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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호감 가는 그녀, 그녀와 친한 제 친구가 도와주는 중인데요.

by 무한 2018. 2. 22.

일단, 그녀와 친한 G군의 친구가 G군을 도와줄 거란 기대는 내려놓자. G군은 내게

 

“친구는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정말 아끼는 동생이라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려는 거지, 연인이 될 가능성은 지금도 앞으로도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저한테 그녀와 잘 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각서 쓰고 공증받아도 달라질 수 있는 게 사람 마음 아닌가. 게다가 그녀는 G군에게 말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그와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선 대개 ‘메신저’나 ‘도우미’ 역할을 하기로 했던 친구와 그녀가 친해지는 결론이 나곤 한다. 한 외국 여자가, 수년간 매일 러브레터를 보내며 구애했던 남자 대신, 그 편지를 전해줬던 우체부와 결혼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연애와 관련해 친구에게 도움을 받는 건,

 

-아이템이나 장소 빌리기

-이벤트 경험담 듣거나 데이트 조언받기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하며 연애로 기운 마음 배분하기

 

정도가 적당하다. 그걸 넘어 친구가 상대를 설득해 이쪽과 사귈 마음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든가, 내 마음을 좀 돌려 말해 전해주길 바란다든가, 셋이 함께 만나 그 와중에 날 밀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줬음 한다든가 하는 기대를 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안타깝게도 후자를 택한 G군의 현 상황은, 친구와 그녀가 연락하는 빈도가 많아지고, 그녀가 친구에게는 G군에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셋이 함께 만나 노는 것에 대해서도 그녀와 친구가 둘이서 짜고 G군에게는 자세히 말도 안 하는 일이 많아졌다.

 

G군은 ‘의심해봐야 나만 괴로우니 그냥 믿기로’ 했다는데, 난 G군의 썸이나 연애를 친구에게 대리운전 맡기지 말고, 길을 알든 모르든 G군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결과가 어떻든 새롭게 배우고 뒤돌아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썸과 연애를 구경만 하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호감 가는 그녀와의 대화에서도, G군은 좀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최근에 한 번 그녀가 나오기 싫다고 해서 거절당하긴 했지만, 제가 먼저 밥 먹자고 얘기하는 편인데요? 그리고 다음에 어디 가자고 했는데, 거기 제가 잘 아니까 그녀가 같이 가달라고 할 정도로 제게 표현한 적도 있고요.”

 

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그게 내 입장에서 보자면 아주 단순한 ‘문/답’형태로 이루어지는 대화에 속한다.

 

-밥 먹었어? 안 먹었으면 나와. 먹자.

-피곤해? 그럼 오늘 푹 쉬어.

-지금 말하기 싫으면, 내일은 꼭 말해줘!

 

정도인 거라고 할까. 때문에 상대가 느끼기에 G군이 ‘나한테 잘해주는 오빠’인 건 맞는데, 좀 진중한 얘기를 하긴 아무래도 어려우며 섬세하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울 것 같다.

 

나라면 헛헛할 땐 뜨끈한 국물이 최고니까 일단 국물로 배 채우고 생각하자거나, 이 시간에 고민이 되지만 말할 수 없는 문제라면 1번 뭐, 2번 뭐, 3번 뭐 정도로 좁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서 좀 더 바짝 다가앉아 말할 것 같은데, G군은 ‘선을 지키며 젠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딱 어느 지점에서 더는 나아가지 않는다.

 

작은 여유나 약간의 능청, 그리고 안목이 담긴 칭찬 같은 건 말 몇 마디나 예시 몇 개로 설명하기가 힘든데, 여하튼 이런 건

 

“아 그래? ㅋㅋ 나도 그거 좋아하지 ㅋㅋ”

 

라는 리액션에서 좀 더 나아가,

 

“맞아. 보통 다른 건 이러이러한데, 그건 이러이러해서 매력적이지. 그래서 난 그거랑 비슷한 이것도 좋아해.”

 

라고 받아줄 필요가 있다. 매번 설명충처럼 저렇게 대화를 다 받으면 곤란하겠지만, G군에겐 저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기에 ‘같이 토크쇼에 나온 게스트’의 느낌보다는 ‘토크쇼 구경중인 방청객’의 느낌이 아무래도 더 강하다. 이 부분은 ‘좋다, 싫다, 즐겁다, 우울하다’같은 단순표현보다는, 왜 그런지, 어떻게 그런지 등을 좀 더 부연해 말하는 것으로, 또 ‘ㅋㅋㅋㅋㅋㅋ’로만 감정표현하는 걸 좀 바꾸는 것으로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니, 내 감정을 살펴 상대에게 구체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해보길 권한다.

 

G군은 내게

 

“혹시 제가 그녀에게 부담스러운 행동을 한 게 있을까요?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어떻게 해야 그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지, 잘못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그녀와 더 친한 선후배 사이를 넘어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는데, 딱히 부담을 준 부분은 없어 보인다. 난 오히려 G군이 부담을 주지 않은 만큼 자신의 매력도 별로 보여주지 못했고, 때문에 상대는 그냥 늘 ‘좋은 오빠’로서 수다를 떨어주는 G군을 딱 그 정도로 여기게 된 게 아닐까 싶다. 과방에 가면 매일 있으며 밥 먹었냐고 물어봐 주고 또 밥 먹으러 가자고 말해주기도 하는 선배 오빠 정도의 느낌으로 말이다.

 

난 G군이, ‘그래, 까여도 내가 까이는 거지.’하는 생각으로 좀 독립적인 선택과 판단을 했으면 한다. 그리고 상대와 대화 중 ‘이러이러한 걸 같이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나중에 상대가 또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리고 그게 ‘상대가 정말 내게 마음이 있어서 그런 얘기를 한 걸까? 무슨 의미일까?’하는 생각만 하지도 말고, 추진력을 발휘해 구체화하거나 얼른 진행해 봤으면 한다. ‘좋아하는 티’같은 건 일부러 낼 필요 없이 자주 대화하며 약속한 것들 해나가면 저절로 알게 되는 거니, ‘고백’이라는 카드만 만지작거리지 말고 좀 더 바짝 다가가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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