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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남친의 외모지적으로 끝난 장거리 연애, 전 이제 어쩌죠?

by 무한 2016. 8. 22.

마지막에 등장한 말이 ‘외모지적’이긴 했지만, 둘의 관계는 예전부터 곪아오다 터진 거라고 보는 게 맞다. 처음부터 끝까지 외모 하나가 문제여서 결국 헤어진 게 아니라, 다른 하나가 밉다 보니 이것도 밉고, 이게 밉다 보니 또 저것까지 미워져 벌어지고 만 일이다.

 

보미씨는 내게

 

“절 무한님 여동생이라 생각하시고 얘기해주세요.”

 

라고 했는데, 보미씨가 내 여동생이었다면 누군가에게 외모지적까지 받아가며 매달릴 상황이 찾아오기 전에 이미 내가 그 시궁창에서 구해냈을 것이다. 난 지금 보미씨에게도 상대에 대한 오만 정이 다 떨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은데, 그것만 잔뜩 살펴보고 나면 ‘보미씨가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채 그냥 넘어갈 수 있다는 문제가 남는다. 그러면 다음 사람을 만나더라도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질 수 있으니, 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분량을 조절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남친의 싹수

 

남친의 싹수가 어땠는지에 대해선, 그가 한 적 있는

 

“그건 네가 알 필요가 없는 문제다. 그것까지 말하고 싶진 않다.”

 

라는 말로 잘 알 수 있다. 그는 ‘공과 사’가 철저히 구분된 연애를 하고 싶어 하며, 여자친구라는 존재는 그저

 

- 내가 호의를 베풀고 배려를 하면, 그것에 감사하며 날 만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듯 보인다. 특히나 아직 결혼을 한 것도 아닌 연애하는 중이라면, 타 이성과 자신이 만나거나 술을 마셔도 그 과정 중 ‘배신’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보미씨에게

 

“내가 너랑 결혼한 사이도 아니고….”

 

라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는데, 저런 태도로 미루어 그가 연애를 ‘비즈니스’로 여겼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보통 저런 말까지 등장하는 연애는 찾아보기 힘들며, 저런 이야기를 듣고도 그저 속상해하며 연애를 지속하는 경우도 흔한 경우는 아니다.

 

또, 밤늦게 남친에게 연락을 하는 ‘여사친(여자사람친구)’문제로 보미씨가 기분 나빠했을 때, 그는 여사친과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걸 증명하겠다며 그녀를 꾸짖었다. 동등한 친구의 입장이 아니라, 마치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잘못 하나를 붙잡아 짓누르듯 말하는 것이었는데, 보미씨는 당시 그걸 보며 마음을 놓았을지 모르겠지만, 난 그걸 보며 그의 인간성을 의심했다.

 

난 친구를 그렇게 짓눌러가며 혼낼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상대에게도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 여사친정도면 그래도 되는 등급의 지인이라 대놓고 무시한 것에 가깝다. 보미씨와 그가 많은 갈등을 겪던 연애 후반부를 보길 바란다. 거기에, 그가 그때 여사친에게 했던 오만하고 권위적인 태도가 보미씨를 향해서도 고개를 드는 게 잘 나타나 있지 않은가?

 

다만 그는 자신에게 당장 필요한 사람, 자신에게 득이 되는 사람, 함께 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자랑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선을 다한다. 또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기에, 속으로는 가족들에 대해 짜증을 내면서도 겉으로는 의무적인 희생과 헌신을 하기도 한다.

 

난 보미씨가 이러한 부분들을 좀 파악했으면 했는데, 안타깝게도 보미씨는 ‘그가 잘해주던 시절’엔 그저 푹 빠져 그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이렇게까지는 생각을 안 하고 있던데, 그를 ‘연인’이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둔 채 곰곰이 살펴보길 바란다. 애정은 잠시 접어둔 채 그의 인간성이 어떤지를 보면, 보미씨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한 많은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2. 보미씨의 문제(1)

 

보미씨의 남친에겐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에, 보미씨는 연애 내내 호의와 배려를 받곤 있지만 사랑은 받고 있지 못한 느낌에 시달렸을 것이다. 분명 사랑한다 말하고 스킨십도 하지만 어떤 순간엔 전혀 상관없는 남남인 듯 구는 남친의 태도에 등골이 시렸을 것이고, 남친의 계산법은 이론적으론 틀리지 않았지만 거기엔 애정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텅 빈 호의나 배려를 받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보미씨가 벌인 가장 큰 문제는

 

- 그래도 상대가 좋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하려 한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보미씨가 말하는 ‘노력’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노력이라는 게, 상대가 이쪽을 아프게 하는데 그걸 다 참고 견디는 게 아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잘못된 건 잘못된 것 같다고 말해야지, 그냥 다 참고 이해하려 하다간 나중에 상대가 이쪽을 등신취급해도 그것까지 온몸으로 다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면 자존감이 바닥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며, 상대는 상대대로 그걸 ‘그래도 되는 관계’로 여겨 계속 발길질이나 해댈 것이고 말이다.

 

두 번째 문제는,

 

- 비교를 통해 상대에게 불만을 말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운하고 섭섭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 왜 얼마나 그런 건지를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다. 집 데이트만 하는 게 불만일 경우, 너무 집에만 있으니 어떤 기분이 든다며 밖에 나가 무엇을 하고 싶다고 표현을 해야지, 그걸 그저

 

“나도 남들처럼 야외 데이트도 하고, 카페도 가고 그러고 싶다.”

 

라며 울어버리는 것으로 표현하면 곤란하다. 보미씨는 친구의 연애와 본인의 연애를 비교한 뒤 남친에게 말하기도 하고, 또 친구 남친이 해주는 것들과 본인의 남친이 해주는 것들을 비교해 남친에게 말하기도 하던데, 그러한 ‘비교’는 상대로 하여금 보미씨에 대한 정이 떨어지게 만들며 보미씨와의 만남을 의무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된다는 걸 기억해 두길 바란다. 그냥 하고 싶은 걸 말하면 된다. 그걸 굳이 “누구는 뭐 하던데 우리는 왜 안 하냐.”라고 말하진 말았으면 한다.

 

세 번째 문제는,

 

- 불만을 표현해 놓고는, 상대가 그 부분을 고치면 진심인지를 확인하는 것.

 

이다. 위에서 이야기 한 ‘집 데이트’에 대한 불만을 보미씨가 표현하고, 그걸 남친이 받아들여 야외 데이트를 하게 되면, 보미씨는

 

“(야외 데이트)피곤하지 않아?”

“그냥 집에서 같이 있고 싶지?”

“나오기 싫은데 내가 전에 그 말 해서 나온 거지?”

 

라며 확인을 한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보미씨는 세 마리 토끼를 놓치는 거다.

 

- 비교하며 불만을 표현해서 남친을 기분 나쁘게 만듦.

- 남들의 연애를 기준으로 삼기에, 데이트를 의무적으로 느끼게 함.

- 노력한답시고 나왔더니, 이젠 ‘싫은데 일부러 그런 거지?’라며 짜증나게 함.

 

상대가 부정하는 것으로 확인해줘야만 이쪽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질문만 해대니, 상대 입장에선 그게

 

- 안 나가면 안 나간다고 난리, 나가면 나오기 싫은데 나온 거냐며 난리.

 

로 여겨지고 마는 것이다. 보미씨는 남친이 영혼 없이 의무적으로 노력하는 느낌이 들어 확인받으려 했던 것이라 말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럴 경우 그냥 의무적이든 뭐든 일단 그 만남을 즐기고, 그 다음 “오늘 같이 보내줘서 고마웠다. 정말 좋았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히 해결될 일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3. 보미씨의 문제(2)

 

이건 ‘남친의 싹수’와는 별개로 100% 보미씨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기에 이렇게 따로 적게 되었다. 위에서 말한 보미씨의 문제가 남친의 잘못 때문에 나타난 문제라면, 이건 보미씨가 남친과 정반대인 남자를 만나도 벌일 수 있는 문제다.

 

보미씨는, 남들의 배려는 많이 받아봤지만 자신이 남을 배려해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위에서 난 보미씨의 잘못된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보미씨는 배려와 관련된 노력도 좀 이상하게 한다. 보미씨는 스스로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 제 의견을 세게 내세우지 않고 따르는 편입니다.”

 

라고 했는데, 그런 맹목적인 배려는 의미가 없으며, 타인으로 하여금 보미씨가 진심을 내보이지 않으며 영혼 없는 처세만 한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 수 있다. 보미씨가 남친에게 했다가 크게 싸웠던 말을 보자.

 

“응 그거 먹어. 그런데 난 안 먹을 거야.”

 

이건 상대를 배려해주는 것이라기 보단, 오히려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보미씨는 저렇게 얘기한 걸 두고

 

“저는 먹을 생각이 없는데 남친은 먹고 싶다니까 먹으라는 의도로 그런 거거든요.”

 

라고 했는데, 핑계를 대려고 그런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저렇게 말한 거라면, 보미씨의 의사소통 방법에는 큰 문제가 있는 거다. 난 보미씨의 남친이 이 관계를 ‘비즈니스’로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공적인 부분’에서는 흠이 잡힐 일 없도록 꽤나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다 결국 그런 노력마저 거두게 된 건, 저런 일들을 경험하며 정이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다른 문제는, 보미씨가 상대에게 말은 적게 하면서 기대는 크게 건다는 점이다. 보미씨가

 

“오늘 진짜 힘들다. 비타민이 필요해.”

 

라는 한 문장을 적어 보냈을 때, 그 문장을 두고 보미씨에게 언제 무슨 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보미씨의 남친은 저 카톡을 받고는 비타민 사진과 함께 비타민 먹으라는 답장을 보냈는데, 남자 입장에서 보자면 그가 잘못한 것은 전혀 없다. 그러고 나서 그는 보미씨에게 전화까지 하지 않았는가. 무슨 일 때문인지 물으려고 말이다. 그 전화를 못 받은 건 100% 보미씨의 잘못이며, 저런 말만 틱 던져 놓고는 아무 설명 없이 남친이 다 알아서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 역시 보미씨의 잘못이다.

 

그러고 난 뒤 보미씨는 기분이 나아지질 않아 남친을 찾아가려 했는데, 남친은 선약이 있어 사람들과 만나고 있었다. 보미씨는 자신의 기분이 지금 이런 상태인데 다른 사람들과 만나 놀고 있는 남친이 좀 원망스럽기도 했고, 또 찾아가려 했는데 남친이 전화를 받지 않아 갈 수 없으니 화가 나기도 했다. 그래서 계속 전화를 했는데, 남친은 새벽에야 전화를 받았다. 그러고는

 

“너 우울하다고 네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통화하지 못하면 이렇게 밀어 붙이는 거야?”

 

라는 얘기를 했다. 역시나 난 저걸 남친의 ‘비즈니스적 태도’와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 하긴 하는데, 그가 저런 말을 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보미씨는 이걸 계속 ‘연락을 했는데 남친이 연락을 안 받아서 생긴 문제’라고만 말하던데, 사실 그것보다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남친이 보미씨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은가.

 

입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가 없는 것도 아니며, 혀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은 제대로 하지도 않아 놓고, 나중에 어떻게든 논점을 돌려서 우겨가며 짜증내지 말자. 이러면 결국 둘은 계속 신경전 하며 감정싸움 하는 것으로 흐르게 될 뿐이다.

 

 

난 진짜 글을 짧게 적는 것에는 소질이 없는 사람인가? 아직도 할 말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단편소설 절반의 분량을 작성했기에 얼른 줄여야겠다. 딱 한 가지만 더 적어두도록 하자.

 

멀리 떨어져있어 쉽게 못 보기에 늘 허덕였다고 말하는 장거리 커플들 중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작 만나면 싸움이나 하는 커플들이 굉장히 많다. 이 사연의 주인공인 보미씨만 하더라도, 남친 만나러 멀리까지 가선 눈치 주다 싸우고 돌아오거나, 큰 기대를 품고 갔다가 기대가 채워지지 않자 남친에게 불만을 표현하다 결국 울며 돌아오기도 했다.

 

쉽게 만날 수 없기에 더 소중하고 애틋할 수 있는 그 만남의 시간을, 끔찍하고 괴롭고 스트레스만 받게 되는 시간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꼭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장거리라는 건 둘 모두에게 똑같은 조건인 건데, 그걸 이쪽 인내에 대한 부분을 상대에게 보상만 받으려 한다거나, 스스로 감당해야 할 인생의 팍팍함과 씁쓸함과 어려움과 외로움까지를 장거리와 상대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될 것이다. 멀리 떨어진 채 버텨온 고단함을 서로 보듬고 위로하는 시간이 되어야지, ‘너 때문에 힘들다라고 말하거나, ‘왜 너까지 날 힘들게 하냐라곤 말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렇게 열심히 매뉴얼까지 발행하고 있는, 내 고단함은 누가 보듬고 위로해주지?

 

바로 여러분.

 

나는 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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