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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썸, 제 착각이었을까요? 외 1편

by 무한 2016. 5. 28.

여행지에선 대부분 다 친절하다. 집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던 사람도 게스트 하우스 바비큐 파티 끝나면 자기가 설거지 하겠다고 하고, 남에게 별 관심 없는 사람도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과 일정이 겹치면 함께 움직이기도 한다. 밤에 무서운데 마트 좀 같이 가달라고 하면 당연히 같이 가줄 확률이 높으며, 일행 중 누군가가 춥다고 하면 상대에게 마음이 있든 없든 외투를 벗어주기도 한다.

 

바닷가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 나누고, 또 밖에 비 내리면 방 안에 모여 같이 ‘게스트하우스 수다방’을 개설하기도 한다. 따로따로 가느니 같이 움직이자는 제안을 하기도 하고, 몇 명이 좀 더 싸게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같이 이용하자고 말하기도 한다. 차 두 대로 움직일 필요 없으니 이쪽 차는 반납하고 자기 차로 움직이자는 얘기를 할 수도 있고 말이다.

 

저런 일들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깨려는 게 아니라, 저것만 가지고 “그린라이트 확실하지 않나요?”라고 묻는 걸 좀 막고 싶어서 하는 얘기다. 그 중 절반정도는 여행지에서의 특수성으로 받아들여야지, 거기서 본 이성의 모습과 평소 일상에서 접하는 이성의 모습을 단순비교하면 곤란하다. 또,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의 썸이 위와 같은 형태로 시작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한 2~3일 가깝게 지내다 돌아왔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의 대시가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냥 ‘여행지에서 알게 된 사람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게 전부일 수 있다.

 

 

1.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썸, 제 착각이었을까요?

 

수지씨는 내게

 

“제가 착각한 걸까요? 여행할 때는 그린라이트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요?”

 

라고 물었는데, 솔직하게 대답하자면 난 이게 그린라이트와는 여부와는 관련이 없는 사연이라고 생각한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 여행지에서 만난 붙임성 좋은 여자와 장난기 많은 남자의 이야기.

 

라고 할 수 있겠다. 뭐, 썸이나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그걸로 다 된 거며 앞으로 연애할 일만 남았다고는 난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의 연락과 평소의 연락이 같을 수 없다는 걸 먼저 좀 얘기해주고 싶다. 여행지에서야 몇 시에 출발할 거냐, 밥 먹었냐, 이따가 맥주 마실 거냐, 우리 방으로 올 거냐, 내일 거기 갈 거냐, 내일 몇 시 비행기라고 했냐 등의 대화를 하는 까닭에 계속 연락을 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는, 당연히 여행지에서 연락했던 빈도로 연락할 일이 적은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수지씨는

 

“먼저 선톡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제 톡에 답장을 매우 늦게 하는 등 성의를 보이지 않는 건, 여행 후 제가 먼저 선톡을 했기 때문인가요?”

 

라며 좀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지씨가 선톡을 해서가 아니라, 원래 그런 거다. 쉬는 날 24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과 달리, 출근해야 하는 날에는 시간 사용이 제한적이지 않은가. 여행지에서의 기분을 일상으로 그대로 옮겨와 상대에게 오늘 뭐 하냐, 치맥 먹자, 수다 떨자, 하다간 부담을 줄 수 있다. 여행지에서 상대가 챙겨줬던 것만을 생각하며, 일상에서도 챙겨주길 바라는 건 너무 큰 기대일 수 있고 말이다.

 

여행지에서 ‘좋은 감정’을 느낀 상대와는, 대부분 일상으로 복귀한 뒤 ‘다시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는 걸 기억하길 권한다. 여행지에선 둘 다 ‘여행자’였지만, 일상에서는 좀 다르다. 때문에 새로운 면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 와중에 호감이 증폭되거나 또는 실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과정 없이 그저 ‘여행자인 관계의 연장’이라 생각하며 여행지에서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상대에게 수지씨는 ‘챙겨야 할 이유도 없는데 챙겨주길 바라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제가 치맥 먹자고 하니까 평일이라 힘들다면서 주말에 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당분간 연락 안 하려고요.”

 

주말에 보자는 상대의 대답은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말인데, 수지씨는 너무 큰 기대를 한 나머지 실망부터 하며 ‘안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전혀 그럴 필요 없는 일이니, 좀 흥분을 가라앉힌 뒤 천천히 가까워지는 걸 목표로 잡길 권한다. 아직 둘이 영화 한 편 본 적도 없고 서로의 가족관계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짜고짜 “그린라이트라는 건 제 착각인가요?”라는 질문을 하는 건 김칫국 리필 하겠다는 얘기에 가까우니 말이다.

 

 

2. 두 달 알아가다 두 달 연애했고, 헤어진 지 두 달 째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종종

 

“저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사랑한다는 말을 할 거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난 그들에게

 

“어떤 신념을 가지시든 자유입니다만, 그럼 상대 역시 똑같이 행동해도 괜찮으신 거죠?”

 

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반대의 경우일 때도 괜찮다면 그건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상대는 계속 사랑한다는 말과 애정표현, 그리고 신뢰를 주는 행동들을 거듭해야 하고, 그런 게 꾸준히 증명되었을 때에야 자신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다고 말하는 건, 이기적인 일일 뿐이다.

 

생각해 보자. 자신과 자주 어울리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난 내가 진짜 그 친구를 위해 보증도 서줄 수 있고 목숨까지 걸 수 있을 때에만 ‘베프’라고 부를 거야. 너한텐 아직 ‘베프’라고 부를 수 없어.”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정이 좀 떨어지며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이쪽이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서 그 친구에게 잘해줬던 일들을, 계속 지속할 필요도 못 느끼는 것이고 말이다.

 

“남친이랑 헤어지곤 일주일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매일 남친이 꿈에 나올 정도로 너무 힘들었어요. 헤어지고 힘들어본 게 처음이라서, 진짜 이러다 죽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J양의 말에 내가 좀 공감하기 어려운 건, 연애할 때 J양이 상대에게 하던 행동을 보면 그렇게까지 마음이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이별통보도 J양이 한 상황에서 갑자기 J양은 ‘비련의 여주인공’모드로 접어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난 솔직히 J양이, 연애 중 계속해서 ‘헤어지고 싶어 하는 여자’처럼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J양이 내 지인이라면, 난

 

“우리끼리니까 진짜 솔직히 말해봐. 걔랑 길게 못 갈 거라 생각하며 어차피 끝날 거라 생각하면서 만났잖아. 맞지? 그래서 상처 받지 않기 위해 확 빠지진 않고, 마음에 보호필름 붙인 채 상대를 떠보기도 하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잖아.”

 

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사실 너도 뭔가 아니다 싶었으니 그렇게 행동했던 거고, 상대 역시 이쪽의 그런 모습을 보며 점점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잖아. 보통, 이렇다 할 애정이 없는데 연인이라는 간판부터 걸면 이런 패턴으로 진행되기 마련이거든. 서로 깜보가 될 수도 없는데 성급히 ‘베프’부터 하기로 한 것과 같아. 그래서 네 패부터 보여라, 아니다 네 패부터 보여라 하면서 심리전만 하기 마련이지. 만나서 포옹을 하든 무릎에 앉든, 몸은 그렇게 밀착시키면서도 둘 다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거야.”

 

라는 이야기도 해줬을 것 같다.

 

“남친은 저를 어떻게 생각했던 걸까요? 그리고 무한님이 봤을 때 남친이 다시 연락을 해 올 것으로 보이는지도 알고 싶어요.”

 

난 J양에게, ‘장거리라 만나기도 힘들었고 애정도 느끼기 어려웠던 연애’에 대한 늦은 후회를 하기보다는, 의식적인 노력이나 제어 없이도 그냥 만나면 너무나 좋은 그런 연애를 시작하길 권하고 싶다. 이별 후 미련을 갖는 것에도 함정이 있어 계속 의미부여를 하다보면 나중엔 사실과 관련 없는 것들에까지 짓눌릴 수 있는데, J양이 현재 그 길 초입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 사람이란 느낌도 안 들고 내게 무슨 일 생겨도 오지 않을 것 같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증폭시키지 말고, 애정이 뿌리 내리지 못한 그 관계에 대해선 그만 마음 비우길 권한다.

 

 

미세먼지 예보도 ‘보통’으로 나오는, 좋은 토요일이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경유차와 고등어구이라고 하던데, 오늘은 경유차도 많이 안 돌아다니고 사람들이 고등어도 굽지 않는가보다.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게, 중국의 영향이 아니라 경유차라고 해서 좀 의아했던 적이 있다. 경유차로 인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 가격을 올린다고 하던데, 그러면 경유차가 많지 않은 섬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건 왜인지 궁금했었다.

 

아! 고등어 때문이었던 것이다! 어촌인 섬 지역의 사람들이 고등어를 하도 구워 먹어서, 경유차로 인한 미세먼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것이다. 국민 건강을 생각해 담뱃값 올리고, 인터넷 서점들이 할인을 많이 해 오프라인 서점이 죽는다며 도서정가제 하고, 누구는 폰 비싸게 사고 누구는 싸게 사서 불공평하다며 단통법 하고, 경유차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니 경유 가격 올린다고 하고, 다음 주부터는 소매점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할인 제한하고…. 많이 배우고 잘 아시는 분들이 다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정하시는 걸 텐데, 힘들다. 혹시, 설마, 많이 배우고 잘 아시는 분들이라 이러시는 건가.

 

여하튼, 오늘은 경유차도 많이 안 돌아 다니고 사람들이 고등어도 굽지 않기로 한 것 같으니, 저녁엔 오래 방치되어 반쯤 폐허로 변한 동네 공원 산책이나 해야겠다. 다들, 편안한 토요일 저녁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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