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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선 본 남자가 저 좋다는데, 연락도 없고 미지근해요.

by 무한 2017. 4. 11.

어제 힘자랑 한다고 세탁기를 혼자 들려다가 검지 인대가 늘어났는지, 타자를 치기가 좀 불편하다. 그러니 오늘은 ‘천오백자연애상담’이란 코너명에 알맞도록, 짧고 굵게 살펴보자.

 

 

 

K양이 만난 남자는 연애에 대해 ‘내가 여자에게 잘해주는 것’정도의 개념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기보다는 ‘만남의 횟수, 선물의 가격, 데이트비용 부담’ 등으로 자신이 그 관계에 그만큼의 마음을 할애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이런 남자를 만날 경우 분명 물질적으로 대접은 받고 있긴 하지만 호감이 잘 느껴지진 않고, 연락을 하면 답은 잘 오는데 먼저 연락이 오지는 않는 상황 때문에 당황하게 될 수 있다. 분명 싫진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막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은 애매함이 감돈다고 할까.

 

 

난 내 여동생이 그런 남자를 만난다면, 서른두 번 정도 정말 진지하게 다시 잘 생각해보고 만나라는 얘기를 해줄 것 같다. 그런 황무지 같은 남자를 개간해가며 사귀는 보람도 있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여자 – 영화 어떤 장르 좋아해?

남자 – 그냥 다 잘 봐.

여자 –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남자 – 글쎄….

 

위와 같은 식의 대화를 거듭하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약속 잡기 어렵지 않고 상대가 밥도 자신이 사겠다며 계산에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밥 먹으며 저런 대화만 나누게 된다면 위경련이나 위염, 장염 등이 찾아오게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양은 상대가 마음에 드는 까닭에 어떻게든 좀 잘해보고 싶은 거라면, 평강공주의 마음으로 상대에게 하나둘 차근차근 알려주며 K양이 원하는 것들을 디테일하게 말해줘야 할 거란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남자 – 점심은?

여자 – 나야 시간되면 잘 먹지ㅋ 점심 먹었어?

남자 – 먹었지~ ㅋㅋ

여자 – 웅 잘했어 ㅋㅋ

 

위와 같은 대화를 할 경우, 보통 언제쯤 어디서 점심을 먹는지를 물어 일단 알아두어도 좋고, 무슨 음식을 선호하는지를 물어도 좋으며, 그러다 K양도 좋아하는 음식을 상대가 먹었다고 하면 K양이 그 음식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해도 좋다. 현재 K양은 저런 대화를 하며 서서히 친해지다 보면 K양이 바라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K양이 저 딱딱하고 거리감 느껴지는 단답의 틀을 깨지 않으면 상대와 10년을 만나도 10년 내내 저런 대화만 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과 만날 때처럼 리액션만 크게 할 게 아니라, 상대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날씨에 대한 대화를 보자.

 

남자 – 여긴 비 오다가 갑자기 우박이 내려.

여자 – 우박? 우박이 와? 우와...

남자 – 응

 

저렇게 리액션을 해줘도 돌아오는 답이라고는 “어” 또는 “응”일 확률이 높으니, 차라리 우박 내리는 게 궁금하니 사진을 찍어 보여 달라고 하거나 예전에 우박 내리는 걸 본 게 언제인지를 묻는 게 좋다.

 

또, 상대가 뭉뚱그려 대답한다고 해서 K양도 뭉뚱그려 말을 하면 안 되며, 디테일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계속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만약 상대가 “오후도 고생해~ 나도 바쁠 듯~”이라고 말한다면, 지금처럼 “응 힘내~”라고 대답하고 말 게 아니라 “오후엔 무슨 작업해?”라고 한 번 더 물어도 괜찮다. ‘~하다’라는 1차적인 표현만 주고받지 말고, ‘언제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왜 그렇다’는 것 중 한두 가지가 포함되도록 대화를 해보길 바란다.

 

하루의, 또는 한 주의 스케줄에 대해서도 K양이 먼저 말을 꺼내 알려주며 상대의 상황을 묻는 게 좋다. 오늘 퇴근하고 뭘 할 거라든지, 이번 주말엔 누구를 만날 약속이 있다든지 등의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레 상대의 계획에 대해 물어도 된다. 지금처럼 상대가 묻지 않는다고 K양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괜히 관심도 없어 보이는데 먼저 말하기도 좀 그렇다며 말을 꺼내지 않으면, 역시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지금의 그 전보 같은 대화에서 별반 발전이 없을 거라는 걸 잊지 말자.

 

끝으로 하나 더 말하자면, 그가 계속 ‘바쁘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있을 경우 K양도 바쁜 사람이라는 걸 비슷하게 어필하며, ‘힘내, 쉬어’로만 얼른 카톡대화를 마무리 할 게 아니라 전화통화를 하길 권해주고 싶다. 카톡대화의 흐름을 봤을 때 그가 정말 바빠서 바쁘다고 하는 것보다, 카톡대화가 부담스럽기에 얼른 바쁘다는 핑계로 대화를 마무리하려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상대는 글보다 말에 더 익숙한 사람인 듯하니, 퇴근 후나 휴일에 전화통화 하는 걸 좀 더 늘려가길 권한다. 이후 소식은 나도 궁금하니 후기 보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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