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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6년 연애, 부모님은 여전히 결혼을 반대하십니다.

by 무한 2016. 11. 29.

이건 단순히 ‘부모님의 반대’ 정도가 아니라, D양 부모님께선 기회가 된다면 D양의 남친을 뭉개버리고 싶어 하시며, D양 남친은 이미 한 차례 당한 일로 이를 갈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내 지인 중 하나가 D양 남친과 같은 상황에 처한 적 있다. 그는 정말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 과정을 모두 견뎌내고, 최악의 순간이었던 상견례자리까지도 참아냈다. 당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적을 순 없고 좀 다르게 적자면, 상견례 자리에서

 

(여친아버지가 남친아버지의 직업을 묻는 과정에서)

남친아버지 – 사무실에 주로 있는데, 현장에 갈 때도 있어요.

여친아버지 – 아, 그럼 노가다네요?

 

라는 대화가 오갈 정도였지만 참아낸 것이다. 그 자리에서 돈 얘기, 집안 얘기, 학벌 얘기 등이 오가는 동안, 지인은 결혼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싶은 마음이 몇 번이나 들었다고 했다.

 

여하튼 그 모든 걸 다 견뎌내 가며 식장까지 잡긴 했는데, 결혼 준비 과정에서 지인과 여친 사이에 갈등이 찾아오기도 하고, 거기다 계속해서 그를 자극했던 여친 가족들의 무시와 멸시가 최고조에 달아 결국 파혼했다. 그 지인이 잔뜩 취한 채 날 찾아와

 

“내가 은영이랑 좀 멀리서 둘이 살았으면, 그래서 그렇게 치일 일도 없고 그냥 우리 둘이 좋아하면서 살았으면, 지금 잘 살고 있을 것 같지 않냐? 나랑 은영이만 놓고 보면, 우리한테는 진짜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라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D양과 D양 남친 역시, 지금 이대로라면 내 지인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아니, 사실 이미 너무 엉망이 되어버린 관계라 이걸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좋은 방법’이라는 게 있을지 나도 좀 회의적이긴 한데, 그렇다고 또 그냥 둘 수는 없으니 함께 고민해 보자.

 

 

1. ‘어른’을 친구처럼 생각했던 남친이 만든 문제.

 

D양의 남친은 자신의 부모님들과도 거의 친구처럼 지낸다. 부모님들께서 모르시는 것들을 알려드리기도 하고, 그의 부모님들 역시 D양 남친의 의견을 존중하며 가끔은 아들인 그에게 기대기도 하신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부모님께 못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며, ‘다 같이’ 의논하며 결론을 내는 꽤나 수평적인 관계에 익숙해져 있다.

 

반면 D양의 가족은, 절대자인 D양의 아버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억압과 간섭을 받는 정도는 아니지만, D양과 부모님의 의견이 충돌하게 되었을 때 D양 부모님들께선 D양을 어떻게든 설득해 당신들의 결론을 따르게 하려하신다. D양의 자유로움이, 부모님이 설정해두신 울타리 안에서만 허용되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얼핏 보면 수평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게 D양이 ‘부모님의 허용선’ 안에 있을 때에만 수평적일 뿐, 실질적으론 수직적인 관계에 가깝다.

 

이렇게 서로 완전히 ‘어른’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한 쪽은 수평적으로, 다른 한 쪽은 수직적으로 대하려는 상황에서 남친은 D양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때문에 D양 부모님들께서 남친의 그런 모습을 보며

 

‘이 건방진 자식이, 지금 어디서 맞먹으려 들고 있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신 건 필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D양 부모님들께서는 남친이 그 자리에서 긴장하고 당신들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셨는데, 남친은

 

- D양 부모님과 저는, D양에 대한 이야기로 웃기도 하며 서로 친해질 수 있지요.

 

하는 생각으로 정말 별 긴장 없이 편하게 말하고 행동했던 것이다. D양의 부모님들께서 기대했던 예비사위의 모습은

 

“전 정말 D양을 사랑합니다. 저는 독실한 불교신자인데, D양을 위해서라면 개종까지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D양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는데, D양의 남친은

 

“D양이 첨엔 좀 별로였는데, 만나다보니 좋은 애 같더라고요.”

 

라는 이야기를 한 거라 할 수 있겠다. 그 외에 D양 부모님이 충분히 오해하실 수 있는 안색 얘기 같은 건, D양 부모님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

 

‘이게 어디 감히. 우리 집안을 얼마나 하찮게 봤으면 그 따위 얘기를….’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이게, 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어른’을 뵈러 갈 땐 보다 더 긴장하고, 조심하고, 차분히 분위기를 살폈어야 하는데, 남친은 평소 본인이 본인의 부모님을 대할 때를 생각하며 너무 편하게 대해버린 것이다. 그게 D양 부모님께는 무례하고 건방진 것으로 비춰졌고, 그렇게 ‘미운털’은 너무나 깊게 박혀버리고 말았다.

 

 

2. 깊어지는 갈등의 골, 일촉즉발의 위기.

 

이미 너무 늦은 일이긴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전 D양은 남친에게 본인 부모님에 대한 성향을 충분히 얘기해 주고, 자신의 집안이 보통의 집안들보다 예의를 중시한다는 점, 그리고 수평적이기보다는 수직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걸 얘기해 줬어야 한다. 그래야 남친도 보다 더 자신의 말이나 몸가짐에 신경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그걸 놓쳐 이미 저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그땐 남친에게 ‘부모님께서 오해하시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한 후 풀어갈 방법을 함께 생각했어야 한다. 남친이 다음번에 D양 부모님을 뵙게 될 땐 좀 더 낮은 자세로 D양 부모님의 가르침을 들으려는 태도로 대한다든가, 아니면 보다 싹싹하게 다가가며 일부러라도 D양 부모님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는 게 좋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D양은

 

‘남친과 부모님이 또 마주하게 되면 상황이 더 악화될 뿐이니, 그냥 내가 남친 집에 가거나 남친 부모님을 뵙는 것 정도로만 하고, 남친과 우리 부모님이 마주칠 일은 만들지 말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오해를 풀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피해있기만 한 것이다.

 

D양의 남친도 D양의 그런 태도를 보며 분위기를 감지하게 되었고, ‘D양 부모님’이 대화주제로 등장하는 날이면 은연중에 드러나는 부정적인 이야기들로 D양 부모님께서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시 직접 뵈러 간 적도 두어 번 있는데, 그때마다 살얼음판,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경험을 해야 했고 말이다.

 

그렇게 내버려둔 동안 D양 부모님과 남친 사이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졌고, 결국 ‘결혼승낙’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 자리에 임한 각자의 마음가짐을 잠시 적자면,

 

[D양 부모님]

50% - 어떻게 해서든 단념하게 만들겠다.

40% - 우리 집안을 만만하게 보는 모습 보이면 가만 안 두겠다.

10% - 자존심을 내려놓으면서까지 결혼이 하고 싶은지 보겠다.

 

[D양 남친]

50% - 하고 싶었던 얘기, 서운했던 것들 솔직하게 다 말하고 풀겠다.

40% - 나를 인정받고, 결혼 승낙도 받겠다.

10% - 나나 우리 집안을 무시하면, 헤어질 각오로 싸우겠다.

 

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니, ‘결혼 승낙’을 받으러 가는 그 자리가 3차 대전이 되고 말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아니었겠는가.

 

아, 그리고 위에서 하나 이야기를 안 한 게 있는데, 남친이 처음 D양의 부모님을 뵈러 갔을 때, 그 자리엔 D양의 친척 분도 와 계셨다. 이건 내가 노멀로그를 통해 제발 하지 말라고 권하고 있는 것으로, 친척이든 친구든 그 자리에 누군가가 끼면 엉망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남친 입장에서 부모님도 낯선데 낯선 사람이 더 있으면 멘붕에 빠질 수 있고, 부모님 입장에선 당신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셨더라도 그 자리에 있던 친척이 ‘근데 이러이러한 점은 좀 별로네.’라는 말이라도 하면 그게 마음에 두고두고 남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3. 부모님의 역습, 남친의 자존심.

 

위에서 이야기 했듯, D양의 부모님께선 남친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복수하려는 마음, 단념하게 만들려는 마음’을 가지고 나가셨다. 그래서 그 자리는 애초에

 

- 채용할 마음이 없이 진행하는 압박면접.

- 철저히 조롱하고 비웃어주는 자리.

- 아쉬운 게 있어서 찾아온 사람을 놀리는 자리.

 

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D양 남친이 거기서 아무리 대답을 잘 해봐야 결국은 부들부들 떠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D양 부모님께서 남친에게 질문을 하고, 남친이 대답하자 기가 차다는 듯 대놓고 비웃으신 부분. 이건 D양 부모님의 인성이 의심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여하튼 남친이 거기에 완전히 말려든 거라 할 수 있다. 거기서 D양 남친이 했어야 하는 답변은

 

“저야 이제 막 배워가는 초심자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정도다. 분명 숙이고 들어가야 하며 알아도 모르는 척 하며 겸손함을 보였어야 하는 순간인데, D양 남친은 어디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오기를 부리며 대답하고 말았다. 그것에 대해 D양 부모님의 큰 실책이 나오는데, 그건 D양 남친을 앞에 두고 기가 막힌다는 듯 비웃거나, 말을 자르거나,

 

“아 그건 모르겠고.”

 

라며 무시하신 것이다. D양의 남친은 그래도 여기까진 잘 참았는데, D양 부모님께서 남친 부모님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거기서 눈이 돌아가고 말았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못 참습니다.”

 

그렇게, 3차 대전은 일어났다. 가만 안 두려는 자와 헤어질 각오로 싸우는 자는 맞붙었고, 승리는 당연히 연장자인 가만 안 두려는 자의 몫이었지만, 전리품은 빨라진 심장박동과 높아진 혈압뿐이었다.

 

D양의 남친도 분명 너무나 억울하고 분하겠지만, 난 그에게

 

“야, 어른하고 싸워서 이긴다고 그게 이기는 게 아냐. 그냥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봐. 그럼 그 자리에서 D양 아버지가 아이고 내가 잘못했네, 자네 말이 맞네, 내가 어리석고 자네가 현명하구만. 할 것 같아? D양 아버지가 뭔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하면 노력해서 채우겠다고 하면 되는 거야. 근데 넌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면서 ‘그럼 어느 정도여야 한다는 말씀입니까?’라고 물으니까 그게 도전으로 보이고 마는 거지. 그리고 D양 어머니도 흥분하셔서는 너를 혼내시는데, 거기에 대고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라고 하니까 이건 뭐 답이 없는 거잖아. 자존심을 세울 데에서 세워야지, 세워봐야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으로만 보이는 곳에서 세우면 어떡해.”

 

라는 이야기를 해줬을 것 같다. D양의 부모님들도 보통이 아니신 분들인데, D양 남친은 그걸 꺾으려고 드니,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현재는 이 소문이 D양의 친척들에게 다 퍼지고, 남친 역시 자신의 부모님들께 이 사실을 말해 완전히 엉망이 된 상황이다. D양과 남친은 두 사람이 만나는 걸 비밀로 한 채 계속 연락을 하고 있으며 두 사람이 자립해 ‘알아서 결혼하는’ 그림을 꿈꾸는데, 난 솔직히 그건 그거고 이렇게까지 갈등이 극에 달한 관계가 과연 회복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좀 참담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남친은 현재 D양에게 부모님과 더 친해지고 사이를 부드럽게 만들어 자신이 다시 찾아뵈었을 때 D양이 방패막이가 되어주길 바라는 것 같은데, 그것도 물론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D양 남친이 먼저 굽혀야 하고, 필요하다면 무릎이라도 꿇어가며 D양 부모님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이게, 남자가 뭘 해야 한다 여자가 뭘 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으로 이 상황을 극복하려면 D양 남친이 고개를 숙이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하며 유일한 해결책이기에 하는 얘기다.

 

다만, D양의 남친도 철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 까닭에, 극복하기 힘들만한 모욕과 조롱을 당할 것에 여전히 이를 갈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억울한 마음에 뭔가를 호소해도

 

“그건 자네 열등감이야.”

“그게 자격지심이지.”

“왜 그렇게 피해의식을 갖고 사나.”

 

라는 말만 돌아올 수 있기에, 억울함만 곱절로 늘어나는 건 아닐까 싶어 걱정스럽기도 하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대화가 그렇게 심각하게까지 진행되기 전에, 그냥 눈 한 번 감곤

 

“아버님, 제게 왜 이러십니까. 전 아버님 사랑합니다. 아버님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하며 넘겼을 것 같은데, D양 남친은 여유가 없었던 나머지 이걸 ‘결투’라 여기며 총을 뽑아 들었던 것 같다. 군대에서 나보다 어린 고참에게 존대를 해가며 쓰레기통 비운 적 있던 걸 떠올리며 여친 부모님께 그 정도만이라도 숙였으면 무탈했을 텐데, 그걸 못 참아내곤 하고 싶은 말 다 하며 ‘논리’로만 승부를 보려 했던 것이 안타깝다.

 

정말 두 사람은 절대 헤어질 수 없는 사이인데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너무 가슴 아파하는 중이라면, D양의 남친이 우선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나중에 떳떳하게 뵐 수 있을 때 다시 뵙겠다 뭐 그런 건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냥 꿈같은 얘기고, 이 상황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D양 남친이 절대 굽히지 않는다는 것이니, ‘인정’을 받는 것에 목숨걸지 말고 일단 D양 부모님을 ‘존경’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길 바란다. 어떤 시련도 다 함께 극복하며 결국 이뤄내겠다는 생각이라면 이 조언을 참고하고, 그게 아니라면 이쯤에서 그저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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