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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한 남자의 오해들

by 무한 2009. 12. 4.

책 한권의 사연을 보내주신 분께, 상담은 노멀로그 응급실을 이용해 달라고 답장을 보냈지만. 메일함을 확인 할 때마다 그 사연이 눈에 밟혀 이 매뉴얼을 쓰게 되었다. 80%정도의 예쁜 사랑 이야기 뒤에 20%의 절망이 포함된 메일은 그녀의 대사와 문자내용을 파란색으로 강조해 놓은 것 만큼이나 마음이 시리다. 내가 그 여자분과 연락이라도 할 수 있다면, 모든 노력을 동원해 둘을 이어주고 싶을 정도로 절절했다.

매뉴얼을 시작하기 전에 그 남자분에게 말할 게 있다. 당신이 그 메일을 나에게 보내는 대신, 그녀에게 보냈다면 그녀는 분명 당신과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을 거라 생각한다. 연애상담 메일을 보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 뭔줄 아는가? 긍정적인 답변으로 자신감을 얻고 싶어할 뿐, 이미 해답은 자신의 마음 속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해는 지점토와 같아서 그냥 놔둘 수록 딱딱하게 굳어간다. 내게 그것이 오해였다고 말하지 말고, 그녀에게 말해야 한단 얘기다. 그리고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매뉴얼의 말미에 적어두도록 하겠다.

1. 헤어진 후의 감동 CD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이별 후 사연을 보내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답답한 것은,

"내가 이렇게 까지 했는데, 그녀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요"

라는 것이다. 그녀가 헤어질 정도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당신의 재력이나 키나 외모나 어디 한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카드 포인트 쌓이듯 꼬박꼬박 쌓인 둘 사이의 오해와 갈등들이 결국, 폭발하고 만 것이다.

그걸 다분히 옛 일들의 열거나, 이별 후 당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토로하는 것으로, 또는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거라 생각한 당신의 감동 CD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류란 얘기다. 아직 그녀에게 마음이 남아있다면, 당신이 변했다는 모습과 다신 예전의 상황을 답습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 콧물 줄줄 흐르는 이별 노래를 모아 CD를 선물하거나, 니가 떠나고 내가 밥대신 술로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가 죽으면 그땐 너도 슬퍼해 줄까?" 이따위 얘길 꺼내지 말란 얘기다. 두통이 심한 사람에게 이마에 빨간약 바른다고 나을 것 같은가? "날 정말 사랑하긴 한거니?" 라는 얘기는 찌질함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신의 차가 고장나 있다. 원인은 당신이 제때 갈지 않은 엔진오일로, 결국 엔진이 눌러 붙어 멈추는 상태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 상황이 벌어지기 전까지 당신은 엔진이 언제 멈출지 몰랐을 것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잘 굴러왔을 테니까. 꿈쩍도 하지 않는 차에서 내려 당신은 "우리 함께 한 날들을 생각해 봐" 라거나,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니. 너도 똑같구나." 이따위 얘기만 하고 있지 않은가? 감동 CD만 넣는다고 차가 다시 움직여 줄까?

2. 그녀 미니홈피의 제목이 당신에게 하는 말일까?


그녀가 미니홈피에 적어 놓은 "강해지자..." 따위의 제목이 당신을 향한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래서 당신 때문에 약해졌으니 강해지기 위해 그녀의 다짐을 적어 놓을 것일까? 나는 종종 시간이 날 때마다 네이트온에 등록된 사람들의 미니홈피를 들어가서 구경을 한다. 그 미니홈피의 제목 절반 이상이 자신에게 다짐하는 글귀들이다. 나머지 절반은 어디에서 따온 명구절이거나, 자신도 직역하기 힘든 외국의 문장들이고 말이다. 강해지고 강해져 최강의 생명체가 되고 싶다는 다짐인진 모르겠으나, 그 미니홈피 제목을 당신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미니홈피 제목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이라고? 그건 당신과의 일대기(?)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가? 책 제목이다. "잊지 말아요" 라고? 백지영 노래 제목이다. 모든 것을 당신에게 맞춰서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그녀의 사진첩에 아직도 당신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사진이 있다고 그녀의 마음이 남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녀의 귀찮음을 오해한 것일수도 있으며, 당신과의 사진첩을 닫았다고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자포자기 하지도 마라. 잠깐 싸워도 사진첩을 닫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간단히 정리하겠다. 그녀가 우울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그녀 지인을 통해 들었다고, 이별 후에 그녀가 당신 때문에 우울해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여자는 오늘 입은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하루 종일 우울 할 수 있다. 지금 둘이 떨어져 있다면, 그녀를 잠시 나에게서 자유롭게 놔 줘도 되지 않을까?

3. 이별 일주일 만에 다른 남자(여자)를 사귀는 여자(남자)


친구들과 모여 A가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의 여자친구는 일주일도 안되어 다른 남자와 사귀었으며,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 모두가 A의 옛 여친이 원형탈모에 시달리도록 저주했다. A를 위해 밤새 맥주를 들이 부었으며, A도 한결 나아진 듯 보였다.

B가 헤어졌다는 소식도 들었다. 오랜기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져 다른 여자를 만나는 중이라고 했다. 물론 헤어진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다. B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원래 그 여자 좀 별로였다느니, 지금의 여친이 훨씬 낫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했다. 지난 경험들 속에서 B의 옛 여친을 힐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저마다 꺼내놓았고, B도 한결 나아진 듯 보였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나는 당신이 설령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생각하는 연애를 했다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않기를 권한다. 당신의 문제고, 당신의 이야기며, 당신의 책임일 수 있다. 상대가 어장관리를 했다면, 당신의 욕심이 눈을 멀게 해 그 어장 안에서 힘차게 뛰어 놀았을 수도 있고,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소개팅을 했다면, 새로운 출발을 위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메일로 오는 대부분의 상담메일에서, 자신의 이야기는 쏙 빠져있다. 분명 둘이 사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과 그녀의 행동만 주시하며, 결국 그 책임도 그녀에게 떠 안기고 있다는 얘기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보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떤가. 정말 중요한 일이라 바빠 그녀에게 연락을 못한 건데, 그녀는 그것 때문에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걱정하며 화를 내었다고? 원인을 상대에게서만 찾으려는 노력은 그 이야기가 장편소설을 뛰어넘는 분량을 지니더라도 결국 자신을 정당화 하기 위해 그녀를 나쁜사람으로 만들 뿐, 둘의 관계에는 아무 보탬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스스로의 사랑을 값어치 없게 만드는 일은 누가 하고 있는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매뉴얼의 서두에서 밝힌 이야기를 좀 더 꺼내놓을 차례다. 난 당신의 그 긴 메일을 읽으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객관화를 통한 서술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건들이 모여 이야기를 만들었을 뿐, 그 이야기에 대한 진솔한 감정을 찾긴 힘들었다.  

솔직하게 말한다. 내가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처럼, 당신도 당신의 사랑을 그냥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만큼 했을 때 그녀는 이만큼 기뻐했고, 내가 그렇게 했을 때 그녀는 그렇게 했다는 것은, 동전을 넣고 그 동전만큼의 운행을 하는 어느 놀이기구를 탔다는 이야기와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고 있다. 난 더이상 둘의 사이를 구경하고 있지 말라고 대답하고 싶다. 내가 어떤 이벤트를 하면 그녀의 마음은 어떻게 되겠지, 내가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면 그녀는 이러이러하게 생각하겠지, 하며 계산하지 말란 얘기다. 그런건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지망생인 내가 하면 되는 일이다. 당신은 둘의 사랑을 하면 된다. 그냥 너무 좋아서 포옹을 하고 있다 보니, 자연히 입을 맞추게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당신의 머리로 다 계산해서 시나리오를 짜진 말길 바란다. 사랑이라 얘기하지만, 결국 알고보면 둘의 사이를 구경하고 있었던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그 헛발질을 더 하지 말길 기원할 뿐이다. 슬픔을 위해 슬퍼하지도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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