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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로그 다음뷰 구독자 10000명에 즈음하여

by 무한 2009. 12. 7.
아른스레님이 남겨주신 댓글로 기억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책이 10만부 팔릴 때는 독자 모두가 친구같더니 100만부가 팔리니 모든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외롭다." 라고 그랬었더랬죠.

-아른스레님의 댓글 중


악플을 다는 사람들보단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기에 노멀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은 여전히 즐거운 일입니다만,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그 다양한 목소리에 힘이 빠질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짜다, 맵다, 시다, 달다 하시는 거야 이해할 수 있지만, 관심을 받기 위해서인지 닉을 다르게 하며 어떻게든 상처내려 애쓰는 분도 보이고, 늘 들러주시던 독자분이 자신의 소신과 맞지 않는 글을 발견했다고 악플을 남기기도 하십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호감을 느끼다가 신라면 보다 진라면을 좋아한다는 차이점에 등을 돌리듯 말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다음뷰에서 노멀로그를 구독하시는 분들이 만 명을 넘었습니다.


▲ 10083명의 구독자 분들, 감사합니다.


출판사에 계신 분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만 권의 책이 팔리면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던데 블로그 독자는 만 명이 넘어도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에 떠 있는 오리가 수면 아래에선 계속 발을 구르고 있듯 부지런한 포스팅과 끊임없는 생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하지 않을 때와 다른 점이라면,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려는 태도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열 여섯 생일 날 받은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 문장 쓰기>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하긴 하루종일 공사판에서 땀흘려 일해봐야, 잠시 앉아 쓴 원고지 몇 장 값도 안되는 세상이니 글쓰기란 직업에 마음이 팔릴 만도 하다. 글이 자본에 잡혀 놀아나고 있으니 온갖 잡동사니 글이 이렇게 넘치고 사람의 정신을 어지럽힌다.

- 이오덕, <우리 문장 쓰기> 중에서

나도 비싼 쌀밥 먹고 잡동사니 글을 만들어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두 개 올리기도 하고, 토요일에도 올리던 글을 하루 한 편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그저 사람들의 눈만 홀리는 글이 되지 않기를 마음으로 빌 뿐입니다.


▲ 화면을 잡는 동안 구독자는 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내보이는 글, 즉 '무한'이라는 필명으로 쓰는 글과 본명을 걸고 쓰는 글을 철저하게 나눠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잘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의 특성상 긴 글은 잘 안 읽는 까닭에 가볍고 경쾌하게만 쓰려고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100명의 다녀가는 방문객 보다, 1명의 독자가 더 의미있는 일일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또 반성을 해 봅니다. 내년에는 논에 모 심듯 글 하나 하나 정성껏 심어야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솔직한 얘기를 털어 놓자면, 예전에 '네쇼날동네그래픽'이라며 쓴 글들을 찾다가 사진 아래 써 놓은 글을 누군가 가져가 조촐한 백일장에 응모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그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시기도 했구요. 온라인 세상에서 꺼내놓는 이야기들은 -혹은 아이디어는- 글 쓰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블로그 초반, 작가가 되고 싶으면 블로그를 접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신 분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 알 것 같고 말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움직여 쓰던 글도 중간까지 채 쓰지 못하고 비공개로 저장만 해 두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갈등됩니다. '노멀로그 2중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노멀로그의 모든 글을 가져다가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고 계신 분도 종종 마주하니 말입니다.


▲ 올라간다는 일은, 그만큼 내려옴의 고통도 크다는 얘기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의도적으로 블로그와 멀어지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구독자나 방문자가 부럽다는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하루에 100명만 들어와도 무슨 일인가 하고 기뻐하던 시기는 지나고, 꿈 같은 일일 방문자 10000명의 시기도 지나 지난 두 달간 보름마다 100만명의 힛을 기록한 노멀로그지만 하루 20만의 방문자가 온 날을 경험하면, 다음 날 10만의 방문자에도 감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의 글을 잠시 더 인용합니다. 

"쓸 것이 없다고요? 그럼 안 써야지요. 세상에 아무것도 쓸 것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글을 씁니까? 쓸 이야기가 많은데 쓸 시간이 없거나 써서 발표할 자리가 없는 것도 괴롭지만, 아무것도 쓸 것이 없는데도 자꾸 무엇을 써야 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시시한 글, 거짓 글도 이렇게 해서 나옵니다."

- 이오덕, <우리 문장 쓰기> 중에서 


시시한 글, 거짓 글을 쓰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필요한 글을 써주면 돈을 주겠다는 메일을 받곤 하지만, 당장 담배값이 없어도 돈 때문에 글을 짓지 않기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돈 대신 연암(박지원)만큼의 문장력을 준다면 고민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굿바이'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활동을 줄이고 오프라인에서 글을 읽는 것에 더 열심을 내겠다는 다짐도 누군가에게는 타인의 블로그를 방문하지 않는다는 오만함으로 비추겠지만, 그래도 하이든의 말처럼 "타고난 것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남겨주시는 댓글에 하나 하나 다 대꾸를 못하고, 방문해주신 블로거들의 블로그를 '답방' 하는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것은 주변에 나와 친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고 싶은 마음보다 내 형편없음을 더 두려워 하는 까닭입니다. 그 어떤 악플러보다 독한 마음 속의 비평가가 "넌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 라고 말할 때 마다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전에 인용한 고흐의 말을 떠올리며 말입니다.

가까운 곳에 두고 찾아 읽기 위해 구독해주신 분들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늘 그렇듯, 삶을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럼 매력적인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요.

행복합시다, 우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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