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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재미없다는 이유로 차인 적도 있는 남자, 달라질 방법은?

by 무한 2017. 10. 25.

이성들에게

 

“재미없다. 나 집에 갈래.”

“솔직히 재미없어서 만나기 싫다.”

“사실 너에게 그럴 정도로 매력을 느끼진 못한다.”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분명 내상이야 입겠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모든 이성에게 그런 이야기만 듣게 될 운명인 건 아니니 너무 좌절할 것 없다. 그건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보통의 수준까지는 금방 좋아질 수 있으며, 재미라는 것 역시 절대적인 것이 아닌 까닭에 ‘코드가 잘 맞는 사람’과 만나면 많은 부분이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니 말이다.

 

“스스로 제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 전 견문이 좁은 것 같습니다. 남들 다 해보는 것들을 많이 접하지 않았기에 대화 소재가 늘 부족합니다.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주로 듣기만 하고요. 둘째, 전 생각이 느린 것 같습니다. 순간적으로 캐치해서 대화를 하는 게 어렵습니다. 카톡으로는 충분히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지만요. 셋째, 전 소재거리를 만드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다른 커플들은 순간순간 주변 상황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하던데, 전 그런 걸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봐도 턱턱 막힙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알겠으니 이제 그만 눈물 닦고, 오늘부터는 아래에서 내가 제시하는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해 보길 바란다. 출발해 보자.

 

 

1.잘 듣는 방법만 알아도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성격 상 말 수가 적고 말주변이 부족하다면, 거기서 억지로 허튼소리라도 한 번 해보려 노력하기 보단, 그냥 잘 듣기만 해도 상대를 수다쟁이로 만들어 ‘한두 시간 금방 가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여행 얘기라고 해보자. 상대가 자신이 다녀온 이탈리아 얘기를 하는데, 꼭 내가 거기에 같은 경험에 대한 공감을 표하거나 ‘이탈리아 얘기 받고 프랑스 얘기로 더’ 할 필요는 없다. 상대의 여행을 함께 복기하듯 귀를 기울이면 상대는 편하게 자신의 여행얘기를 해줄 것이고, 이쪽이 ‘그 상황에 함께 있었다면 궁금했을 것들’을 묻기만 해도 상대는 즐거워하며 대답해줄 것이다.

 

견문이 너무 좁아 심지어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처음 들어본 정도라 해도, 선택했던 숙소는 괜찮았는지, 다니기에 교통편은 잘 되어 있던지, 음식은 입맛에 맞던지, 뭐가 제일 맛있었는지, 어디가 제일 인상 깊었는지, 제일 불편했던 건 뭐였는지 등 물어볼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 여행 전이라면 상대가 그 여행을 택한 계기나 실질적인 예약과정과 비용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고 말이다.

 

저렇게 묻고 들어가며 깊어질 수 있는 기회를

 

“재미있었겠네.”

 

라며 끝내버리곤, ‘나도 뭔가를 말해야 한다’는 강박에 요즘 나오는 무슨 뉴스 봤냐는 이야기로 넘어가버리니, 그러느라 자신도 힘들고 상대는 노잼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그저 대화를 위한 질문이나 대화를 위한 경청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래버리면 사실 관심도 없는 걸 상대에게 자꾸 묻는 것처럼 보여 역효과가 날 수 있으며, 열심히 듣는 척 액션을 취해도 나중에 기억에 남아 있는 것 역시 별로 없을 수 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데, 그 그림에 빠진 것들에 대해 묻는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상대가 꺼내는 이야기가 스케치라면, 거기에 색을 입히기 위한 부분을 묻는다고 생각해도 되고 말이다. 그렇게 그려두면 웬만해선 잊히지 않으며, 상대의 소소한 추억들까지 내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덕분에 그 경험을 같이 한 듯 다 알고 있는 내게, 상대는 ‘다음 이야기, 다른 이야기’를 또 말해주고 싶어질 수 있고 말이다. 그러니 상대가 해 본 걸 난 못 해봤다며 혼자 쭈구리가 된 마음으로 있지 말고, ‘그건 어땠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를 활용하자.

 

 

2.얼마쯤은 분명, 여린 마음을 극복하고 말을 꺼내야 한다.

 

낚시를 갔다고 해보자. 옆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조사님이 쉴 새 없이 물고기를 낚고 있다. 난 내가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입질조차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가서 현지 조사님께 인사를 건네곤 옆에 서서 보거나, 무슨 채비를 사용하는지, 보통 어느 정도 수심에서 입질이 오는지, 주로 어떤 고기가 잡히는지, 많이 잡으셨는지 등을 묻곤 한다. 그런다고 해서 현지 조사님이 낚싯대로 때리거나 밑밥을 얼굴에 집어 던지거나 하진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묻고 듣고 하다 보면 조사님이 “나 이제 갈 건데, 가면 여기서 해. 여기가 포인트야.”하며 자리를 양보해주시기도 하고, 잡은 물고기 가져가겠냐고 묻기도 하고, 아까 보니 바늘 큰 거 쓰던데 이거 쓰라며 감성돔 2호 바늘을 주기도 하고, 남은 밑밥 가져다 쓰라고 하기도 하고, 회 떴는데 한 점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뭐 자연스레 그런 식으로 일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냥 여린마음 때문에 멀리서 힐끔힐끔 보기만 한다면, 저런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알고 싶은 게 있고 묻고 싶은 게 있고 듣고 싶은 게 있는데 여린 마음을 극복하지 못하곤 그냥 속으로만 생각한 채 가만히 있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마는 것이다.

 

혼자 자신의 삶을 살 때에는 뭐 그래도 된다. 세심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속으로 생각하는 깊이를 더하는 게 절대 나쁜 일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땐, 그 침묵의 시간이 상대를 기다리게 만들거나 지루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창밖만 내다보며 속으로 생각하고 있거나, 마주보고 앉게 되었는데 말 한 마디 안 걸고 데면데면하고 있다면, 보통의 경우 그 시간이 모두 불편함으로 치환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알다시피 나도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인 까닭에 속으로 생각하는 게 더 편하며, 남들과 화기애애하게 어울리거나 리드하는 부분을 열심히 개발해두긴 했지만 여전히 그러고 나면 지쳐 방해받지 않고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꼬꼬마시절보다 많이 나아진 건, 예전엔 ‘아예 다른 나’를 연기하듯 일부러 텐션도 높이고 웃긴 소리를 하는 것에 열중했다면, 면도를 꼭 해야 할 나이가 된 후에는 내가 속으로 하는 생각들을 자연스레 꺼내 그걸 화제로 삼는 방법을 택했다는 점이다.

 

상대에게도 나와 같은 내면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내 내면의 생각들을 꺼내 놓으면, 열에 아홉은 자신의 내면도 조금씩 공개하며 서로가 같은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생기곤 한다. 그렇게 생긴 공감대가 그저 ‘관심사 일치’, ‘경험 일치’같은 공감대보다 훨씬 밀도 높으며, 그러다 보면 아무에게나 꺼낼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마음까지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 두자.

 

 

3.겁먹은 채 계속 확인하려 들거나, 부정적 의미만 찾진 말자.

 

게임에 비유해 말하자면, 그대는 이제 갓 게임을 시작한 초보다. 그래서 아직 빌드도 제대로 잘 모르며 손도 느리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와 함께 팀플을 하려면

 

“이렇게 해볼까? 저기 가보자. 이거 더블클릭하니까 변하네. 해봐봐.”

 

하며 같이 경험하고 배워가야 하는 건데, 안타깝게도 그대는

 

“이따 끝나고 접속할래? 약속 있다고? 약속 언제 끝나는데?”

“매번 내가 먼저 같이 하자고 말할 뿐 네가 먼저 말하는 일은 없네.”

“나랑 같이 게임하는 게 싫으면 싫다고 솔직히 말해줘. 그래도 괜찮아.”

 

라며 ‘상대가 나랑 같이 할 건지 아닌지’나 ‘내가 지금 100% 몰입하고 있는 것처럼 상대도 몰입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더 둔 채 확인하려들고, 그 높은 기대가 완벽히 채워지긴 힘드니 또 번번이 실망하곤 한다.

 

상대는 오늘 알바하며 경험한 일 때문에 마음이 좀 울퉁불퉁해진 상황인데, 그 와중에 그런 속마음을 털어 놓고 같이 이야기 할 수 있긴커녕 이쪽은 자꾸 그냥 몇 시에 끝나냐고, 끝나고 볼 수 있냐고, 지금 가면 20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데 기다리고 있겠다고, 영화 보면 어떨까 싶은데 뭐 보고 싶냐고, 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만나는 게 또 다른 ‘일’처럼 여겨지지 않겠는가. 물론 저게 보통의 연애 중에도 등장할 수 있는 대화이긴 한데, 매번 분위기도 살피지 않고 그저 목적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불도저처럼 저런 패턴만 유지하는 게 문제가 된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정작 만나면 어색해하며 말도 잘 안 하고 불편해하면서 자꾸 ‘만나는 것’, ‘상대도 날 만나고 싶어 하는지를 보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상대의 몫은 상대가 결정하게 둔 채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자. 이 지점에서는 특히, 이쪽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거나 딱히 집중해서 하고 있는 것도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촘촘하게 상대에게 기대하다 결국 집착의 모습까지 보일 수 있으니, 일하느라 바쁜 상대가 1시간 넘게 카톡확인을 안 한다며 분 단위로 시무룩해만 하지 말고 이쪽도 좀 할 일을 찾아서 하잔 얘길 적어두고 싶다.

 

더불어 처음부터 ‘이 사람도 날 재미없어 하겠지?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네.’라며 실망할 준비만을 하고 있는 사람은, 매력적으로 보일 일이 전혀 없으며, 툭하면 피해의식을 발휘해 이모티콘 하나에도 엄청나게 부정적인 의미부여를 하다 관계를 엎지를 뿐이라는 걸 잊지 말자. 어쨌든 그땐 상대가 이쪽의 연락에 응답해주며 영화 볼 약속도 쉽게 잡을 수 있는 관계였는데, 대체 왜 그렇게 불안하고 못미더워하며 자꾸 그 와중에 떠보고 확인하려 들거나 어떻게든 ‘실망할 거리’를 못 찾아서 안달하다 망치고 마는가. 그냥 약속한 날 만나서 영화보고 재미있게 놀았으면 되는 건데 대체 왜.

 

 

마지막으로 하나 더 얘기해주고 싶은 건, 연애라고 해서 무슨 연애만의 화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애 시 사용해야 하는 대화주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친구랑 수다 떨 듯 편하게 생각하고 편하게 임하자는 거다. 이쪽이 긴장한 채 고지식까지 풀가동해

 

‘난 이제 이 사람과, 주변에 있는 상황을 소재로 삼아 자연스럽게 대화해야 한다.’

 

라는 생각을 하면 거기서부턴 머릿속이 백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연스레 대화해야 한다’는 강박마저도 내려놓고, 내가 지금 떨리고 경직되어 있다면 그렇다는 이야기까지 그냥 꺼내놓자.

 

더불어 속으로는, 상대와 함께하는 상황에서 모든 것에 완벽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좀 바보스럽게 보여도 된다고 생각하며 여유를 갖자. 어설퍼도 괜찮고, 실수해도 괜찮다. 친구와 친해질 때를 생각해 봐도 그런 순간을 함께 겪으며 친해지는 거고, 또 같이 해결해나가며 두터워지는 게 우정이지 않은가. 친구 중 ‘재미있는 드립을 잘 치는 친구’보다는 ‘내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친구’에 더 마음이 가는 것처럼 이성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니, 재미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까지 해가며 다 짜놓고 만나지 말고, 좋은 사람과 즐거운 시간 보낸다 생각하며 나가서 함께 놀아보자. 소소한 기술들은 만나다 보면 타자 늘 듯 알아서 늘 테니, 그 걱정에 함몰된 채 무거운 고민 다 싸들고 나가지 말고, 고민은 집에 두고 나가 상대와 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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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꽁치 낚시, 갈치 낚시, 볼락 낚시, 하고싶은 게 너무 많다…. 잉어 낚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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