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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당시 나 말고 다른 아해들 역시 벤츠를 타고 온 어느 아저씨가 "I'm your father." 라고 얘길하거나, 우주선에 의해 어딘가로 납치되어 결국 지구를 지킬 수 밖에 없는 지구방위대가 되길 바라고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아킬레스건이 조금 찌릿, 한 것 외에는 별다른 타박상도 입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괴물이 나타나 발길질 한 번하면 힘없이 두동강 나거나, 입에서 뿜는 불에 타죽는 일반인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안 뒤로, 모두들 말이 없없다.

"씨발 이수만이라도 찾아가야 되는 거 아니냐?"

"이수만은 왜?"

"가수라도 하게."


자신의 의사 따위는 없으며, 겨우 월급받아 소시민으로 사는 월급쟁이를 비웃었지만, 군대를 다녀온 녀석들은 그 월급쟁이도 하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 엘지 필립스 공장 나간다."

"엘지 필립스는 왜?"

"엘씨디 모니터 조립하면 돈 많이 준데."

"야 씨발 겨우 생각한 게 그거야?"

"너도 얼른 취직해라."

"......"


떨어진 꽁초는 주워 피더라도 길거리에서 어깨 움추리지는 말자고 했는데, 쪼다 색히들, 다 가버렸다. 동네에서 젤 나쁜 색히가 엄치를 치켜들고 "여기 여기 붙어라." 할 때, 일어나 손 툭툭 털고 그 엄지를 감싸쥐는 모양으로 -이렇게 가는 것에 조금 미안하게 생각하며 너도 얼른 저 엄지에 붙는게 어떠냐라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쪼다 색히들.

난 드래곤볼 일곱개를 모을까, 작가가 될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작가가 되기로 했다.

스물 두 살 때 쯤인가, 알고 지내던 여자애가 말했다.

"내 시가 뽑혔어. 나 이제 진짜 시인이야."

"이가 뽑히는 것보단 시가 뽑히는 게 낫지. 어딘데?"

"못 들어 봤을 거야. 무명 잡지사인데, 문제가 하나 있어."

"뭔데?"

"상금으로 시상식을 열어야 한데. 그리고 이번에 발행한 잡지를 좀 많이 사야 하나봐."

"잡지를 니가 왜 사?"

"원래 그렇다는데?"

"그래서? 하기로 했어?"

"아니. 거절했어. 그렇게 시인이 될 순 없잖아. 다른 사람한테 기회가 돌아간데."

"그럼 시인 아니네 뭐."

"......"


그리고 당시, 나와 절친한 친구는 무서운 시를 써 버린다.


피임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이
이제야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나를 아버지라 부른다



원문을 찾을 길이 없어 대략 주제를 비슷하게 옮겨보자면 이런 느낌이었다.

지금 읽어도 겨드랑이 털이 곤두서는 시다. 새벽부터 하얀 도화지에 향나무 연필을 깎아 뭔갈 눌러 쓴다는 개 구라 시들이 판을 치지 않았으면, 대한민국 청소년 문예에 길이길이 남아야 할 시다. 한 번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열 몇살의 수컷들은 얼마나 섬뜩할 것인가. 영원히, 는 아니더라도 당시의 충격으로 비둘기와 곤줄박이, 할미새사촌 등의 폴더를 지우고 매진하리라.


나는 열차를 잘 못 타는 바람에 겉멋이라는 좌석에 앉게 된다.

"니가 찍은 마침표에 난 죽어 있었어."

한 여름에 바바리 코트 입는 이런 소리를 늘어 놓으며 데뷔도 하기 전에 원로가 된 듯한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나프탈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 있는 담배연기를 마시며 문학의 위기를 걱정한다. 라디오가 비디오에 밀려 쪼그라 든 것처럼 문학도 배바지와 함께 옷장안에 들어가 버리는 것은 아닌가, 따위의 걱정들. 만화책 <베가본드>에 심취한 까닭에 이미 문학과 나는 하나인 시절이다. 그리고 평상심, 백일장에서는 심사위원들의 똥꼬를 간지럽히는 글을 써 댄다. 반가사유상을 본 적도 없으면서, 아 나는 도시의 반가사유상, 이따위 글로 상을 받는다.  

작법서는 주머니에 뭔가 있는 것 처럼 살살 주먹을 꺼내다가 결국, "열심히 살아 임마!"라는 말로 마무리 한다는 걸 알면서도 진통제처럼 복용한다. 아 근데 왜 이렇게 집중이 안 되는 거지. 아까 엄마가 유부초밥을 만들어 놓고 나가서 글 쓰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난 이 정도로 유혹에 약한 의지박약아다.

"결론은 난 의지박약아 라는 겁니다. 돌아들 가세요."

이렇게 마무리를 하려다가 좀 더 적고 글을 마무리 한 뒤 유부초밥과 오메가3 그리고 비타민C를 먹기로 했다. 아, 뽕잎차도.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생각이 잘 나지 않으니 뽕잎차, 그래 뽕잎차다. 홍콩 느와르의 지존 주윤발형님이 달러로 담뱃불을 붙이는 걸 본 순간부터 내 마음은 뽕잎차가 되었다는 거다.

뽕잎차의 효능

뽕잎은 혈압을 낮추어 주고, 고지혈증과 혈관 벽의 동맥경화를 치료하며,
혈액의 흐름을 좋게 하여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혈압을 안정시켜 주며
지속적으로 혈압을 낮추어 준다.
삶은 물을 차 마시듯 하면 갈증을 멎게 한다.
오래 복용하면 백발이 흑발로 될 뿐만 아니라 위장에도 이롭다. 
그리고 풍습을 제거하고 사지냉통과 마비를 치료한다.


나는 계속 뽕잎차 같은 글을 쓸테니, 여러분은 홀짝홀짝 시간 날 때 들러서 드시면, 해구신 만큼은 아니더라도, 울끈불끈 하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





▲ 이게 뭐냐고 묻지 마라. 난 유모 유부초밥을 먹으러 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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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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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waiting2010.02.18 02: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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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하하하하.....
뭐가 있는 것처럼 슬슬 주먹을 꺼내다가
결국 열심히 살어, 임마~ 로 끝난다.
네, 그렇죠^^
한 밤중에 잘 웃고 갑니다.
귀여우신 무한님.

뚱스2010.02.18 07: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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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 정말 명작이네요~ㅋ 읽으면서 잼나다가 또 한편으론 쓸쓸해지는건 왜일까요? 요즘 무한님도 저처럼 쓸쓸하신걸까요?ㅋ

NABI2010.02.18 09: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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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잎차는 어떤맛일까.....???
한번도 안마셔봐서 궁금...ㅋ

Sonagi™2010.02.18 09: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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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건 모르겠구 뽕입차 정보 고마워요~
혈액순환 !!

그냥2010.02.18 10: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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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뽕잎차 사러 가야겠네요~ㅋㅋ

나난2010.02.18 10: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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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초인'이 되어, 하늘로 솟구쳐 올라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물방울이 되겠다고 다짐하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무한님의 글에 살풋 미소가 지어집니다.

무한님! 좋은 작가가 되시기를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팅팅2010.02.18 10: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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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매일매일 무한님 글 읽는데,
왠지 오늘은 글에서 다른느낌이 나네요
생소한.
왜그러지;;;;;

2010.02.1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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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금성에서온여자2010.02.18 13: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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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본드 +_+
제가 좋아하는 만화 중에 하나에요.
내가 좋아하는 걸 친분이 있는 사람이 좋아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는,,^^

한 두끼는 맛있게 먹지만 몇 끼 연달아 먹고 나면
질리고 마는 그런 음식이 아니라
물 같아서 마셔도 마셔도 질리지 않는
뽕잎차 같은 글이 좋습니다.
그런 무한님 글 매번 잘 읽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ㅡ^

깡이2010.02.18 14: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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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잎차가 땡기는 군요.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는데.

기억상실2010.02.18 17: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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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참 재미나게 잘 쓰시네요~

우연찮게 인터넷하다가 노멀로그에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글을 자주 쓰시는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게도...^^

그렇습니다..

정말 슬프게도 모두들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평범하게 사는게 제일 어려운건데...

모두들 특별한 삶을 꿈꾸지만..

평범하게 사는게 순리여서 그런 걸까요...

vero2010.02.18 17: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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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배야....
매일 웃고가다가 오늘은 댓글남기고 가요~~
좋은 글 마니마니 써주세요
회사에서 스트레스푸는데 좋은 도움이되고있어요 감샤~^^

밀라2010.02.19 10: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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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한아저씨가 참 좋아요 하하

허숙희2010.03.04 13: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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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엔 <솔로부대탈출메뉴얼>만 읽었드랬죠.
근데, 단시일 내 몹시 빈번하게 접속하다보니,
다른 카테고리의 글들 - 예를 들어 김창식 아저씨가 술취해서 대문키를 뽀사버릴 뻔 하던 얘기 - 도 읽게 되었는데... 그러다 여기까지 왔네요.
마지막 해구신에서 또 한번 터졌어요..ㅋ
제가 솔로부대에 입대하기 하기 전, 그러니까 애인있는 여자사람이던 때에
남친이 그의 친구와 전화 통화하면서 종종 읊어대던 그 약이었던거죠.

너무 재밌어요. 죄다..
삶이 지루하기만 하다는,제 옆자리의 7살 어린 팀 막내에게 노멀로그를
알려줄까 말까, 알려줄까 말까...계속 고민하게 되네요..^^

다정한느낌2010.03.15 10: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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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은 초등학생을 일컫는 초딩과 비슷한 속어로 중학교 2학년 정도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에 처한 청소년들의 정신 상태를 말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중2병'은 '철이 안든 시절에 한번쯤 겪을 법한 홍역'의 뜻으로 사용됐으나, 최근 국내에서는 '무개념', '허세' 등을 지적하는 직설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 시기 청소년들은 대부분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라는 생각에 빠져 만사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한,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맞는 철학자가 되거나 고독한 영웅이 되기도 한다.

------------------

이제 알았습니다... ;;;;

오호라~2010.03.17 13: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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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방구 잦으면 똥나온다고
시도라도 해봐야죠.
안일함에 젖어 자학하기보단
최소한 세상에 똥침이라도 놔주겠다고
발악 한번이라도 하는게
제 정신건강에도 좋을듯 합니다. ㅎㅎㅎ

엄마미소2011.07.15 06: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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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읽는 동네그래픽 글들이
무한 님의 모든 글 중에서도 가장 와닿는 건,
하지만 댓글 달기는 가장 어려운 건-

제가 진정한 무한신도가 된 때문일까요,
혹은, 멀리서나마 함께 인생길을 걸어가고 나이먹어가는 동지이기 때문일까요^^

이따금 찾아드는 한밤의 기인 한숨 뒤에도
말똥게와 미꾸라지가 가득한 자전거길을 달리는 마음으로 환하게 웃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물론 저두요ㅋㅋ
블링블링 후라이데이>.< 오늘도 2편을 즐겁게 기다릴게요^_^

bronte beach2012.01.31 10: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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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한님 글솜씨, 재미는 무한대~~~

아아 고맙습니다

피스2013.02.10 19: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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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래에 외계로봇이 흘리고 도망간 것 같은 댓글이 참 많아요. 이 글, 이 속에 있는 피임이라는 시를 이전에도 읽고 참 충격받았던 적 있는데...까맣게 잊고 있다가 또 다시 맞닥뜨리게 되니 또 다시 양심이 꿈틀거려요. 저는 무얼 낳아왔는지, 어떤 시간이 날 보고 울거나 웃고 있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무한님 글 보면 위안이 되고 용기도 얻게 되어요. 진심으로 고마워요 무한님! 카톡친구로 등록은 해놓고 말 걸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저도 제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루하루 늘려간다는 확신이 들면 말 한번 걸어보고 싶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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