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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여친이 날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을 때, 점검해야 할 세 가지

by 무한 2017. 5. 10.

우선, 이쪽이 마음 둘 곳이 연애 밖에 없는 건 아닌지를 먼저 점검해 봐야 한다. 이쪽에 대한 상대의 애정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대원 중 8할이,

 

- 연애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어서.

 

라는 이유로 상대에게 집착하거나 상대를 갈군다. 연인 말고는 의미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고, 모든 할 일 보다 언제나 연애가 가장 중요한 듯 여겨지며, 빨리 더 풍덩 빠셔 죽고 못 살 정도로 행복한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을 때 ‘연애 과몰입 상태’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연애 과몰입 상태’란, 내가 택배아저씨를 기다리느라 하루 종일 아무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문 밖을 내다보거나 밖에서 들리는 택배차 소리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를 말한다. 택배아저씨는 분명 오늘 중으로 올 것이고 아저씨로부터 받을 물건을 당장 받지 못한다고 세상 끝나는 것도 아닌데, 그것에 온통 정신이 팔려 다른 일엔 집중하지 못하며, 빨리 오지 않는 택배아저씨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점점 키워나간다.

 

그런 과몰입의 대상이 연인이 될 경우,

 

“넌 내가 널 좋아하는 것만큼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매번 날 1순위로 생각할 순 없겠지만, 지금보다는 좀 더 그래줬음 한다.”

“애정이 없다면, 그렇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해라. 빨리 말해줬음 한다.”

“부족하다. 맞춰가야 한다. 노력해야 한다. 이러이러한 정도는 돼야 한다.”

 

라는 이야기를 결국 연인에게 쏟아낼 수밖에 없으며, 혹시 좀 더 잘해주고 헌신하면 상대가 마음을 더 열까싶어 이벤트까지도 마련하고 그러다가, 그럴수록 이쪽을 더 함부로 대하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는 상대에게 열이 뻗쳐 폭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삶의 축을 ‘연애’라는 한 곳에 둘 경우 연애는 엄청난 하중을 견뎌야 하며 연애에 작은 갈등이나 위기가 찾아오기만 해도 이쪽의 삶은 요동칠 수 있으니, 연애 이외에 자신이 축을 두고 있는 지점은 몇 가지나 되는지 체크해 보길 바란다. 이것과 관련해 상대는 가족, 친구, 지인, 연애 이렇게 고르게 축을 둔 채 잘 하고 있는데, 이쪽은 가족, 친구, 지인 싹 다 밀어내고 연인에게

 

“사랑한다면 나처럼 해야지! 나처럼 연애를 1순위에 놓아야지!”

 

라며 강요하는 일이 많다는 것도 적어두도록 하겠다.

 

 

그 다음으로 점검해 봐야 하는 건,

 

- ‘내가 생각하는 연애’의 모습이 되도록 상대에게 재촉하고 있는 건 아닌지?

 

라는 것이다.

 

난 이 매뉴얼을 Y군이 보낸 사연 때문에 쓰게 되었는데, Y군은 여친과 사귄 지 아직 두 달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 연락이 없다는 건 마음이나 관심이 없다는 것 아니냐.

- 남친인 날 다른 사람과는 달리 특별하게 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

- 내가 네 말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니다. 노력해 달라는 거다.

 

라는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왜? Y군의 입장에서 Y군이 느끼기에는 불만족스러우며, Y군이 생각하기엔 그게 Y군에 대한 여친의 애정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인 것 같으니까.

 

Y군이 그렇게 느꼈고 생각했다면 그게 아주 틀린 거라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 난 그렇게 ‘부족한 부분’만을 생각하지 말고 ‘지금 잘되고 있는 부분’들도 좀 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사귀기 전과 비교해보면 만남이나 연락, 스킨십의 측면 모두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긍정적 변화가 있지 않았는가. 그러면 현 상황에서는 상대의 템포가 이 정도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맞춰갈 생각을 해야지, 전력질주 했을 때와 비교하며 계속해서 빨리 오라고 재촉하기만 하면 안 된다.

 

그게 무엇을 위한 재촉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생각하는 연애’의 모습을 만들려 하기 때문이라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위한 건 아무 것도 없이, 전부 이쪽을 위한 것만 있단 얘기다.

 

이것에 대해 종종

 

“저는 상대에게 맞추려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전, 제가 노력한 것의 반만큼이라도 상대가 해주길 바랐던 건데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들이 얘기한 ‘노력’이라는 걸 살펴보면 대개가 일방적인 헌신이거나, 상대를 접대하듯 모시며 데이트한 게 전부다. ‘이렇게 하면 상대가 기뻐하겠지?’하는 생각에 무작정 베풀거나, 진짜 서로가 바라는 것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겉으로 보이는 ‘커플 장식’같은 걸 하기에 바빴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 장단에 빨리 상대도 맞춰주길 바랐던 것이고 말이다.

 

이거, 이미 이 과정을 겪고 이별까지 한 선배대원들이 나중에야 깨닫곤 사과를 하겠다느니, 정말 딱 한 번만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다면 그러지 않고 잘 사귈 수 있다느니 하는 부분이니, 지금 어서 자신이 대체 뭘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며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말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점검해 봐야 하는 건,

 

- 나는 지금 상대에게, 계속 사귀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겠는가?

 

라는 부분이다.

 

연인이 되었다고 해서 앞으로의 행복한 나날들이 마냥 보장된 것 아니며, 잘 모를 땐 괜찮은 사람인 줄 알고 사귀었더라도 만나며 겪어보니 힘들게 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면 헤어질 수 있다. 집을 구할 때에도 2층 남향집이라는 게 매력적이라 들어갔는데 수압에 문제가 있거나 냉난방이 잘 되지 않으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당장 위에서 이야기 한 Y군만 하더라도, Y군이 상대를 얼마나 좋아하든 아니든 간에, 상대 입장에서 보자면 Y군과의 연애엔 투정과 답답함이 가득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논리적으로 짚어간다면서 사람 궁지로 몰고 부담을 주면서 부담을 갖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버텨낼 수 있겠는가. Y군은 선물을 하면서도 이렇게 선물을 해주는 것에 여자친구가 익숙해 질까봐

 

“이런 걸 너무 자주 해주진 못할 거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혼자 마음대로 분량을 정하고 미래에 있을 상대의 변화까지를 미리 예단해 통보하는 건 분명 거부감 드는 행동이다. 지나가는 여자 백 명을 붙들고 물어보자. 남친이 선물을 하며 저런 얘기를 하면, Y군의 예상대로 감사해하며 기대치를 낮출지, 아니면 선물과 함께 정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지. 백 명의 여자 중 단 한 사람도 전자라고 대답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싸울 때,

 

“질투가 나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니 행동을 의심하거나 감정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내게 좀 더 특별해야 된다는 거다. 난 남친인데 니 친구랑 나랑 같냐. 같은 거라면 말해라. 니 마음이 그런 거라면 나도 힘들 것 같다.”

 

라는 식으로만 나가는 건 일방적으로 폭격하는 것과 같은 거다. 자꾸 니니니 거리는 것에선 적대감이 느껴지고, ‘~라면 힘들 것 같다’는 식의 말은 이별을 암시하는 협박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질투한 거 맞는데 표현만 다르게 해서 말하면서 질투한 건 아니라고 하고, 여하튼 감정만 잔뜩 울퉁불퉁해져선 상대에게 못되게 구는 듯한 저런 식의 태도는 상대로 하여금 이번 연애와 연인에 대한 한계를 느끼게 만들 뿐이다.

 

분명 자꾸 사람 힘들게 만들면서 그건 또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닌 거라고 하고, 애먼 헌신과 호의를 베풀고 있으면서 그런 자신과 상대를 비교해 상대를 탓하고, 갈등을 풀려 대화를 하면 자신에겐 이미 아주 관대한 태도로 합리화를 시킨 이야기만 굽히지 않고 늘어놓고, 사랑을 핑계 삼아 상대를 개조하려 무슨 몇 가지 행동강령 같은 걸 만들어 부담만 주면, 필연적으로 끝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거다.

 

매력이라는 게, 자신의 반짝반짝한 면을 보여주는 것만이 매력인 건 아니다. 화날 때, 지칠 때, 짜증날 때, 피곤할 때에도 어느 정도의 평정심을 유지하거나, 여유를 잃지 않은 채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 역시 매력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매력은 바로 그런 것으로, 모든 것이 안정된 보통의 상태일 때와는 다른 상황이 벌어졌을 때 싸울 자세부터 취하거나, 기존의 호의와 헌신을 싹 거두거나, 심술을 부리거나, 협박이나 위협의 제스쳐를 취하게 된다면 매력 대신 경악할 모습만을 보이게 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연애는 시작했지만 아직 큰 애정은 없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쪽에선 위의 세 가지 지점에 유의하며 관계를 만들어갈 생각을 해야지, 억지로(여기서 말하는 ‘억지로’에는 ‘말로 하는 것’도 포함된다) 상대를 개조하려 들거나, 어디 한 번 걸리기만 하면 그동안 참았던 거 다 꺼내서 따질 거라고 벼르기만 해선 안 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또, 이쪽에서 봤을 때 상대가 ‘계속 나한테 잘하면 사귀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의 태도만을 보일 뿐이라면, 그땐 계속해서 신경이 말라버릴 정도의 감정적 소모전만 하지 말고 그쯤에서 간판을 내리는 것도 좋은 선택이란 얘기도 해주고 싶다. 모래 위에 집을 지었는데 바람이 한 번 분 걸로 집이 부서졌다면, 그땐 애써 보수공사를 시도하는 것보다 튼튼한 땅을 찾아 떠나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관계에서 한 발 물러나 조망했을 때, 상대가 내 아픔과 슬픔과 어려움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면, 거기서 밑 빠진 독에다 물 붓는 건 그만 하고 돌아 나오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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