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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난, 이 관계를 ‘어쩌다 알게 된 오빠동생’ 사이 정도로 생각한단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렇게 시작하며 뭘 좀 알아가다 사귀든 말든 했어야 하는데, L양은 ‘남자가 대시하면 일단 사귀고 보는 스타일’이었고, 상대는 ‘가능성 있어 보이면 일단 대시하는 스타일’이었다. 때문에 마치 게스트하우스에서 어제 저녁 바비큐 파티 할 때 만나 한 잔 하고, 다음 날 해장하다가 사귀게 된 듯한 관계가 형성되고 말았다.

 

그렇게 사귀게 된 후 상대는 이제 연인이 된 것이니 어서 여보 자기 쪽쪽 하며 지내기를 원했고, L양은 ‘내가 뭘 믿고 이 사람한테 순정을 바쳐? 잘 알지도 못하는데’하는 생각을 했다. 이러면 보통 얼마 안 가 헤어지기 마련인데, L양은 자신이 저런 태도를 취할 때 남자들이 열혈 사랑꾼이 되어 철벽을 공략하려는 듯 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고, 상대는 굳이 간판을 내리진 않은 채 다른 곳에 다리를 걸치는 것으로 해결하는 사람이었다.

 

 

 

저게, 내가 생각하는 이 관계의 근본적인 문제다. 연애란 케바케니 시작이 어떻든 사귀며 알아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는데, 그럴 순 있지만 L양처럼

 

- 내 친구들 짓궂어서 오빠 소개해주기 안 내킨다.

- 오빠 친구들 보러 가는 건 내가평가 당하는 것 같아 싫다.

- 난 결혼할 생각 없다.

- 나랑 결혼할 것도 아닌데 왜 결혼한 상황을 가정해 얘기하는지?

 

라는 생각과 태도를 보이고 있으면, 필연적으로 서로를 알아가기 힘들어지며 알아가야 할 이유도 없어지고 만다. 저건 다른 건 생각하거나 꿈꾸지도 말고 그저 지금 당장 내 손바닥 위에서 열심히 충성만 하라는 것과 같은데, 그렇게 여윳돈 정도만 걸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L양에게 올인 할 상대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제가 여태껏 만나왔던 남자들은 바보 같이 저만 보는 성격에 극사랑꾼인 스타일이었거든요. 일도 주변인도 팽개치고 저만 보는 스타일만 만나 와서, 지금 남자친구 같은 스타일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사람들에게 그런 장점(?)이 있었던 반면 쩔도록 집착하는 단점도 있어서 결국 헤어진 것이며,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 중엔 아직 결혼은 먼 미래의 이야기인, 군대도 안 다녀온 대학교 신입생도 있지 않았는가.

 

L양도 이제 곧 서른이다. 다 팽개치고 집착하는 여섯 살 연하남의 들이댐을 그저 ‘사랑 받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것’으로만 여기고 있다간 답이 없어질 수 있다. 나 좋다는 남자와는 일단 갑을관계가 형성되니 덜컥 사귀고, 그 후에는 상대에게 진정성 담긴 충성만을 요구하고 있다가는, 목적지 없이 무모하게 액셀만 밟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되풀이 될 것이다. 파주 통일동산에서 드레그 레이싱 하는 차 옆자리에 100번을 타도, 레이싱 끝나고 나면 내려서 L양 홀로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의 상대와는 끝내는 게 맞다. L양은 그가 헌팅술집에 다니며 거기서 여자들 번호를 추가해오고, 소개팅 어플로 다른 여자 만나고, 어느 날 자취방에 갔더니 여자 귀고리가 놓여 있는 걸 보며 그에 대한 신뢰가 0이 되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유가 무엇이든 거기까지 갔다면 ‘완전한 믿음을 갖는 방법’이나 ‘마음 안 다치고 다시 잘 만나는 방법’을 찾을 시기는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니, 지금도 ‘한 번 붙잡아 보고, 붙잡았는데 아니면 말고’의 태도를 보이는 그와의 관계는 이쯤에서 정리하길 권한다.

 

“솔직히 남친 스펙이 저보다 훨씬 좋으니까, 주변에선 자꾸 저보고 참으라는데요.”

 

남친의 스펙이 좋은 건, 두 사람이 헤어지고 나면 L양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 아닌가. L양이 참는 것으로 한 60년간의 미래가 보장되는 거라면 나도 그게 아주 나쁜 선택인 건 아니라고 하겠지만, 현 상황에서라면 6개월 이내로 정리될 것이 분명하다. 그는 이제 돈 쓰는 것도 아까운지 L양에게 자취방으로 와라가라 하고 있는데, 그걸 참고 견디며 6개월 더 만난다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끝으로 L양에게 하나 더 이야기해주고 싶은 건, 겪어봤는데 아닌 것 같으면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연인과의 풀스토리를 지인들에게 이야기하기엔 자존심 상한다며 대충 각색해서 이야기 한 뒤 부적절한 조언을 듣고, 또 상대도 당장 끝내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니 일단 이어가다간 L양의 청춘을 모두 소진하게 될 수 있다.

 

사랑 받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상대가 너무 집착해서 괴로웠던 이전 연애도 L양은 막 2년씩 이어가지 않았는가. 이번 남친과의 연애 역시 그가 거짓말 한 걸 들켜도 L양이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마우니 넘어가기로 했다’며 계속 만나다간 L양의 20대가 의심과 마음고생만 하다 끝날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쓰리아웃 제도라도 운용해 결정하길 권한다. 아, 상대는 이미 식스아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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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2017.05.30 09: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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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0 09: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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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2017.05.30 09: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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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권...?!

밀크티2017.05.30 10: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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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모순적인 태도 같으면서도 묘하게 그럴 법한 사연이네요
생각 이제 그만 하시고 그 시간 다른 데에 쓰시길...

동동이2017.05.30 10: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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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둥둥이2017.05.30 10: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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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아민이2017.05.30 11: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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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해야하는 건 맞는 듯.
그래야 헤어짐에 대한 판단, 결정을 할 수 있잖아요. ^^

지혜1222017.05.30 11: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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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댓글 답니다 ^^;
댓글은 오랜만이지만 여전히 매일매일 글 읽고 주변인들에게 추천도 합니다 ㅎ
오늘 문득 최근에는 오타가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무한님 맞춤법 실력은 알기에 실수였던것은 알지만 최근에는 어떤 새로운 툴이 생기셨나요?ㅎ 아니면 좀 더 여유있게 매뉴얼을 작성하시거나 ^^
꾸준함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게 저라는 사람이라 무한님의 꾸준함에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___^
무한님은 최근에 어떤 프로젝트라던지 일을 하고 계신지 넌지시 알려주셔도 좋을것 같아요 ^^
여행기와 냥이 이야기도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그사이 집사가 되어 공감하면서요
언제나 무한님 화이팅~~~^____^b

무한만세2017.05.30 13: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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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로로2017.05.30 15: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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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무리 좋아도 뭔가 아니다 싶은 게 세 번 반복되면(삼진아웃제 ㅋㅋ)
그냥 놔 버려요.
근데 미련이 남네요 ㅠㅠ

SJ2017.05.31 18: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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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끝내는게 다들 맞다고 하죠..
그런데 저도 미련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마음이 남아있네요. 헤어지신지 얼마나 지나셨나요?
얼마나 지나야, 어떻게 해야 쓰리아웃 시킨 사람에 대해 신경이 안쓰일지....

2017.05.30 17: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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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0이 되었으면 다시 +로 되는 일은 거의 없더라구요-
참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연애를 하게 되시기를..!

청람2017.05.30 20: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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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아웃~ ^^

피안2017.05.31 14: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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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아웃이라니....
무섭네요 ㄷㄷ
얼른 정리하고 빠져나오시길

SJ2017.05.31 18: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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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과는 다른 상황이지만 신뢰도가 0이 되었다는 점, 식스아웃 아니 한 텐아웃 이상 된 듯 한 점이 비슷해서 와닿았네요..

글에서도 언급하셨듯 늘 "겪어봤는데 아닌 것 같으면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들어와서 좋아하는 상태에서 억지로 헤어졌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 들을 겪고도 좋아할 수 있는지 제 자신도 이해가 가질 않네요..)

만난 것 같지도 않을 만큼 빨리 헤어졌는데도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각이나고..
슬프고 힘들고 화나고 답답답하고 보고싶네요.. 좋아하는 듯한 것 같기도하면서...

더 만나보면서 개선하려고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요..?
시간만 흘러봤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다는 진리처럼..
더 안좋은 일만 겪을 것 같아서 최대한 빨리 정리한 것인데
제 마음은 정리가 되지 않은 채 멈춰버린 것 같네요..

어떻게 해야 아무렇지 않아질까요ㅠㅠ

하기하기2017.06.01 14: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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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사람들은 정말 남자든 여자든 싫음

반짝*2017.06.10 02: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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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글 읽을 땐 별 생각 없었는데
그 사이 구남친님께 연락을 받고
쓸데없이 싱숭생숭한 상태로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완전 절 위한 글이에요
"겪어봤는데 아닌 것 같으면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네 정신차리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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