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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두 오빠와 삼각관계처럼 됐는데, 둘이 절친이에요.

by 무한 2017. 5. 26.

거침없고, 솔직하며, 그러면서도 예의를 갖춘 채 사교적인 모습을 드러내면 어느 모임에서든지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다. 특히 구성원이 대부분 오빠들인 모임에서, 만나기로 한 날 다시 한 번 약속을 상기시키는 것도 도맡아 하고 또 오빠들이 던지는 드립도 잘 받아친다면, 귀엽고 편하고 성격 좋은 동생으로 여겨지며 오빠들의 예쁨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경우 대개

 

- 내가 좋아하는 오빠 A는 다정하지만 과묵함 그래서 계속 내가 먼저 나서서 어필해야 함.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오빠 B는 나랑 개그콤비로 활동하던 그냥 편한 오빠.

 

라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과묵한 심남이인 A오빠의 눈에 들려 일부러 더 나서서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건데 A오빠는 여전히 조용하고, 그러는 동안 쿵짝을 맞추며 드립을 주고받던 B오빠가

 

“쏭이 이번 카톡프사 아주 칭찬해 ㅋㅋ”

 

라며 개인톡을 보내오기도 한다. 때문에 저절로 ‘하아…,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며, 하필이면 또 자연스레 A오빠에게 어필하고 정보도 좀 알아내기 위해 작전상 개그콤비가 되었던 그 B오빠가가 A오빠의 절친이라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곤 한다. 사연의 주인공인 쏭양이 딱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데, 이럴 땐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우선, 예스걸에서 벗어나야 한다.

 

쏭양은 내게

 

“김칫국 드링킹일 수 있지만 미리 원샷하자면, 만약 B오빠가 이대로 가다가 저를 확실하게 좋아하게 된다면, A오빠는 성격상 무조건 양보할 것 같거든요….”

 

라고 말했는데, 난 쏭양에게

 

“그런 걱정을 하고 있으면서, 왜 B와의 관계는 계속 키워가는 거죠?”

 

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현재 쏭양이 B를 대하는 태도는 누가 봐도 ‘그린라이트’로 오해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연락 자주 할 수 있고, 같이 영화 볼 수 있으며, 밥 먹는 것 역시 쉽게 약속 잡아먹을 수 있고, 모임이 있을 때 여자 쪽에서 막 먼저 팔짱도 끼고 그러는 건, 남자 입장에서 보자면 ‘상대 역시 마음이 있으며,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쏭양이 어장관리를 목적으로 그랬다거나, 아니면 일부러 여지를 여러 곳에 다 심어두려고 그런 건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쏭양의 진심이 정말 순수하게 ‘내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쏭양 태도가 상대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우며 특히 지금처럼 ‘내가 원치 않을 때에도 점점 더 가까워지는 분위기’가 형성 되었을 땐, 의식적으로라도 더 거리를 두거나 밀어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쏭양이 폰을 바꿔주겠다는 광고전화를 받았다. 쏭양은 폰을 바꿀 생각이 없다. 그런데 전화를 냉정하게 바로 끊기가 미안해서 상대가 하는 말을 다 듣고는, 일부러 장단도 맞춰주느라 상대가 말하는 조건도 되물어가며 원만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 통화한 뒤에야 쏭양은 ‘폰 바꿀 생각이 없다’는 걸 밝힌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원만한 대화’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상대는 자신이 쏭양에게 희롱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쏭양과 B와의 관계가 저렇게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예스걸’에서 벗어나 거절을 시도하고, ‘반대의 상황일 때 연하남이 나처럼 대한다면 난 오해를 하지 않을까?’를 고려하며 행동하길 권한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쏭양이 또

 

“어쩌지ㅠㅠ 오빠 나 그날 선약 있는데 ㅠㅠ 담주에 볼까?”

 

정도로만 거절할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언제 보자는 기약 없이 거절하는 게 좋겠다. 쏭양에게는 ‘습관적인 상대 챙기기’와 ‘상대 무안하지 않게 대안 제시하기’가 몸에 배어있느니, 그걸 발휘하지 않도록 애쓰길 권한다. 그래버리면, 그건 상대에게 더욱 가혹한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2. 마음이 너무 앞서면 안 된다. 그렇게 마음만 앞서면….

 

쏭양은 A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보니, 대화중 급격히 산만해지며 아무말대잔치를 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대화하고 있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좀 더 깊게 들어가거나 다른 주제로 이어지더라도 좀 연관성 있는 주제로 자연스레 꼬리를 물고 들어가야 하는데, 마음이 앞서다보니 이 얘기 하다가 갑자기 저 얘기하고, 저 얘기하다가 또 딴 얘기를 해버리는 것이다.

 

좀 극단적으로 각색한 아래의 대화를 보자.

 

쏭양 - 오빠 오늘 A했어?

상대 - A했지 ㅎㅎ 이러이러했어.

쏭양 - 그렇구나. 난 B했어. B완전 좋았어.

상대 - B괜찮지 ㅎㅎ

쏭양 - 근데 오빠 내일 C할 거야?

상대 - 아마 그럴 것 같아. 너는?

쏭양 - 나는 D하려고. 아 근데 오빠 E하나?

상대 - 응 E하고 있지.

쏭양 - 그래? ㅎㅎ 난 이제 퇴근. F해야지.

 

저렇게 대화하려면, 힘들지 않은가? 쏭양은 신청서에도 나름 또 열심히 짜 놓은 ‘앞으로 꺼내 대화할 구실들’을 적어두었던데, 그걸 막 그렇게 애써 생각해내고 정리까지 할 필요 없다. 친구에게 연락할 때

 

‘이따가 전화해서 먼저 6월에 있는 축제 알려주고, 첫 주에 결혼식 같이 갈 거냐고 물은 뒤에, 간다고 하면 같이 가자고 하면서 가는 길에 어디어디 좀 들르자고 해야지.’

 

하는 계획을 전부 세워두고 거기에 따라 체크해가며 대화하는 건 아니잖은가. 그런데 쏭양은 저런 식의 계획을 짜놓고 연락해서 이야기를 하는 까닭에, 대화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을 때가 있으며 대화 중 상대가 다른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그걸 대충 넘기고 쏭양이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꺼내버리기도 한다.

 

또 실시간으로 대화가 되지 않을 때에는 워낙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이야기하는 까닭에, 둘의 대화는 뭐가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산만해지기도 한다. 예컨대,

 

쏭양 - 난 A하고 있어. 오빠는 B했나? 아, 그리고 주말에 C할 거야?

상대 - A하고 있구나. 나는 B했어. 주말에는 C해야지. 근데 주말에 D있는 거지?

쏭양 - A는 이러이러해서 좋았어. 오빠는 B했구나. B는 어땠어? 그러고 보니 주말에 D가 있었네. 그럼 C는 못 하는 건가? 오빠 E좋아한다고 했지? F도 좋아해?

상대 - A는 그래서 좋았구나. B는 괜찮았어. D가 있으니 C는 못하는 거겠지 아마도? 난 E좋아하는 게 맞고, F는 글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넌 해봤어?

 

라는 식으로 늘어가는 대화가 되고 마는 것이다. 예시에는 저렇게 적었지만 실제로 둘은 편의상 행을 나눠가며 물어본 순서에 따라 대답을 하는데, 그러다보니 한 번에 기본 3~4줄씩 할애해 말하며, 주제가 자꾸 바뀌니 만나자는 말을 꺼냈다가 거기에 대한 답도 못 듣고 다시 묻지도 못한 채 이후에 나온 주제로 대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아무리 마음이 막 달려 나가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더라도 대화는 한 번에 하나씩 하자. 그리고 뜬금없이 아무 관련 없는 주제를 계속 꺼내지 않도록 주의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얼른 가까워질 것 같다며 억지로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할 경우 이쪽은 그걸 생각해내느라 피곤하고, 상대는 ‘인터뷰 마라톤’ 하듯 전부 답해줘야 하는 까닭에 피곤해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국회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연애에선 ‘10분의 대화’가 ‘100분의 필리버스터’보다 분명 나은 것이니 말이다.

 

 

위에서 이야기 한 두 가지를 기억한 채, A에게 집중하며 가자. 그에게 쏭양이 ‘놓칠 수 없는 여자’가 된다면, 분명 그도 친구가 쏭양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인연을 양보하진 않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주의해야 할 건 ‘A랑 잘 안될 것 같으면 B에게 가겠다’며 가능성을 좇아 환승하는 일이니, 그런 일만은 저지르지 말길 바란다.

 

특히 A에 대해 뭔가를 더 알고 싶다고 해서, 지금 쏭양과 더 가까워지려고 하는 B를 이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쏭양은 벌써 B를 통해 A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알아낸 것 같은데, 그러느라 B와 만나고 함께하는 시간이 B에게는 고스란히 오해로 치환될 수 있다. 지금 쏭양이 A와 연락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A에게 물었을 때 A가 대답을 안 해주는 것도 아니니, 무엇이 어찌되든 쏭양이 자력으로 상대와의 관계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며 만나봤으면 한다.

 

쏭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난

 

“아무래도 넌, 카톡이 길어지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계속 마이너스인 것 같아. 게다가 지금은 답장이 뭐라고 오느냐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가, 기대한 답이 아닐 경우 실망해서는 더 한 마디도 안 하고 그냥 대화를 끝내버리는 문제도 생겼고 말이야. 그러니까 그냥 통화를 해.”

 

라는 이야기를 해줬을 것 같다. 카톡대화가 기어 1~2단이라면 전화통화는 3단, 만남은 4단 정도 되니, 고속주행을 원한다면 전화통화와 만남을 늘려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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