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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도박에 빠진 남친, 제가 노력하면 돌아올까요? 외 1편

by 무한 2016. 5. 13.

내게 도착하는 사연 중 ‘도박’과 관련된 사연으로는, 스포츠 경기의 승패를 알아맞히는 불법 토토가 제일 많고, 그 다음으로는 경마, 그리고 파친코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특히 토토엔 아직 꼬꼬마라고 할 수 있는 대학생들까지 빠져선, 용돈으로 시작했다가 휴학하곤 등록금으로 배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갓 졸업하고 부모님 사업장에서 일하는 어떤 남자가 사업장 현금통에 손을 대 배팅을 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그래도 저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좀 더 심각한 사람들은, 이미 백 단위의 빚이 있는 경우도 있다. 딴에는 뭐라도 해서 몇 달이면 금방 갚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되는, 300만원, 500만원 정도의 빚을 내 도박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실패하면 다시 일을 해 겨우 갚고는, 또 빚을 내 같은 짓을 반복하기도 한다.

 

저기서 더 나가면, ‘한 판 크게’이나 ‘한 방으로 만회’를 다짐하며 빚을 더 내기도 한다. 500만원 가지고 해보니 총알이 부족해 뭐가 제대로 안 됐다며, 이번엔 1,000만원을 마련해 ‘따서 다 해결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장소를 바꿔서 잃은 돈을 찾아오겠다고 말한다거나, 진짜 이번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다며 마지막으로 한 판만 하고 끊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들 폐인이 되어간다. 사례를 하나 보자. 남친의 강요에 못 이겨 함께 경마장에 온 여자. 여자는 경마장으로 오는 길, 그 옆 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커플을 떠올린다. 그러고는 옆에 앉아 광기어린 눈으로 말들만 쳐다보는 남자를 본다. 이 옆자리에 앉아 있다간, 그냥 이렇게 삶을 다 소진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별을 결심하곤 말없이 일어서서 경마장을 나온다. 남자가 몇 번 여자를 부르긴 했지만, 그에겐 중요한 경기가 눈앞에 있기에 따라 나와 붙잡진 못한다. 남자는 미친 듯이 전화를 걸어대고, 여자는 그의 번호를 차단한다. 아프지만, 현명한 이별이다.

 

 

1. 도박에 빠진 남친, 제가 노력하면 돌아올까요?

 

저 위에서 말한 도박의 단계가 각각 초기-중기-말기 라고 하면, S양의 남친은 이미 말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도박으로 인한 빚이 있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낸 상태다.

 

남친의 ‘도박’이라는 단점이 너무 강렬한 까닭에 S양은 다른 문제들의 의미를 잠시 잊은 것 같은데, S양의 남친에게 도박 말고도

 

- 술 문제

- 구여친 문제

- 적반하장의 문제

- 대화하려 하면 ‘알겠어. 알겠어.’라며 끊는 문제

 

등이 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거든요. 예전엔 연락을 안 하는 문제로도 많이 싸웠는데, 지금은 꽤 많이 좋아졌어요. 연락해도 오빠가 술 취해 있어서 대화를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많아 나아진 거예요.”

 

S양은 그렇게 말하지만, 여기서 보기엔 그게

 

- 그나마 연락이라도 하니까 겨우 계속 사귈 수 있는 것.

 

으로 보인다. 난 그게 연락 제대로 안 하면 헤어지겠다고 S양이 몇 번이나 위협을 하니 그나마 연락하게 된 것이지, 대화를 통해 조율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도 헤어질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사람 때문에 전남친과 헤어진 게 억울하고, 이 사람 때문에 낭비하게 된 제 인생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떠나지도 못 했습니다. 떠나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이 사람이 생각나서 돌아오게 되었고요.”

 

연인은 서로 닮아가기 때문인지, S양 역시 남친을 닮아가게 된 것과 같다. 한 판 크게 벌여 그간 잃은 것도 만회하고 돈도 따겠다는 남친의 생각처럼, S양도 현재 ‘그간 잃은 내 시간’, ‘상대 때문에 헤어진 구남친’을 생각하며 이 관계에서 ‘본전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

 

크게 보자. 남친은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며 빚이 있다. 그 빚을 크게 한 탕 해서 해결하겠다며 또 돈을 빌린 상황이고 말이다. 그 빚을 둘이 허리띠 졸라매며 갚는다고 해도 1년은 그냥 간다. 운이 좋아 1년 안에 갚았다 해도, 이후 두 사람이 결혼하려면 취직을 하고 3, 4년은 또 돈을 모아야 한다. 왜 자꾸 돈돈 거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난 지금 지극히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결혼은 둘이 자취방에서 소꿉놀이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자취방에 같이 있을 때 남친이 요리도 해주고 설거지도 해줬으니, 결혼해서도 잘 해주겠지.’

 

하는 건 꼬꼬마의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나중에 아이까지 낳아 셋이 자취방에서 살 거 아니라면,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이렇게 가다간 어떻게 될 것인지 까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신청서에 적힌 내용을 보면 남친의 집은 형편이 좋지 않다. 생계를 위해 두 분 다 일을 하고 계신 상태인데, 이 와중에 천 단위의 빚을 져가며 도박을 하는 건 대책 없는 짓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S양이 말려도 그는 “이번만 하고 끊겠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답이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고 말이다. 그는 일은 하기 싫어하며 도박으로 크게 한 몫 챙기려는 생각만 하고 있던데, 그런 남자와 결혼해서 살 경우 S양의 인생이 어느 정도까지 비참해질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권한다.

 

“오빠는 자신이 이렇게 말도 많이 하고 애정표현도 하는 건, 제가 정말 좋기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해요. 원래 자긴 과묵한 편이라면서요.”

 

S양은 친오빠가 있다고 했는데, 친오빠에게 꼭 이 연애에 대해 상의를 하길 바란다. 친오빠가 좀 부담스러우면 평소 대화를 자주 한다는 어머니께라도 꼭 말씀드리자. 이렇게 말하면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양해를 구하고 말하자면, S양은 아직 한참 어리고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상태라 판단력이 탄탄하지 못하다. 내가 뭐라 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꼭 친오빠나 어머니께 이 연애에 대해 상의하길 권한다. 두 분의 의견을 듣고 답을 구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2. 여초학과에 들어와서 두 번째 썸을 타는 중입니다.

 

B군이 현재 걸어가고 있는 그 길의 이름은 ‘찝쩍이로(路)’라는 이야기를 먼저 해주고 싶다. 모쏠로 지내다 여초학과에 들어와 들뜬 건 이해하지만, 가능성만 좇아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연락하며 구애하다간 여학우 네트워크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다.

 

이미 B군은 그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 같다. 현재 B군이 대시하고 있는 여학우가

 

“너 A양 좋아했었다며?”

 

라고 묻는 상황이니 말이다. B군은 자신이 학기 초에 좋아했던 A양에 대해

 

“지독하게 어장관리를 하는 애였습니다. 남자친구 있으면서 주변에 늘 남자 한 명씩 끼고 다니는 여자였죠. 제가 그 남자 중 한명이었고요. 소개팅, 과팅 가리지 않고 다 나가고 같은 과 남자 선배들한테도 끼를 부리는 여자였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가 어장관리를 하는 것과 B군이 찝쩍이 판정을 받는 건 별개의 문제다. B군도 어쨌든 남친 있는 여자의 어장에서 1등 참치가 되려고 힘차게 헤엄쳤던 과거가 있지 않은가.

 

게다가 B군은, A양의 어장에서 나와 곧바로 이번 여학우에게 구애한 게 아니라, 그 중간에 다른 여학우를 거치기도 했다.

 

“처음에는 얘 말고 얘 친구랑 연락을 했거든요. 얘 친구에게 거의 매일 연락을 했는데, 그러다가 얘한테 반한 거라 얘 친구와는 연락을 끊어버렸습니다. 근데 제가 매일 연락을 했기 때문에 얘 친구는 제가 자기를 좋아하는 거라고 오해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게 좀 마음에 걸립니다.”

 

B군을 데려다 버스 교통카드 대는 곳에 갖다 대면,

 

“삑- 환승입니다.”

 

하는 소리가 날 것 같다. 겉으로만 보자면 B군은, 그냥 연락 잘 받아주는 여자가 있으면 상대가 누구든 일단 갈아타서 연애로 이어보려는 사람처럼 보인다. B군이 어장관리네, 오해네, 하며 늘어 놓는 변명들도 별로 설득력이 없다. B군은 현재 자신이 벌인 일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남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여초학과에서 여학우들이 대답을 잘 해주고 친근하게 구는 건, 말 그대로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기와 밥을 먹는 게 이상한 것 아니기에 같이 먹는 거고, 과제를 핑계로 연락을 해도

 

“너 왜 나한테 연락해? 난 너한테 관심 없으니까 연락하지 마.”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다. 이걸 모른 채 그저 밥 한 번 먹은 걸 가지고 ‘사귈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며 급하게 들이대면, 십중팔구 미안하다는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B군이 ‘썸녀’로 여기고 있는 현재 여학우와의 관계를 보자. B군은 그녀와의 카톡대화가 거의 끊이지 않는다며 희망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B군이 물어보고 그녀가 대답하는 인터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B군이 자꾸 뭘 사주려고 하니 그러지 말고 더치페이 하자고 했다. 조만간 과팅에 나갈 거라는 얘기도 했고 말이다.

 

“과팅 나간다는 게 신경 쓰이긴 하지만, 아직 절 좋아하는 단계는 아닐 테니 당연한 거겠죠.”

 

낙천적인 성격이라 그러는 건지, 아니면 현 상황을 이해 못 해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그녀가 과팅 나간다는 건 다른 남자를 만나겠다는 의미다. B군에게 ‘A양 좋아했었냐’고 물은 건, 그녀가 B군에게 마음이 있는데 A양에게 구애한 전력이 있다는 걸 알고 주춤한 게 아니라, 그냥 A양이 본인 동기이기도 하니 소문에 대해 B군에게 직접 확인도 할 겸 친구끼리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질문을 한 것이고 말이다.

 

B군은 현 상황에서 상대에게 계속 호의를 베풀어가며 ‘고백할 타이밍’을 노리겠다는 것 같은데, 난 그것보다는 B군이 이성과의 대인관계를 대하는 것에 있어 보이는 심각한 문제를 고치길 권하고 싶다. 지금 막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을 때 매일 전화하지만, 상대보다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이거나 마음이 가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무 자르듯 그 관계를 자르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안 된다.

 

또, 두 달이 안 되어 구애의 대상을 바꾼 뒤 이전 대상에 대한 험담만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은 태도다. 지금과 같은 진행이라면, B군이 학기 초 A양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들이댔던 것과 같이, 이번 여학우에게 남자친구가 생겨도 계속 ‘내 차례’를 기다리다 나중에 불평만 하게 될 수 있다.

 

더불어 B군이 이성을 대하는 태도는 일단 ‘매일 연락하고 밥 사거나 영화 보여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렇게 상대가 바라거나 요청한 적도 없는 걸 혼자 다 베풀어 놓고는 나중에 ‘쟤는 받기만 했으니 어장관리’라는 판정을 해선 곤란하다. 다짜고짜‘을’을 자처하며 베풀어 접대한 뒤 고백할 생각보다는, 동등한 입장이 되어 교류하다 가까워지는 걸 목표로 두길 권한다. 당장 연애 안 한다고 학교에서 제적당하는 것 아니니, 금방 그 관계에 빠져 전력질주 하지 말고 B군 생활의 축을 좀 마련하길 권한다.

 

지금은 아직 1학기도 끝나지 않았으니 위기감을 못 느끼겠지만, 계속 그러면 2학기부터는 여학우들이 B군을 점점 피하게 될 것이고, 그럼 B군은 다른 과 여학우들에게로 눈을 돌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다 해도 그 바닥이 좁은 까닭에 소문은 계속 번질 것이고 말이다. 그 뒤엔 2학년이 되어 신입생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될 텐데, 그때도 이미 신입생들을 위한 선배들의 철저한 조언과 정신교육으로 B군의 연애는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런 끔찍한 상황을 겪고 싶은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어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길 바란다.

 

현재 B군이 그 여학우를 대하는 태도로 봐서는, 두 달 후 십중팔구

 

“돌이켜보니, 제가 정말 그녀가 좋아서 그랬던 것 같지는 않네요. 그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냥 눈에 띄어서 좋아한다고 했던 것 같아요. 인간성이 어떤지도 모르면서요. 그녀를 좋아한다고 했던 건 제 실수였고, 이번엔 진짜로 인간성에 반한 여학우가 있습니다. 다른 과 같은 학번인데….”

 

하는 이야기를 하게 될 수 있다. 나는 ‘노스트라 다무한’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내 예언의 적중률이 높으니, 저 불길한 예언은 꼭 좀 피해갔으면 한다.

 

 

금요일이라 사연을 세 편 다루려고 했는데, 갑자기 약속이 생겨 두 편만 다뤄야 할 것 같다. 꽃박람회 이전부터 ‘파주 주민이 알려주는 꽃박람회 팁’을 작성 중이었는데, 결국 꽃박람회가 끝날 때까지 그 글도 발행을 못할 것 같다. 나갔다 들어와서는 또 부지런히 글을 써야겠다. 다들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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