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보기  댓글쓰기

만나는 남자들마다 자꾸 A양에게

 

“넌 좋은 애지만, 이성으로서 좋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결정적 이유는, A양이 ‘1차원적인 인물상’을 못 벗어나기 때문이다.

 

 

 

A양은 호감 가는 상대와 대화를 할 때 잘 웃고 리액션도 잘 한다. 카톡으로 대화를 할 때에도 수시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며 물개박수를 치는데, 그 물개박수가 이제 막 알게 된 사이일 땐 상대에게 멍석을 깔아주며 이쪽이 경계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한 주 지나고 두 주 지나고 세 주가 지나도 계속 물개박수만 치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상대에게 A양은 그냥 박수치는 물개 정도로만 느껴질 수 있다. A양이 어떤 리액션을 할 것인지가 전부 예측 가능해지고, 처음엔 A양의 그 리액션이 좋았지만 매번 그러는 걸 보니 이건 무슨 오토프로그램 돌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이다.

 

 

A양의 대화법은, 8할이

 

호응 –> 예의상 질문 –> 내 얘기 –> 희망사항

 

이라는 패턴으로 이루어져있다. 주제가 무엇이든 저 패턴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놀랍기도 한데, 여하튼 전부 저런 식이다보니 A양은 상대에게 1차원적인 인물로 여겨지고 만다. 몇 가지 주제에 대해 A양이 한 리액션을 보자.

 

[먹는 얘기]

그거 좋죠! / 다른 것도 좋아해요? / 난 이거 좋아하는데 / 아 뭐뭐하고 싶다~

 

[노는 얘기]

그거 좋죠! / 다른 것도 좋아해요? / 난 이거 좋아하는데 / 아 뭐뭐하고 싶다~

 

[여행 얘기]

그거 좋죠! / 다른 것도 좋아해요? / 난 이거 좋아하는데 / 아 뭐뭐하고 싶다~

 

내가 문장을 중복해서 잘못 쓴 거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라 A양이 대화 중 썼던 명사를 대명사로 바꾸고 자잘한 부분들을 걸러내고 나니 저렇게 전부 똑같은 모양이 된 거다.

 

 

A양은 이번에 잠시 썸을 탔던 상대에게도 ‘이성적 감정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와 썸을 탈 때 나눈 대화에 대해 A양이 한 말을 보자.

 

“(대화는 많이 했는데)뭔가 알맹이 있는 내용이 없었던 것 같아요.”

 

바로 그거다. 나쁘게 말하자면, 그간의 대화 내내 A양은 그냥 ‘리액션 머신’이 된 듯했다. 때문에 몇 주간 만나고 대화를 해봐도 둘은 이제 막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만 대화를 나눌 뿐이었고, 대부분 그저 대화의 장단을 맞추기 위한 이야기들만 꺼낸 까닭에 인간적으로는 1Cm도 가까워지지 못했다.

 

난 A양에게,

 

“지금처럼 이성과의 관계가 ‘무대’위에서 펼쳐지는 거라 생각하며, 거기서 이러이러한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그래버리면 상대 앞에서는 자꾸 연기하게 되며, 진솔한 얘기들은 무대 뒤 친구나 지인들과만 나눌 수 있습니다. A양이 제게 보낸 신청서는 A양이 분장 지우고 날 것 그대로 보냈기 때문에 제겐 A양이 입체적인 인물로 느껴지지만, 그간 A양이 무대 위에서 대했던 이성들은 A양에게 그런 면이 있다는 걸 아마 상상도 못할 수 있습니다. 일부러 치부까지 보여줄 필요는 물론 없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더 A양 본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왜 그, 강연을 보더라도 강사가 마치 식순에 따라 진행하듯 차곡차곡 실수 없이만 이야기를 하고 마치는 강연이 있는 반면, ‘저 강사의 다른 강연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강연이 있지 않은가. 예컨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말하는 <음악과 열정에 대하여>라는 강연은 제목만 봐도 잠이올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짧은 TED강연을 보고 나면 지휘자 벤자민 젠더라는 한 인간에게 매료될 수 있다. 그건 그가 ‘실수 없는 강연’을 위해 종이에 써 온 걸 읽는 게 아니라, 자신이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지인들 앞에서 이야기하듯 풀어 놓기 때문이다.

 

난 A양이, ‘좋은 모습만을 보이며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그만 내려두고, 진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자기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 신청서를 적어 내려간 걸 보면 A양은 이미 그런 걸 잘 할 줄 아는 사람이니, 두 사람이 ‘무대’ 위에 있는 게 아니라 ‘관람석’에 함께 앉아 있는 거라 생각하며 만나보면 될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만나보시길!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공감과 추천,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신고

ys2017.05.12 12:3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선!

바람2017.05.12 12:5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오늘도... 메모...
메모가 늘어나도 행동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Silver2017.05.12 12:5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이런날도 있군요... 이렇게 먼저 보다니

2017.05.12 12:5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따끈따끈한 새 글이ㅎㅎ

작은세계2017.05.12 13:0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선!

플라썸2017.05.12 13:1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본모습이란 무엇일까요
쉽지 않네요

어제 제가 가장 완벽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랑 3시간동안 5분도 쉬지 않고 얘기 주고받다 새벽늦게 잤는데 아침에 1도 안피곤. 뇌와 마음의 시원함이 몸뚱이를 이기나봐요 ㅋㅋ
그와 같은 농도로 그런 류의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와는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데요
그게 제 선택의 문제인지 상대방의 탓인지 또는 궁합이나 상성이 맞지 않은 현상인지?
잘 모르겠어요

피안2017.05.12 13:3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대 위 말고 관람석에 같이!
무한님의 표현은 여전합니다. ^^

거북이등짝2017.05.12 13:4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함께 관람석이라니!! 너무 좋넹효
저도 제 날것의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하는 한 사람으로서.. 반성합니다 ㅎㅎ
고쳐나가야죠!!

미스타짐2017.05.12 14:1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그거 좋죠! / 다른 것도 좋아해요? / 난 이거 좋아하는데 / 아 뭐뭐하고 싶다~

심심이랑 대화해도 이분보다 다양한 레파토리가 나올듯 싶네요. ㅠㅠ
차라리 뭐뭐하고 싶다~ 가 아니라 뭐뭐 하러 같이 가자고 꼬셨으면 한결 보기 좋았을듯

진성2017.05.12 19:2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와.. 알고리즘이에요?

Ace2017.05.12 23:1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앗 A양은 저인가요!

전 그래서 자기 얘기 하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들만 천생연분인 줄 알던데.. 심지어 그런 사람들은 제가 제 얘기 안 하는 줄도 모름 ㅠㅠ

누군가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참 그립네요.

새우튀김2017.05.13 01:2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기분이 묘하게 별로인 날이면 a양과 비슷하게 되는 것 같아요
뭔가 연락은 계속 하고 싶지만 딱히 할 말이 생각안나고 약간 재밌긴한데 어제나 지난번 연락처럼 무언가 끌리는게 없는 쭉정이 같은 대화라고 할까요?!

그냥그런날2017.05.17 00:2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너무나 공감되네요 오늘이 진짜 딱 그런날이더라구요~~~중간중간 흐른 침묵속에~~그 침묵을 깰만한 이야기꺼리도 생각나지 않고 상대방의 평소랑 다른 분위기ㅇ행동패턴에 그냥 머리가 하야지더군요~~그냥 통화한다는 그 본질적인 행동에 만족?!

아민이2017.05.13 11:4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어느정도 친해진 후에 본 모습풀기(?)를 시작해야 한다는건 알고 있어요.
...
알고는 있어요 ;;;

Ace2017.05.14 19:1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근데 문득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이거 1차원적인 인물상이라 인기가 없는 건가요 아님 그냥 안 예뻐서 사람과 이성의 선 사이를 못 넘는 건가.. 이성관계는 스파크도 무서운 거 같애요 ㅠㅠ

바람2017.05.15 11:3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개인적으로 외모가 취향이었다가도 대화해보고 깨는 경우도 많았고 아무 마음이 없다가도 대화를 하면 할 수록 매력적인 사람들도 많았기에 인간적인 매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분들의 마음이 더 중요하죠 주륵....

저그2017.05.15 00:2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박수치는 물개 접니다! 저예요! 아 웃퍼 ㅠ_^
여전히 따스하신 무한님. 이미 A양은 그런걸 잘하는사람이래요~ A님 좀더 A님다운 모습을 알려주세요! 그것이 매력!

아마그럴껄2017.05.15 13:0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ㅎㅎ

그냥그런날2017.05.17 00:2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제 얘기네요~~지금 저의 상황!! 썸에서 사귀는 단계로 훌쩍 넘지못하는 한계라고 할까요?상대방에게 맞춰야한다는 생각과 무한님 이야기처럼 저의 솔직한 모습이 아닌 상대가 좋아할만한 행동 말 등에만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이야기꺼리가 단절되버리고 서로 호흥만해주는 쭉정이같은 대화들만 너저븐하게 늘어놓고 그 마저도 떨어져~~~침묵이 흐르게 되네요
아~~~~어떻게 해야될까요

냉이2017.06.01 10:5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호감 있는 사람과 대화하면, 나오는 딱 제 이야기에요.
맛집 찾아다니기 좋아하는 그에게,

그거 좋죠! / 다른 것도 좋아해요? / 난 이거 좋아하는데 / 아 뭐뭐하고 싶다~/
+ 여기 가보셨어요? 진짜 맛있어요! /

그러다 대화가 단절되면 다른 주제로 똑같은 레파토리의 대화...
나는 호응해주고, 맞춰주면서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친밀한 관계 이상의 발전이 없어 그가 나에게 선을 긋고 있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셀프 물개를 자청하고 있었네요ㅠㅠ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가면 좋을지 조언해 구해봅니다.ㅜㅜ
댓글은 무료로(응?), 별도의 가입이나 로그인 필요 없이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사연은 공지(클릭)를 읽으신 후 신청서에 적어 메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