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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글쓰기를 위한 나만의 윈도우 최적화 방법

by 무한 2018. 4. 23.

헤밍웨이였나 발자크였나는 ‘글 쓰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바로 써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으며, 비트겐슈타인은 전쟁터에서도 글을 쓴 걸로 아는데, 나란 인간은 메모를 할 때에도 내가 원하는 사이즈 수첩에 특정 펜으로 써야 ‘진짜 내 메모’를 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뭐, 어쩔 수 없이 경찰서 같은 곳에 붙들려가 갱지에 모나미 볼펜으로 진술서 같은 걸 써야 할 때는 물론 또 그걸로도 쓰긴 하지만(응?), 보통의 경우는 내가 쓰고자 하는 속도에 맞춰 막힘 없이 따라와 주며, 쥐었을 때 꼭 맞는 느낌이 들고, 위에 적어 놓은 걸 다시 확인할 때 눈에 바로 띌 수 있을 정도의 가독성이 나와주는 두께의 펜이어야 하는 등의 확실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적다 보니 무슨 필기구 강박증에 대한 고백을 써내려가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여하튼 내 이런 취향은 컴퓨터로 글을 쓸 때에도 발휘되어 몇 가지 설정을 해야만 거침없이 글을 쓸 수 있다. 언젠가 내게 ‘글 쓸 때 무슨 프로그램을 쓰냐’, ‘글 쓸 때 음악 듣냐 안 듣냐’, ‘커피숍 같은 곳에서 글을 쓰기도 하냐’ 등을 질문하신 분들도 있었는데, 오늘 그것까지를 포함해 내 ‘글쓰기를 위한 세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자, 출발!

 

거침없는 글쓰기를 위한 나만의 윈도우 최적화 방법

 

1.키보드는 멤브레인, 반응속도 설정은 2/0/48.

 

‘타자 치는 맛’이 있는 구형 키보드를 선호한다. 구형 키보드가 대개 ‘멤브레인’ 형식이고 노트북 키보드처럼 부드럽고 낮은 키보드가 ‘펜타그래프’ 형식이다. 물론 예쁘기는 후자가 예쁘긴 한데, 멤브레인으로 글을 쓸 때에는 공 하나하나 던지는 게 정확히 느껴지는 느낌이라면, 펜타그래프로 쓸 때에는 여러 개의 공을 쥐고 한 번에 던지는 느낌이라 쓰던 중 대략 멍해질 때가 많다.

 

펜타그래프의 경우 손톱이 조금만 자라도 타이핑을 할 때 그게 느껴지는 게 싫으며, 자꾸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나아가 타이핑 소리가 덜 들리는 까닭에 거기에서 오는 흥이 반감된다.

 

“그렇다면 기계식 키보드를 쓰는 게 낫지 않나요?”

 

라고 하실 분도 있을 텐데, 나도 그럴 생각을 가지곤 있지만 고가의 기계식 키보드를 사서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치해 두기도 좀 그렇고(멤브레인의 경우 연결해서 몇 번 쳐보곤 손에 안 맞아 방치한 게 지금 내 방에만 여섯 개 정도 있다), 무엇보다 손에 맞는 멤브레인 키보드를 찾은 까닭에 당장 기계식으로 넘어갈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현재 쓰고 있는 키보드는 게이밍용 키보드이며, 키스킨을 장착한 채 쓰고 있다. 원래 ‘사나이는 키스킨 같은 걸 쓰는 게 아니지’라며 어딜 가든 벗겨내는 스타일이었는데, 최근에 나오는 키보드 키스킨은 들뜨지도 않고 오히려 쫄깃한 맛이 있어 애용하고 있다. 하도 타이핑을 많이 해 키스킨이 오래 못 버티는 까닭에 여벌로 세 장을 더 사놨으며, 타이핑에 방해만 되는 인서트키(Insert key, 보통 백스페이스 우측, 딜리트 키 상단에 위치함)는 제거한 뒤 사용중이다.

 

키보드 반응속도는 기본으로 설정된 ‘딜레이1, 스피드31’에서, ‘딜레이0, 스피드48’로 변경해 사용중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는데, 딜레이가 1로 설정되어 있으면 구형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느낌이다. 셔터를 누르는 것과 사진이 찍히는 것 사이에 미묘한 시차가 생기는 느낌. 딜레이를 0으로 해놓으면, 누르는 속도 그대로 문장이 적힌다.

 

레지스트리 변경 말고 제어판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론, 재입력 시작을 ‘짧게’, 반복속도를 ‘빠름’, 처음 반복되는 키 입력 대기시간 ‘0.3초’, 다음 반복되는 키 입력 대기시간 ‘0.3초’로 변경해 사용 중이다. 이건 레지스트리 변경에 비해 체감상 느껴지는 건 별로 없지만, 심리적으로 더 빨리 달려도 될 준비가 된 느낌을 주기에 이렇게 사용 중이다.

 

 

2. 한글이나 워드 사용. 굴림, 9pt, 여백은 좌우 32mm.

 

글쓰기 프로그램은 한글이나 워드를 사용한다. 사람들이 추천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다 써봤는데, 결국 가장 기본인 프로그램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재앙 수준인 ‘함초롬 바탕’같은 글씨체는 바로 ‘굴림’으로 바꿔서 사용중이며, 굴림은 9pt로 했을 때 제일 어색하지 않고 잘 읽히니 그렇게 설정해 사용중이다.

 

다만, 한글 같은 경우 대용량 카톡 텍스트(수백 페이지)와 신청서 등을 열어 두었을 때 한 번씩 멈춰버리는 끔찍한 일이 일어나곤 한다. 오랜 시간 글을 쓰다 보면 프로그램이 혼수상태에 빠지는 건데, 자동저장이 되긴 하지만 어디까지 저장할지는 프로그램 마음이다. 글을 4페이지까지 썼는데 2페이지까지만 저장 되는 경우도 있다. 워드는 아직까지 작성 중 멈추는 일은 없었는데, 글쓰기와는 아무 관련 없는 일이긴 하지만 몇 달 치 카톡을 워드로 열어보면 ‘틀린 맞춤법이 너무 많아 맞춤법 검사가 불가능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고는 빨간 줄이 다 없어진다.

 

좌우 여백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32mm로 설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설정해 두면, PC화면에서 보이는 노멀로그의 페이지와 맞아 떨어진다. 예전에 책 작업을 할 때에는 이런 걸 별로 신경쓰지 않아 ‘쓸 때의 호흡’과 ‘책에 인쇄되어 나온 글의 호흡’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책 작업을 할 때 책에 인쇄될 모습 그대로 여백을 설정한 후 글을 쓸 예정이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런 것들까지 따지며 설정을 하는 것에 자괴감이 든 적도 있다. 모 방송에서 소설가 이문열이 ‘독수리 타법’으로 소설을 써내려가고 있는 걸 봤을 때라든가, 이름이 기억나진 않는데 사극으로 유명한 작가가 12pt는 될 듯한 폰트로 느릿느릿 대본을 쓰고 있는 걸 봤을 때

 

‘아니 저 사람들은 저런 방식으로도 훔치고 싶은 문장을 써내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뭐, 내가 쓰려고 하는 게 잘 써지면 그게 내겐 최적화된 설정 아니겠는가. 요런 설정 변경을 통해 진실한 문장 몇 개를 더 적을 수 있다면 그건 요즘말로 ‘개이득’인 부분이고 말이다. 저건 저사람 슛폼이고 이건 내 슛폼일 테니, 편한 슛폼을 찾듯 이것 저것 시도하며 자신에게 맞는 설정을 찾아보길 권한다.

 

 

3. 시각효과 무조건 다 끔. 그리고 기타 등등.

 

언젠가부터 윈도우즈가 태블릿과의 호환성을 따져가며-또는 터치식 모니터를 감안해가며- 부드러운 스크롤을 추구한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웹에서든 문서작성 프로그램에서든 스크롤을 내리면 영점 몇 초간 글자가 떤다. 화면에서 매끄럽게 보이도록 그런 설정을 한 것 같은데, 그게 뉴스 기사 같은 걸 읽을 땐 문제가 없지만, 나처럼 수십 수백 페이지를 읽어내야 하는 경우엔 속도를 내서 뛰어 건너야 하는 징검다리가 흔들리는 것 같은 불편함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난 모든 시각효과를 끈다. 그러면 스크롤을 내렸을 때 내가 읽고자 하는 문장이 바로 그 자리에 그대로 뜨며, 그 문장을 밟고는 곧바로 도약해 다음 문장으로 갈 수 있다. 시각효과는 기본적으로 ‘켜짐’으로 되어 있으니, 혹시 PC로 뭔가를 읽을 때 조금만 읽어도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집중이 잘 안 되는 분이 계셨다면 시각효과를 모두 꺼보시길 권한다.

 

서두에서 말했던 질문들에 대해 추가로 좀 답하자면, 글 쓸 때에는 음악을 듣지 않는다. 역시나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라 난 음악을 들으면서도 글을 쓸 수 있는 분들이 참 부러운데, 내 경우 글에 몰입하게 되면 무슨 노래가 나오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빠지기도 하지만, 그러다 잠깐 멈춰 생각을 해야 하는 타이밍에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으면 마음이 움직여 버릴 수 있다. 이건 마치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이다가 나사 구멍에서 드라이버가 이탈한 것과 같기에,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음악은 듣지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커피숍에서도 글을 쓰지 않는다. 꼬꼬마시절부터의 로망이라 몇 번 가서 써봤는데, 역시나 잠깐 멈춰 생각을 해야 하는 타이밍에 뭔가가 눈에 들어오거나 귀에 들려오면 짜증이 난다. 그럴 땐 “음악 끄고 사람들 좀 내보냅시다.”하고 싶어지니, 커피숍에서는 커피를 마시거나 웹서핑 정도만 한다.

 

밖에서 글을 쓰기 어려워 하는 이유 중 다른 하나는, 소제목 1번에서 말한 것처럼 노트북의 펜타그래프 타입 자판을 쓰기 싫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난 엔터키도 일자가 아닌 역니은자 형태의 엔터키를 선호하는데, 노트북 키보드는 대부분 일자 키보드인데다, 한영키나 한자 키의 위치, 그리고 스페이스바의 길이 등도 보통의 키보드와 달라 불편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언젠가 선물로 받았던 넷북도 동영상 감상용으로만 쓰고 있다. 넷북 키보드는 나 같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 충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뭐가 있더라. 아, 웹에 글을 쓸 때에는 익스플로러만 이용한다. 크롬에서 글을 쓰면 현재 타이핑 하고 있는 글자에 밑줄이 붙는데, 그게 너무 부담스럽다. 그리고 글자가 조합될 때 좀 괴상하게 간격이 틀어지며 만들어지는데, 그것도…. 잠깐만. 이러다 진짜 무슨 강박증 있는 사람으로 볼 것 같으니, 타이핑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자.

 

번외로, 난 이북(ebook)을 읽을 때 무조건 폰트를 ‘한강 장체’로 변경한 뒤 줄간격을 조정해서 읽는다. 그렇게 설정한 후 읽으면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해 분명 더 많이, 더 빨리 읽게 된다. 다른 폰트와 줄간격으로 몇 번이나 덮었다 폈다 했던 책도, 저렇게 설정하면 금방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그걸 경험한 후, 종이책 대신 전자책만 사서 읽고 있다. 이북 리더기를 사용 중이신 분이 있다면, 폰트 종류와 크기, 그리고 줄간격을 바꿔가며 읽어보시길 바란다. 훨씬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책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찾으실 수도 있으니.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주말에 컴퓨터를 포맷했는데, 포맷 후 이런 저런 설정을 하다가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사실 글쓰기에 필요한 의자와 글읽기에 필요한 마우스에 대한 이야기도 할까 했는데, 틸팅 기능인지 뭔지로 인해 의자 등받이가 고정되기까지 5~8cm 정도 밀려서 짜증난다는 이야기와 마우스 스크롤 내릴 때 툭툭 걸리다 한 번씩 흔들린다는 얘기를 하면 역시나 이상해 보일 수 있으니 생략하도록 하자.

 

근데 마우스 때문에는 진짜 자금 이 시간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다. 예전에 쓰던 마우스는 마이크로소프트 무선마우스였는데, 미친 듯이 배터리를 먹는 녀석이긴 했지만 스트롤과 뒤로가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보다 몇 단계나 더 개량된 모델이 나왔음에도, 툭툭 걸리는 휠이 아닌 그냥 부드럽게 돌아가는 휠로 바뀐 데다, 더 가벼워진 까닭에 오히려 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몇 가지 마우스를 전전하다가 게이밍 마우스로 정착했는데, 이건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지만 스크롤 할 때 자꾸 미세하게 튕긴다. 난 분명 한 칸 내렸는데 내려가는 듯 하다가 원위치로 돌아가 버리는 증상이다. 검색해 보니 이 제품은 한 6개월만 써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곤 한다던데, 이런 증상 없는 유선 마우스 아시는 분은 추천을 좀 부탁드린다.(가능하시면 의자 추천도!)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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