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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자가 먼저 고백’한 것이나 ‘종교 때문에’ 라기보다는, 그냥 별로 안 친하며 호감이 크지도 않았기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공정씨와 내가 어찌어찌 알게 되어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는데, 그저

 

“잘 잤어요? 오늘 하루도 힘내서 보내요~!”

“밥 먹었어요? 점심 맛나게 드세요~”

“응 나도 월요일 오후 괜찮아. 그럼 저녁에 볼까?”

“나도 오늘 친구 만나~ 너도 친구 잘 만나고 잼난 시간 보내~”

 

정도의 이야기를 얼마쯤 나누다 내가 고백을 했고, 공정씨 입장에서 날 봤을 땐 그냥 ‘아는 남자1’ 정도의 의미 외에는 뭐가 없었기에 ‘나쁘진 않지만 연애하기에는 좀….’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라 보면 될 것 같다.

 

여자인 제가 먼저 고백했는데, 종교 때문에 거절당했어요.

 

 

공정씨는 내게

 

“전 그동안 제게 호감 표현을 한 사람 중에서 저도 호감을 느끼는 사람을 만나왔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생전 처음으로 제가 먼저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던 건데, 결과가 이러니 혼란스럽네요. 혹시 제가 너무 들이댔다던가, 아니다 싶은 행동을 했다던가 한 거라면 좀 알려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지점에서 문제를 찾자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먼저 만나자는 말, 사귀자는 말 등을 성급히 했으며 친해지는 과정보다 ‘빨리 결과를 알아보는 일’에 더 신경을 썼던 것.

 

이라 할 수 있겠다. ‘상대가 사귀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연애를 하고 싶은데 마침 상대가 나타났고, 네 번 정도 만났으니 승부를 보려 한 것’이라 할까. 내게 별 교류가 없던 학교 여자 후배에게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선, “오빠! 오늘 저녁에 맥주 한 잔 할까요?”라는 식의 대화로 세 번 정도 만났는데, 그 후 갑자기 여후배가 자기와 사귀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며 묻는 느낌이다. 아직 서로, 서로가 누군지 잘 알지도 못하는데.

 

 

내가 걱정하는 건, 현재 공정씨의 고백을 거절한 상대에게 다시 연락을 할 경우 다시 잘 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이런 식의 ‘연애 이력 하나 더 추가하기’의 연애가 과연 공정씨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남친이 생겨도 그와의 관계는 얕으며 그냥 외로움을 지우기 위한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하게 될 수 있는데, 그런 관계는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만 지나도 권태롭게 느껴질 수 있다. 둘의 보금자리를 마련한 게 아니라, 상대의 집을 아지트 삼아 자주 찾는 것에 더 가까우니 말이다.

 

게다가 공정씨의 경우 진짜 속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외향적으로 꾸며서 보여주거나 그저 ‘긍정적인 게 좋은 것’이란 생각으로 웃는 얼굴만 보여주곤 하기에, 그냥 그런 채로 꽤 길게 유지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공정씨의 과거 연애를 돌아보면, ‘그 사람은 진짜 내가 최고로 애정했던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남친이 뚜렷하지 않으며, ‘그저 어쩌다 짝꿍이 되었던 옆자리의 사람들’이란 느낌이 더 강하지 않은가.

 

이성에게 인기가 많아 연애를 시작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연애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눈에 띄는 외국인이 대시를 하면 수락해서 만나며 감정적인 부분들은 친구들의 집단지성을 사용해서 풀고, 말이 안 통하는 부분들은 얼마간 참다가 나중에 한 번씩 폭발해 이별로 위협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것에 상대가 사과하면 일단 사과를 받았으니 됐다고 생각하며, 또 얼마간 데이트하며 지낸다. 그렇게 3년을 만나도 무릎 이상 깊이의 얘기는 못 하지만, 어쨌든 둘은 사귀고 있는 것인데다 이별하기는 싫어 얼마간을 더 만나곤 한다. 그래 봐야 결국은 좁혀지지 않는 둘의 관계로 이별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다.

 

연애가 고시 같은 거라 한다면 공정씨는 여러 가산점으로 인해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산점의 도움으로 합격한 것인 까닭에 실무에 대한 이해는 낮을 수 있으며, 사실 진짜 하고 싶어서 한 일이 아니라 가산점을 잘 받는 곳에 지원한 까닭에 밥벌이의 괴로움만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이제, 공정씨가 ‘단기 합격’이란 목표는 좀 내려두고, ‘평생직장’이 될만한 곳인가도 함께 보며 겪어 보다 판단하길 권해주고 싶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공정씨는

 

“네네. 근데, 이번 상대와의 가능성이나, 다시 연락해봐도 좋은지에 대한 얘기는 안 해주시나요?”

 

하며 급한 마음을 참지 못할 것 같은데, 둘의 관계는 5일 정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던 그때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는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다음 사람과의 관계에선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냐, 수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냐’ 둘 중 하나 골라 포지션만 잡으려 하지 말고, 아침에 눈 뜨면 먼저 찾고 하루종일 마음 쓰게 되는, 아기강아지 분양받았다는 마음으로 둘의 관계를 돌봐봤으면 한다. 그러면 시나브로 무럭무럭 자라 위안되고 위로받는, 둘도 없는 사이가 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자,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새해에는 노멀로그 독자분들의 생활에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일들이 정신 차릴 새도 없이 펼쳐지길 바라며, 썸 탄 다는 얘기로, 연애 시작했다는 소식으로, 청첩장으로, 아이가 태어났다는 자랑으로 많이들 염장을 질러 주셨으면 좋겠다. 아, 이제 연애를 시작했다거나 결혼했으니 더는 물어볼 것 없다며 새벽에 카톡 게임 초대나 보낼 경우, 난 여린 마음 동호회 회장이라 즉시 차단하고 노트에 닉네임을 빨간색으로 적고 있다는 얘기를 전하며, 햄볶으시느라 정신없으시더라도 잠시나마 ‘아, 옛날에 노멀로그인가 모놀로그인가 하는 게 있었지….’하며 우리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주셨으면 한다. 아무튼 그럼, 다들 새해 복 그득그득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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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8.02.16 19: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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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8년전부터 애독자로 올리시는 글 빠짐없이 보고 연인관계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해서 늘 배우고 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도 빨리 회복하시고~~
공쥬님과도 올해 행복한 소식 들려주셔요 ^-^

바람2018.02.16 20: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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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리에곰2018.02.16 20: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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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장가가시나요? ^^

애 둘 키우느라 정신 없는 리에곰 드림.

피안2018.02.16 20: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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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올해에는 저런 소식 전해드리고 싶지만 ㅋ
연초부터 이직에 이사에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느라
노멀로그에서 잠시 쉬어가도 흔적도 제대로 못남길때가 많네요
그저 잘보고 갑니다 라고 적어도 무한님이 이해해주실거라고 믿습니당 ㅎㅎ
새해에는 작년보다 한발자국 더 행복에 가까워지시길 항상 응원합니다 무한님

희서니2018.02.16 21: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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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을 작심삼일로 보내고..... 구정을 맞이하니 이제야 진정한 2018년 정중앙에 들어선 것 같네요 .
다시 한 번 새해 다짐 빵빵하게 해보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는 일, 하고싶은 것 즐겁게 하시는 한 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쏘소니2018.02.16 2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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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좋은 인연 생기기를!!

ㅇㅇ2018.02.17 00: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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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먼저 친구가 되고, 아기강아지 분양받았다는 느낌으로 돌보는것도 '서로'가 해야하는 노력인데,
서로가 같이 알아가려고 시작하는 단계가 성립되는 것 자체가 어려운것같아요. 뭐 생활반경에서 계속 부딪히는 이성이 있지않는한은, 내가 노력해서 알아가고싶어도 상대방은 나를 별로 알아가려하지않는?
보통 첫느낌에 이성적으로 아니면 아니다 라고 말하는사람도 많구요. 나는 친해지려고 알아가고 관계에 공을 들여도, 상대방 또한 나를 알아가려는 마음이 같이있기가 어렵더라구요.

글쎄2018.02.17 00: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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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ldcandy2018.02.17 00: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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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자의 고백(조급증)이 역효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남자의 것보다 훨씬 많지 않나 해요. 남녀관계의 생리 때문이랄까?

레몬사탕2018.02.17 01: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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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다가 버즈의 모놀로그 가 떠올라서 찾아들으며 떡국을 두그릇먹었네요(응?) 무한님도 새해복 많이박으세요~~

긍정적인 모습만 보이다가 상대방에게 너는 너무 밝은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것같다고 자기에게 의지하지않는것같아서 오히려 믿음이 깨지는것같다는 소리도 들었었거든요.. 전 상대방이 하도 힘들어하니까 나까지 힘든얘기하면 더 부담스러워할것같아서 애써 웃어보이고 나한테 짜증내도 참고 했는데 결국 돌아오는건 이별통보.... 참 배신감 많이 느꼈는데.. 참은 제탓이오 하고 있네요..

WSB2018.02.17 01: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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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어떻게 노멀로그에 들어왔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항상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신 무한님.
아직 공식 연애 시작이 아니라 염장은 못지르겠지만, 곧 지를게요(?)ㅋㅋㅋㅋㅋㅋ
항상 건강 챙기시고, 올해는 끼니 항상 좋은걸로 꼭꼭 챙겨드세요ㅠㅠㅠ

이건 정말 슬픈게, 그냥 남녀관계라는건 정말 남자가 먼저 좋아해야 잘되는거같아요..
정말 가뭄에 콩나듯 여자가 먼저 이끌어가고 잘해도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남자가 먼저 반해서 적극적이어야 뭐가 이뤄지지, 여자가 적극적인 경우 잘 안되더라고요..
물론 제가 외적이나 성격이 별로여서일수도 있지만; 저의 경우는 거의 항상 그랬던거같아요. ㅠㅠ
그렇지만 정말 아기강아지 돌보듯 하면 상대방도 알아줄거고, 그렇게 친해져서 매력을 뿜뿜해서 연인이 된다면 그게 정말 완벽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당 :)

ㅇㅇ2018.02.17 02: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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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외모에서 아니라고 판단하면 그 다음부터는 절대 아니니까요... 당연하게도 그렇죠

ㅇ ㅇ2018.02.17 21: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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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한번 아니면 끝까지 아닌시람 많아여 그리고 임종석비서실장 문재인대통령 다 여자가먼저대시해서 잘살고 배우 김무열씨도 윤승아씨가 팬이라 먼저대시했는데 남자분이 완전사랑꾼이에요 일반인도 여자가먽니 좋아해서 결혼해서 잘사는 커플많아요

오히려 여자는 사랑받아야한다느니 남자가더좋아해야 한다 여자 튕겨라 여자는 애정 표현마니하지마 이런말땜에 별로안좋아해도 걍사귀다가 서로상처받는게 많음 ᆞ 내가좋아하는 사람 만나여

ㅁㅍㄹ2018.02.18 02: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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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들 때문에 사회가 그렇게 고착되는거죠. 성별 관계없이 '나를 좋아해줘서' 라는 이유보다는 내가 좋아서 시작하는게 맞는 방향일 겁니다.

비겁2018.02.18 08: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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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매력 없음을... 계속 그렇게 여자인 내가 다가가서 그렇다고 합리화 하며 사시겠어요? 그런 비겁한 마음 자체가 매력없네요

진성2018.02.20 23: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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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러니까.. 남자도 아파할줄 압니다. 특히 중요한데를 맞으면 눈물도 못흘릴정도로 아파하죠.

금홍2018.02.17 02: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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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ㅎㅎㅎ 무한님을 어찌 잊겠어요 ㅎㅎ 새해에도 건필하세요^^

릴리2018.02.17 03: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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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마지막 문장을보니 이런생각이 문득들었어요..
무한님도 나중엔 결혼도하고 애기도낳고 키우시겠죠
그럼 무한의 부부클리닉 무한의 육아일기 시리즈로 계속함께 독자들과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김재미2018.02.17 09: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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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군요. :)

효자손2018.02.17 10: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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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종교때문에 라고 되어있는데 정작 내용에는 종교 관련내용이 하나도 없네요. 그 부분이 들어가 있으면 좀더 공감하고 이해할수 있는 내용이 될것같습니다. 사실 종교가 이유가 될수도 있거든요. 저도 소개팅할때 항상 물어봅니다. 일요일에 주로 뭐하시냐구요.

새우튀김2018.02.17 16: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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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무한님의 좋은 소식도 기대하겠습니다!

거북이 등짝2018.02.17 17: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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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여!!!!!
이제 갓 새로운 연애하기 시작했는데 소홀하면 이번에도 이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번에는 노오오력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당..
연애를 하고 있던 안 하고 있던 항상 도움 되요 감사합니다!!

고향만두2018.02.23 12: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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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잘하고 있어요~ ㅎㅎ
다 노멀로그 덕분입니다 ㅋ

혜미냥2018.04.03 12: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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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들어왔는데 반가운 댓글들도 보이고 해서 인사남깁니다 ㅎ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이제 벚꽃피는 시기라 인사가 좀 어색하지만 ㅎㅎㅎ

ㅇㅇ2018.05.03 19: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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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3년 만에 다시 와서 배우려고 정독 중이에요~ 그땐 참 아픈 마음으로 읽었었는데 지금은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네요^^. '모놀로그가 있었지...'로 기억하지는 않는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ㅋㅋ 무한님의 꾸준한 센스에 오늘도 감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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