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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모태솔로 남자인데, 고교 동창 여자랑 친해지고 싶습니다.

by 무한 2017. 8. 9.

영규야 여자가 먼저 연락을 해왔는데 “엥?”이 뭐야 “엥?”이. 그리고 “너 개올만이다.”같은 멘트는 학창시절을 생각하며 먼저 다가온 여자의 마음을 정확히 12.7도 정도 낮출 수 있는 멘트야. 그리고 상대가

 

“내가 기억하는 너의 모습은 고등학생 시절에….”

 

라며 추억을 공유하려 말을 꺼내는데, 거기다 대고

 

“너 소설 써? 문체가 소설에서 많이 본 문체네 ㅋㅋㅋㅋ”

 

하고 있으면 짜게 식을 수밖에 없는 거야. 짜게 식는 게 뭐냐고? 차게 식는 것보다 강한 표현이야.

 

 

 

이건 뭐 지금 어떻게 다가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일단 헛소리를 넣어두고 젠틀하게 대하는 게 더 시급한 문제야. 영규도 이제 이십대 중반이잖아. 그러면 여자인 상대를 부를 때

 

“야 근데 너….”

“야 학교에서….”

“야 너 이거….”

 

하고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가 어색해서 앞에 꼭 ‘야’를 붙이는 거면, 차라리 상대 이름을 불러. 내가 “영규야.”하는 것처럼. 그리고 상대는 절대 줄임말 안 쓰는데 거기다 대고

 

“ㅅㄱㅅㄱ”

“ㅇㅋㅇㅋ”

“ㄱㅅㄱㅅ”

 

하고 있으면 노답이 될 수밖에 없는 거야.

 

난 영규가 무례한 사람 아니며, 나쁜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 신청서를 읽었으니까 영규가 어떤 속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건데, 그걸 안 읽은 상태에서 카톡대화만 봤다면 답이 없다고 생각했을 거야.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상대는 영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잖아. 그래서 참 가볍게, 어느 때는 무례하게 느껴지는 영규의 태도를 보며 대화를 끝내고 마는 거야.

 

 

상대를 저런 식으로 대하면서, 진짜 정말 쓸데없는 순간에만 엄격, 근엄, 진지해지는 것도 문제야. 강아지 얘기 하다가 상대가 “너 강아지 좋아하나봐?”라는 질문을 하니까, 영규는

 

“좋아한다고 하기엔 그렇게 잘 챙겨주는 편은 아니지.”

 

라고 대답했잖아. 영규야, 미용실에서 미용사가 “머리 아직 별로 안 긴데 자르시게요? 어디 가시나 봐요?”라고 물었을 때, “아뇨. 어디 가는 건 아닌데요?”라고 말하면 어떻게 되겠어? 더 무슨 대화가 이어지긴 힘들겠지? 대화할 때 상대가 저런 멘트를 하면 ‘아, 대화하려 노력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하며 최대한 질문한 사람이 무안하거나 뻘줌하지 않게 이쪽도 도와줘야지, 갑자기 상 펴고 진지 먹으며 대답할 필요는 없는 거야.

 

영규가 먼저 물어봤을 때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영규 - 야 자취하는 친구 선물로 뭐 사가는 게 좋을까?

상대 - 음 방향제? 어떤 친군데?

영규 - 방향제는 샀지 ㅋㅋㅋ 더 준비하면 좋은 게 있나 해서 ㅋㅋ

 

저래버리면, 저런 대화를 해야 하는 상대는 요즘 말로 진짜 ‘개짜증’날 수 있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저게 뭐야. 입장을 바꿔서 누가 영규에게 저런다고 생각해 봐봐. 저럴 경우, 더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대답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겠어, 아니면 알아서 하라며 대화를 그만 하고 싶겠어? 내 입장에서 나 편한 대로만 생각하며 아무 이상 없다고 넘기지 말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 카톡대화를 한 번 봐봐. 그러면 무슨 잘못을 하고 있었는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이성이 먼저 연락하며 다가오는데도 이 기회를 이렇게 사커킥으로 날려 버릴 수는 없는 거야 정말. 얘기 좀 하자고 다가오는 상대에게 발차기를 하면 안 되는 거잖아. 현 상황에선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 연락하는 주기 같은 걸 고민할 게 아니라 말부터 바로 해야 하는 거니까, 젠틀하게 대해.

 

지금, 빙수 먹으러 가자는 말을 어떻게 꺼낼까가 중요한 게 아니야. 고등학교 졸업 후 어떤 전공을 택했는지, 대학생활은 어땠는지, 지금은 무슨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등을 카톡대화하며 공유할 수 있는 거잖아.

 

이미 깔린 멍석이 있잖아. 멍석이 이렇게 깔렸는데도 여기서는 헛발질만 하고, 그러면서 ‘빙수 먹으러 가자고 연락해도 되는지, 연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라며 이쪽에서 새로운 멍석 깔려고 하진 말자고. 나중에 뭘 어떻게 잘 해보고 말고 하는 게 아니야. 지금 이미 둘의 관계는 진행 중인 거잖아. 멍석 위에서 “자야겠다. ㅂㅂ ㅅㄱㅅㄱ”하며 말아버리지 말고, 제대로 말하고 즐겁게 대화부터 해보자고.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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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알아보다 7월 다 갔는데 8월도 다 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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