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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모르면 또 이별하게 되는 세 가지 실수들

by 무한 2010. 2. 11.
이별 사연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분들이 메일을 보내주셨다. 그 사연들이 어찌나 슬프던지 어제는 손수건을 다섯개나 적시며 우느라 매뉴얼 발행을 못했다. 이 사람들 전부 모아서 슬픔을 달랠 수 있게 금강산 관광(응?)이라도 보내주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뉴올리언스에 살며 최근 일본인 여자친구와 헤어진 제프리 오(한국이름-오재필)씨의 사연은 정말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이야기 였다. 여자친구의 말귀를 잘 못 알아 들어서 헤어졌다는 부분에선 목구멍에 매운 깍두기 걸린 느낌까지 들었다.

지금 이 두 문단을 쓰는 동안에도 한 통의 메일이 또 도착했을 정도로 사연의 양이 많기 때문에 전부를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도착한 사연 중 임팩트 있는 부분을 세 가지 정도 함께 살펴 볼 생각이다. 마더 테레사 정도의 신앙심이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 시작해보자.


1. 러브스토리는 쓰는 거지 들려주는 게 아니다


옛 사랑 이야기, 추억은 추억으로 묻어 놓으라고 일곱 번쯤 매뉴얼을 통해 이야기한 것으로 기억한다.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사람에게 옛 사랑 이야기 들려준다고 로맨티스트로 보이는 거 아니고, 여자친구에게 옛 사랑 이야기를 한다고 '너무 슬퍼' 따위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사랑 이야기 때문에 헤어진 커플들이 꽤 많았다. 사연을 보자.

남자친구랑은 나이차이가 많이 났어요. 열 살 차이 였죠..
세대차이가 조금 났기 때문에.. 노래방에서 모르는 노래 계속 불러도
미소 지으면서 들어주고.. 잘 모르는 얘기만 해도 열심히 경청했어요..
근데.. 예전 여자친구 얘기를 계속 하는 건 정말 힘들었어요.. 
예를 들면..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노래가 나오니까..
예전 여자친구가 좋아했던 곡이라고.. 하는 식으로요.. 
그래도 참았지요. 사랑하니까... 이런 일들이 몇 번 더 반복되었을 때. 얘길했어요.
예전 여자친구 얘기 듣기 싫다고.. 그게 얼마나 나에게 상처가 되는지 아냐고..
그랬더니.. 알겠다고.. 고치겠다고.. 질투심 나게 일부러 그런 것도 있다고..
그리고 얼마 안가서.. 4년 사귄 예전 여자친구 얘기부터 시작해서..
노래방에서.. "이 노래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불러주는 노래야" ...
제가 좀 예민한 걸 수도 있지만.. 예전 여자친구 얘기를 계속 듣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길 때 마다 불러주는 노래라는 건가.. 라고도 생각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왜 관대하고 더 아량있지 못하는지..
마음 아파하고 속상하다보니.. 오빠가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랬는데..
결국 짜증스럽게 대꾸한 것에.. 제가 마음 상하고.. 오빠가 사과하고..
이런 일들의 반복
이였죠..


9일에 발행한 [연애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남자의 허세모음]편에서 나온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과거의 연애경험이 있다는 것을 그냥 알고 있는 것과 미니홈피 히스토리에 "이젠 너 없이도 웃을 수 있어..." 따위의 옛 사랑 이야기를 직접 목격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근데, 옛 사랑 이야기를 목격하는 것도 아니고 청취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집착이나 의심, 그리고 불안이 시작될 수 있다.

멋있지도 않고, 절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로맨티스트'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다. 어설프게 질투심 유발하려 하다가 훅간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데, 왜 유통기한 지난 옛 사랑 이야기를 풀어 놓는가. 이야기 속 남자사람분, 다음 사람에게는 이번 이야기 하지 마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 마마보이만 문제가 아니다


마마보이가 '이별의 나선'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검지가 중지보다 짧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테니 접어두고, '친구''아는 형'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자.

동호회에서 알게 된 남자와 사귀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이 제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였죠..
문제가 딱 하나 있다면 그놈의 '아는 형' 이었습니다.
사귀는 내내 셋이 사귀는 것 같았더랬죠..
어느 정도였냐면.. 제가 다른 약속이 있었는데.. 그 형과 약속을 잡더니..
저보고 제 약속을 취소하고 그 형이랑 보자더군요..
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중요한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취소하고..
셋이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약속시간 두 시간 전에 그 형이란 인간이 펑크를 내더군요..
전 중요한 약속도 취소했는데 이게 뭐냐며 남자친구에게 화를 냈죠..
그랬더니 지금이라도 그 약속 가면 되지 않냐고 하더군요..
이건 그냥 예로 든 것 뿐이고 매사가 이런 식 이었습니다..
그 남자는 그러한 것들이 왜 문제가 되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더군요..
결국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아는 형이란 인간한테 계속 전화가 오더군요.. 메신저로 들어오라고..
새벽에 메신저에 접속하니.. 자길 화나게 하지 말라는 겁니다..
너무 황당해서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제가 근처에 얼쩡거리면 다 보인다는 얘기 등등...
어이가 없어서 황당하다고 얘길하니까 결국 쌍욕을 퍼붓더군요.
이 두 분의 합작품으로.. 동호회에선 전 바람난 여자로 소문이 나고..
시간이 지난 뒤에도 제 글을 그대로 복사해서 빈정거리는 글을 쓰고..
참다참다 제가 직접 따지고 들자.. 자기들은 다 잊었는데
전 왜 이러고 있냐더군요...


이 사연 외에도 '의리' '우정'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비슷한 글들이 많았다.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남이섬은 사귀는 3년 동안 가지 못했지만, 친구와 남해로 낚시는 가더라는 얘기도 있었고 어디서 만나든 늘 친구를 부르던 여자친구 얘기도 있었다.

셋이 결혼할 거 아니면 잘 생각하라고 적기는 좀 그렇고, 누군가를 더 불러내 마음의 부담은 줄일 수 있겠지만, 상대에겐 그만큼 부담이 될 수 있다고만 적겠다.


3.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비밀이 아니라면, 당연히 연애에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다. 여과되지 않는 솔직함이 종종 상대에겐 가시가 되어 박힐 수 있단 얘기다. 사연들 중에서 상대를 금방이라도 베어버릴 수 있는 말들을 골라 봤다. 

"다른 여자가 내게 다가오면 흔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
re : 이 말 덕분에 상대의 마음에는 불안이 싹텄고, 무럭무럭 자라나 이별이 되었다. 

"니네 회사, 그렇게 좋은 직장도 아니잖아?"
re : 싸우자

"왜 노래방 도우미처럼 입고 나왔어~"
re : 뺨 안 맞은 걸 감사하게 생각하세요. 

"부장도 사정이 있었겠지. 너도 잘못한 게 있어."
re : 판사가 아니라 변호사가 되라고 열 번 넘게 말했다. 

"왜 그래, 처음도 아니라면서."
re : 너는 아웃 


상대를 분석하지 말자. 마음속으로만 하는 거라면 분석을 하든 분해를 하든 별 문제가 없겠지만, 말로 옮겼을 때에는 실수하기 쉽다. 더군다나 좋은 점을 이야기 하기 보단 나쁜 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에 자연히 누군가와 비교를 하게 되고, 결국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할 위험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난 뒤끝이 없어." 라는 얘기를 자랑처럼 가슴에 달아놓곤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평생 아플 수도 있는 치명상을 입혀놓고 "내가 좀 직설적이야." 따위의 얘기를 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미 상대의 전화번호는 기억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 날카로웠던 말들은 여전히 기억하는 모습이 보인다. 미워하던 상대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었으니 오죽하겠는가. 



위의 이야기들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엄마도 모르는 알콜중독과 우울증 증상을 겪고 있는 솔로부대원도 있을 것이다. 그 분들에겐, 어느 여자사람을 세상에 다시 발 디딜 수 있게 해 줬다는 '옛 남친'의 한 마디를 들려주고 싶다. 

"너에게 못 해주고 잘못한 게 많아서 많은 걸 배웠고, 그래서 지금 만나는 이 여자를 정말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게 되었다."


제목에 '실수'라고 적은 까닭은, 누구나 한 번쯤 벌일 수 있는 '자빠링'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 따뜻하게 해 주려고 이불속에서 품고 자다가 압사 시킨 것 처럼 말이다. (나만 그랬나?) 굿바이 얄리,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던 게 아니야.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던 게 아니야. 


<덧> 
'자빠링'에 대해서 저속한 속어의 뜻이 있다고 어느 분이 말씀해 주셨는데, 노멀로그에서 '자빠링'은 네이버 오픈사전에 나온 설명과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 동호회에서 혼자 넘어진 것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좀 더 명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자빠링' 하는 이미지를 아래에 첨부합니다. 



▲ 자빠링은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출처-
이미지검색)


<이별사연모집>
절대로 연애상담이 아니고, 헤어진 분들의 사연을 모집합니다. 상대방이 바람을 피웠거나, 폭행을 했거나, 혹은 돈을 들고 도망갔거나, 하는 얘기 말고 흔히들 말하는 '성격차이'나 '오해와 갈등' 또는 '헤어질 수 밖에 없어서'의 사연을 모집합니다. normalog@naver.com 여기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이야기는 각색을 거쳐 노멀로그에 공개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답장을 안 해도 괜찮은 분들만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사고발생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중입니다. ^^ 행복하시구요!





▲ 제프리 오씨, 아니, 오재필씨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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