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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남친 부모님과 저희 부모님이 원수가 되어갑니다.

by 무한 2017. 2. 7.

이건 당장 잘잘못을 따져가며 답을 구해야 할 것 같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못의 8할은 Y양의 남친과 남친 부모님들께 있다. Y양의 남친은 중간에서 ‘부모님 말씀 전달자’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의 부모님들께선 예비 며느리의 단점 찾기와 아들에 대한 근자감을 가지고 계시다.

 

상황이 이러니, 결혼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Y양이 남친 부모님을 뵙고 가면 부모님들께서 남친에게 ‘Y양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하시고, 그러면 충실한 전달자인 남친은 그걸 Y양에게 이야기를 하고, Y양은 그 중 자신의 가족들과 얽힌 일을 가족들에게 묻게 되고, 그럼 Y양의 가족들은 진위를 밝히겠다며 소문의 근거지를 찾고, 그게 또 남친 부모님의 귀에 들어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가 되고 마니 말이다.

 

주선자나 주변인은 둘을 맺어준 후 좀 가만히 있었으면 참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그들이 중반부터 이상한 훼방을 놓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둘이 잘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면 중매쟁이가 돈을 요구하며 남자 집에선 뭘 해줬는데 여자 집에선 뭐 밖에 안 해준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왜 그리 속이 꼬였는지 남자 집이 전세네 여자 집이 월세네 하는 이야기를 떠드는 경우도 있다. 두 사람 가족 중 누군가의 흉을 보며 재를 뿌리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Y양은 현재 위에서 이야기한 거의 모든 문제를 겪으며 ‘선으로 만난 사례 중 최악의 경우’라는 기록을 갱신하게 될 것 같은데, 이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으며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자.

 

 

1. 자식에 대한 근거 없는 자부심.

 

Y양 남친의 부모님들께선 Y양의 학력이 본인의 아들 학력보다 낮다는 점도 결혼반대사유로 꼽으신다고 하는데, 내가 만약 그분들을 만나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난

 

- ‘어느 대학 출신’이라는 것보다는 현재의 직업과 소득이 우선일 수 있습니다.

- 학력 높고 직업 좋고 소득이 높아도 ‘있는 집’에는 안 될 수 있습니다.

- ‘사’자 들어가는 직업 아닌데 부심을 부리는 건 근자감일 수 있습니다.

- 아들의 장점을 내세우며 예비 며느리 단점만 찾는 건, 갈라놓겠다는 말일 뿐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다.

 

그러니까 이게, 자녀가 가이드 없이 해외 자유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영어실력이 대단하기에 토익 토플 같은 건 시험을 보기만 하면 전부 만점을 받고, 어디 가서든 영어를 가르칠 수 있으며, 영어방송을 자막 필요 없이 전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거라 착각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자녀가 집에서 듀얼모니터 놓고 쓰며 컴퓨터 조립을 할 줄 알면 빌게이츠와 동급인데 아직 운이 없어서 확 트이지 못했을 뿐이라 생각하는, 뭐 그런 거라 할 수 있겠다.

 

비하하려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걸 먼저 밝히고 말하자면, 이런 현상은 부모님들께서 자녀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해 잘 모르실수록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부모님들께서 ‘대학 나왔다’고 하면 엄청 대단한 거라 생각하시며 자녀가 인서울 대학교만 가도 해외유학과 동급이라고 생각하실 경우, 자녀에 대한 자부심은 하늘을 찌르며 당신의 자식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한 축이라고까지 생각하실 수 있다.

 

말하기 참 불편한 지점이긴 한데, 누군가라도 좀 남친 부모님께

 

“아드님이 그렇게 대단하진 않습니다. 서울에 가면 큰 빌딩 하나에 아드님보다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 꽉 차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드님이 앞으로 평생 벌 돈보다 예비 며느리의 집안에서 당장 굴릴 수 있는 돈이 더 많을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은 전부 무시하시고 ‘학력과 직업’만 놓고 심사위원이 되신 듯 ‘제 점수는요…’만 하시려 하면 곤란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드릴 수 있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우리 어머니께선 무슨 ‘1억 고료 시나리오 모집’같은 걸 할 때 내가 원고만 보내면 상금 다 타오는 줄 아시기에 그런 게 아니라고 열심히 설명 드린 적 있다. Y양의 남친은 부모님의 그런 오해에 대한 조율을 전혀 시도한 적 없었던 것 같은데, 막연히 ‘Y양과 결혼하고 싶다’만 주장할 게 아니라 저런 조율을 시도하는 게 먼저라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2. 단순한 전달자인 남친.

 

Y양이 혼자 결혼하겠다고 지원해서 면접 보는 것도 아닌데, 남친이란 사람은 왜 중간에서 심사위원 평가 점수를 전하듯 전달하고만 있는가?

 

부모님의 뜻을 존중하는 거 좋고, 말 잘 듣는 아들인 거 좋다. 그런데 오해가 있으면 본인도 ‘결혼’을 원하는 당사자고 누구보다 앞서서 그 오해를 풀어야 하는 사람이니 능동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어머니는 이러이러한 점이 서운하셨대.”

“우리 아버지는 이러이러한 점이 불쾌하셨대.”

“우리 부모님은 너희 집에 대한 이런 부분이 마음에 안 드신대.”

 

남친으로부터 저런 얘기를 계속 전해 들어야 한다면, 대한민국의 어떤 여자라도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상황에서도 결혼하겠다고 매달려야 하나? 뭐가 그렇게 얼마나 대단하다고 내가 이런 소리까지 들어가며 마음고생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Y양의 남친은 본인 부모님들께서 반대하신 걸로 Y양이 실망해 헤어지자는 얘기까지 꺼냈던 거라 착각할 수 있는데, 그건 Y양이 ‘부모님 반대’라는 벽에 부딪혀서만 그런 게 아니라 남친이 든든한 대변자도 되어주지 못했으며, 인정받고 사랑 받으며 살아온 자신이 거기서는 이것도 저것도 다 문제라는 식의 평가만 받으니 상처를 입고 만 거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만약 Y양 부모님들께서 Y양 남친에게

 

- ‘사’자 직업이 아니라서 안 된다.

-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는 있지만 집안 경제력이 별로라 반대다.

- 가정사를 보면 염려되는 지점이 있기에 결혼시키고 싶지 않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Y양 남친은 어떤 기분이 들까? 그냥 다 집어치우고 싶고 욕이나 한 마디 해주고 싶은 바로 그 심정을, Y양이 참았던 거다. 만약 Y양의 부모님들께서 정말 저런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시고, 그걸 Y양이 쪼르르 달려와 Y양 남친에게 전하기만 했다면, 그 가족이 대단치도 않으면서 눈만 높아서는 한통속으로 사람 무시하는 집단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Y양에 대해 Y양 남친 부모님들께서 지적하신 건 억지 트집에 가깝다. 그런 식이라면 들어올 때 신발 벗어 나가는 방향으로 놓지 않았으니 예의가 없다고 지적할 수 있는 거고, 식사할 때 팔 하나를 식탁에 올려놓았으니 부모님을 무시해서 그런 거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 지적들이 흔한 일이 아닌 까닭에 Y양도 디테일하게 적지 말아달라고 해서 그대로 적을 수는 없는데, 그냥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하녀나 식모로 쓰려고 며느리 뽑는 게 아니잖은가. 그런데 Y양 남친 부모님들께서는 그 지점들에서 Y양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시는 거다. 아무래도 Y양을 ‘손님’보다는 ‘며느리 지원자’정도로만 보셨기에 그랬던 것 같은데, 여하튼 부모님의 그런 지적과 평가를 여친에게 그대로 전하기만 하는 남자를 믿고 남은 반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은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3. 중심 없음, 확신 없음의 문제.

 

Y양이나 남친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좀 중심을 잡았으면 이렇게 까진 되지 않았을 텐데, 두 사람은 모두 서른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들 같은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남친이 본인 부모님들께서 하신 비평을 Y양에게 전달하면, Y양은 그걸 그대로 자신의 부모님께 말하고 만 것이다.

 

이건 그냥 딱 봐도,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예컨대 남친 부모님께서

 

“그 집이 돈 있는 집인지는 몰라도 가장의 직업이 그렇다는 게 걸린다. 그런 집안은 대개 이러이러하다. 그리고 그 집에 대한 소문이….”

 

라는 이야기를 하고, 그걸 남친은 Y양에게 전하며, Y양이 다시 부모님께

 

“그 집에서 이러이러한 얘기가 나왔다는데, 정말 그래?”

 

라고 물으면 그게 맞는 얘기든 틀린 얘기든 감정은 다 상하고 그저 한 판 붙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 수밖에 없다.

 

Y양의 부모님들께서 그 소문의 근원지를 찾아가 한 판 붙으시고, 그 뒤 그 소문의 근원지인 사람이 남친 부모님들을 찾아가 또 한 판 붙게 되고, 남친 부모님은 남친에게 그 일을 이야기하며 글렀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남친은 그걸 Y양에게 이야기하고, Y양은 또다시 자기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게 되는 악순환. 둘 중 하나라도 중심을 잡고 자체해결 했어야 하는 걸, 그저 전달만 했기에 상황이 이토록 악화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한 영화 비유지만, 주변인들이 일부러 한 여자를 골려주기 위해 ‘네 남친이 잘못을 저지르고 도망갔다’고 이야기 했을 때, 그 여자는 남친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내 남친이 그럴 리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Y양과 남친의 관계를 보면, 서로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뜬소문을 들어도 “사람들이 그러던데 그게 정말이야?”하는 이야기를 할 뿐이다. Y양 남친은 부모님들께서 Y양에 대해 오해하시면 그 지점을 적극 해명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Y양은 남친이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본인의 심정을 이야기하며 남친에게 ‘내 편’이 되어 달라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걸 ‘내 가족’에게 가서 말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은, Y양 남친이 그냥 둘이라도 나가서 살아보자고 이야기 하고 있는 걸, Y양은 ‘다 제대로 해결해라. 정리가 잘 되면 그때 축복 받으며 결혼할 거다’라는 식으로 대처하는 중이다. 부모님을 설득해 얼른 상황정리를 하지 않으면 헤어질 거라는 이야기까지 한 상황이고 말이다.

 

Y양이 바라는 그런 일은 일어나기 어려우며, 남친 혼자서는 그 상황을 정리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둘이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고 여러 일들로 오해를 풀고 증명해가며 정리해야 하는 거지, 둘 중 하나가 해결해 축복 받는 결혼식이 진행되는 건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다. Y양은 자기들이 부모님들 문제만 없으면 서로 너무나 잘 맞으며 100점짜리 커플이라며 해결책을 내게 물었는데, 유일한 해결책은 일단 찾아가서 뵙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풀어보는 것이라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당장은 감정이 안 좋으니 남친이 알아서 좀 해결해 관계가 평탄해지면 뵈러 가든가 하겠다, 하는 생각은 넣어두고 같이 나서서 해결하길 바란다.

 

 

Y양은 해결책과 함께 내 솔직한 생각도 듣고 싶다고 했는데, Y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난 이 결혼에 대해 단념하길 권했을 것 같다. ‘남친 부모님의 문제’와 ‘내 편이 못 되어주는 남친의 문제’ 둘 중 하나만 있는 거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었을 텐데, 둘 다를 해결해야 한다는 건 너무 버거울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Y양 앞에 놓인 문제는 서로를 위한 바람잡이, 또는 깜보가 될 수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예컨대 꼬꼬마시절 둘이 놀러가려 했는데 한 쪽의 부모님들께서 그걸 반대하실 경우,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아낸 뒤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내는 것처럼, ‘남친 부모님의 반대’라는 문제가 주어졌을 때 둘은 ‘이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지’를 생각해봤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먼저 상대에 대한 확신을 가진 채 적극 변호하는 1차 저지선이 존재하지 않았고, 둘이 함께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려 머리를 맞대는 2차 저지선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지금 Y양은

 

‘남친 부모님의 문제니 남친이 알아서 해결하길….’

 

하는 생각으로 모든 걸 남친에게 미루고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그 결과가 좋지 않을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얘기를 해도 Y양은 어쨌든 마음 가는 대로 하게 될 텐데, 어쨌든 끝까지 가 볼 생각이라면 이걸 ‘우리의 문제’로 놓고 남친과 대화하며 답을 구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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