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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첫 데이트 이후, 직장동료인 썸녀가 차게 식는 것 같습니다.

by 무한 2018. 2. 2.

이건 썸녀가 차게 식은 게 아니라, S씨가 혼자 안달복달하게 된 거라 보는 게 맞다. 데이트 이후 S씨의 태도 변화를 보자.

 

-자꾸 찾아가겠다고 하며 진짜로 찾아가기도 함.

-많은 부재중 전화와 혼자 보내는 카톡을 남김.

-자꾸 더 캐물으려 하며 습관적으로 사과함.

 

데이트 이전 S씨는 저렇지 않았다. S씨는 상대의 불평도 잘 들어주고, 같이 뒷담화도 할 수 있으며, 음식 얘기 나오면 드립 쳐가며 같이 잘 놀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데이트 이후 그런 여유와 위트는 다 사라지고,

 

‘데이트에서 내가 한 실수(접촉사고) 때문에 그녀가 이제 날 싫어할지도 모른다.’

 

는 생각에

 

-내 연락을 그녀가 다 받아주는가?

-내가 만나자고 하면 그녀는 흔쾌히 오케이 하는가?

-내가 주는 선물에 기뻐하며 먹을 거 줘도 잘 먹는가?

 

라는 걸로 계속 둘의 관계만 확인하려 들게 되었다.

 

 

 

아주 간단하게, 데이트 전과 후의 대화빈도를 비교해 보자.

 

데이트 전 – S씨/S씨/상대/상대/S씨/상대/상대/상대/S씨/S씨/상대

데이트 후 – S씨/S씨/S씨/S씨/S씨/S씨/S씨/S씨/상대/S씨/S씨/S씨

 

S씨는 저걸, 데이트에서 한 실수의 여파로 상대의 연락 빈도가 줄어들었다고만 해석하는데, 여기서 보기엔 S씨가 너무나 많은 말을-그것도 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혼자 집착하는듯한 말을- 하는 까닭에 분위기가 이상해진 걸로 보인다.

 

데이트 이후 S씨의 대화 패턴도 잠시 보자.

 

S씨 – 계세요~

S씨 – 주임님~

(몇 시간 후)

S씨 – 무슨 일 없는 거지?

상대 – 없지 ㅋㅋ 어제 바로 잤어.

S씨 – 폰 잃어버렸나 했어 ㅎㅎ

S씨 – 공사 소리에 시끄러워서 깼나?

S씨 – 전화 받을 수 있어?

S씨 – 다시 잠들었나?

(몇 십분 후)

S씨 – 메시지 확인하면 전화 줘~

(몇 십분 후)

S씨 – 일어나야지~!!

S씨 – 많이 피곤했나부네 ㅜㅜ

(몇 십분 후)

S씨 – 30분 마다 연락해서 깨워야지 ㅎ

(몇 십분 후)

상대 – 저 일어났어여 ㅠㅠ

S씨 – 일어났어?

S씨 – 힘들어서 어떡해 ㅜㅜ

S씨 – 오늘은 특별한 걸 준비했으 ㅎㅎ

S씨 – 내가 갖고 가는 거 꼭 먹어야 할 테다 ㅎㅎ

 

데이트 전엔 핑퐁핑퐁 대화가 가능했으며 이렇게까지 상대와 연락하는 것에 목숨 걸지 않았는데, 데이트 이후 S씨는 ‘상대와 대화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변하고 말았다. 게다가 데이트 시 미흡했던 점에 대해 미안함을 전한다며 상대에게 자꾸 뭘 주려고 했고, 심지어 상대가 자고 있을 때에도 무작정 찾아가 부재중 전화를 남기다 선물을 근처에 맡겨놓고 오기도 했다.

 

 

S씨가 그렇게 위기감과 다급함에만 빠져 있는 까닭에, 지금 상대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란

 

-상대에게 자꾸 더 캐묻고 구구절절 대답해주길 바라는 모습.

-시시각각 디테일하게 안부를 물어가며 하루종일 기다리는 모습.

-그러다 기대한 것만큼 반응이 없으면, 아닌 척 실망을 발라 전달하는 모습.

-계속 뭘 더 주고 선물하며 그렇게라도 리액션을 받으려는 모습.

 

이 전부다. 전엔 꽤 재미있었던 S씨의 위트는 이제 세 번 네 번을 던져서라도 상대를 한 번 빵 터트리려는 눈물 겨운 드립으로 변해버렸고, 위기감과 다급함에 폭주해 실수를 가장한 채 상대 잘 게 뻔한 시간에도 통화 버튼을 눌렀다가 끊어버리는 일까지 벌이게 되었다.

 

이래버리면, 상대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곤 부담과 불편함만 남는 것 아닐까? 내가 만약 S씨에게 뭔가를 실수했다는 생각에 자꾸 S씨에게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며 연락할 때마다 그 일에 대해 기분을 풀었는지만을 확인하려 하고, 이후에도 눈치 보며 선물공세를 해 ‘좋은 관계로의 회복’만을 꿈꾼다면, S씨도 나와 나누는 대화나 나와의 만남이 껄끄러워지지 않을까?

 

실수를 만회하려다 또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만회하려다 또 다른 실수를 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는 것 같다. 차라리 그냥 좀 연락을 줄이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상대가 ‘그르지 마요~’하며 토닥였을 텐데, 그런 것 없이 ‘뭔가 실망한 게 있으면 빨리 날 용서하고 다시 예전처럼 나랑 수다 떨길….’하는 마음에 다급히 들이대기만 하니 상대는 점점 밀어내게 된 것이고 말이다. 요 지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며, 지금이라도 완급조절부터 좀 했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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