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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그동안 내가 더 많이 줬으니, 이젠 네가 달라는 남친. 어쩌죠?

by 무한 2017. 12. 29.

종종 이런 사연이 온다. 연인과 다툰 뒤 다시 만났거나 아니면 얼마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날 경우, 연인이

 

“너랑 사귀며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내가 하고 부담했다. 그런 연애라면 또 하고 싶지 않다. 다시 만나게 될 경우, 그동안 내가 더 많이 줬으니 이젠 내가 나에게 줘라.”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럼 헤어진 뒤 미련과 후회를 간직한 채 반성모드에 있던 쪽에선 알겠다며 쉽게 승낙을 하곤 하는데, 바로 거기서부터 상상도 못했던 노예생활이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데이트비용을 더 부담하는 거? 그럴 수 있다. 상대가 편한 장소 위주로 만나러 가는 거? 그럴 수 있다. 상대의 컨디션이나 배부른 상태에 따라 뭐 할지 말지 뭐 먹을지 말지가 걱정되는 거?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뭐 이것까지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같이 있을 때 그렇게 폰만 들여다보고 있지 말아달라는 말에

 

“넌 너 할 거 해. 난 나 할 거 하잖아.”

 

라는 대답을 할 뿐이라면, 이 연애를 지속해야 할 목적 자체가 없는 거다. 팝송 <I.O.U>에

 

“I owe you, more than life now, more than ever. I know that it’s the sweetest debt, I’ll ever have to pay. (난 빚이 있다 너에게, 모어 댄, 뭐뭐보다 크다. 지금의 삶보다 크다. 에버 보다도 크다. 나는 그것을 안다. 그것은 스윗티스트 최상급, 가장 달콤한 빚이다. 아윌, 나는 할 것이다. 해브 투 페이. 갚아야만 한다.)”

 

라는 가사가 나오긴 하지만, 만약 그 가사를 쓴 사람도 사연 속 Y양처럼 계속 밥값과 택시비를 부담하며 무시까지 당하는 쪽이었으면, “그 빚이 그 빚이 아니잖냐. 지금 네가 날 투명인간 취급하는데 갚긴 뭘 더 갚냐.”하는 얘기를 했을 거라 난 생각한다.

 

 

현재 Y양 남친의 마음속엔, 복수심과 증오, 그리고 일부러 더 못되게 굴어 Y양을 골려주려는 생각만 남은 것 같다. 그는 Y양이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며,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Y양이 사주도록 유도하고, 데이트비용을 Y양이 전부 부담하는 게 당연한 듯 행동하며, 어디 나가는 거 귀찮으니 집데이트를 하자면서 자기 몸 쑤시니 안마를 해달라고 요청할 뿐이다. 이런 그의 태도에 Y양이 견디다 못해 항의하면,

 

“전에는 내가 거의 다 챙겨주지 않았냐. 넌 네가 받을 땐 좋아했으면서 주기는 싫으냐. 나한테 뭔갈 해줘야겠다는 생각 저절로 안 드냐. 나도 이제 받는 연애, 편한 연애 좀 하고 싶다.”

 

라는 이야기로 응수할 뿐이고 말이다.

 

둘이 다퉈서 날 세운 채 있을 때에도, 그가 궁금해 하던 건

 

-그래서, 나 사주기로 하고 주문했던 거 취소했는지?

 

였을 뿐이다. 이 정도면 그에겐 이 연애가 어떻게 되든 말든 별로 중요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이 Y양에게서 뭘 더 받아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라 할 수 있겠다. Y양은 이걸 다 몸소 경험하면서도

 

‘예전엔 상대가 나에게 헌신했으니, 이젠 내가 헌신해야 한다는 상대의 말이 맞는 건지?’

 

라는 생각에 울며 겨자를 먹고 있는데, 그 맹목적 헌신의 끝엔 보상이나 보답이 있는 게 아니니 이쯤에서 그만두길 권한다.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결코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지금 상대는 ‘헤어져도 별 상관없음’의 마음으로 이 연애에 발만 담그고 있을 뿐인데, 이런 관계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이건 그간 상대에게 많이 받았으니 이제는 Y양이 좀 더 베푸는 연애가 아니라, 상대가 대화 자체를 귀찮아하며 상대 외롭고 심심할 때에만 Y양이 열심히 봉사하는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관계에 질려 Y양이 힘듦을 호소할 때마다 상대는 ‘넌 받는 것만 좋고 주는 건 싫으냐’, ‘(내가 너에게 해줬던 걸 생각하면)넌 나한테 뭘 해주고 싶다는 생각 안 드냐’는 이야기로 이걸 그저

 

-네가 이기적이라 ‘주는 연애’를 못 하는 것.

 

이란 상황을 만들던데, 이건 Y양이 이기적이라서 ‘주는 연애’를 못하는 게 아니라 Y양에 대한 애정이 전부 소진된 채 복수심만 남은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봉사하는 게 힘들어서 벌어지는 일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건 이쯤에서 그만하도록 했으면 한다.

 

밥 차려주고, 옷 사 입히고, 안마까지 해줬지만 돌아오는 건 택시비도 내라는 반응뿐이지 않은가. 미안함과 고마움에 갚아가려 해도 갈수록 ‘더 내놔라’라는 요구만 늘어가는 상대와의 관계는, 내년까지 이어가지 말고 올해 내로 정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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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그냥 냅뒀으면 좋겠다." 그럼 이 연애 하지 말고 그냥 혼자 살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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