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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삼십대 후반 여잡니다. 또 헤어졌어요. 전 이제 어쩌죠?

by 무한 2017. 6. 1.

이건 금방 딱 답이 나오는 사연이니, 짧고 굵게 살펴보자. M양은 딱 이 세 가지만 기억하면, 지금까지와는 분명 다른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출발해 보자.

 

 

1. 남들이 권한다고, 또는 대시한다고 무조건 사귀진 말자.

 

M양은 상대에 대해 별 매력도 못 느꼈고 대화 역시 지루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개해주신 어른들이 더 만나보라고 하시니까 더 만났고, 만나다 그가 대시를 하니 사귀었다. 난 이걸, 이 연애가 파국을 맞이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게, 사실 크게 흥미도 안 생기고 데면데면했는데 상대가 대시했다고 해서

 

-사귀자고? 오케이. 자 그럼, 지금부터 자기랑 나랑 연애 모드. 시이~작!

 

하며 이쪽에서는 비타민 세트 선물해주고 향수 사주고 옷도 선물하며 헌신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상대가 예뻐해 주고, 데이트 계획 짜오고, 연휴면 어디로 놀러갈지 구상하며 기쁘게 해주고, 기념일이면 갖고 싶은 거 사주길 바라는 건, 연인 역할극에 지나지 않는다. 연애를 하는 게 좋아서 만나는 거지, 상대가 좋아서 만나는 거라고 보긴 힘들단 얘기다.

 

이렇듯 첫 단추가 맞는 구멍에 들어가는 건지도 보지 않고 일단 끼워버리면, 다음 단추들을 끼워가는 내내 뭔가 잘못된 기분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열심히 이해하고 참고 배려하며 다 끼운다 하더라도, 결국엔 전체적으로 단추를 잘못 끼운 관계라는 걸 나중에야 깨닫게 될 수 있고 말이다.

 

M양은 연애에 대해 ‘시작만 하면 마법같이 행복해지는 관계’라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그게 앞뒤 안 가리고 호르몬의 도움을 받아 당장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사실에 만족하면 얼마간은 그럴 수 있는 것이긴 한데, 그러기 위해 서로 잘 알지도 못하고 사실 큰 관심도 없으면서 애써 애교를 부리고 헌신하려 들고 달달한 표현들을 전달한다고 해서 마냥 지속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상대가 당장 내게 관심을 보이며 잘해준다고 해서 덜컥 연애역할극을 시작하지 말고, 상대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며 그와 있는 시간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때 연애를 하자. 지금처럼 연애를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 일단 시작한 뒤 그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요구만 할 경우, 매번 비슷한 마지막을 경험하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2. 스스로 판단하며, 아닌 걸 확인했으면 나오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뭐 동네 데이트만 하거나 하루에 딱 한두 번만 연락하며 지낼 수 있다. 그럴 수 있긴 한데, 그게

 

-상대가 할 거 다 하고, 즐길 거 다 즐기고, 나머지 남는 시간이 그것뿐이라 그러는 것.

 

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는 거다. 이럴 경우, 이걸 꾹꾹 참고만 있다가 한 번씩 불만을 표출해 근교 드라이브 한 번 가고, 그걸로 또 몇 주를 버티며 알아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체 그 연애를 왜 지속해야 하는 건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애정과 표현에 대한 외상이 쌓이기 시작하는 순간 그 연애는 위기에 접어든 것이며, 대부분의 경우 그 관계는 훗날

 

- 그간 외상으로 달아 놓았던 것들 갚기 VS 이별로 손 털기

 

중 후자로 결론 나는 일이 많다는 걸 잊지 말자. 자꾸 외상을 해버리면, 나중에 갚아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까닭에 의무만 남은 관계로 느껴질 수 있으며, 더불어 굳이 애쓰지 않고 미뤄두어도 문제없던 것에 길들여져 그렇게 굳어질 수 있다. 당장의 상황이 좋질 않아 ‘겨우 마련할 수 있는 작은 것’을 꺼내는 사람은 믿어도 좋지만, ‘나중에 해줄 것이니 지금은 다 생략’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나중에 다시 찾아오든지 하라며 보내길 권한다.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걸 상대에게 애써 묻고, 또 이해가 안 가는 답을 들은 뒤 이해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자. 남친의 집안 곳곳에서 다른 여자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그 날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어요.”

“속아도 속는 셈 치고 이해하고 화해했어요.”

 

라며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상대는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근 1년 간 만난 여자가 없지 않다고 했는가. 이게

 

M양 - 정말 여자가 두고 간 물건 아니야?

남친 - 어 아니야.

 

라는 대화로 마무리 된 거라면 찜찜함과 의심이 남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 파고들거나 정직한 대답을 요구하면 헤어지게 될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넘기고, 또 상대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데이트할 때 스킨십을 안 하는 쪽으로 혼자 결론 내봐야, 어차피 마주하게 될 결론 역시 이별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3. M양이 사용하는 최악의 문제해결법.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한 달에 한 번 꼴로 헤어지자는 얘기를 하면, 그 관계엔 반드시 이별이 찾아온다. 그리고 M양은 연애를 시작할 때처럼, 이별 역시 헤어졌다가도 상대가 재회하자는 얘기를 하면 일단 다시 만나는데, 이래버리면 상대도 갈수록 ‘헤어지자’는 말에 익숙해져 나중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 거라는 걸 기억해 뒀으면 한다.

 

그리고 M양은 불만이 있을 때 그걸 돌려서, 또 꼬아서 말을 하는데

 

“오늘 남산 지나쳤는데 너무 예쁘더라. 근데 자기랑은 못 오겠지?”

“나도 이렇게 하늘 파랄 때 나가서 (같이)걷고 싶은데….”

“어디어디에서 뭐 한다던데….(이렇게 말해봐야 자기랑은 못 가겠지?)”

 

라는 식으로 앞선 실망과 서운함을 담아 묻는 건 앞으로 좀 자제했으면 한다. 저래버리면, M양도 피곤하고 상대도 피곤하고 나까지 피곤해진다. 원하는 게 있으면 되도록 드러내 얘기를 하고, 지금처럼 부정적인 질문을 해 상대가 부정해주길 바라지만 말고 그냥 긍정적인 질문을 하도록 하자.

 

끝으로 하나 더 얘기하고 싶은 건, M양에게 그 어떤 감정이 찾아왔든 간에, 반대로 M양이 당했을 때 기분 뭐 같을 것 같은 일은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난 M양이 ‘아는 남자 동생’이랑 술을 마셨다는 부분에서부터 이거 좀 뭔가 분위기가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M양이 그 남자 동생에게 남친 흉을 보고, 그런 뒤 남친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하다 그 둘을 전화통화 하게 만든 부분에서 경악했다.

 

반대로 남친이 ‘아는 여자 동생’이랑 둘이 술을 먹으며 M양의 흉을 보고, 이후 전화를 걸어 M양과 그녀를 통화하게 만들며, 그녀는 M양에게 남친이 흉본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M양은

 

‘이것들 도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거다. 술 취해서든 충동 때문이든 저런 행동을 하는 건 M양에게 1g도 도움이 되질 않으니, M양이 심술부리고 싶을 때 하는 말과 행동이 관계의 뿌리까지 뽑아버릴 위험이 있는 건 아닌지 꼭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행하길 바란다.

 

 

하룻밤만 자면 불금이다. 다들 조금만 더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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