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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남자들은 왜 제게, 친구 이상의 호감을 못 느낀다고 하죠?

by 무한 2017. 5. 12.

만나는 남자들마다 자꾸 A양에게

 

“넌 좋은 애지만, 이성으로서 좋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결정적 이유는, A양이 ‘1차원적인 인물상’을 못 벗어나기 때문이다.

 

 

 

A양은 호감 가는 상대와 대화를 할 때 잘 웃고 리액션도 잘 한다. 카톡으로 대화를 할 때에도 수시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며 물개박수를 치는데, 그 물개박수가 이제 막 알게 된 사이일 땐 상대에게 멍석을 깔아주며 이쪽이 경계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한 주 지나고 두 주 지나고 세 주가 지나도 계속 물개박수만 치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상대에게 A양은 그냥 박수치는 물개 정도로만 느껴질 수 있다. A양이 어떤 리액션을 할 것인지가 전부 예측 가능해지고, 처음엔 A양의 그 리액션이 좋았지만 매번 그러는 걸 보니 이건 무슨 오토프로그램 돌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이다.

 

 

A양의 대화법은, 8할이

 

호응 –> 예의상 질문 –> 내 얘기 –> 희망사항

 

이라는 패턴으로 이루어져있다. 주제가 무엇이든 저 패턴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놀랍기도 한데, 여하튼 전부 저런 식이다보니 A양은 상대에게 1차원적인 인물로 여겨지고 만다. 몇 가지 주제에 대해 A양이 한 리액션을 보자.

 

[먹는 얘기]

그거 좋죠! / 다른 것도 좋아해요? / 난 이거 좋아하는데 / 아 뭐뭐하고 싶다~

 

[노는 얘기]

그거 좋죠! / 다른 것도 좋아해요? / 난 이거 좋아하는데 / 아 뭐뭐하고 싶다~

 

[여행 얘기]

그거 좋죠! / 다른 것도 좋아해요? / 난 이거 좋아하는데 / 아 뭐뭐하고 싶다~

 

내가 문장을 중복해서 잘못 쓴 거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라 A양이 대화 중 썼던 명사를 대명사로 바꾸고 자잘한 부분들을 걸러내고 나니 저렇게 전부 똑같은 모양이 된 거다.

 

 

A양은 이번에 잠시 썸을 탔던 상대에게도 ‘이성적 감정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와 썸을 탈 때 나눈 대화에 대해 A양이 한 말을 보자.

 

“(대화는 많이 했는데)뭔가 알맹이 있는 내용이 없었던 것 같아요.”

 

바로 그거다. 나쁘게 말하자면, 그간의 대화 내내 A양은 그냥 ‘리액션 머신’이 된 듯했다. 때문에 몇 주간 만나고 대화를 해봐도 둘은 이제 막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만 대화를 나눌 뿐이었고, 대부분 그저 대화의 장단을 맞추기 위한 이야기들만 꺼낸 까닭에 인간적으로는 1Cm도 가까워지지 못했다.

 

난 A양에게,

 

“지금처럼 이성과의 관계가 ‘무대’위에서 펼쳐지는 거라 생각하며, 거기서 이러이러한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그래버리면 상대 앞에서는 자꾸 연기하게 되며, 진솔한 얘기들은 무대 뒤 친구나 지인들과만 나눌 수 있습니다. A양이 제게 보낸 신청서는 A양이 분장 지우고 날 것 그대로 보냈기 때문에 제겐 A양이 입체적인 인물로 느껴지지만, 그간 A양이 무대 위에서 대했던 이성들은 A양에게 그런 면이 있다는 걸 아마 상상도 못할 수 있습니다. 일부러 치부까지 보여줄 필요는 물론 없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더 A양 본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왜 그, 강연을 보더라도 강사가 마치 식순에 따라 진행하듯 차곡차곡 실수 없이만 이야기를 하고 마치는 강연이 있는 반면, ‘저 강사의 다른 강연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강연이 있지 않은가. 예컨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말하는 <음악과 열정에 대하여>라는 강연은 제목만 봐도 잠이올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짧은 TED강연을 보고 나면 지휘자 벤자민 젠더라는 한 인간에게 매료될 수 있다. 그건 그가 ‘실수 없는 강연’을 위해 종이에 써 온 걸 읽는 게 아니라, 자신이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지인들 앞에서 이야기하듯 풀어 놓기 때문이다.

 

난 A양이, ‘좋은 모습만을 보이며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그만 내려두고, 진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자기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 신청서를 적어 내려간 걸 보면 A양은 이미 그런 걸 잘 할 줄 아는 사람이니, 두 사람이 ‘무대’ 위에 있는 게 아니라 ‘관람석’에 함께 앉아 있는 거라 생각하며 만나보면 될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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