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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양은 일단, 소설을 끊자. 픽션을 자꾸 보면서 현실에서의 남자들에게 그런 이미지를 씌우면 괴상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내가 요즘 <팡세>를 다시 읽고 있다고 하면 M양은

 

“오오옷! 파스칼 좋죠!”

 

라고 할 것 같은데, 난 <팡세> 말고 <갑옷 곤충세계의 최강자! 장수풍뎅이 VS 사슴벌레>도 읽고 있다.

 

아, 저걸 두고도 어쩌면 M양은 ‘오오옷! 무규칙이종독서법!’이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그거 말고 난 <화난 등근육 만들기>같은 영상이나 <광어회 뜨는 법>같은 영상도 보고 있다. 안경 코 받침 고무가 떨어졌는데 딱 맞는 사이즈의 여분을 파는 곳이 없어 수소문 하는 중이며, 백팩 큰 거 하나 사려고 하는데 온라인으론 사이즈를 확실히 알 수 없어 아울렛 가서 골라볼까 생각 중이다. 불면증 때문에 멜라토닌을 좀 먹을까 했는데 그게 직구가 막혔다고 해서 다른 걸 알아보는 중이며, 해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렌즈 지름신이 와서 50미리 렌즈를 추가 영입할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저 묻지도 않은 얘기를 구구절절 늘어놓은 건, 사람이라는 게 달라 봐야 크게 다르지 않으니, M양 스스로를 깍두기로 생각하며 타인에 대해 너무 큰 환상을 갖지 말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누군가가 장정일 소설의 첫 문장

 

“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화집과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하여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턴테이블이었다.”

 

와 같은 얘기를 한다고 해서, 그에 대한 오래된 단풍나무 책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거기에 빠지면 곤란하다. 저건 그냥 그의 만 가지 모습 중 하나를 고르고 골라 얘기한 거라 여기면 된다. 저런 이야기를 한 상대의 마음속엔

 

“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아이패드와 문화상품권과 TV에 연결해 플레이할 수 있는 엑스박스였다.”

 

라는 생각도 함께 들어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M양이 내게 어떤 가수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난,

 

“최근 해질녘에, 이어폰을 끼고 걸은 적이 있어요. 전날 내린 눈이 녹질 않아서 천천히 걷는 중이었는데, 육교 위로 해가 떨어질 때 박효신의 <그곳에 서서>가 나왔어요. ‘그냥 함께 갈 거야. 네가 빛이었으니. 어차피 너 없는 나는 나 아닌 거니’하는 부분이 나올 때, 이유는 모르겠는데 뭉클하며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로, 걸을 땐 박효신 노래를 모아 듣는 중이에요.”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저 얘기는 M양에게 대답해주기 위한 멘트에 더 가깝고, 사실 난 요즘 “아기 상어 뚜 루루 뚜루~”하며 돌아다니고 있다. <상어 가족>이라는 동요인데, 이상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부르게 된다.

 

내 대답을 두고 나에 대한 이미지를 만든 M양은, 이후에도 계속 박효신 얘기를 하려 할 수 있다. 카페에 갔는데 박효신 노래가 나왔다거나, 박효신 콘서트 소식을 보고 생각이 났다거나 하며 말이다. 그것 외에 내가 영화나 미드, 노래, 책, 커피 등에 이야기를 하면, 날 ‘그런 것에 대한 마니아적 인간’이라 생각하며 그걸 주제로 이야기를 하려 들 수 있다. 심남이에게 그랬듯이.

 

난 M양이, 저 지점부터 좀 수정을 했으면 한다. 첫 단추를 저렇게 끼운 후 시작을 하니 M양은 자꾸 상대 팬클럽이 되어 상대 인터뷰를 하려 들며, 어쩌면 상대는 그다지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은 지점들이 대화주제로 잡히고 마는 것 같다. 게다가 상대가 살짝 센치한 날 그냥 좀 무게를 잡으면, 그걸 두고도 상대를 ‘그런 형태의 인간’으로 정의하고 마는 까닭에, 다음 대화에서도 당연히 상대는 그 상태일 거라 여기며 대화를 시작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고 말이다.

 

“흠…, 무한님은 매뉴얼을 통해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상대 자체에 관심을 두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그래서 그랬던 건데….”

 

내가 그 얘기를 한 건 맞는데, 그건 ‘얼른 상대와의 연애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만 꽂혀 있는 대원들에게 한 이야기였다. 그런 대원이 아닌 M양처럼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고 의미부여를 하며 환상을 갖는 대원들이 그래 버리면, 오히려 상대를 스타로 설정하곤 그의 100문 100답을 읽고는 그것에 대한 이야기만 하려 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난

 

-연애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라는 사람 자체에도 관심을 둘 것.

 

이라고 말한 거지,

 

-상대에게만 관심을 두고 그에 대해 캐묻거나, 상대를 종교로 생각하며 신도가 될 것.

 

이라는 얘기를 한 게 아니다. 그걸 오해해

 

“오빠 근데 여기 가봤어요?”

“오빠 이 웹툰 봤어요?”

“(사진)오빠가 말한 책에 나오는 구절 좋네요.”

“영화요? 무슨 영화 봤어요?”

“오빠 공부 잘 돼가요?”

“특별히 먹고 싶은 거 있어요?”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위에서 이야기 한 부분들 외에 -이건 M양이 아무래도 현재 꽤 오래 시험준비를 해 온 상황이라 그럴 수 있는데- 아직 이십대 중반밖에 안 되었으면서 자꾸 삼십대 후반은 된 듯한 마음으로 자신과 자기 삶을 회의적으로 바라보진 말았으면 한다. 고시를 오래 준비하던 대원들 중엔 ‘남들은 다 사회에서 자리 잡는데 난 늦은 지금에도 또 1년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며 스스로를 잉여분이라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자신이 상대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민폐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다.

 

자꾸 친구나 내 또래의 사람들과 나를 비교할 필요 없으며, 나는 내 템포 대로 간다고 여기는 게 좋다. 큰 그릇을 만들려면 더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니겠는가. 또, 고음 안 올라간다고 해서 노래 못하는 거 아니고 작곡을 못 한다고 해서 진정한 가수가 아닌 것도 아니니, 권위자든 뭐든 누가 하는 소리에 겁먹곤 그 말에 갇힐 필요도 없다. 강한 멘탈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남의 평가나 비교에는 겁쟁이가 될 수밖에 없으니, 힘들 땐 소설가 박민규의 <조까라, 마이싱이다!>라는 칼럼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M양은 ‘읽씹이 두 번 등장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연락을 더 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를 물었는데, 난 그것에 대한 대답보다는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 긴 설명을 한 것 같다. 그건 연락의 빈도보다는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 벌어진 일이니, 지금까지 얘기한 부분들을 수정하면 앞으로는 첫단추를 잘 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연락하는 건, 내 경우 아무리 호감 가는 상라고 해도 내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읽씹을 할 뿐이라면 더는 연락하지 않는다. 세상엔 다른 좋은 사람도 많은데, 굳이 거기서 아쉬워하느라 시간을 다 보낼 필요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상대로부터 새해인사라도 온다면 이어서 대화해볼 순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쪽이 또 안부 물어가며 억지로 대화를 이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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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09182018.02.03 18: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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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

우리2018.02.03 18: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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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공부 힘들죠...ㅈm양 화이팅입니다!

2018.02.03 19: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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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글읽으니까
항상 관심가는상대에게만 혼자 심각 진지 얘는 날어떻게 생각하나
내가휘둘렷네 휘둘렷어 혼자 소설쓰고 북치고 장구치고 꾕가리로 마무리하던 저인데

오늘 칼럼보니까 내가 진심이라싶고
너무 무겁게다가가고 상대와대화하려했나싶어지네요
담부터는 연락오면오는데로 그냥 서로 간단하게 대화만하고 안부인사만 전하고해야겠네요.

뭔가 속알맹이 없는대화처럼 느껴져서
이럴바엔 상대랑 연을끊고싶기도하지만요

2018.02.03 19: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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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선
짝사랑만 봤는데도 가슴 아프다 ...

플라썸2018.02.03 21: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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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옷! 화난 등근육!!!!!!

내일 데이트 중에 오빠 등근육 언제 화내냔 드립을 꼭 치고야 말겠어요 ㅋㅋㅋ 노린다 등근육 드립 담는다 진심! +_+
몇달전에 전복사고 나고는 운동을 뚝... 응 이제 다시 해! ㅋㅋ

오랜만에 마중글 본 느낌!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2018.02.0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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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글쎄2018.02.03 22: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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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이 마음에 쏙 드네요ㅋㅋㅋ

Ace2018.02.03 22: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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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할 때 몇 가지 인상만으로 그 사람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버리는 건 위험한 것 같아요. 사실 사람은 굉장히 복잡한 동물이고, 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거라- M양이 다음엔 좀 더 현실에 기반해서 상대를 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새우튀김2018.02.03 22: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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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꼭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거북이 등짝2018.02.04 09: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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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공부..힘들죠 ㅠㅠ
화이팅입니다..!!!

ㅇㅅㅇ2018.02.04 11: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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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 너무 웃겨요ㅋㅋㅋㅋㅋ그렇죠.... 그런 소설 도입부 낭독하듯 바라보면 상대가 엄청 대단해보이고 문학적으로 보이겠지만 사람 사는거 다 똑같아요.

사막에사는선인장2018.02.04 15: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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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가족ㅋㅋ
저도첨에그노래듣고너무이상하던데게속들으니 은근재밌더라고요 가사도생각보다 웃겨요

희서니2018.02.04 17: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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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공부도 화이팅 입니다! 잘읽고갑니다

꼬마2018.02.04 19: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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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상어 뚜루 루뚜루~
귀여운 뚜루 루뚜루~
ㅋㅋㅋㅋㅋ 이거 진짜 좋아하는 거예요
남친이랑 같이 자주 불러요 ㅋㅋㅋ

동요 좋아하시면 ㅋ
삐약삐약~ 병아리~ 음매음매~ 송아지~

추천합니다 ㅋㅋㅋ

AtoZ2018.02.04 20: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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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다 뚜루루 뚜루 살았다 뚜루루 뚜루
신난다 뚜루루 뚜루 신난다 뚜루루 뚜루 ㅋㅋㅋ

장미2018.02.05 12: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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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뚜뚜두두 뚜뚜뚜두두~
오빠차 뽑았다 널 데리러가~뱀~
전요즘 이노래에 꽂혀서...ㅋ

어렵다..2018.02.05 16: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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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에 짝사랑할때 저렇게 인터뷰하듯이 팬클럽된마냥 인터뷰하고 그사람이 영화한번본건데 영화를 엄청좋아하는줄알고 계속 영화보러가자고 그러고 ㅋㅋㅋ 그러다가 긴짝사랑끝에 사귀게 됐는데, 그러고나서 나도 이제 내얘기도 좀하고 시시콜콜한 얘기 위에 예시든것처럼 저의 일상을 공유하려고 몇번 얘기했는데.. 늘 인터뷰에 익숙하던 남자친구라서 그런가 저의 그련 얘기들이 의존적으로 들렸대요.. 저의 모든걸 공유하려고 하는 모습에 질려하더라구요... 내가 뭘먹는지 얘기하면서 대화를 좀하려고했더니 그런얘기자체를 궁금해하지않더라구요.. 결국 다시 인터뷰식 일방적연애를 하다가 한달전 이별통보를 받았습니다.. 늘 같은 패턴의 안부이상의 대화를 많이 못했어서 그게 아쉬웠는데.. 이게 제가 첫단추를 잘못끼워서 그런건지.. 그남자분이 그런거에 익숙해져서그런건지.. 원래 연애할때 그렇게 시시콜콜한 얘기를 넘 많이 주고받으면 지겨워하는건지.. 내가 지겨워서 차인건지.. 혼란스럽네요..

어렵다님2018.02.06 09: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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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헤어지셨어요 인터뷰는 진짜 인터뷰가 필요할 때 써야지 연애할 때 쓰는 건 아닌거 같아요. 첨부터 일방적인 관계였담 긴장감이나 호기심 없었을테니 상댄 금방 지루함을 느끼겠죠. 그냥 심드렁해지기 너무 쉬운 관계요. 첨부터 짝이 아니었다! 는 말이죠.
어렵다님 다음엔 지대로 된 이뿐연애 하세요. 어렵다님이 무슨음식 좋아하는지 곱창이랑 돼지껍질도 먹는 지 커피는 아메리카노로 먹는지 라떼로 먹는지 즐겨보는 스포츠는 있는지 이런거 궁금해 하는 남자랑요!!

도롱2018.02.06 09: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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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멀리서 보면 보이는데 본인일일 때는 안보인단 말이죠..
M양님, 다 잘될거예요
공부가 끝나고 환경이 바뀌면 다 나아질 것들이니까요

아기상어 노래 귀엽죠 완전 ㅋㅋㅋㅋㅋ
잠을 못자서 어쩌신대요.. 커피를 좀 주..줄여 보심이..
아님 응급처치로 비염약을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원래 비염도 있으니 의사분과 상의해서 순하고 아주 졸린 약으로
2주 먹고 나니 수면패턴이 돌아와서 지금은 잘 자고 있어요
약국에서 파는 약들도 지X텍 빼고는 대체로 졸린 약이니 시도해보시는것도

산바2018.02.09 23: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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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들도 재밌네요 ㅋㅋㅋ

luvholic2018.02.15 21: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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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노래 몹시 공감이네요ㅋㅋㅋ뚜루루뚜루~
조카때문에 자주 들어서 입에 붙어버렸어요
그나저나,, 사연자 분에게서 팬의 감성이 느껴집니다...스타와 팬의 느낌이...!!
제 주변에 있다면 토닥토닥 해주고픕니다.
친구에게 얘기하듯이 사람대 사람으로 친해지는게 중요한거 같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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