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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과거를 용납할 수 없다며 헤어지자는 남친 외 1편

by 무한 2016. 10. 26.

남친이 상견례까지 마쳐놓곤 ‘도저히 과거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로 헤어지자고 했다기에, 난 무슨 엄청난 과거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J양의 사연을 보니,

 

- 과거에 남친을 두 명 사귄 적 있다는 것.

 

이 그 ‘과거’의 전부였다. 남친 자신은 J양을 사귀기 전에 세 번 연애했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걸로 꼬투리를 잡아 이별을 말하는 사례가 꽤 있다.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여자의 경우 남자가 과거에 유흥업소에 출입했다거나 이상한 관광을 다녀왔다는 걸 알게 될 경우 고민에 빠진다. 남자의 경우는, 여자가 과거 남친과 스킨십 했다는 걸 알게 되거나 잠시 헤어져 있는 사이 소개팅 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모든 정을 다 떼어버리곤 한다.

 

자신의 연애는 완벽하고 순수하며, 순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할수록 이런 모습을 많이 보인다. 근데 이게 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게, 자신은 업소에도 드나들고 이전 여친과 동거도 했으면서, 현재의 여친에겐 ‘과거 남친과 스킨십을 했다는 것도 용납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1. 과거를 용납할 수 없다며 헤어지자는 남친.

 

물론 처음부터 저러는 건 아니다. 처음엔 상대의 이전 연애사를 모두 알아도, 김동률의 <아이처럼>에 나오는 가사처럼

 

“사랑한다 말하고 날 받아줄 때엔 더 이상 나는 바랄 게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해 놓고.”

 

라는 마음을 지닌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과거 연애사’를 트집 잡아 괴롭히거나 그 이야기들을 하며 밀어내는 것이다.

 

이런 태도를 전문용어로는 ‘배가 불렀다’, 또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라고 하는데(응?), 여하튼 8할 이상은 자신이 모든 연애권력을 쥐고 있으며

 

‘연애를 더 지속하기엔 내가 아깝다.’

 

라는 생각을 기반에 두고 있을 때 이런 태도를 보이게 된다.

 

사연의 주인공인 J양은

 

“연락을 잘 안 하는 건 물론이고, 이젠 만나는 것도 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납니다. 대화할 때에는 남친이 계속 과거에 대한 디테일한 질문을 하고, 저는 대답을 피하고요. 그러면 또 남친은 제 말을 무시하거나 단답 정도로만 응합니다. 남친이 제 과거를 용납할 수 없다며 헤어지자는 말도 이미 했고, 제가 연락하면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남친을 돌릴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라는 질문을 했는데, 난 J양이 저런 것까지를 남친의 ‘본모습’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남친이 지금만 특별히 일시적으로 아무렇게나 구는 게 아니라, 저런 모습까지가 남친인 거다. 상견례까지 한 마당에 남친이 저렇게 나오니 J양은 일단 뭐가 잘못이란 건지도 모른 채 맹목적으로 사과하며 매달리고 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남친의 ‘내가 아깝다’는 생각은 확고해질 것이다. 동시에 더욱 함부로 굴며, J양에게 괴상한 요청들까지를 할 것이고 말이다.

 

안타깝지만, 무시와 멸시만 남은 이 관계는 그만 놓는 게 맞는 거란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상대는 이제 J양을 사람으로도 안 보는 듯 막 대하는데, 이 와중에 무릎이라도 꿇어 남친으로부터 ‘당장은 헤어지지 않기’라는 약속을 받아내 봐야 J양의 몸과 마음만 더 망가질 뿐이다. J양이 무엇을 바라든, 일단 거기서 나와야 상대도 최소한 J양을 ‘잃게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할 테니, 기대와 연락은 접고 그가 원하는 ‘이별’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도록 내버려 두길 권한다.

 

“남친이 그랬어요. 자신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지치지도 않냐고. 아프지도 않냐고. 자신을 잡아줘서 고맙다고 한 적도 있거든요. 그래서 계속 잡고 있는 거예요. 남친이, 자기가 이러러 때 잡아달라고 말 한 적이 있어서요.”

 

그건 유효기간이 이미 한참 지난 이야기일 수 있으며, 저렇게 함부로 굴다가도 필요할 때만 찾아와선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사례가 많다. 현재 평소 그가 J양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면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 수 있는 건데, 그렇게 당하고 있으면서 ‘말 한 마디’ 때문에 희망을 품을 채 휘둘리지 말았으면 한다. 단추를 결혼까지 거의 다 채워가던 중 이렇게 되었다고 아쉬워만 하진 말자. 이만큼이나 채웠지만 한 쪽 단추가 모자라단 걸 확인했다면, 일단 다시 다 푸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2. 너무 다른 남친과 저, 헤어지는 게 맞는 걸까요?

 

내 경우, 깍두기를 털어서 먹다가 공쥬님(여자친구)에게 혼난 적이 있다. 김치나 깍두기를 툭툭 털지 말고 그냥 상에 흘리거나, 밥공기를 가져다가 대고 먹으라는 얘기를 들었다. 뜨거운 거 먹을 때, 앞쪽으로 후후 불면 앞 사람에게 바람이 갈 수 있으니 아래로 대고 불라는 얘기도 들었다. 난 30년 넘도록 전혀 의식하지 않고 하던 행동들인데, 그런 것들을 지적당한 것이다.

 

이렇게 적어 놓으면 공쥬님만 교양이 있고 내가 무식해서 지적당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난 공쥬님이 치킨을 먹을 때 열 손가락을 다 사용해서 먹는 걸 보며 문화충격을 받은 적 있다. 내 경우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한 손의 세 손가락 정도를 사용하는데, 공쥬님은 포크나 젓가락으로 먹을 때가 아니라면 양념치킨도 열 손가락 모두를 사용해서 먹었다. 내게 생선 가시를 발라 줄 때에도 거침없이 손을 사용해 생선을 만지는 것을 보고 놀란 적도 있다. 난 차라리 생선을 안 먹으면 안 먹었지, 절대 손으로 생선을 바르진 않으니 말이다.

 

이런 우리는, 누가 더 이상한 걸까?

 

H양이 겪고 있다는 그 갈등을,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연인들이 겪는다. 난 솔직히 나랑 똑같은 사람이 하나 더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참 마음에 안 들 것 같은데, 나도 아닌 ‘남’과 함께 하는 건 오죽하겠는가.

 

H양이 각색을 많이 요구한 관계로 예를 들기가 어려운데, 여하튼 위와 같은 문제로 싸우다가 화를 내거나, 집에 가버리거나, 전화를 끊거나, 등을 돌리는 행동은 결국 애정을 식게 만들 뿐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둘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서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문제지, 꼭 둘 중 하나가 잘못을 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그걸 두고 내 습관이나 가치관대로 상대를 바꾸려고 탓하기 시작하면, 둘 다 지치게 될 뿐이다.

 

그래도 잘잘못을 따지길 원한다면, 난 잘못은 H양에게 10% 정도 더 있다고 대답하겠다. 55:45. 그 이유는,

 

“결혼하기 전에 (남친의 버릇을)고치고 싶음.”

“제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는데 눈치를 채지 못한 남친을 보면서, 상대가 어떤 기분인지 전혀 눈치를 못 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음.”

“화가 나서 남친에게 ‘너 사이코패스 아니냐’, ‘이럴 때마다 너랑 헤어지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한 적 있음.”

 

라는 부분 때문이다. H양은 ‘남친개조’를 위해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에 대해 집요하게 따지며, 종종 심한 말을 하고, 가르쳐주기 보다는 갈굴 생각을 먼저 한다. 때문에 남친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사과를 하다 포기하거나, 맹목적으로 사과를 해 겨우 H양의 화를 풀어주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그게 왜 그렇게 화를 낼 일인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더불어 H양은 남친이 서운하게 만드는 일에 대해서는

 

“제가 남친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겁니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만, 이후 H양이 남친을 구석으로 몰며 폭언까지 하는 상황을 반대로 겪었다면, H양은 진작 그에게 이별을 고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은데 어디서 감히 나에게 이런 행동들까지를 하냐면서 말이다.

 

점점 기울어져 이제 일방적이 되어버린 관계다. 이대로라면, 둘의 이별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H양은 남친의 지인들에 대해서까지 ‘내가 그 사람들을 싫어하니까’라는 이유로 남친이 그들을 만나지 못하게 만들려고 하는데, 이러면 이별은 가속화 될 것이다. 남친도 자신을 완전히 새장에 가두려는 H양의 ‘개조작업’에, 더는 사귀지 못하겠다는 얘기를 할 것이고 말이다.

 

헤어지고 나서 H양이 하게 될 생각으로는,

 

- 옆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와 함께해주는 것도 은혜였구나.

- 난 그렇게나 ‘공감’을 바랐으면서, 난 남친에게 공감해주지 못했구나.

- 내가 그때 그렇게 행동했을 때, 남친도 짜증나고 답답하고 힘들었겠구나.

-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 많은 걸 양보하고 이해할 수 있는데….

 

라는 것이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소 뿔 좀 고치려다 소 잡는다는 말이 있잖은가.

 

‘함께하는 건 당연한 거고, 함께하려면 남친의 이러이러한 부분을 개조해야 한다.’

 

라는 생각이, 바로 그 ‘교각살우’를 몸소 실천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남친이 H양에게 했다는

 

“너도 그냥 한 번쯤은 웃으며 넘어가 주면 안 되냐. 그리고 난 너에게 아무 불만도 이야기하지 않는데, 넌 내 모든 게 불만인 것 같다. 조금이라도 참아주면 안 되는 거냐.”

 

라는 말은 그가 지른 비명이며, 저걸 귓등으로 흘린 채 ‘시간을 갖자는 말은 늘 내가 했는데 이번엔 남친이 하네? 하아.’라는 생각만 하면 머지않아 텅 빈 외양간을 보게 될 거란 얘기도 해주고 싶다. 남친만을 실험대 위에 올려놓은 채 결점을 찾아내려하지 말고, H양은 남친에게 어떤 여친일지, H양으로 인해 남친은 행복함을 느낄지, ‘있는 그대로의 남친’으로 H양이 만족하거나 감사할 만한 것들은 정말 하나도 없는 건지도 생각해 봤으면 한다.

 

 

몇 주간, 사연은 계속 밀리는데 매뉴얼 진도를 못 나간 것 같다. 오늘부터는 하얗게 불태우며 포스팅을 할까한다. 곧바로 또 사연 읽으러 가야 하니, 배웅글은 생략하도록 하자. 다들 즐거운 수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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