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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여린마음해외여행

파리여행 에펠탑 야경, 루브르 관람

by 무한 2017. 5. 19.

다시 돌아봐도, 즐거운 여행이었다. 찍어 온 사진을 다시 볼 때마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고, 포스팅에 쓸 사진을 고르다 자꾸 공쥬님(여자친구)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가며

 

“이때 우리 완전 배고팠지. ㅋㅋㅋㅋ 사진 봐봐. 웃질 않아. ㅋㅋㅋ”

“이거 또 먹고 싶다. 진짜 맛있었는데.”

“저 때 저기 들어갔어야 하는데, 안타깝네. 다시 가? 또 가? ㅋㅋㅋ”

 

라며 막 혼자 들떠선 날짜 바꿔 넣어가며 항공권 조회하고 뭐 그러고 있다. 진정해야지.

 

 

지난 포스팅에서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음, 오랑주리 – 오르세 – 루브르를 하루에 다 돌려고 하다가 시간도 늦고 체력도 방전되어 루브르 앞에서 멈춰 섰다는 얘기까지 한 것 같은데, 그래도 거기서 야경은 몇 장 찍고 왔다.

 

 

 

‘루브르 로타리’라고 하면 너무 파주스러운 표현이 되니까, ‘루브르 앞 원형 교차로’ 정도로 해두자. 사진을 650px로 줄여 올리다보니 밋밋하게 보이는데, 원본은 파노라마인 까닭에 PC바탕화면으로 쓰기 딱 좋다. 공쥬님 노트북 배경화면으로 만들어 사용중인 사진.

 

 

 

루브르 피라미드 앞까지 가서는 장노출도 한 장 찍어봤다. 별이 보이는 밤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아침부터 내내 흐렸다.

 

 

루브르도 못 들어가는데다 날씨도 별로고 해서, 그간 가까이에서 본 적 없는 에펠탑 야경을 보러 가기로 했다.

 

 

 

낮에 에펠탑을 찾았을 때에는 트로카데로(Trocadero)역에서 내렸으니, 밤엔 비르아캥(Bir-Hakeim)역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역 바로 앞은 괜찮았는데, 에펠탑에 가까워지는 길목엔 가로등도 별로 없고 살짝 음산했다. 난 기념품 파는 사람들이 레이저포인터를 행인들의 몸에 비추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원유로 반짝반짝~”

“쩔어쩔어 대박대박~”

“비싸?”

 

라며 친근하게 대하길래 큰 긴장을 안 했는데, 파리여행에 많은 도움을 주신 파리 거주 노멀로그 독자 지은님은, 그 길거리에서 문자 보내다 휴대폰 날치기도 당했다고 한다. 난 모르고 가서 용감했지만, 밤에 그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닐 듯하다. 사람이 많은 트로카데로역에 내려 에펠탑으로 가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점등이 곧 시작될 예정이라, 다급히 어디든 자리를 찾아 카메라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을 놓치면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그러면 관광객이 많이 줄어 분명 위험할 것 같았다. 내가 있던 시간에도 술 취한 청년그룹이 벤치 부근에서 떠들며 관광객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리 옆에 있던 가족 그룹이 자리를 뜨면 그 청년들과 우리만 남게 되는 거라 안전하진 않았다.

 

 

 

에펠탑 코앞에서 본 점등식. 근데 이건 좀 멀리서 봐야지, 가까이에서 보면 오히려 그 감흥이 반감되는 것 같다. 다음에 또 볼 기회가 있다면, 샤요궁 쪽에서 보며 즐길 생각이다.

 

 

 

공원 끄트머리 쪽으로 가서 담아 본 에펠탑 야경.

 

여기까지 찍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미술관 두 개 돌고 에펠탑 야경까지 보고 온 뒤라 체력은 완전 방전. 지친 몸으로 숙소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서 내리려는데, 같은 층을 쓰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내리기도 전에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다가

 

“어머, 쏘리쏘리. 호호홍.”

 

하신다.

 

그 아주머니는 이후 11시 19분부터 새벽까지, 호텔이 떠나갈 정도로 남편과 싸웠다. 아주머니는 늦은 시간이라고 해도 나가서 더 돌아다니며 파리를 느끼고 싶은데, 아저씨가 반대해서 싸우는 것 같았다. 낮 시간에 쇼핑을 할 때에도 아저씨가 물건을 마음껏 못 사게 했는지, 12시 넘어서부터는 쇼핑과 돈을 주제로 싸웠다.

 

 

 

다음 날 아침. 전철역에서 이어진 루브르 도착.

 

그런데 길을 잃었다. 경호원인지 안내원인지로 보이는 사람에게 루브르 맞냐니까 맞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들어가 보니 무슨 개인전 같은 걸 하고 있었다. 거기서 루브르로 이어진 길은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다시 지상으로 나와 들어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다시 마주한 카루젤 개선문.

 

 

 

뒤를 돌면 저렇게 간이 빵집이 있고, 뒤로는 에펠탑이 보인다. 저 빵집에서 빵을 사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폴(PAUL)에서 파는 빵은 모두 신뢰하기로 했다.

 

 

 

살짝 고개를 돌리면 저렇게 대관람차도 보인다. 전부 눈에 보이는 것들이라 ‘걸어서도 금방 가겠네’하며 걸어 다녔는데, 그랬더니 해가 진 이후 급격히 피로가 몰려왔다. 파리 여행 내내 공쥬님과 나눴던 대화 주제 중 하나가

 

- 나이 더 먹으면 누가 보내줘도 못 올 것 같다. 장거리비행 견디는 것부터 계속 걸어야 하는 게, 너무 힘들다.

 

였다.

 

 

 

이제껏 사먹은 바게트 샌드위치들이 너무 딱딱해 ‘바캣트’로 읽어야 할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폴에서 파는 바게트는 ‘바게뜨’의 느낌으로 부드러웠다. 누런 봉투 안에 든 건 초콜릿 케이크였는데, 정말 촉촉하고 맛있어서 귀국할 때 일부러 몇 개 사오기도 했다.

 

아, 저 테이블은 유모차에 애들을 태우고 있던 현지인 부부가 양보해 준 건데, 막 자리를 양보 받곤 저 사진을 찍으려고 가방을 두고 일어서자, 여자가 다급히 다가와선

 

“이렇게 가방을 두고 있으면 안 돼요. 사진 찍는 사이에 없어질 수 있어요.”

 

라고 말해주었다. 우리도 철저히 대비를 한다고 가방에 열쇠고리까지 채워서 다녔는데, 생각해보니 저렇게 사진 찍는 것에 잠깐 정신이 팔린 사이 누가 집어가면 끝장일 것 같았다.

 

 

 

배도 채웠으니 루브르로!

 

 

 

아직 뭐 하나 본 것도 없는데, 그냥 저기에 와 있다는 것 자체로 신났던 것 같다.

 

 

 

남들 다 찍는다는 ‘루브르 피라미드 꼭짓점 샷’도 하나 남겼다.

 

 

 

루브르 입장. 저기서부터 이제 어디로 가서 뭘 봐야하는 건지 몰라 패닉에 빠질 수 있다.

 

 

 

안내해주는 곳이 있고 또 한국어로 된 안내서가 있긴 하지만, 솔직히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내 기억에 시대별로 안내-예를 들어 이 공간엔 16세기 작품이 있다는 식의 안내-가 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보려는 게 몇 세기쯤의 작품인지를 모르면 찾을 수 없는 그런 구조였었던 것 같다.

 

 

 

짐 보관소에 들러 짐을 맡겼다. 짐을 넣고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문이 닫기는 방식이었는데, 놀랍게도 저걸 설정할 줄 몰라 한참을 헤매는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지적이라 생각했던 푸른 눈의 외국인 친구 제임스가 구구단을 못 외운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랄까. 신선한 충격이었다.

 

 

 

니케를 먼저 보러 가기로 했다. 어느 관에 있는지 정도는 안내가 되어있으니, 그쪽으로 고고.

 

 

 

뭔진 모르지만 가는 길에 있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보며 올라갔다. 저런 작품들이, 그냥 두세 걸음 옮기면 하나 또 있고 또 있는 식으로 전시되어 있다.

 

 

 

루브르의 흔한 계단 모습. 루브르에 있는 작품을 한 점당 3초씩만 봐도, 누구는 하루가 꼬박 걸린다고 하고 누구는 3일이 걸린다고 하며, 또 누구는 한 달, 세 달, 일 년이 걸린다고 한다. 다들 그냥 카더라 통신만을 듣고는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직접 계산해보니 40만점을 3초씩 24시간 꼬박 본다고 하면 2주가 걸리며, 운영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37일이 걸린다. 밥 먹고 화장실 가고 하는 시간까지를 계산하면 세 달로 잡는 게 가장 현실적인 계산법이 아닐까 싶다.

 

 

 

한참을 돌며 니케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라며 화를 내고 있는데, 계단 저 위에 니케가 보였다.

 

 

 

 

유명한 작품이라 어디 잘 모셔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계단 위 복도 중간에 놓여 있어서 살짝 당황했다.

 

 

 

회화실로 자리를 옮겨 올려다 본 천장의 모습. 어디든 그냥 눈 놀리면 잘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들어서는 순간 느낌이 좋아서 찍어 본 사진.

 

 

 

창밖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뭘 보는 건가 하고 봤더니, 창밖으로 보이는 루브르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창문에 거의 달라붙다시피 해선 사진을 찍고 있는 공쥬님의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이 내다보고 있던 풍경.

 

 

 

공쥬님이 찍은 사진.

 

 

 

골리앗의 머리를 잡은 다비드. 이런 그림들 역시 특별히 전시된 게 아니라, 그냥 복도에 걸려있다. 한국이었으면 막 ‘이 선을 넘지 마세요’라고 줄 쳐있고, 저 그림에만 조명이 비춰지고 있거나 유리관 안에 들어있을 텐데, 남의 집 벽에 그냥 자연스레 걸려 있듯 전시되어 있다는 게 좀 충격이었다.

 

 

 

루브르에서 모자리자를 보는구나! 라는 설렘이 커서 정작 그림은 제대로 보지 못한 모나리자. 사진 찍기 바빴다.

 

 

 

생각보다 정말 작은 그림의 크기에 한 번 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걸 보겠다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에 두 번 놀라고, 그래서 나도 앞으로 가 자세히 봤는데 별 감흥이 없어서 세 번 놀랐다. 집에서 PC화면으로 봤을 때 오히려 더 차분히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VR로 오르세나 루브르 투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찾아봤더니, 올해 중 경기문화재단에서 루브르 VR 체험프로그램을 오픈할 거라고 한다. 캔버스 질감과 붓터치 모양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한다던데,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는 모르겠지만 오픈하면 방에 앉아 여유롭게 둘러 볼 생각이다.

 

 

 

루브르에서 보기로 한 작품은 딱 세 개였다. 니케, 모나리자, 비너스. 모나리자를 찾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그런 방 안에 있는 건줄 모르고 지나쳤다가 다시 찾아갔는데, 여하튼 모나리자를 봤으니 비너스를 보러 가기로 했다.

 

 

 

비너스. 이것도 그냥 복도 쭉 걷다가 우측을 보니 다른 조각상들처럼 놓여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명색이 비너스인데 그냥 이렇게 놓여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 가이드를 대동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빙 둘러싸고 있어서, 살짝 기다렸다가 그들이 가고 난 후 사진을 찍었다.

 

 

 

비너스 보고 나오는 길에 본 아르테미스. 개인적으론 비너스보다 아르테미스를 더 좋아한다. 겨울철 달이 황소자리 부근을 지나며 오리온자리와 가까워질 때쯤, 난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 둘의 재회를 바라보기도 한다.

 

 

 

이제 루브르를 떠나 다음 목적지에 가야 할 시간. 마지막으로 루브르 피라미드 안쪽에서 바깥쪽을 바라본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추천 받은 마레지구에 갔다가, 시테섬 근처에 가서 노트르담 뒤통수 야경 찍고, 세익스피어앤컴퍼니에 갈 계획이었다. 시간이 되면, 움베르트 에코가 있었던 소르본 대학 근처도 돌아보기로 했다. 에코가 보고 듣고 경험했을 곳들을 나도 보게 된다니! 헤밍웨이가 걷고 머물고 느꼈을 곳들 역시 보게 된다니! 얼른 루브르를 벗어나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거기에 간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함께 나눠보기로 하자. 다들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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