가 전부 사라지고 외톨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더 걱정될 것이다. 내가 공쥬님(여자친구)의 애정을 격하게 느꼈던 순간 역시, 사랑한다는 말이나 애교가 아니라

 

“나보다 먼저 죽지 마. 알았지?”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아 잠깐만, 눈물 좀 닦고.

 

J양은 남친 콩깍지가 벗겨지는 걸 막기 위해 성형까지 할 생각이 있다고 했는데, 성형해서 J양이 양귀비 뒷다리 정도의 미모를 갖게 된다고 해도 콩깍지는 결국 벗겨진다. 또, 성형을 한다고 해도 양악이나 돌려깎기 잘못 했다가 침 질질 흘리게 될 수 있고, 코필러 잘못 맞아 눈이 멀 수 있으며, 보톡스 잘못 맞아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근육 관련 질병으로 고생하게 될 수 있다.

 

그래도 외모 때문에 남친의 콩깍지가 벗겨질까 너무 무서워 성형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면, 그것보다는 남친에게 흔들리는 버스 안이나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자주 하게 만드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J양의 외모는 그대로 유지하되 남친의 시력을 파괴하는 것이다.

 

물론 웃자고 한 소리고. J양은 상대의 트로피가 아니라 동반자이니, 동반자로서의 삶, 그리고 곧 진입하게 될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또, J양이라고 해서 남친보다 ‘더 잘생긴 남자’, ‘더 조건이 좋은 남자’ 등을 만날 가능성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니니, 오로지 ‘남친이 나중에 혹시….’하는 생각만 하며 겁먹진 말자. 두 사람이 뿌리 내린 그 자리에서 꽃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이 중요한 거지, 자꾸 ‘다른 곳에 뿌리내렸다면….’이라는 가정하며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럴 시간에, 남친에게 당신이 있어서 든든하다고,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J양의 마음을 한 번 더 전하길 권한다.

 

 

3. 잘 헤어진 거라고 말해주세요.

 

잘 헤어졌네요.

 

 

4. 제가 믿고 기다리지 못해서 그랬던 걸까요?

 

늘 얘기하지만, 누군가에게 믿음을 요구하려면 그간 믿을 수 있는 행동들을 했어야 한다. 자신이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걸 그간 최선을 다해 증명해왔을 때에야 상대에게 ‘날 좀 믿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할 수 있는 거지,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놓곤 ‘왜 믿지 못하냐’고 말하는 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잘못이다.

 

Y양 남친의 사례를 보자. 그는 아래와 같은 행동을 해왔다.

 

- 바빠서 만나지도 못하고 연락도 제대로 안 됨.

- 예전에 사귀던 여친 결혼식에 가도 되냐고 물음.

- 해외 출장 가서 사진이라도 보내줄 줄 알았는데 안 보냄.

- 출장 갔다는 사람 회사로 전화 했는데 남친이 받음.

(이 부분에 대해선 자동연결을 해두어서 그렇다고 말함.)

 

남친은 자신을 믿지 못하고 회사로 전화한 Y양을 괘씸하게 생각하며 결국 그만 만나자고 했는데, 난 그건 구실일 뿐이고 이전부터 남친은 헤어질 생각과 준비를 해왔다고 본다.

 

회사 전화를 출장 간 사람의 폰으로 자동연결 해 놔 그렇게 연결이 될 수 있는 건지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이건 독자 분들 중 혹 동종 업계에 계신 분이 있다면 본인의 사례를 설명해 주시리라 생각한다.) 난 그걸 다 떠나서, 출장지에서 사진 한 장 보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는 폰 용량이 다 차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말했는데, 그럴 거면 잠깐의 화상통화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폰에 있는 쓸 데 없는 사진 몇 장 지우고 사진 찍어 보낼 수도 있는 거고 말이다.

 

왜 믿지 못하냐고 질책하기 전에, Y양을 안심시킬 수 있는 방법이 수십 가지는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 중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Y양이 회사로 확인전화를 한 것에 대해 짜증만 냈을 뿐이다. 이 일 뿐만 아니라, 평소 그의 태도 역시 Y양을 짐처럼 여기며 짜증을 내는 게 대부분이었다.

 

“(3일 동안 연락 없어서 Y양이 연락하니)넌 항상 못 기다리더라.”

“(문자 말고 전화로 대화하자고 하니)지금 나 취해서 싫어.”

“(얼굴 보고 대화 좀 하자고 하니)보고 말하나 안 보고 말하나 다를 거 없어.”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저건 일부러 심통 부리며 사람 약 올리는 일에 지나지 않으며, 저 따위로 행동하는 걸 다 받아주고 있으면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질 뿐이다. 사랑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저건 상대에게 인격적인 결함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행동들 아닌가.

 

바빠서 지금 사귀는 여친과는 만나거나 통화할 시간도 없다는 사람이 구여친과는 연락하는지 ‘연락왔는데 구여친 결혼식 다녀와도 되냐’는 질문이나 하고 앉아 있다. 이런 남자를 만나는 건 다 탄 삼겹살을 먹는 것보다 몸에 좋지 않으니, 지금 헤어질 수 있는 걸 신의 은총이라고 생각하자.

 

절대 Y양의 이해심이나 기다림이 부족해서 헤어진 게 아니다. Y양이 다 이해하고 기다렸다 해도 상대는 또 그걸 두고 “연락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서 그런 거라고? 넌 혼자 생각할 줄 몰라? 내가 죽으라면 죽을 거야?” 따위의 이야기나 해댔을 가능성이 높으니, 책임감이나 존중은 고사하고 재미도 감동도 기쁨도 없었던 그 연애에 미련두지 말길 권한다.

 

 

4월이 지나면 반납해야 하는 책들이 있는데, 일 때문에 못 읽고 있다. 균형을 좀 맞춰야 할 것 같으니 오늘 배웅글은 생략하도록 하자. 다들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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