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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예쁘고 시크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그녀, 어떻게 친해지죠?

by 무한 2017. 8. 23.

원래 예쁘고 시크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여자사람에게 다가갈 땐 ‘아무말대잔치’를 하게 되는 법이니, 너무 자책하거나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 다들 대부분 그렇게,

 

“고양이도 강아지도 원래 귀여운 거 ㅎㅎㅎ”

 

따위의 아무 의미도, 재미도, 감동도 없는 소리만 계속 해대다 결국 ‘늦은 답장과 읽씹’을 경험하게 되곤 한다. 저런 소리만 해댔던 걸 만회하겠다며 다른 얘기를 해보지만,

 

남자 - 고양이에서 야구로 주제를 바꿔 봅니다. 야구 좋아해요?

여자 - 본 적 없어요.

남자 - ㅎㅎㅎ 야구장에서 먹는 치맥이 맛있는데 ㅎㅎㅎ

여자 - 네

 

라며 더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래버리면 뭐 후회가 남지 않게 고백은 해보고 끝내겠다느니 어쩌겠다느니 하며, 최후의 수단으로 고백을 준비하기도 하는데, 난 그런 대원에게

 

“그게 되겠어? 진짜 지금 차분히 한 번 생각을 해봐. 되겠어?”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예쁘고 시크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여자사람에게 다가갈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정신줄을 단전에 단단히 묶어두는 것이다. 여신처럼 느껴지는 상대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에 들떠 이쪽의 텐션이 너무 올라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보통의 경우에 비해 오버액션을 많이 하게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여신의 카톡을 보면, 그녀에게

 

“오 진짜요??”

“와 짱이다!!”

“진짜 대박이네요.”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자길 좀 봐달라고 눈물겹게 외치고 있는 남자들을 볼 수 있다. 리액션 머신이 된 듯한 그런 태도에 상대가 한 번 웃어주면 ‘됐어. 이제 다 됐어. 지금 웃었어!’라며 일시적인 희망을 갖지만, 그렇게 기대를 품는 까닭에 결국 상대에게 부담 주고 말거나, ‘떠보기’를 하다가 실망까지를 내비치고 말아 불편한 사이로 전락하게 되기도 한다.

 

그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있는 술자리에 갔는데, 거기서 나서기 좋아하는 남자 하나가 그녀에게 고기를 잘라주며 점수를 따는 것 같다고 해서 기회를 빼앗겼다며 낙심할 필요도 없다. 걔는 고기 자르라고 두고, 우리는 맛있게 먹자. 그런 자리에선 고기 한 점을 먹을 때 마다 꼭 상추에 마늘, 쌈장, 파채를 넣어 싸먹으면 그게 더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먹다 보면 쌈장이 금방 떨어지는데, 그러면 그녀에게 “나 그 앞에 쌈장 좀.”이라고 말하면 된다.

 

“그건 너무 상남자스러운 거 아닌가요? 뭔가 망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내가 맛있게 먹는 게 중요하지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애 고기 먹는 게 중요한가. 물론 농담이고, 그렇게 먹는 것에 집중하며 좀 먹다가, 상대와 마치 예전부터 오래 알고 지내온 가까운 친구인 것처럼 “콜라 마실래?” 라고 훅 한 번 들어가면 된다.

 

 

남들이 그녀의 집 앞 저 먼 진입로에서부터 호들갑을 떨며 그녀가 한 번 쳐다봐주길 바라는 것과 달리, 우리는 그냥 옆집 사는 사람처럼 다가가면 된다.

 

“그렇게 다가가는 걸 그녀가 불편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거나, 아니면 연락에 답장을 해주는 걸 귀찮아하면 어쩌죠?”

 

낱말퀴즈도 잘 풀고, 어미 잃은 고양이도 돌봐주고, 물고기도 잘 잡는 나랑 친하게 지내는 게 어찌 불편함이나 부담이 될 수 있겠는가? 나 컴퓨터도 잘 고치고, 워셔액 빠르게 넣는 법도 알고, 갤럭시 S8 19만 5천원에 살 수 있는 곳도 아는데?

 

본인 스스로가 상대에게 민폐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 끝장이다. 지금 아무도 나를 안 돕는데 그럼 나부터라도 나를 도와야지, 내가 나를 평가절하하거나 과소평가하고 있으면, 대출상담 받으러 간 사람의 마음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옆집에 사는 사람의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웃으며 대화를 나누듯 그렇게 대화하면 된다.

 

예쁘고 시크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여자사람에겐 ‘들이대는 남자들을 위한 사랑채’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들이대는 사람이 하도 많다 보니 ‘예의상 대답해 주는 패턴’이 생긴 건데, 거기서 대화를 위한 대화만 하고 있는 건 시간낭비가 될 수 있다. 말을 걸면 상대가 대답은 한다고 해서,

 

“전 오늘 이러이러했어요. 여신씨는 어땠어요?”

 

따위의 지겨운 인터뷰만 계속하게 되는 걸 주의하자. 그렇게까지 각 잡지 않고 그냥 곧장 대화해도 되며, 주제가 잡혔으면 그 얘기를 해야지 매일 비슷한 형태의 안부 인사를 계속 물으면 그 인사를 받는 사람은 지겨워질 수 있다.

 

끝으로 하나 더 얘기하고 싶은 건, 과감하게 나서야 하는 순간에는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저 위에서 난 고기 굽는 건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냥 맡겨두라는 얘기를 했는데, 내 경우 고기 굽는 건 남에게 맡겨두더라도 상대를 집에 바래다주는 건 양보하지 않는다. 이 사연의 주인공인 지성군은 상대가 알바 하는 것에 대해서도 2주 넘게 묻기만 하며 한 번 찾아가질 않던데, 나라면 그렇게 ‘내가 가도 괜찮은지’를 몇 주씩 떠보기 보다는 이미 그곳에 다녀왔을 것 같다. 그러면 그곳과 연관된 사람들의 얘기로 대화도 풍성하게 할 수 있으며, 상대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도 잘 알게 되는 것 아닌가.

 

“제가 찾아가면 불편할 수도 있잖아요? 갑자기 가겠다고 하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요.”

 

당연히 이쪽이 짝사랑을 하는 상황이며 상대가 그냥 의무적인 대답만을 해주는 관계라면 그럴 수 있지만, 둘은 카톡으로 대화 자주 하며, 오프라인에서도 많이 만났고, 술도 마신 적 있는 사이 아닌가. 그러면 가도 된다는 답이 나온 상황이니 과감하게 좀 질러야지, “가면 나 뭐뭐 줄 거예요?” 따위의 떠보기만 하고 있으면 둘의 관계는 그냥 이도저도 아닌 채 제자리만 맴돌 수 있다.

 

지금 무슨 이미지를 만들어서 상대에게 점수를 따 놓고, 그런 뒤 가까워지며 좀 더 관계진전을 꾀하고, 이후에 고백을 해 상대와 연인이 되는 식의 계획을 세울 필요 없다. 그냥, 상대를 ‘동갑인 이성 친척’이라 생각하며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이쪽이 쩔쩔매며 눈치만 보는 일을 막을 수 있고, 나아가 만약 연애로 이어지는 게 실패하더라도 계속해서 좋은 사이로 지낼 수 있다.

 

‘내가 연락하는 걸 상대가 민폐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답장이 빨리 안 오는 걸 보면 내게 관심이 없다는 거겠지?’

‘방금 온 단답은 알아서 포기하고 돌아가라는 걸 돌려 표현한 건가?’

 

라는 생각은 지성군에게 1g의 도움도 되질 않으며, 자신을 더 쭈구리처럼 만들어 아무말대잔치나 벌이게 만드는 생각이니, 내가 당장 상대에게 행복 까지는 못 주더라도 상대가 필요로 할 때 도움은 분명 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만나 보자. 그러면 상대와 “울 동네 스타필드 오픈했대! 주말에 가면 사람 너무 많을 것 같고, 금요일에 가볼까?”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가까워질 그 날을 꿈꾸며 누워있지만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며 움직이자. 주구장창 폰 붙잡은 채 카톡만 할 게 아니라 전화도 하고, 만나서 밥도 같이 먹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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