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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여린마음해외여행

파주남자의 파리 겨울여행. 개선문 / 몽마르트 언덕/ 샤크레쾨르성당

by 무한 2016. 12. 24.

파리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것 두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난

 

- 음식

- 화장실

 

을 꼽을 것 같다. 보통 음식점이라면 뭘 파는 곳인지 음식 사진들이 가게 전면에 붙어 있기 마련인데, 파리엔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하고는 대개 그냥 비슷비슷한 가게에 ‘라 어쩌고’, ‘라 저쩌고’ 식으로 이름만 바뀌어 달려있었다. 다들 입간판 식 칠판에 뭘 빼곡하게 적어 놓기는 했는데, 전부 불어라 알아 볼 수가 없으니 쉽게 아무 식당이나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파리 여행이 대부분 도보로 이루어지다 보니, 바게트 샌드위치 같은 걸 하나 먹어도 돌아서면 금방 배가 고파왔다. 거기다 또 겨울이라 춥기까지 하니, 배고프고, 춥고 발 아픈 상태에서 계속 돌아다니는 게 쉽지 않았다. 근사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기도 했는데, 직원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무한 – 나 프랑스 식당은 처음이야. 추천해줘.

직원 – 우리 가게는 이걸 잘 해. 먹어 볼래?

무한 – 응.

직원 – 이것도 잘 해. 먹어 볼래?

무한 – 응.

직원 – 와인도 마셔야지. 와인은 이게 최고야. 병으로 마실 거지?

무한 – 응.

(식사 후)

무한 – 얼마야?

직원 – 전부 다 해서, 12만원.

무한 – 응. 응? 얼마?

직원 – 아, 근데 너 디저트 안 먹어?

무한 – 안 먹어. 잠깐만 근데 얼마라고?

 

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다른 건 아껴도 먹는 것에는 돈을 잘 아끼지 않는 공쥬님(여자친구)과, 모든 음식의 기준을 뼈해장국(7,000원)에 두고 있는 난, 어느 가게 앞에서 들어가네 마네 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여하튼 개선문을 올라가기 전, 우리는 몹시 춥고, 지치고, 배가 고픈 상태였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 차라리 밥을 먹고 올라갔어야 했는데, 내가 야경까지 보고 내려와서 맘 편하게 와인도 마시자고 해서 결국 개선문부터 올라가게 되었다.

 

참고로 난 개선문 사진을 찍으려고 하루 종일 삼각대를 매고 다녔는데, 저거 말고 HDR로 찍은 사진들이 전부 자동차 불빛이 만든 플레어 때문에 망해서 한참동안을 가슴아파했다. 개선문 위에 올라가 삼각대를 펼친 뒤 파노라마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개선문 위에서 삼각대 사용하는 게 금지라 써보지도 못하고 그냥 메고 다녔다.

 

 

 

개선문을 오르기 위해서는 저 지하도로 내려가야 한다. 난 다행히 미리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저기로 내려가야 한다는 걸 모르곤 지상에서 빙빙 돌며 횡단보도를 찾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개선문으로 오르는 계단. 나이 때문일까. 힘들어서 중간에 한 번 쉬고 올라갔다. 그냥 일자로 쭉 만들어진 계단이면 덜 힘들 것 같은데, 좁은 공간에서 빙빙 돌며 올라가야 하는 까닭에 어지럽기까지 했다. 내 거친 숨소리가 통로 전체에 울려 퍼졌던 것 같다.

 

 

 

계단을 다 오르면, 전망대로 가기 전 기념품 판매점을 볼 수 있다. 저것 외에 개선문의 역사나 다른 지역의 개선문들을 보여주는 사진과 장식물들도 있는데, 빨리 야경 보고 내려가 밥을 먹고 싶어 사진은 찍지 않고 전망대로 향했다. 꼭대기에 올랐을 때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서 난감했는데, 다행히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 이용은 무료.

 

 

 

개선문 전망대에서 내려다 봤을 때 보이는 야경. 저 멀리 대관람차가 보인다.

 

 

 

샹젤리제 거리 클로즈업. 난 광각렌즈만 가져간데다 오래 된 카메라를 쓰는 까닭에 야경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삼각대만 쓸 수 있었어도 뭘 좀 해볼 수 있었을 텐데, 개선문에서는 삼각대 펴는 게 금지되어 있었다. 개선문에서의 사진은 거의 공쥬님이 찍었다.

 

 

 

반대편의 모습. 사진 중앙 윗부분에 ‘라 그랑드 아르슈’라는 신개선문이 있는데, 아무래도 너무 작아 잘 보이진 않을 것 같다.

 

 

 

샹젤리제 거리와 에펠탑이 전부 담긴 모습. 개선문 위에 올라가 저 광경을 보면 가슴이 벅찰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보고 있다는 것에 감탄하긴 했지만 TV로 하도 많이 보던 장면이라 생각만큼 가슴이 벅차진 않았다. 영상을 찍어 간 사람들이 정말 잘 찍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에펠탑 쪽 거리 줌. 에펠탑 위로 달이 보이고, 마침 달무리가 끼어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공쥬님은 이 사진을 찍으면서 에펠탑에서 비추는 조명이 저 각도가 될 때까지 기다리던데, 내가 열심히 알려준 보람이 느껴져 뿌듯했다.

 

 

 

마침 정각이 되어, 에펠탑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개선문에 야간에 오르실 분들은, 전망대에서 반짝이는 에펠탑을 볼 수 있는 시간에 맞춰 오르시길 권한다.

 

 

 

동영상으로 찍은 ‘반짝이는 에펠탑’을 움짤로 만들어 보았다. 전에 한 번 포스팅에 움짤을 올렸더니 움직이지 않던데, 이건 제발 움직이길 바라본다.

 

 

 

개선문 중앙 바닥에 있는 횃불. 개선문 바닥 중앙에는 프랑스를 지키다 숨을 거둔 무명용사들의 묘가 있고,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저렇게 횃불을 켠다고 한다.

 

 

 

그렇게 탈진 직전의 상태로 개선문에서 내려와 식당에 들어가려 했지만, 어디로 들어가 뭘 먹어야 할지 알 수 없어 한참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결국 가장 만만한 패스트푸드점에 갔고, 거기서 버거세트를 사서 먹었다. 맥도널드엔 전날 갔었고, 이 날 간 곳은 ‘퀵’이라는 곳이었다. 후렌치 후라이를 엄청나게 많이 주는데, 그것만 먹어도 배가 불러 햄버거는 하나 남겼다. 햄버거가 짜기도 했으며, 공쥬님은 고기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한 입 먹고는 먹지 않았다.

 

숙소에 돌아와 식당에 가려다, 둘 다 너무 지친 상태라 그냥 낮에 장을 봐 놓은 음식들과 함께 와인을 한 잔 하기로 했다. 치즈는 종류 별로 들어 있는 걸 사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고 해서 저 치즈를 샀는데, 토할 뻔 했다. 냄새와 맛 모두 역했다. 우린 저걸 돌아오는 날까지 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냉장고를 열 때마다 재래식 화장실 문을 여는 기분이었다. 아마 장 본 것 중 가장 비쌌던 걸로 기억하는데, 때문에 버리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한 채 두고두고 후회했다. 저거 말고 큐브식으로 된 치즈를 사먹길 권한다.

 

 

 

다음 날 아침, 숙소 밖으로 해가 뜨고 있는 게 보였다. 저 붉은 햇빛을 받은 에펠탑을 찍고 싶었는데, 팔다리가 뻐근하고 몸이 쑤셔서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좀 더 잤다.

 

 

 

자고 일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 찍으려고 했던 ‘붉은 에펠탑’은 찍지 못했기에, 그냥 아쉬움이 남아 창 밖으로 보이는 에펠탑을 찍어봤다. 나갈 준비를 하곤 몽마르트로 향했다.

 

 

 

몽마르트로 가는 길에 있는 지하철 입구. 개인적으론 저 입구가 ‘귀신의 집’에 놓기 위해 만든 장식품처럼 느껴졌다. 폰트도 좀 촌스러우며 기괴하다고 생각했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다 보니 대부분 저 형태의 입구에 감탄하기도 하던데, 어쩌면 내 미적감각에 문제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샤크레쾨르성당.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나오면서부터 샤크레쾨르성당이 살짝 보이는데, 높은 지대에 우뚝 솟아 있는 성당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얼른 가보고 싶어서 부지런히 골목을 올라갔다.

 

 

 

골목에 있는 야바위꾼. 미국인으로 보이는 한 관광객이 계속 돈을 걸고 있었는데, 자꾸 틀리니까 화가 났는지 나중엔 저 컵 하나를 발로 밟았다. 그러고는 그 아래에 공이 있는 게 확실하니, 더 손을 대지 말고 곧바로 확인하자고 했다. 야바위꾼은 웃으며 흔쾌히 그러자고 했는데, 컵 아래엔 공이 없었다.

 

불법이라서 그런지, 야바위꾼은 컵을 움직이면서도 수시로 골목 위아래를 확인했다. 나중에 우리가 내려올 때쯤엔 경찰들이 총을 든 채 거리 순찰을 하고 있었는데, 골목 사이사이에 있던 야바위꾼들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성당에 오르기 전 만난 작은 공원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참치가 들어간 바게트 샌드위치 하나, 그리고 닭고기가 들어간 것 하나를 사서 먹었다. 저 공원에선 술 반입 금지, 흡연 금지, 그리고 또 잔디에 들어가는 게 금지였기에, 우리는 가방을 뒤적이는 척 하며 몰래 한 모금씩 물통에 덜어 온 와인을 마셨다. 매 끼 와인을 꼭 한 잔씩 하자고 했던 게 사실 이런 식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매 끼 와인을 마시긴 마셨다.

 

 

 

비둘기들에게 바게트 샌드위치를 나눠주고 있는 노부부. 난 가서 말을 거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모르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지 않는데, 공쥬님이 저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다가가서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냐고 묻고 찍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사진 찍히는 게 좋으셨는지, 땅에 던지고 있던 바게트를 일부러 손에 쥔 채 비둘기들에게 줬다. 그러다 나중엔 비둘기들이 할아버지 모자에까지 올라갔는데, 그러자 곤란하셨는지 비둘기들을 쫓으셨다.

 

 

 

샤크레쾨르성당까지 가는 셔틀 타는 곳. 저거 타고 올라가며 동영상을 찍을 생각이었는데, 무슨 일인지 줄이 잘 줄지 않았다.

 

 

 

셔틀 옆에 있는 모자가게. 주인은 장사에 별 관심이 없는지 모델 포즈로 앉아서 뭔가를 먹고 있었고, 강아지는 그걸 보며 언제 한 입 주나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모자 장사를 그냥 취미로 하는 건지, 밥을 다 먹고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러 갔다. 교대하러 온 사람은 수염을 기른 남자였는데, 그 남자를 본 공쥬님은

 

“완전 영화배우야. 영화배우.”

 

이라며 그의 외모에 감탄했다. 내가 봐도 그는, 당장 영화에 출연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잘 생겼었다. 자신도 자기가 잘 생긴 걸 아는지, 여성 손님들이 다가와 모자를 만지자 끼부리는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 잡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난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셔틀에도 ‘무료’라는 안내장이 붙어 있었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 파리시는 스모그가 찾아온 까닭에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려 며칠간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교통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광객들에게 좋을 수 있으나, 우리는 이미 일주일 정액권을 끊은 뒤였고, 건물과 함께 풍경을 감상하려 했는데 스모그로 인해 뿌옇게 보일 뿐이었다.

 

 

 

셔틀을 기다리다 지쳐 그냥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사진은 걸어 올라가며 본 벽화. 사람들도 많이 기다리는 게 짜증났는지 투덜댔는데, 그러다 나중에 온 서너 명이 줄 맨 앞으로 가서 싸움이 날 뻔 하기도 했다. 맨 앞으로 간 사람들은 형사인 것 같았는데, 뒤에서 항의를 하자 배지를 꺼내 보여줬다.

 

 

 

셔틀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 난 저 맨 앞에 타서 동영상을 좀 찍으려 했던 건데….

 

 

 

샤크레쾨르성당 도착. 가기 전엔 다들 새하얗다고 해서 정말 새하얄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완전히 새하얀 색은 아니었다.

 

 

 

성당 앞에서 내려다 본 파리 시내. 스모그 때문에 멀리까지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냥 저기 앉아 햇볕을 받으며 파리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몽롱해졌다. 아까 먹은 와인 때문인가? 여하튼 저 돌계단에 앉아 말없이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좋았다. 겨울 돌바닥이라 치질 생길 뻔 했지만.(응?)

 

 

 

샤크레쾨르 성당도 파노라마로 담아봤다. 원본으로 보면 24인치 모니터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크기에 멋진데, 650px로 줄인 까닭에 그 맛이 안 사는 것 같다. 여행기를 마지막 편까지 다 작성한 후에, 큰 사진 올릴 수 있는 곳을 찾아 원본들을 올려두도록 하겠다.

 

 

 

성당에서 좀 내려오면, 저렇게 잔디밭이 있는 언덕이 있다. 따뜻할 때 파리를 다녀온 분들의 사진을 보면 저 잔디밭에 돗자리 펴고 앉기도 하던데, 겨울이어서 그런지 잔디에 들어가는 게 금지되어 있었다. 벤치에 앉아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기다려도 자리가 나질 않아 그냥 포기했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만들 때 비둘기가 지나가며 남긴 듯한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들 그냥 지나치는데, 몽마르트 언덕에서 내가 발견한 비밀인 듯하여 사진에 담았다. 역광인 까닭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구도를 잡으려고 하고 있는데, 프레임 안으로 갑자기 사람들이 들어왔다. 카메라에서 눈을 떼곤 앞을 보니, 흑인 청년 다섯이 날 둘러싸고 있었다.

 

그 악명 높은 몽마르트 언덕 팔찌단이, 하나도 아니고 다섯이었다.

 

‘이 다섯 명과 싸운다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계산을 시작했다. 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녀석이 키도 가장 컸고,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게 대장인 것 같았다. 그는 왼손에 팔찌를 들고 있으니, 내가 오른 손으로 턱을 가격하면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뒤쪽에 셀카봉을 들고 있는 녀석이 셀카봉으로 날 치려고 할 텐데, 그러면 그땐 뒤쪽에 계단이 있으니 그쪽으로 밀어버리면 둘은 해결될 것 같았다. 오른 쪽에서 다가오는 녀석들은 그걸 보고는 주춤 할 테니, 그때 내가 패딩을 벗고는 본격적으로 싸울 준비를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계산을 마쳤을 때, 내 가장 가까이에 있던 흑인이 내 팔을 붙잡았는데….

 

(4)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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