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가 가는구나

   댓글보기  댓글쓰기


1.

아오, 이, 오래 앉아 있어서 뻣뻣해진 목 같은 하루. 분주하던 비둘기들도 이 시간쯤이면 어느 집 모퉁이 같은 곳에 몸을 숨기곤 똥을 찍, 찍, 싸겠구나. 수고했다. 부리를 땅에 찧어야 생을 연장할 수 있는 생명들이여, 그대의 모래주머니는 할당량만큼 채웠는가.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누군가 묻는다면 저 광릉수목원의 잠자리 날개같이 보냈다는 답을 해 주고 싶다. 보통 위의 사진처럼 잠자리를 잡으면 "아오, 이게 날 건드려? 썁색끼." 하며 이빨이 있다는 증거를 엄지손가락 관절에 남기는 법인데, 쟨 잡아보겠다는 사람들의 호기심에 지쳐서 파다다다닥 거리지도 않고 그냥 순응한다. 어련히 놔주겠거니, 하며 말이다. 그 대가로 날개가 너덜너덜 해졌지만, 나는덴 지장 없으니 그냥 산단다. 잠자리의 언어를 배울 길이 없어 직접 들은 건 아니다. 잠자리가 하듯 그.러.려.니 하는 거다.

설마, 당신도 오늘 하루를 그.러.려.니 보낸 것인가?



2.

놀이터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데 말티즈 한 마리가 다가와서는 멍멍, 짖을 것 처럼 배에 힘을 가득 주고 몸을 뒤로 빼서 단전에 기를 모아 멈멈, 이렇게 거세된 개소리를 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개소리는 개소리 다워야 한다. 멍멍. 작은 놈은 왈왈. 큰 놈은 컹컹. 어쨋든. 그런데 넌 인간의 사랑을 받은 대신 목소리를 잃었구나. 가련한 아리엘(Ariel, 인어공주의 이름). 

오빠도 그렇단다. 아니, 사실 두 발로 걷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단다. 정말 그런지 궁금하다면 아침에 출근하는 누군가의 바짓자락을 잡고 물어보렴.

멈멈.
아니 이 개가 왜 이래.
멈멈. 
출근해야 한다고 인마, 늦었어.
멈멈.
회사를 가야 월급을 받으니 가는 거지.
멈멈. 
월급을 받아야 생활을 할 수 있잖아.
멈멈. 
이거? 사진기 모형이야. 왜, 갖고 싶어?
멈멈.
원래 사진가가 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니. 
멈멈. 
너야 애완견이니까 걱정없이 먹고 잘 수 있는 거지. 인간은 스스로를 돌봐야 한단다. 
멈멈. 
사진이야 취미로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 하고 싶은 일이 직업이 되는 사람들은, 그저 부러울 뿐이지. 
멈멈. 
그건 복잡해. 운도 맞아야 하고, 어느 정도 조건도 갖춰져야 하지. 막연히 열심히만 한다고 사진작가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안정적인 직장이 우선이지. 곧 가족도 책임져야 하니까. 
멈멈. 
너 잘 짖지 못하는구나? 불쌍한 녀석. 
멈멈.
뭐? 내가 불쌍하다고? 내가 왜?


딱 한 번 읽으면 마스터가 가능하다는 기적같은 영문법이 기적을 일으켜주길 바랄 때도 있단다. 미쿡말 하나만 해도 다 잘 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쿡, 근데 넌 정말 자기계발 같은 거 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냐? 조나단이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는데, 넌 뭐 '주인에게 사람받는 101가지 방법'같은 거 읽지 않아도 되는 거야? 하루를 그렇게 그냥 종종거리며 돌아다니기만 해도 돼? 아무리 개라도 자기계발 같은 걸 좀...

멈멈.
뭐? 내가 불쌍하다고? 내가 왜?






▲ 오늘 저녁은 또 뭘 먹지?





<연관글>

회사밥을 먹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같이 지내실분, 이라는 구인광고에 낚이다
내 차를 털어간 꼬꼬마에게 보내는 글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추천글>

남자에게 먼저 반한 여자가 지켜야 할 것들
연애에 관한 여자의 심한 착각들 Best 7
여자들이 연애하면 힘들어지는 남자유형 세 가지
남자들이 반하는 여자의 매력적인 모습들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자메시지' 공략방법

신고
이전 댓글 더보기

눈사람2010.02.22 23:0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ㅜ.ㅜ
사랑한다고 소리쳐요~?

2010.02.22 23:4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멈멈.
마음에 드네요^^
그려려니 하는 하루도
내일 펼쳐질 또 다른 하루에
새로운 활력이 되어줄거예요^^
그려려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나라는 사람은 꽤 괜찮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알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다시바람이2010.02.22 23:5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그나마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

깔롱복숭아2010.02.23 03:1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오늘 친구일좀 도와주고 회 한상 얻어먹었어요
매운탕까지 풀코스로^^
오늘,,,걍 좀 레알하게 잘산거 같아요
아...멈멈.....아,,,

신시아로리2010.02.23 06:1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멈멈

하면?

멈멈

해야죠....

무한™2010.02.23 09:4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와, 그거 괜찮네요!
왜 그 생각을 못했지 ^^

소담2010.02.23 08:1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멈멈~
거세돼, 순응하며 살고 있는 강아지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들 모두는
어느 한 부위 거세되어, 아니 자가거세하며
살아가고 있단,

그런 슬픈 생각을 하였습니다.

자발적인 거세는,
생존을 위한 본능...이랄까요..

Sonagi™2010.02.23 08:2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선플~
-----------
오늘 난 무엇을 했는가?
오늘 난 당신에게..
오늘 난 반성해야지 ...

수리첸2010.02.23 09:1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애완견도 사랑받는 것보다는 일차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 목소리를 잃었죠. 그전에 집밖으로 뛰어나갔더라면 쓰레기통을 뒤질지언정 목소리는 잃지 않았겠죠. 오후5시로 퇴근시간만 앞당겨져도 좋을텐데.. (그럼 대부분의 회사에서 회사원들은 6시에는 퇴근할 수 있게될까요 ㅋㅋ)

NABI2010.02.23 09:2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선플

모닝커피2010.02.23 09:2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전 아침에 읽었다는...
기분이 착 가라앉지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무한님도 기운내세요~화이팅~!!

치타2010.02.23 09:4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그 동안 읽어왔던 무한님의 글중 저에게 제일 와닿는 글입니다.
처음으로 덧글을 남기게 만드네요. 항상 고맙게 생각하며 무한님의 글들을 읽고있습니다. 지금처럼 항상 힘내주세요!
멍멍//

차가운지방도시남자2010.02.23 09:5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그냥 그러려니..
살고 있을 때 나를 발견하는 것에 대한 슬픔은,

일에 치여서
밤 늦게 들어온 집의 냉기가 싸늘하게 식어있는 것보다
덜합니다.

솔로부대는 그 고통이 두배나 되죠...

커플지옥, 솔로천국이 되는 세상을 향해서..
ㅋㅋ

그르지말자2010.02.23 10:4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

어제도..

오늘도...

그.러.려.니....

살고있는 1人.

* 犬曰 : "mum mum"

* 自曰 : "I'm O.K"

화이트오팔2010.02.23 12:2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요즘처럼 정신이 피폐할땐,
아무생각없이 몰두할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에만 치여 살고 있는데, 그건 그거대로 죽겠네요. ㅋ

얼개2010.02.23 16:5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인간의 사랑을 받은 대신 목소리를 잃었구나 가련한 아리엘. 당신의 문장에 찬사를.

깡이2010.02.23 20:3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님 요즘 생활에 무료함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곱게자란분2010.02.25 02:0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눈물나요...ㅠㅠ

Nalda2010.04.13 17:0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마음이, 아프네요....허허허. 멈멈.. 먹먹...

아자~2010.10.22 12:3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슬프네요...

희망2010.11.19 17:4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이렇게 살지 말아야겠습니다 다짐 또 다짐 해봅니다.

하지만 매번 밀려드는 끈기없는 행동들의 연속이란~~~

무한님, 블링블링한 금욜 되세욧

저도 방황 그만하고 하기 싫더라도 목표를 잡아야겠습니다.

목표없는 삶은 죽음이라고 하니 목표꼭 잡아봐야겠어요

흠~~~~
댓글은 무료로(응?), 별도의 가입이나 로그인 필요 없이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사연은 공지(클릭)를 읽으신 후 신청서에 적어 메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