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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밀당하다가 썸남이 튕겨 나갔어요. 외 2편

by 무한 2016. 12. 23.

금사모(금요 사연 모음)를 발행하던 금요일이기도 하고, 또 근 일주일간 포스팅을 하지 못해 엄청나게 많은 사연이 밀렸으니, 오늘은 빠르게 훑고 지나가도 되는 사연들을 다뤄보자. 굳이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 없이, 중심내용만 되짚어 봐도 답이 나오는 사연들이다. 출발!

 

 

1. 밀당하다가 썸남이 튕겨 나갔어요.

 

L양은

 

“밀당한다고 제가 썸남 연락을 씹었어요.”

“밀당한다고 제가 한 이틀간 연락을 안 했거든요.”

 

라고 했는데, 그건 ‘밀어내기’가 아니라, 그냥 ‘예의 없는 행동’을 한 거다. 그래놓고 L양은 상대에게

 

“(연락 안 하는 동안)내 생각 안 났어?”

“왜 연락 안 했어?”

 

라고 묻기도 했는데, 저것 역시 ‘당기기’라기보다는 ‘사람 약올리는 것’에 더 가깝다.

 

“처음엔 썸남이 먼저 연락도 자주하고, 또 만나서 연극도 보고 취미활동도 하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게 싹 없어졌네요. 그리고 전에 ‘내 생각 안 났냐’고 물어봤을 땐 썸남이 제 생각을 했다고 대답했는데, 이번에는 ‘잘 사나보다 했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썸남 입장에선 L양이, 연락을 해도 대꾸를 안 하고, 또 며칠 잠수 타다가 나타나 ‘내 생각 안 났냐’고 묻기만 하니 그냥 L양에 대한 총체적인 실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게 연애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친구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럼 L양도 저런 태도를 보이는 친구에 대해 짜증을 느끼거나 어딘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 아닌가.

 

이렇듯 L양이 말하는 ‘밀당’이라는 건 결국 L양에 대한 인간적인 실망을 이끌어내는 헛발질일 뿐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리고 하나 더 얘기해 주고 싶은 건, L양은 자신이 썸남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 썸남이 이전 여친을 위해주고 잘해줬다는 걸 지인에게 들었다. 그 얘기를 놓고 보면 정말 괜찮은 사람 같아서 놓치고 싶지 않다.

 

라고 말했는데, 그걸 그렇게 절대적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그는 그렇게 했으나 결국 헤어지게 된 것에 대해 회의를 느껴 이제 안 그럴 수도 있고, 또 구여친에게만 그랬을 뿐 L양은 구여친과 같은 사람이 아니니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L양은 이런 기대를 품은 채 자신이 좀 밀당해서 사귀게 되면 그가 충성과 헌신을 할 거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건 쇼핑이 아니니 누군가의 후기 보고 그냥 주문하면 된다고 생각하진 말았으면 한다. 누군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건 상대적인 부분이 훨씬 더 크게 영향을 끼치며, 연애라는 게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을 골라 사귄 뒤 그의 서비스를 받는 건 아니니 말이다.

 

또, 이런 것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그가 ‘L양과 사귀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어야 연애가 시작될 수 있다는 거다. 지금까지 L양이 그에게 보여준 모습은 ‘답장 없음’과 ‘잠수’ 그리고 ‘떠보기’가 전부다. L양이 원래 어떤 사람인지를 내게 이야기 하는 것은 이 관계와 별 관련이 없다. 그가 본 L양의 모습이 저렇다는 게 중요하다. 원래 엄청 착하고 여리든 어떻든, 잠수타고 떠보기만 하면 후자의 이미지만 각인되는 것 아니겠는가. L양이 나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본 L양이 이럴 수 있다는 것이니, 이 부분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권한다.

 

 

2. 자기 집에 오라고 하는 남자, 어쩌죠?

 

이건 뭐 어쩌고 말고 할 게 아니라, 안 가는 게 맞는 거다. 상대가 자신의 집으로 놀러 오라고 한 건 그냥 ‘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생각으로 막 던진 이야기일 확률이 높으며, 추측컨대 K양이 아닌 A양이나 B양, C양이나 D양에게도 그런 초대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이제 갓 알게 된 이성에게 자신의 집에 놀러 오라는 얘기를 했을 수 있고 말이다.

 

K양은 신청서에

 

- 어플에서 만나긴 했지만 상대는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다.

- 대화가 잘 통하고, 며칠간 연락도 꾸준히 했다.

- 스킨십 목적이 아니라, 정말 편안하게 만나려고 그러는 것 같다.

 

라는 이야기들을 적었는데, 신원이 확실하다고 그게 상대가 어떤사람인지를 증명해주는 건 아니다. 내게 도착하는 어플관련 사연을 보면, 뭐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휘둘린 사연보다, 신원이 확실하며 그 조건이 반짝반짝 한 사람들인 경우가 훨씬 많다. 특정 직업이나 조건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수차례 반복해서 등장해 내게 각인된 상대의 조건 중엔

 

- 공보의

- H자동차 직원

- Y대 재학생

 

등이 있는데, 저런 조건을 가졌다고 해서 그냥 다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저런 확실하고 반짝반짝한 조건을 보고 방심한 나머지 휘둘리게 된 사례가 많으며, 상대 역시 자신의 조건이 만들 후광효과를 도구로 삼아 이용하는 사례도 많다. 모 지역 도서관에서 K대 학생증을 들이밀며 헌팅 한다는 어느 남자의 사례처럼 말이다.

 

K양 상대의 경우 K양이 하는 말에 ‘서비스’ 정도로 대답해줬을 뿐이며, 리액션을 좀 해줬다는 것 말고는 K양이란 사람에 대해 별로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K양이 ‘코드가 잘 맞았다’고 한 건 그가 그냥 다 받아주며 호응해줬기 때문이지, 실제로 두 사람이 놀랄 정도로 관심사가 비슷해 그랬던 것도 아니다.

 

K양은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는 의심이 들면서도 애써 합리화 해보려 하는 것 같은데, 지금 상대의 집에 간다고 상대를 잡는 것도 아니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게, 좀 더 이용당하다 놓치게 되는 시점만 뒤로 미루는 걸 수 있다. 상대에게서 K양에 대한 아주 작은 애정이라도 보이면 난 밖에서라도 일단 만나보길 권하겠지만, 그는 그냥 어느 여자에게든 다 그럴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이니, K양도 혹시나 하는 기대는 내려두었으면 한다.

 

아직 만나서 밥 한 끼 먹은 적도 없는 여자에게 외롭고 심심한 밤에 연락해 집으로 놀러오라고 말하는 남자는, 단언컨대 ‘좋은 남자’일 확률이 극도로 낮으며 ‘진지한 관계’를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 역시 0.03% 미만이다. 그래도 어플에 있는 다른 남자들 보다는 신원이 확실하고 거기다 K양을 초대까지 하니 잘 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오해하지 말고, 그 어둠의 골짜기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어서 발걸음을 돌려 나왔으면 한다.

 

 

3. 남친과 동거 중인데, 남친이 나가줬으면 좋겠어요.

 

친구를 잘못 사귀면 친구 따라 강남 갈 수 있다지만, 연인은 잘못 사귀면 지옥에 가게 될 수 있다. 특히나 정 많고, 맺고 끊는 것을 잘 못하고, 그냥 내가 한 번 손해보고 말겠다고 넘어가는 성격을 지닌 사람이 개차반인 연인을 만나면, 그 사람의 인생엔 ‘남들은 한 번 안 겪고도 잘 사는 일’이나 ‘뉴스나 신문에서나 나올 줄 알았던 일’을 거듭해서 경험할 확률이 높다.

 

지금의 남친과 사귄 이후 S양의 인생이 급속도로 망가지고 있다는 게 사연에서 보인다. 워낙 황당하고 보편적이지 않은 일들이 많아 여기다 다 적을 순 없는데, 정말 그냥 아주 간단히

 

- 남친과 사귀기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S양의 생활은 어떤가?

 

라는 점을 돌아보길 권한다. 그러면 온갖 스트레스 말고는 남은 게 없다는 걸 금방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덜컥 사귄 게 첫 번째 문제였고, 연인이 되었다고 해서 너무 쉽고 빠르게 동거를 시작하게 된 것이 두 번째 문제였으며, 동거를 시작하며 상대가 무엇을 책임지고 부담할 것인지를 정하지 않았기에 그냥 S양 집에 얹혀사는 모습이 된 것이 세 번째 문제다.

 

동거를 할 땐, 상대가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살 수 있는 사람인지를 반드시 봐야 한다. 이걸 안 보고 덜컥 일단 집에 들어와서 살라고 하면 당장이야 매일 같이 술 마시고 노는 것이 신혼살림 하는 듯한 재미로 느껴지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 상대가 한 달 벌어 한 달 살며, 중증 알코올중독 수준이라 매일 술을 마시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라는 것. 일을 벌이기만 하지 책임을 지거나 수습을 하지는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

 

을 뒤늦게 깨닫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될 수 있다.

 

“매일 술을 먹어요. 저는 안 마신다고 해도 남친 혼자 마시고, 밥을 먹으러 가든 고기를 먹으러 가든 무조건 술을 시켜요. 집에서는 야식을 시켜 먹고요. 술과 함께요. 돈이 없어요. 월세에 생활비에 부모님 용돈 드리고 나면 저축하기 힘들다고 제가 말하기도 했는데, 그때만 알겠다고 하고는 ‘인생 뭐 있어? 먹고 싶은 거 먹어야지’ 하면서 또 시켜요. 제게 얹혀살면서 남친은 집세 한 번 보태준 적 없는데, 이젠 얼굴에 철판을 깔았는지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답답함과 참담함을 그냥 하소연 하며 한 번 풀고 또 넘어갈 게 아니라, 그렇게 살다간 S양의 삼십대를 다 그렇게 보내게 될 수 있고, 끊어낼 수 없어 계속 사귈 경우 그냥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게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게 무슨 정해진 기한이 있다거나 판단과 경고를 대신 해주는 기관이 있는 게 아니라서, 정말 그냥 그렇게 살다가 S양 인생이 끝날 수 있다. 마음 약해서 거절하지 못하며 잘라내지 못하는 S양의 특성상, 앞으로 더욱 끔찍한 일들을 경험하게 될 수 있고 말이다.

 

애완견 사건만 해도, 결국 S양의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었을 뿐이라는 걸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사건 아닌가. 남친이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자고 했을 때 S양은 반대했는데, 남친이 서운해 하자 S양은 ‘돌보는 건 남친 몫’이라는 조건을 걸고는 허락했다. 하지만 그 돌봄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지금은 S양이 강아지의 배변문제로 스트레스까지 받는 중이다. 이것에 대해 남친은

 

“너도 좀 하면 안 되냐. 왜 나만 하냐.”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 바로 그런 식으로 S양의 인생이 망가져 가는 거다. 남친이 하는 주장을 들어보면 왜 자신만 나쁜 사람 만들며 자기 잘못인 것처럼 말하냐고 하는데,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실제로 거의 대부분이 그의 잘못이며, 그의 무책임함과 무능력함이 갈등의 원인이 되는 거다. 그건 남의 집에 얹혀살면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려드니 생기는 갈등이지 무슨 성격차이나 생각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이 아니잖은가.

 

그는 혼자서는 밥도 차려먹을 줄 모르며 나가서 혼자 밥 먹는 것에 눈치를 볼 정도면서, S양에겐 무슨 독재자처럼 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빨리 걸으라든지, 너 때문에 옆에 사람들 고생하는 거 안 보이냐라든지, 보일려 켜는 거 자기 시키지 말고 직접 켜라든지 하는 얘기만 할 뿐이다. 이런 남자와 계속 사는 건 S양의 인생을 박살내는 가장 빠른 지름길로 달려가는 것과 같으니, 또 마음 약해져서 망설이지 말고, S양이 정말 바란다는 ‘개 데리고 나가주는 것’에 대해 꼭 이야기하길 바란다.

 

 

세 번째 사연의 S양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데, 연애를 지속하는 건 S양 마음이라고 해도 남친은 무조건 내보내야 한다는 얘기를 다시 한 번 해주고 싶다. 돈도 안 들고 야식 시켜먹으며 마음대로 지낼 수 있는 그 집에서 남친이 먼저 나가겠다고 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남친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며 그렇다고 집을 얻어 나가려 할 경우 돈이 들기 때문에, S양이 지금 나가라고 떠밀어도 ‘봄 되면 나가겠다’, ‘얼마 모으면 나가겠다’라는 핑계를 대며 계속 있을 수 있다. 그러면서 S양의 비위나 좀 더 적당히 맞춰주며 계속 눌러 앉아 있을 생각을 할 텐데, 그러는 대가로 베푸는 남친의 호의나 접대에 넘어가 계속 살면 안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무책임하며 남탓을 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자연히 변명이나 적반하장의 능력이 길러지곤 한다. 그래서인지 S양도

 

“제가 화났다가도, 남친이 논리적으로 말하면 제가 잘못한 게 되어버린 것 같아 오히려 제가 미안하다고 말하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그런 말들에 넘어가지 말고 지금까지 증명된 결과들을 놓고 생각하길 바란다. 그걸 못 할 경우 S양의 2017년, 2018년, 2019년도 올해와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으니, 이런 생각을 해서라도 이 문제의 심각성에 겁을 좀 먹길 바란다. 남친에게 나가라고 하는 게 미안하고 어쩌고 할 문제가 아니다. S양 인생이 달린 문제다.

 

자 그럼, 날은 흐리지만 다들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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