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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별볼일있는남자

별똥별 사진찍기, 실패하지 않는 유성우 촬영 방법.

by 무한 2016. 8. 11.

어제 [페르세우스 유성우 관측장소 관측시간 꿀팁]이라는 글을 올리고 난 후, 이왕 유성우를 보러 간 김에 사진으로도 남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문의가 많았다.

 

“정보 감사해요. 남친이랑 갈 건데, 똑딱이(콤팩트 카메라) 가지고 가서 사진도 찍어 올 게요!”

 

라고 하신 분도 있는데, 안타깝지만 똑딱이로 유성우 사진 찍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요즘은 수동조작이 가능한 똑딱이도 나오고 스마트폰 어플이 있어서 어찌어찌 하다보면 별 사진 촬영까지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별똥별을 잡아내기는 아무래도 힘들 것이다. 나도 똑딱이를 가지고 나가 별똥별을 찍어보려고 무던히도 애쓰던 적이 있는데, 설정을 수동으로 할 수 없는 건 둘째 치더라도 초점을 잡을 수 없어 식은땀을 흘리던 기억이 난다.

 

미러리스나 DSLR을 사용해야 생각한 것만큼의 유성우 촬영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그 카메라를 사용한다 해도 처음 유성우를 찍어보는 거라면 충격과 공포에 빠지며 헤매게 될 텐데,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놓여 당황하게 될 그대를 위해 이 매뉴얼을 준비했다. 필드에 나가기 전 해야 할 것들과 나가서 해야 할 것들, 순서대로 살펴보자.

 

 

1. 본인 카메라의 ‘무한대’초점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

 

요즘은 라이브뷰 기능과 줌 기능이 있어서 별에 초점을 맞추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처음 별사진을 찍을 때는 그런 기능이 없었기에 초점을 잡는 게 가장 어려웠다. 별을 찍으려면 초점을 수동으로 조절해 무한대에 맞춰야 하는데, 그 무한대가 어딘지 필드에서는 알 방법이 거의 없다.

 

장비 다 챙겨 나왔는데 초점을 잡을 수 없어 사진을 못 찍는 것만큼 허무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략 ‘감으로’라도 사진을 찍어보게 되는데, 그럴 경우 아래와 같은 사진이 되고 만다.

 

 

사진이 작아 뭐가 문제인지 모르실 수 있으니 부분 확대를 해보자.

 

 

초점이 맞지 않아, 별이 흐릿한 빛망울처럼 나오고 말았다. 이래버리면 멀리까지 가서 사진을 찍어 온 보람도 없이 모든 게 숲으로(응?) 돌아가 버리고 만다.(‘수포로 돌아간다’의 맞춤법 드립인데, 내가 진지하게 얘기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걸 비유적 표현으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지 종종 있다.)

 

비싼 렌즈를 사용한다면야 렌즈에 거리계 창이 있으니 쉽게 무한대 초점을 맞출 수 있겠지만, 번들렌즈나 써드파티의 표준줌을 사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번들렌즈엔 무한대 표시가 아예 없고, 써드파티 표준줌에는 무한대 표시가 있긴 하지만 그게 정확하게 무한대를 나타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낮에 미리 AF(자동초점)로 무한대 초점을 잡아 본 후 렌즈에 펜으로 표시를 해두었다. 그러면 필드에 가서는 MF(수동초점)로 바꾼 채 표시해 둔 선만 맞추면 된다. 표준줌의 경우, 실제 무한대 영역이 렌즈 자체의 무한대표시에서 얼마나 빗나가는지를 파악한 후 필드에서도 똑같이 적용하면 된다.

 

낮에 무한대 초점을 알아보는 방법은, 구름을 대상으로 AF를 잡거나, 대략 250m 이상 떨어져 있는 먼 건물에 초점을 맞춰보는 것 등이 있다. 낮에 이런 걸 못한 채 밤에 필드에서 발을 동동 굴리다 이 글을 읽는 거라면, 역시 멀리 떨어져 있는 교회 십자가나 가로등에 AF로 초점을 맞춘 후 렌즈 버튼만 돌려 MF로 놓고 찍기를 권한다. 아예 MF로 놓고 먼 건물에 초점을 맞춘 채 구도만 바꿔 촬영해도 괜찮다.

 

 

2. 핫팩(열선)이 없으면 촬영은 반드시 실패한다.

 

입추가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말복이 남아 있는 여름인데, 이런 와중에 무슨 핫팩 얘기냐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핫팩(또는 열선)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대의 첫 사진은

 

 

저렇게 찍히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찍힌 사진을 보게 될 것이다. 습기가 만들어낸 렌즈 앞의 김서림이, 그대의 사진을 모두 망치게 된다는 얘기다.

 

사진을 좀 찍어 봤다는 사람들도, 밤에 찾아오는 이 복병까지는 잘 예상하지 못한다. 낮에 사진을 찍을 땐 렌즈에 김이 서리는 일을 만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핫팩을 렌즈 위에 올려두거나, USB 보온슬리퍼에 있는 발열체 부분만 빼 렌즈에 고무줄로 감아두면 김서림을 막을 수 있다.

 

 

3.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가야 구도를 잡기 좋다.

 

어두운 별까지도 전부 사진에 담기 위해 빛이 거의 없는 곳을 찾을 거라면, 해가 지기 전에 가서 미리 구도를 잡아보는 게 좋다. 해가 다 지고 가서 지상의 실루엣을 대략 보고 담을 경우, 나중에 집에 돌아와 찍힌 사진을 보곤

 

‘헐. 이거 언덕인 줄 알고 사진에 건 건데, 쓰레기장이었잖아?’

 

하는 충격을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렵게 찾아간 곳에서 쓰레기를 배경으로 별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되면, 깊은 한숨이 나올 수 있다.

 

필드에선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구도 잡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라이브뷰로도 뭐가 뭔지 잘 분간하기 힘들다.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다면, 지금 방 안의 불을 끈 채 바깥에서 새어 들어오는 불빛에만 의지해 방 안 사물을 찍어보길 바란다. 초점잡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며, 감으로 구도를 잡은 뒤 플래시를 터트려 찍더라도 괴상한 구도의 사진이 나올 확률이 높다.

 

 

위의 사진은 나도 포크레인을 한 번 걸고 찍어보고 싶어 촬영한 사진인데, 내가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필드에선 뭐가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아 과감한 구도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냥 프레임 안에 포크레인이 들어온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으며, 집에 돌아와 의미도 감동도 없는 저 사진을 보며 씁쓸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도 그럴 것이, 저건 편집을 했기에 저렇게 보이는 거지, 실제로 필드에선

 

 

이렇게밖에 보이질 않는다. 난, 필드엔 해가 다 지고 난 뒤에야 도착해 딱 도착한 곳 부근에서만 찍은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많은 후회가 남는다. 이 후회로 도달하는 루트를 그대로 밟지 마시고, 어두워지기 전에 가서 미리 구도를 잡으시길 권한다.

 

 

4. 삼각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건 뭐 말하면 입 아플 얘기라 여기다 적기도 좀 그렇긴 한데, 별 사진을 찍으려면 기본으로 5초 이상의 노출을 줘야 하는 까닭에 무조건 삼각대가 필요하다. 어딘가에 올려두고 찍어도 되긴 하지만, 어디 갔다가 우연히 유성우를 만나 찍는 것도 아니고 작정하고 찍으러 가는 건데, 사은품으로 받은 싸구려 삼각대라도 좋으니 꼭 챙기시길 권한다.

 

크고 무겁고 들고 다니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튼튼한 삼각대를 찾는 건, 작은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다. 난 ‘국민 삼각대’로 불렸던 제품을 사용 중인데, 나쁘진 않지만 이 제품도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가 살짝 흔들린다. 그 작은 흔들림이 사진 속 별을 휘청거리게 할 수 있기에 2초 타이머를 걸거나 리모컨을 사용하는 중이다.

 

그리고 참고로, 스마트폰 용 삼각대나, 미니 삼각대는 지양하길 권하고 싶다. 나도 카메라 두 대에 삼각대 두 대 가지고 다니는 게 불편해 미니 삼각대를 사용한 적 있는데, 세팅 해 두곤 한참 이따 다시 봤을 때,

 

‘뭐야! 난 분명 아까 북쪽 향해서 설치해놨는데 얜 왜 서쪽을 보고 있지???’

 

하며 놀란 적이 있다. 카메라 무게 때문에 고정해 둔 나사가, 풀린 것이다. 대략 3만원 정도면 기본에 충실한 볼헤드 삼각대를 구입할 수 있으니, 그 정도 제품을 사용하길 권한다. 가벼우면 좋긴 하지만 바람에 흔들릴 수 있는 단점이 있고, 무겁게 고정되면 좋긴 하지만 들고 나가기 겁난다는 단점이 있으니, 이 점을 고려해 선택하셨으면 한다.

 

 

5. 카메라 세팅은?

 

[화질 – RAW]

JPEG보다는 RAW로 찍도록 하자. 그게 후보정에서의 관용도가 높으며, 당장은 후보정을 잘 못하더라도 훗날 알아서 보정해주는 프로그램이 나온다든가 거듭된 작업으로 후보정 실력이 높아지면, 다양하게 다시 편집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말이다.

 

[화이트 밸런스]

화이트 밸런스는 ‘AUTO’만 아니면 된다. 오토로 두더라도 나중에 바꿀 수 있긴 하지만, 애초에 한 값으로 정해 찍어두는 게 후보정에서도 편하다. 내 경우 2800K에서 2950K사이의 값을 사용한다. DSLR 보급기의 경우 캘빈 값으로 화밸 조정이 안되는데, 그럴 경우 ‘나트륨 가스등’으로 맞춰 두고 찍으면 나쁘지 않은 색상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조리개]

개인적으론, ‘밝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 토키나 11-16으로 찍든 탐론 17-50으로 찍든 F2.8로 고정해두고 촬영한다. 번들렌즈는 최대 개방이 F3.5이니, 거기에 두고 찍으면 된다. 이건 화면에 뭘 담을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긴 한데, 밤하늘을 찍으며 보통 F4이상 조인 사진을 본 적 없다.

 

[셔터스피드]

셔터스피드는, 사용하는 렌즈와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다. 11-16을 사용한다면 30초까지 걸어도 무방하지만, 그것보다 화각이 좁은 렌즈를 사용한다면 20초 정도가 적당하다. 별의 일주운동으로 인해 사진 속 별이 흘러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변이 밝은데, 일부러 조리개를 F4 이상으로 올려가며 셔터스피드를 20초로 맞출 필요는 없다. 내 경우, F2.8로 설정했는데 너무 밝다면, 우선 ISO를 좀 낮춘 뒤 셔터스피드는 15초나 10초 정도로 설정하곤 한다.

 

[ISO, 감도]

관측지가 충분히 어둡다면, 11-16렌즈로 촬영 시 조리개 F2.8, 셔터스피드 30초로 설정했을 때 ISO 3200으로 두어야 노출이 알맞은 경우도 있다. 내 경우 위 설정에서 ISO 1600으로 찍어보고, 찍힌 사진을 본 뒤 ISO 값을 조정하곤 한다. 셔터스피드가 30초일 경우 별이 흐를 수 있기에, 25초로 설정하곤 ISO를 3200에 두는 편이다. 도시에서는 ISO 800에 놔야 노출이 맞는 경우도 있으니, 자신이 가는 관측지에 따라 조정하면 될 것이다. 되도록 감도는 ISO 800 이상으로 찍길 권한다.

 

 

이렇게만 적어두면 감이 잘 안 올 수 있으니, 내가 다녀온 몇몇 관측지와 그곳에서의 노출 값을 적어둘까 한다.

 

[관측지 별 노출값 정보]

임진각 평화누리 : 17-50렌즈, F2.8, 30s, ISO 1600.

고양시 공양왕릉 : 11-16렌즈, F2.8, 10s, ISO 1600.

파주 운정신도시 공터 : 18-55렌즈, F3.5, 10s, ISO 1600.

동두천 예래원 : 11-16렌즈, F2.8, 20s, ISO 1600.

철원 백마고지 전적지 : 18-55렌즈, F4.0, 20s, ISO 3200.

횡성 천문인마을 : 11-16렌즈, F2.8, 20s, ISO 3200.

양평 벗고개 : 11-16렌즈, F2.8, 30s, ISO 3200.

 

 

이 정도만 체크해도, 필드에 가서 ISO 100으로 놓고는 노출 값이 안 나온다고 화를 낸다든지, 렌즈 효면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허탈하게 봐야한다든지, 초점을 못 맞춰 별을 보케로 만든다든지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아, 다시 보니 별똥별을 찍기 위해서는 ‘인터벌 촬영’을 해야 한다는 걸 이야기 하지 않은 것 같다. 별똥별이라는 게,

 

“자, 31번 별똥별 출발하시고요, 다음 32번 별똥별 준비하세요.”

 

하면서 친절하게 순차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시간 당 100개가 떨어진다고 해도, 그게 몰아서 떨어질지 아니면 띄엄띄엄 떨어질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때문에 연속해서 계속 셔터가 눌리도록 설정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바디에 있는 ‘인터벌 촬영’ 기능을 사용하거나, ‘인터벌 리모컨’을 사용해 외부에 입력한 후 사진이 찍히도록 해야 한다.

 

카메라 제조사별로 설정이 다르기도 하고, 또 리모컨 마다 설정 방법이 다르니, 이건 각자의 카메라에 관련된 ‘인터벌 촬영 방법’을 찾아보시길 권한다. 유튜브에서 검색해보시면, 동영상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둔 영상들이 많으니 금방 배우실 수 있을 것이다.

 

인터벌 촬영 시 주의할 점은, 컷과 컷 사이에 버퍼 시간이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하며, 실제 셔터스피드가 우리가 생각하는 정확한 시간에 대해 1초 내외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셔터 스피드를 20초로 설정해두곤 인터벌을 20초에 한 장씩 찍히게 설정할 경우, 속된말로 셔터가 ‘씹히는’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내 경우,

 

셔터스피드 15초 -> 인터벌 16초

셔터스피드 20초 -> 인터벌 22초

셔터스피드 30초 -> 인터벌 32초

 

위와 같은 식의 ‘대기시간’을 1~2초 정도 두고 촬영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만약 셔터가 ‘씹히게’ 촬영을 할 경우, 30초에 한 장씩 찍히도록 설정했지만 한 컷 촬영이 끝나기 전에 다른 컷을 찍으라는 신호가 가서 1분에 한 장 밖에 찍히지 않을 수 있다. 이러면 1시간 촬영으로 해도 30분 분량의 사진 밖에 얻을 수 없으니, 꼭 ‘버퍼시간’을 잘 고려해 설정하길 권한다.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나도 별사진에 관심을 두기 전에는 ‘인터벌’이 무슨 육상선수들 훈련할 때나 쓰이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별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이후로는 정보 하나하나에 목말라 있었으며, 멀리까지 가서 밤새 촬영한 후 망친 결과물을 가지고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시작하시는 분들이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시도록 내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열심히 설명해 두려 한 것이니,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사람과 함께 별똥별이나 은하수가 나오게 촬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한 분들도 계실 텐데, 그건 예제 사진을 좀 찍어 온 이후 다시 또 자세히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가지고 계신 카메라 모델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나중에 이런 매뉴얼을 작성할 때 참고하도록 하겠다. 유성우는 극대기인 8월 12일 밤 10시에서 12시 사이 이외에도, 오늘 저녁과 모레 저녁에도 떨어지니, 미리 한 번 촬영 연습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 그럼, 유성우 관측과 촬영 즐겁게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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