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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남자들에게 인기 많은 여자가 되고 싶어요. 외 2편

by 무한 2017. 2. 18.

오늘은 그간 매뉴얼로 다루기 어려워 접어둔 사연 중, 사연의 주인공이 간절하게 매뉴얼 발행을 바라는 사연 세 편을 함께 살펴볼까 한다. 이번 주는 이 사연들로 매뉴얼을 썼다 지웠다 하느라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느라 보낸 시간들이 아까워서라도 간략하게 정리를 하기로 했다. 갈 길이 머니 바로 출발해 보자.

 

 

1. 남자들에게 인기 많은 여자가 되고 싶어요.

 

M양은 2년 간 네 번의 남친을 사귀었을 정도로 부족함 없이 또 쉴 새 없이 연애를 해왔는데도, 계속해서 갈증을 느끼며

 

- 더 많은 남자가 나에게 구애하길.

- A모임에서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 B모임 C모임에서도 그렇길.

- 어디서나 관심과 애정을 받아 외로울 틈이 없길.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십대 초반인 M양의 나이를 감안하면 뭐 그럴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부족해서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갖고 싶어서 갈망하기에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M양의 이런 태도는 보통의 대인관계에서도 나타나는데, 그러기 때문에 M양은

 

“아는 사람은 정말 많고 겉으로는 그 사람들과 친한데, 막상 제게 먼저 연락을 하는 사람은 없고 그래서 전 항상 외롭다고 느끼게 돼요.”

 

라는 이야기까지를 하게 된 상황이다.

 

난 먼저 M양의 ‘남자를 만나는 루트’와 관련해, 어플이나 클럽, 헌팅술집 등을 통해 이성을 만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런 곳에선 사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를 알기 위해 접근하는 사람보다는 ‘이성이며 싱글인가’에 더 관심을 두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기에, 거기서 경험하는 ‘인기’라는 건 M양이란 사람에 대한 이성들의 관심이 아닐 수 있다. 그냥 화장품, 머리, 옷에만 신경 써도 구애하는 이성의 머릿수는 많아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여자 마네킹만 갖다놔도 뒷모습을 보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뭐, 저런 식의 인기란 잠깐만 돌보지 않아도 그 불이 꺼지기 마련이며, 그 지구력 역시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M양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될 것 같고, 내가 정말 M양에게 말해주고 싶은 건 ‘자세히, 오래, 애정을 가지고 봐야 한다’는 점이다.

 

M양이 연애도 일 년에 두 차례는 하고 지인 역시 많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헛헛한 감정을 느끼는 건, 넓고 얕은 관계만을 맺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 태도는 한 사람에 대해 깊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하며, 상대를 소모품, 또는 언제든 대체 가능한 상품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당장 좀 더 관심을 보이는 상대에게로 환승하는 걸 당연한 일처럼 여기게 될 수 있으며, 누군가와 사귀던 중엔 자꾸 그 사람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 M양이 계속 저런 모습을 보이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M양 스스로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저렇게 대하기에, 다른 사람도 M양을 저렇게 대할지 모른다는 의심과 불안과 염려 때문일 수 있다는 얘기 역시 해주고 싶다. ‘나중에 배신을 당하든 손해를 입든 그건 나중 문제고 어쨌든 지금은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며 믿어보겠다’ 정도의 마음으로 진지하게 임하질 않으니, 자꾸 분위기와 눈치를 살피며 ‘어차피 버릴 카드’를 버릴 타이밍만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연애를 반복하는 것은 M양에게 정서적으로 좋지 않으며, 길게 봤을 때에도 어디 하나 마음 붙이지 못한 채 나이만 먹게 되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2. 여덟 살 연하인 썸남. 아니, 썸이 맞긴 한 걸까요?

 

그러니까 문학적 상상력이나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님’이라는 카드는 L양이 이미 다 썼으니, 난 지극히 냉철하며 현실적인 카드를 좀 쓸까 한다. 우선,

 

- 연하남이 이십대 극초반이며, 사연녀와는 여덟 살 차이가 남.

 

이라는 상황에 대해 난 매우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L양은 내게

 

“제가 그 나이였을 때를 떠올려보면 결혼에 대한 생각은 전혀, 단 한 번도 없는데 이 친구도 마찬가지겠죠?”

 

라고 물었는데, 그건 당연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일단 대학에 가야하고, 군대도 가야하며, 그 뒤 취업도 해야 하지 않은가. 그런 걸 좀 다 마친 후, 또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살 수 있을 정도가 된 후의 ‘여덟 살 차이’라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현실적으로는 결혼까지 꿈꾸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위에서 이야기 한 것들까지 나갈 것 없이 L양과 상대의 현재 관계만 보더라도, 이건 결혼까지 막 생각해 볼 정도의 그런 상황은 아니다. 지금 두 사람의 관계가, 서로 좀 미묘한 분위기를 느끼며 세상이 우릴 갈라놓더라도 우린 사랑하고 말겠다고 하는, 뭐 그런 관계와는 분명 많이 다르지 않은가. 둘의 관계를 아주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 학원 선생님과 학생.

- 학생인 상대가 선생님이 L양에게 말도 걸고 장난도 침.

- 번호를 주고받은 건 아니고, L양이 알아낸 상대 번호로 연락함.

- 서로 볼 일이 없어진 후 L양이 연락해서 상대와 밥 한 번 먹음.

- 현재 상대가 카톡 탈퇴한 상황이라 연락두절.

 

이라고 할 수 있다. L양의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L양에게

 

“지금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느냐. 뭐, 난 널 응원하겠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렇게 맹목적으로 응원해주고 축복해줄 순 있지만,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해주는 게 L양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학생 중 붙임성 좋고 살갑게 다가오는 학생이 있었는데, 마침 그 학생이 이성이다 보니 L양이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라는 상상을 거기다 씌운 것 같다. 그 학생이 L양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와중에 L양이 그를 밀어내는 상황이라면 이게 좀 고민해 볼만 하겠지만, 전혀 그런 게 아니니 너무 상상에만 발을 디딘 채 기대를 하진 말았으면 한다.

 

 

3. 7년 사귄 여친, 그녀와 결혼할 자신이 없습니다.

 

황형, 어마어마한 결정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하는 황형의 사연 덕분에 전 하루 종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고민해서 내린 결론은, 결혼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몇 가지 굵직한 이유는,

 

- 황형의 여친은, 결혼을 본인 인생의 탈출구로 생각하고 있음.

- 황형은 그런 그녀와 결혼해 가정을 이끌 수 있는 상황이 아님.

- 그런 와중에 여친은 결혼과 결혼식에 대한 자신의 판타지를 여실히 드러냄.

- 황형 가족들도 그녀에 대해 탐탁찮게 생각하며, 황형도 동의하는 듯 보임.

 

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황형이 그녀와 7년을 만나는 동안 그녀의 사정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다는 점입니다. 7년 연애의 끄트머리에서야 그녀의 가정환경이 어떤지, 그녀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된 까닭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지만이 남고 말았습니다. 그 선택지 앞에서 황형은 자신도 없고 확신도 없는 상태고 말입니다.

 

한 2년, 또는 3년 전에만 서로의 사정을 알았더라면, 그 기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서라도 어떻게든 노력해 볼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안 된 까닭에 서로가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도 알 수 없으며 이런 와중에 ‘결혼과 결혼식에 대한 환상’을 지닌 여자친구에게 답답함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렇게만 적어두면 혹시 황형의 여친이 철없는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을, 가족을 위해 다 바친 사람입니다. 그녀가 가장이 되어 가족들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인데, 그러느라 경제적으로는 결혼할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결혼을 해도,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고 말입니다.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는 그녀를, 저는 탓하기가 좀 불편하고 어렵습니다. 그것마저 없다면, 그녀의 인생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다가 허리가 휜 채 늙어가는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말입니다. 황형은 그녀에게 자꾸만 더 기대치를 낮추고 환상 같은 건 가지지 말라고 이야기 했지만, 그걸 완전히 놓는다는 건 그녀에게 너무 잔혹한 일일 수도 있었다는 걸 한 번쯤 생각은 해주셨으면 합니다. ‘형편에 맞춰서’라는 걸 그녀는 지금까지 강제로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긴 하지만, 한번쯤은 과분할 정도의 일도 생기길 바랄 수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구구절절 말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두 가지만 더 적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상견례 날짜를 잡자는 얘기가 오갈 때까지 둘의 소득이 어느 정도 되며, 모아 놓은 돈이 얼마쯤 된다는 걸 모르는 건 황당한 일입니다. 단순히 ‘결혼식’이 목적인 건 아니잖습니까? 무엇을 어떻게 해서 함께 먹고 살 것인지, 현재의 상황에서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지금 둘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식은 안 올려도 살 수 있지만, 저런 대화와 계획이 없으면 살기 힘듭니다.

 

그리고 예비신랑에게는,

 

- 리드, 설득, 과감함.

 

등의 덕목이 필요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두셨으면 합니다. 남자가 좀 박력도 보이며 확실하게 이끌 수 있어야지, ‘이렇게 말하면 여친이 어떻게 나오나 봐야지’ 하며 소심하게 시험하다가 혼자 상처받고 마음속으로 포기해선 안 됩니다. 확신이 안 들면 얼른 갈라지든가, 그게 아니면 투잡을 뛰어서라도 뭘 어떻게 해볼 테니까 너도 좀 나를 도와 우리 이렇게 살아보자고 제시할 수 있길 바랍니다. 결혼식 무료로 해주는 곳에서 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봤다가 여친이 그런 건 싫다고 했다고 속으로 혀를 차지 마시고,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서 해야 할 것 같으면 설득을 하든가 아니면 황형의 생각을 그녀에게 털어 놓고 타협안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하나 더. 이렇게 다 틀어지고 난 뒤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만남 같은 건 이어나가지 않길 권하고 싶습니다. 황형은 계속 황형 혼자 그녀를 감당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녀는 이별 후 황형 보다 훨씬 나은 조건의 남자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황형 입장에선 그녀가 황형 아니면 못 살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잠깐 좀 힘들뿐 다시 또 잘 살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동정과 미안함이 앞선 감정으로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만남’같은 걸 이어나가 주겠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헤어질 거면 앞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않도록 황형도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그게 그녀를 위해 가장 나은 노력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우선은 헤어져있어 보고’같은 건 필요 없으니, 같이 가든가 이쯤에서 작별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셨으면 합니다.

 

 

세 번째 사연을 다루면서 계속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보니 진이 다 빠져버렸다. 황형도 황형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고 황형의 여친도 그녀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건데, 여하튼 결론을 못 내고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7년이 지나버렸기에, 일부러 더 결정을 독촉하고자 저렇게 적어두었다는 걸 밝힌다. 황형의 사정도 디테일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정말 골치 아파지고 복잡해지기에,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부분만을 저렇게 적게 되었다.

 

좋은 주말이다. 이번 주에는 일이 많아 매뉴얼 발행을 얼마 못했는데, 다음 주부터는 다시 불꽃 포스팅으로 하얗게 불태워야겠다. 이번 주말에 맘껏 행복하실 분들은 머리 위로 동그라미!(이런 거 이제 아무도 안 하나?)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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