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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남자친구 있는 여자, 그녀의 어장관리였던 걸까요?

by 무한 2017. 8. 11.

카톡대화를 보면 어장관리 같진 않은데, H군이 신청서에 작성한 내용들을 보면 또 어장관리 같기도 해 솔직히 판단하기가 좀 어렵다. 다만 카톡대화에서 발견되는 패턴 중 H군이 먼저 떠보는 듯한 질문을 하곤 그것에 대해 상대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답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혹 H군이 그런 대답을 듣고는 그걸 ‘증거’로 삼는 거라면 문제가 좀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남자 - 휴가 때 남친이랑 여행도 가고 완전 좋겠네.

여자 - 뭐 그냥 그렇지. 여행 가는 거 솔직히 귀찮기도 해.

 

라는 대화를 나눴을 경우, 저걸 두고

 

-남친과 여행가는 게 귀찮다고 내게 말한 적 있음.

 

이라고 해석하면 곤란하단 얘기다. 저런 건 그냥 ‘친구로서의 연애 뒷담화’나 ‘사실은 좋으면서 그저 그런 척 대답하기’정도로 보는 게 맞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런 대답에

 

-난 남자친구 말고 너와 여행을 가고 싶다.

-지금의 남자친구와 헤어질 생각이다.

-남자친구와 대화하는 것보다 너와 대화하는 게 더 좋다.

 

라는 의미가 담긴 것은 절대 아니니, 저런 대답을 ‘이쪽에 대한 호감의 증거’같은 걸로 해석하진 말자.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말은 저렇게 해도, 여행을 앞두고 방수팩 구입하고 래쉬가드 알아보느라 정신 없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언제나 에누리가 붙기 마련이니, 그저 액면가 그대로 믿거나 좀 더 이쪽이 희망하는 쪽으로 해석해 변형시킨 채로 믿어버리진 말자.

 

 

내가 이렇게 얘기를 하면 H군은

 

“그럼 같이 공부하고 자리도 맡아주고 했던 건 뭐죠?”

“그녀가 먼저 밥 먹으러 가자고 연락한 적도 많은데요?”

“친구들끼리 약속 잡혀도 그녀가 저도 같이 가자고 자주 그랬는데요?”

 

라는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는데, 사실 내 경우도 대학생 때는 그렇게 지낸 까닭에 특별히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분류하자면 이성인 친구를 어려워하며 선을 긋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후자인 사람들과는 저런 식으로 교류하며 지내는 게 가능하다.

 

학교에서 점심시간 되었을 때 같이 밥 먹자고 한 거고, 학교 친구들과 약속 잡혔을 때 부른 거고, 시험기간에 도서관 갈 일 있을 때 같이 가서 공부한 것 아닌가. 이 정도면 ‘친구로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보는 게 맞다. 둘이 따로 데이트 하듯 만나거나 단둘이 영화를 본 적은 없지 않은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H군이 물었을 때 그녀 역시 확실하게 못 박은 적 있다.

 

-남녀 친구 가능하지만 둘이 여행은 노노.

-단둘이 데이트 하듯 시간 보내거나 영화 보는 것도 노노.

-술 마시며 얘기하는 것 까지가 마지노선.

 

그리고 돌아보면, 그녀는 저 기준을 지키며 H군과 친구로서 만나왔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전 고백했고, 그녀는 자기 남자친구 있는 거 알지 않냐면서 거절했습니다. 친구로 지내자면서요. 그리고 그 톡을 남자친구도 본 까닭에 남자친구와도 한바탕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의문인 건, 제가 마지막으로 보낸 카톡에 ‘지금 이 감정을 널 기다리는데 쓰고 싶다’고 한 것에 대해 그녀가 ‘알았어….’라고 대답한 겁니다. 이렇게까지 된 상황에서 알겠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나도 그 부분의 카톡 읽었는데, H군은 그 말 이후 한 번 더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내 입장도 생각해줘서 고마웠다’고 말이다. 그녀가 ‘알았어’라고 한 건 그 감사인사에 대한 대답으로 보는 게 맞다. ‘어쨌든 일단 알겠다’는 의미이지, ‘알았으니 기다려달라’는 의미는 아니다.

 

난 H군이, ‘숨은 의미’를 찾으려 하기 보다는 확실하게 그녀가 표현한 ‘그녀의 생각’에 좀 더 무게를 두었으면 한다. 그녀는 H군의 고백을 거절했고, 카톡으로도 다시 한 번 ‘친구로 지내자’고 말하며 자신의 선택을 전했다. 이렇듯 그녀는 명확하게 두 번이나 자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모두 접어둔 채 ‘숨은 의미’만을 찾으려 들면 정말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끼리니까 빙빙 돌릴 것 없이 얘기하자면, 이미 고백 전부터 그녀는 H군이 자신에 대한 호감을 품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곤 대부분의 ‘만남 요청’을 거절했으며, 카톡대화 역시 단답이 늘고 행여라도 오해를 살 수 있는 모든 행위를 거둬들였다. 상대와의 관계를 정의하려면 바로 이런 변화까지를 포함해서 답을 구해야지, 8월도 이제 중순으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 ‘4, 5월엔 분명 좋았다’는 것만을 대입해 계산하다 오답을 구하진 말았으면 한다.

 

노파심에 하나만 더 얘기하자면, 이 관계를 꼭 ‘날 비참하게 만든 어장관리 or 마음이 있지만 내게 오지 못한 그녀’ 딱 둘로만 구분하려 들진 말았으면 한다. H군은 그 관계가 저 둘 중 어느 것인지 내가 확인해주길 바라는 것 같은데, 이성간에는 동네친구, 학교 친구, 아는 오빠, 아는 동생 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 건 아닌가. 그런 것 중 하나일 수 있는 걸, 극단적인 두 선택지만을 앞에 둔 채 택일해서 분노할 것인지 좌절할 것인지를 결정하려 들진 말았으면 한다. 이건 ‘이런 관계도 있구나’ 정도로 정리해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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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안 사귈 거면서 친근하게 대한다고, 그걸 어장관리로 보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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