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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사귄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결혼하자는 남친, 어떡해? 외 1편

by 무한 2016. 5. 4.

누구는 6년을 넘게 사귀었는데도 남친이 결혼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아 속만 태우는 중인데, 그 와중에 K양은 만난 지 6주도 안 되어 남친이 결혼하자고 난리라니, 이게 참 배부른 고민처럼 여겨질 수 있다.

 

뭐, 프러포즈를 받는 것으로 연애나 관계에 대한 모든 걱정을 다 내려놓아도 좋다면 K양은 축복받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결혼은 종착지가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인 까닭에, 별 생각 없이 시작했다간 연애시절에 해결되었어야 하는 많은 문제들이 결혼 후 해결해야 할 문제와 겹쳐 한 번에 찾아올 수 있다.

 

또, 아직 서로를 50일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서 반평생을 함께할 약속을 했다간, 이쪽이든 상대든

 

‘내가 생각했던 상대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뭔가 다 잘못된 것 같네.’

 

하며 이상과 현실의 간극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위험도 있다. 두 사람은 아직 서로가 우는 모습도, 화내는 모습도, 짜증내는 모습도, 술 취한 모습도 본 적 없으니 말이다. 여하튼 이런 와중에 남친이 계속 ‘내가 하는 것 정도의 애정표현’과 ‘결혼에 대한 약속’을 요구하니 K양이 난감해 하는 중인데, 이럴 땐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1. 사귄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결혼하자는 남친, 어쩌죠?

 

당황스런 대답으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우선 ‘나도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답하길 권한다. 현재 K양은 남친의 청혼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 ‘그건 더 만나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대답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조심하고 있는데, 그런 태도가 오히려 남친의 추격본능을 자극하고 ‘결혼 하겠다는 말’을 듣는 것에 안달이 나도록 만들고 있다.

 

두 사람의 연애를 보면 남친은 그 연애를 120% 즐기고 있는데, K양은 모든 게 다 확인되고 확실해지면 그때 연애를 즐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처럼 먼발치에서 상대를 파악하는 중이다. 그러지 말고, K양 역시 이 연애를 좀 즐겼으면 한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칭찬할 건 칭찬해 가며 만나면 된다. 지금처럼

 

남친 – 내 여친 보고 싶어요~

K양 – 네, 고마워요.

 

하며 너무 철벽만 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런 태도가 오히려 상대를 더 안달 나게 만드는 부작용만 낳을 수도 있는 것이고 말이다.

 

K양은 내게

 

“저는 솔직히, 제가 이 사람이랑 결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50일도 겪어보지 않고 확신을 가졌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호르몬 버프만으로도 열렬히 구애할 수 있는 연애 초기의 모습만 보고 확신을 갖는다면,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걸 훗날 뼈저리게 느낄 것이고 말이다.

 

K양이 원하는 ‘잘 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서 잘 해보고 싶다’는 걸 실현하기 위해서는, K양 역시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 그래가면서 조율을 하고 합의를 해야지, 지금처럼

 

“난 하루 종일 폰 붙잡고 있는 건 싫어한다.”

“나는 이 부분이 내가 이 사람을 신뢰할 수 있냐 없냐를 결정하는 부분이다.”

“전에 똑같은 말 했는데 지금 또 한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라며 합격기준만 계속 재공지를 하면, 남친은 대략 90일을 전후해 차게 식을 것이다. 이 관계에서 자신만 구애를 하고 있으며, K양은 자신을 보고 싶어 하거나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러니 우선 K양도 상대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어필하며,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상대가 부담을 줄 때에는 ‘부탁’을 활용해 좀 진정시키자. 예컨대 상대가 운전 중에도 핸즈프리를 사용해 계속 통화하려 하면, 그땐 지금처럼 “난 통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닐 때 이렇게 전화하는 건 싫어.”라고만 하지 말고, “오빠 운전 중에 통화하면 핸즈프리라도 위험하니까, 이따 집에 가서 통화하자. 이러면 난 통화하면서도 불안해.”정도로 얘기하면 된다.

 

또, K양의 남친은

 

“시간 끌면 헤어지게 된다. 빨리 결혼하는 게 낫다.”

 

라며 K양을 설득하려 하던데, 그럴 땐 ‘현실적인 결혼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길 권한다. 식은 어디서 할 것인지, 집은 어디에 구할 것인지, 결혼 후엔 무엇을 해서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 지금 두 사람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얼마인지, 각자가 하는 일의 비전은 어떤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하면 된다. 산통을 깨려는 건 아니지만 현재 남친이 모아둔 돈이 천만 원이 안 되는 것 같던데, 현실적으로 그 돈으론 혼자 나가서 살 집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마냥 들뜬 사람을 진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가운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결혼하겠다는 말’을 듣는 것에 집착하며 혼자 불타오르는 남친에겐 ‘결혼할 상황이 되는가?’에 대한 얘기를 적절히 꺼내가며 식히길 권한다.

 

그리고 만약, 정말 아주 만약에 남친과 헤어지게 되더라도, 그게 K양만의 잘못으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니 너무 상심하지 말길 바란다. 남친의 열정적인 구애를 K양이 잘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만 이별의 이유가 아니라, 남친이 비현실적인 청혼을 하며 쉽게 불타올랐다가 쉽게 식어버린 것이 원인일 수 있다.

 

금사빠인 상대를 만났던 대원들은 훗날 헤어지고 난 뒤 ‘그래도 날 그렇게까지 사랑해줬던 사람은 그 사람이 유일한데….’라는 생각으로 괴로워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정확히 따지자면 상대가 ‘내가 다 맞춰줄 테니까, 넌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 줘.’라고 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K양의 경우만 보더라도, 남친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일단 간과 쓸개를 빼서 내어주며 구애하긴 하지만, 실제로 K양이 원하는 걸 말할 때 귀 기울여 듣진 않는다.

 

난 K양의 남친이 폭풍처럼 다가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설 경우, K양이 그저 자신의 철벽에 후회하며 상대에게 ‘예전 그 모습’으로 다시 다가와 달라고 애원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땐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이는’효과까지 작용해 상대의 다른 부분들까지 전부 미화시켜 생각하게 될 수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니라는 걸 미리 얘기해 주고 싶다. 여하튼 일단은, 걱정 좀 내려놓고 즐기시길 바란다.

 

 

2. 남친 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헤어지려 합니다.

 

나도 L양이 바라는 대로 다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걱정할 일이 전혀 없으며, 남친 가족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받으면 받았지 행여라도 피해를 입는 일 같은 건 벌어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삶이나 사람이라는 게, 그것도 내 가족이 아닌 다른 이의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는 게, 다 내가 바라는 대로 딱딱 정렬되어 문제없이 돌아가기란 어려운 일 아니겠는가. 남친의 형이 이렇다 할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며 남친 일상에까지 종종 간섭을 하는 문제는, L양이 남친에게 단호하고 명확하게 의사표현을 할 것을 주문한다고 해도 단번에 해결되기 어려운 일이다.

 

우선, 남친에게 벌어지는 일은 남친 가정의 특수성보다는, 독립해야 할 나이를 지난 사람 여럿이 한 가정에 살고 있을 때 벌어지는 일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이건 물리적인 분리, 즉 독립을 하는 것으로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으며, 그러고 난 뒤에야 뭔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남친이 일단 집에서 나와야 늘 담당하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가족들도 남친이 ‘막내’가 아니라 본인 삶을 담당하는 ‘어른’이라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L양은 이걸, 남친에게

 

“오빠가 오빠네 형에게 단호하게 말할 수 없는 거라면, 난 우리 관계가 제3자인 형으로 인해 계속 힘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경제적으로 불안한 형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부모님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형에 대한 부담을 우리가 계속 안고 있어야 할 거고. 오빠가 설득할 것인지, 아니면 내 손을 놓을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 같아.”

 

라고 말하며 해결하길 종용했다. 그러면서 ‘오빠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이해하겠다. 오빠가 더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이라면, 난 그것으로 족하다.’라는 이야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면서 내게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사람만 보고 결혼할 순 없는 거겠죠. 하지만 제 3자의 일 때문에 헤어지는 일도 참 마음이 아픈 것 같습니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게 사실이라면, 저는 이쯤에서 빠져주는 게 맞는 거겠죠?”

 

단호하지 못한 남친의 태도와 강한 가족애만 탓할 게 아니라, 반대의 경우라면 L양은 어떨지도 생각해 보길 권한다. L양에게 가족 중 누구를 설득하라는 요청을 하는 게 아니라, L양의 여동생을 통해 L양을 바꾸려 드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자. L양의 여동생이 와서는

 

“언니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비전이 없으니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어떨까 싶어. 언니 하는 일은 4~5년 지나면 나이 때문에 계속 하기 어려울 수 있잖아. 아주 좋은 조건에서 일하는 게 아니니까,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봐. 그리고 내가 밖에 있을 때 연락해서는 언제 들어올 거냐고 묻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어른인데, 때 되면 내가 알아서 들어오겠지. 또, 혼자 하는 취미도 좋지만 나가서 사람들 좀 만나고 인맥도 좀 챙겨.”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L양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며 눈물로 참회한 뒤 현관문을 열고 나가겠는가? L양도 L양 나름의 살아온 방식이 있고 철학이 있는 걸 텐데, 동생 남친이 L양에 대해 저런 평가를 한 뒤 동생의 입을 통해 ‘동생 커플에게 절대 누를 끼치지 않는 삶’을 살길 요구한다면, ‘제까짓것들이 뭔데’하며 울화가 치밀지 않겠는가?

 

L양이 남친에게 ‘해주길 바란 일’이, 어느 부모가 자식을 30년 넘게 바꿔보려고 해도 바뀌지 않을 수 있는, 정말 어려운 부분이라는 걸 생각해봤으면 한다. 남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기도 어려운 것인데, L양의 요구대로 남친의 형이나 가족을 어떻게 바꾸는 건 산을 옮길 노력을 쏟는다 해도 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L양은 ‘그렇게 할 거냐, 헤어질 거냐’의 선택지를 남친에게 주었을 뿐이니, 그가 중간에서 갈팡질팡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L양이 사람을 바꾸려 하기보다, 상황을 바꾸는 것에 초점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L양은 남친의 청혼을 받아낸 일에 대해서도

 

“오빠에게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저도 이제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더 이상 목적 없는 연애를 하는 건 시간낭비인 것 같다고요. 결혼을 하든지 이별을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달라고 했습니다. 거의 반 포기 상태로 던진 승부수였는데, 오빠가 ‘우리 내년에 결혼하자’라고 대답해 줬습니다. 저는 그 말을 보자마자 폰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너무 기쁘고 놀라니, 그런 행동을 하게 되더군요.”

 

라고 설명하는데, 난 저것 역시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두고 고르라고 한 거라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긴 한데, 저런 결과가 나왔으면 그 이후 남친 가족을 개조할 생각으로 옮겨갈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차곡차곡 세웠어야 한다.

 

L양은 남친이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모아둔 돈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던데, 그런 와중에 ‘남친 형의 개조가 실패하면 헤어지겠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곤란한 것 아닌가. 두 사람이 나눴어야 하는 대화는 ‘어디서 무얼 하며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였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대화는 접어둔 채 L양의 염려로 인해 ‘나냐, 형이냐.’하는 애정도 테스트 비슷한 일만 벌어졌고, 남친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떠안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말았다.

 

덤덤하게 사연을 적어 내려간 L양의 태도를 보면, 이미 이 관계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그래서 나 역시 어떤 노력을 더 하라고 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남친과 계속 만나든 아니면 다른 사람과 만나게 되든, ‘우리’가 같이 방법을 찾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생각해야지 ‘상대’에게 알아서 처리하라거나 결정 내리라고만 요구해선 안 된다는 걸 기억해 두길 바란다.

 

 

요즘 난 매뉴얼 쓰는 것보다 배웅글 쓰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진다. 권태긴가. 그간 달렸던 댓글 중 나에 대한 질문이 담긴 댓글 세 개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으로 배웅글을 대신할까 한다.

 

Q1) 무한님은 어떻게 그리 남자 마음을 잘 아시나요?

A1) 나 남자다. 5월 27일에 민방위 교육 간다.

 

Q2) 무한님이 실제 여동생에겐 어떠셨을지 궁금해요.

A2) 실제로는 남동생 밖에 없다.

 

Q3) 오빠, 날 가져요.

A3) 안돼. 돌아가.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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