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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희씨의 남친이 분노한 건

 

-대체 어떻게, 나랑 연애중이면서 맞선을 보러 나갈 수 있는가?

 

라는 지점인데, 그것만 놓고 보면 이쪽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총체적 실망을 하는 게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둘의 경우에서처럼 비밀연애하며 사귀는 거 오픈하자 해도 싫다고 하고, 둘 다 이십대를 벗어난 지도 한참 지났는데 미래에 대한 아무 기약 없이 만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희씨의 남친처럼, 자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도 하지 않으면서, 상대는 굳건하고 변함없으며 모든 걸 알아서 해결해 낸 후 ‘남친 바라기’로 있길 바라는 건 욕심이며 이기적인 태도 아닌가.

 

 

 

그는 지희씨가 맞선 자리에 나간 게 용서할 수 없는 배신이자 배반인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지희씨가 호소도 하고 부탁도 하던 순간에 가만히만 있어선 안 되는 것 아니었을까?

 

맞선 문제가 있기 전, 회식으로 인한 지희씨의 음주와 늦은 귀가에 대해서도 그는 계속 단속하고 지적하는 태도를 보이다, 세 번 정도 헤어지자고 한 적이 있다. 연인의 생활패턴을 쭉 지켜보다

 

‘결혼해서도 저런 패턴이 지속된다면 그 결혼생활은 안 봐도 뻔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건, 뭐 그럴 수 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매일이나 매주 그러는 것도 아니고 피할 수 없는 회식자리에서의 음주까지를 지적하는 것이 난 솔직히 과하다는 생각이 들며, 회식 날 술 마시고 귀가가 늦었다는 것으로 ‘너 알콜중독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이별통보까지 해버리는 것이 난 결코 연인으로서의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연인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면 그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며 같이 답을 구해보기 마련인데, 그는 그런 상황이 생길 경우 수동적이지만 권위적이기도 한 태도를 보이며 ‘심사’를 시작한다. 연인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함께 해결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멈춘 채 ‘너 어떻게 하나 보겠다’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난 지희씨에게, 저런 태도를 보이다 결국 이별통보를 하고, 이후 모든 연락에 무응답으로 답하며 마주쳐도 투명인간 취급하는 상대가 정말 ‘다시 만나야 할 좋은 사람’이 맞을지를,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희씨는 상대의 저런 태도에 대해 그저

 

-이성적이며 차가운 것.

 

이라고 말하는데, 난 그걸

 

-수동 권위적이며 심사만 하려 드는 것.

 

이라 생각하니 말이다.

 

 

또 상대의 애정이, 지희씨가 상대의 말을 잘 들으며 상대가 하고 싶어 하는 연애를 할 때에만 베풀어졌던 건 아닌지에 대해서도 돌아봤으면 한다. 연인은 애완동물이 아니라서 ‘내가 먹이를 주고 돌봐줄 테니, 넌 내 말 잘 듣고 늘 충성해라’할 수 없는 것인데, 그가 연애에 임했던 태도를 보면 자기 손바닥 위에 있을 때에는 예쁘다 예쁘다 해주지만,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대화고 뭐고 다 네 잘못이니 유기하겠다는 위협부터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좋을 땐 좋았다며 앞으로 더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제발 다시 받아달라고 하기에 앞서, 그런 상대와의 미래가 정말 핑크빛이 맞을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이별통보’가 결혼 후엔 ‘이혼통보’일 수 있는데, 자신이 바라는 연인의 모습과 조금이라도 다를 경우 이별통보를 하고 투명인간 취급하는 사람과 정말 잘 살 수 있을까? 그에게 종속된 채 그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문제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붙잡아 함께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일까?

 

바라는 조건-그러니까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종교 같고, 군필이고, 가정 화목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아도 어렵지 않고 등의 조건-들을 상대가 다 갖췄으며, 때문에 이 정도의 사람과 만나면 이후 결혼생활의 큰 굴곡은 없겠다 싶어 어떻게든 재회를 해보려 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중고차를 고를 때에도 내게 맞고 내가 잘 몰 수 있는 차를 골라야지, ‘주행거리 얼마 안 되는 무사고 차량’이라는 것만 보며 출퇴근용으로 1톤 트럭을 골라선 안 되는 것 아닌가. 1톤 트럭은 1톤 트럭대로 필요한 사람이 있을 테니 그 사람 타라고 두고, 우리는 잘 맞는 차를 다시 찾아보자. 다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실 타기에도 불편한데 ‘조건에 맞는 차’라는 것 때문에 이사도 가고 직업도 바꿔가며 차에 맞춰 살 필요는 없는 거라는 걸 지희씨도 깨닫게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사귀는 거 쉬쉬해야 하고, 상대의 스케줄에 따라 만나야 하며, 상대가 바라는 대로 행동해야 하고, 연애한다는 걸 부모님께 공개하는 것에도 반대하는 사람에 대한 미련은, 오늘 여기서 내려놓기로 하자. 다시 만나 또 그렇게 고립된 채 숨어서 해야 하는 연애를 견뎌낸다고 해서

 

-자, 지금까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부터는 다 오픈하고 축복받는 행복한 연애 모드가 시작됩니다.

 

라며 모든 게 한 번에 저절로 해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대부분의 경우 지켜야 할 룰은 더 많아지고, 이전에 없던 조건들이 붙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해준 게 최선인데 뭘 더 바라냐는 이야기가 돌아오곤 하니, 고생 끝에 골병들지 말고 ‘내 사정을 이해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과 만나 행복한 연애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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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등짝2017.11.02 23: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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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사연자분 많이 고생하셨겠네요 ㅠ
담연애는 진짜 분명 더 행복할거예요!!

ㅅㄹ2017.11.02 23: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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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비밀연애란....(절레절레)

2017.11.02 23: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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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예전에는 칼럼들을 보며 이런좋은생각이 있구나!!!!! 따라해봐야겟다!!!! 참고해야겠다!!! 라면 요즘에 읽을때는 (끄덕끄덕) 맞아. 공감되 완전공감되. 라면서 이해가 되는거같아요
이렇게 자라나는건가..☆ 고목나무가 되든 자유로운 한마리의 새가되든 ㅋㅋㅋㅋㅋ 나중에 소소한것까지 공유하며 같이 키득거리며 놓수있는 제 짝꿍과 함께 바라보는 사람이되어서!
종종 놀러오고싶네요~ >< ㅎㅎ

RushHour2017.11.03 0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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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사연자분! 아니다 싶은 관계는 마음 한 구석에서부터 거부의 외침이 있겠죠, 그걸 잘 따라가면서 좋은 사람 만나시길 바랍니다.

무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멘

AR2017.11.03 07: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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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는 왠지 재회가능커플로 보이기도 해요 자질한 일로 계속 싸웠던게 아니라 큰 일이 한 두 번 있었던 거라면.. 패턴으로 또 헤어질 걱정이 조금 줄어들긴하겠죠 그리고 맞선도 본 마당에 그냥 흐지부지 하고 사귀자라고 했으면 그게 더 이상하긴해요ㅎ
근데 저는 다른 지점이 더 보여요.. 싸움을 먼저 거는 남자친구는 나중에 결혼하면 싸울일 많아요 회식 할때마다 싸울수도 없고.. (회식 늦게 들어왔다고 헤어지자고 했음 최소 결혼 이후에는 전업주부하라고 할거 같은데 그런것도 생각해보시구여) 원래 남의 들보는 커보여도 이해해주는게 맞는건데 말이죠
하지만 앞서 저 두 지점 말고 싸운일이 없다고 한다면 재회도 괜찮을듯? 싶은데
그냥 보통의 남자는 꽤 많아 보이는데 일단 내 주변엔 없으니 (괜찮은 애는 결혼했고) 남자 많다는 말 안들리는거 이해합니다
그래도 소개팅 백번하면 전남친같이 보통의 스펙(?)을 가진 좋은 남자 만날수 있다에 한표를 겁니다! 저같음 일단 소개팅을 열심히 해볼듯 해여ㅎ

제이드2017.11.03 07: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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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금요일

오늘 글 중 중고차 비유, 너무 적절합니다.
언제 저도 써봐야겠어요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blueee2017.11.03 08: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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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정독합니다~

피안2017.11.03 08: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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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뭐해 낚시가자 라는 탭이 생긴걸 보고 기대하는 중이었는데 ㅋㅋ
무한님의 글은 항상 기다려져요!! 화이팅!!!

도롱2017.11.03 08: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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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도 있지만 굳이 많은걸 바꿔가며 재회하실만한 상대는 아닌듯.. 하는게 제 의견이예요

진짜 낚시 블로그 되나요?ㅋㅋㅋㅋㅋㅋㅋ
낚시꾼이 여럿 탄생할듯 ㅋㅋㅋㅋ

반짝반짝2017.11.03 09: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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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분 중에 비슷한 분이 계셔서 그냥 못 지나치겠어요..
굉장히 피곤한 스타일이 될수 있어요. 다른분이 이야기하셨듯 이성적이고 차가운게 아니라 소심하고 권의적이여서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면서 주위사람들이 자기가 두는 장기판의 말이 되었음하는..(앞에서 나설일에는 회피하고 쓰윽 빠지는)그러다 제일 만만한 사람에게 뭐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탓을 합니다..이거 점점갈수록 돌아버려요.. 연인이라면 옆에서 제일 힘든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사연자분이 그런사람이 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마나오링2017.11.03 09: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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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결혼한다고 크게 안 바뀌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그것만 기억하세요

플라썸2017.11.03 12: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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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어진 율무차를 누군가는 반드시 치워야되는 입장에서
어떤 사람은 짜증을 표출하지만 혹자는 꼬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니 좋다고 말합니다.(진심이든 분위기 전환용이든 둘 다 아무려면 좋지요)
같이 지내면, 힘 빠지는 사람 말고
이왕이면 말로 때려대는 사람보다는,
율무차 새로 한 잔 타다 주는 사람이랑 한 집에 살면...

조건은 결국 행복해지려고 따지는 거죠. 그러니 결국 그 총체를 봐야해요.

2017.11.0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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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2017.11.03 13: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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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글 잘 보고 가용
책도 오늘 주문했어요ㅠㅠ

희서니2017.11.03 13: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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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갑니다!!

Tone and manner2017.11.03 16: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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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건 이 글의 남친이 아니라 바로 이 글의 무한님이 그런 모습이죠. 물론 그래야할 때도 상대에 대한 진지하고 따뜻한 관심이 바탕이 되어야 그런거구요.
1톤 트럭 비유 정말 재밌고 적절한 것 같습니다 ㅋㅋ👍👍

딸기2017.11.03 17: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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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사귀는 거 쉬쉬해야 하고, 상대의 스케줄에 따라 만나야 하며, 상대가 바라는 대로 행동해야 하고, 연애한다는 걸 부모님께 공개하는 것에도 반대하는 사람....응???
이게 연애 상대야 007 첩보원이야?

마벵2017.11.04 10: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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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맞는 말은 아니겠지만
남자라면 최소한 자기 여자만큼은 나를 믿을 수 있게 하고,
나와 함께라면 장미빛 꽃길은 아니더라도 웃음지을수 있는 미래 정도는 그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랑리어카2017.11.07 16: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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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만요?

지금 잠이옵니까2017.11.04 21: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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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속 시원하다!!!
역시 무한님

ㅁㅍㄹ2017.11.08 04: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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