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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28분 쯤, 길가에 사람들이 뜸할 때, 집에 있는 십원짜리 동전을 긁어모아 동네 슈퍼 앞에 있는 자판기 커피를 뽑는 재미는, 해 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형, 백원짜리 없어? 뭐하러 그러고 있어?

이 녀석 처럼 모른다는 얘기다. 

  자, 닥치고 마셔
 
  영화는 잘 되가?
  나 취직하려고
  왜? 영화 안 찍고?
  글쎄. 솔직히 너무 애들 짓 하는 것 같아서.
  뭐가?
  말이 영화 찍는 거지, 찍는다고 돈 되는 것도 아니고, 어디 비빌 곳도 없잖아. 내가 아직 철이 덜 든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뭐. 
  야, 철은 영원히 들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 돈 벌어야지. 졸업하고 삼 년간 이 짓 했는데, 구멍이 안 보여. 내가 봐도 별로인데, 누가 내 영화보고 좋다고 하겠어. 그냥 친한 사람들이 입발린 말 해 주는 거지.
  그럼 더 괜찮은 영화를 찍으면 되잖아.
  말이 쉽지. 웹에 올려도 그냥 잘 찍은 UCC정도로 사람들이 받아들이더라고. 장비도 점점 한계가 보이고, 이번 설날에 영화사 다니는 삼촌하고 얘기했는데, 이 바닥 배고프다고, 재능 낭비하지 말고 관련된 회사를 다니는 게 나을 것 같데.
  웃기시네.
  응?
  재능은 전력으로 낭비해야 하는 거야. 
  발휘하는 거겠지. 낭비가 아니라. 
  아니. 낭비가 훨씬 전력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야. 어정쩡하게 노크하는 건 소비고, 낭비는 부서져라 두드리는 거야. 발휘는 차려진 밥그릇에 수저질 하는 거고. 생각해봐. 항상 새로운 건 남들이 하지 않던 일 가운데서 벌어졌잖아. 
  뭐, 아무튼,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해 봐야지.
  안돼.
  응?
  그건 전력으로 하는 게 아니야. 진짜 전력으로 해야 되는 거야. 너 김연아가 "나는 피겨가 좋아." 이러면서 적당히 했을 것 같냐? 얼음판에 수도 없이 자빠져도 일어나서 또 탄 거야. 너 아까 니 영화가 별로라고 니 입으로 말했지?
  응
  니가 찍은 영화가 몇 편이나 되냐? 꽤 된다고 치자. 그 중에 니가 전력으로 찍은 건 몇 편이나 되냐? 니 대표작이 뭐냐고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보여줄 수 있어? 우리집 사슴벌레가 지들끼리 치고 박고 장난 치는 것 같아도. 걔들은 그 한 순간에 목숨걸고 싸우는 거야. 적당히 하면 상대의 턱에 반토막이 되니까. 나도 글 쓴다고 여기저기 떠들어는 놨는데, 돌아보니까 다 입방정 이었던거야. 누가 소설 보여달라고 하면 자랑스럽게 내밀게 없어. 아직 덜 고쳤다거나, 예전에 쓴 거라는 코멘트 달아가면서 적.당.히 그렇게 살아 온거야. 그러면서 문학이 어쩌고 하면서 잘도 떠든 거야. 너도 마찬가지 아냐?
  ......
  누가 뭐라고 하든 니가 하고 싶은 걸 전력으로 해. 남의 일에 뭐라고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 할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거나, 대충 너에게 자길 대입시켜서 도출한 결과를 말하는 거니까. 너에게 필요한 건 니가 찾으면 되는 거야.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널 손바닥 보듯 말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지 손바닥 보고 너에게 얘기해 주는 거야. 남의 나침반을 보고 니 앞길을 찾지 마. 니 나침반을 봐.
  그래야지. 휴우. 형은 잘 되가고 있어?
  마셔. 커피 식는다.


밤 11시 28분 쯤, 길가에 사람들이 뜸할 때, 집에서 재능을 전력으로 낭비하는 재미는, 해 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무한님, 사진은 좀 관련 없지 않나요?" 꽃들에게 희망을 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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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커피2010.02.24 11: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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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글.
가슴에 와 닿는 글.
후아....
저도 커피 마시러 갑니다.
무한님 감사.

sooop2010.02.24 13: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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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에 컴퓨터로 뻘짓하느라 '전력'을 낭비하는 건 괜찮다고 보고 들어왔네요... 아 이런..

Bammssi2010.02.24 17: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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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글 올리셨을 때 보고나서
그 이후로 주욱- 가슴에 먹먹하게 남아있네요

다시 읽으러 들어왔다가
늘 무한님의 글에 위로받는 고마움에 댓글 남깁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테디스트2010.02.25 13: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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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적으로 좋은 글 보고 갑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뭐에 전력을 다해서 달려든 적은 없었군요..

흚... 갑자기 커피가 땡깁니다..(?!?)

신시아로리2010.02.27 14: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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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요??

커피는 길다방커피가 쵝오!!



무엇도 포기할 수 없고 무엇도 다시 시작할 수 없는 그런날이 오기전에...
미쳐봅니다.

현표2010.03.29 18: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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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좋아서 처음으로 댓글을 남기네요. 지금은 여행 중인데 돌아가면 제 재능을 낭비할 곳을 찾아봐야겠습니다.

현표2010.03.29 18: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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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좋아서 처음으로 댓글을 남기네요. 지금은 여행 중인데 돌아가면 제 재능을 낭비할 곳을 찾아봐야겠습니다.

Rhomanticist2010.03.31 11: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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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너무 좋아요~ 좀 뒷북이긴 하지만 ㅋㅋ
제가 정말 좋아하는 비슷한 말이 있는데요

"Moderation is a fatal thing. Nothing succeeds like excess."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인데 무한님이 쓰신 글이랑 딱 같은 뜻인듯^-^

그럼 전 다시 공부하러.... ㅎㅎ



- 미국에서 무한님 팬이

Rnrl2010.06.17 08: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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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으로 낭비할수 있는 재능과 그정도의 열정을 가진 분들이 부럽네요...
지금껏 제 삶은 딱히 원하는 바를 찾지 못하여...
물흐르듯이... 모난것 없이 살아는 가는데....
그냥 그게 다인거 같네요....

Sarah2010.08.21 01: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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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나랑 사귀자. 반해버렸어.

피아노블로그2010.12.30 21: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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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교양으로 물리수업을 들어서 그런진 모르겠는데 전력이 전기력인줄 알았어요 ㅋㅋㅋ 재능은 전력으로 낭비해도 괜찮아라고 해서 매일 밤 불을 켜놓고 뭘 열심히 하는 줄 알았네요 ㅋㅋㅋㅋ

다룸2013.02.03 00: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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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그생각했어여....ㅜㅜㅋㅋ

갓난이2011.01.24 13: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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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의 글들을 읽고난후 댓글을 안달수가 없네요.
제게 딱 필요한 조언.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인22011.01.25 12: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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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봐도 좋은글 또 읽고 가요옹 ~
마셔 커피 식는다~ ㅋㅋㅋㅋ 코믹영화 한장면 보는듯 ㅋㅋㅋㅋ

전력2011.02.03 15: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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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두려운지 모르곘어요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말이죠

썬이2011.06.28 13: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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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원짜리를 자판기에서 백원짜리로 바꿔서
라면을 사먹어본적이 있었다.
지금은?

노래하는 사람2011.07.22 11: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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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께서 하신 말씀 글로 읽는데
저한테 대입해보니
저도 노래한답시고 동네방네 알리기만 했지
정작 "노래 불러???" "그럼 노래! 노래~!~"
라고 했을때 막상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없었다는..

전력으로 낭비할랍니다
재능을

Soyeon2012.01.21 00: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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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앙. 전력으로라니.
남의 나침반으로 자기 길을 찾지 말라니.
주옥같아요.
마음 속에 흐릿하게 품고 있는 생각을 표현해낸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표현하긴 어렵지만 뭔가 뜨끔하면서 찌릿했어요.

(근데, '전력'을 '전기력'으로 생각했던 것은 저뿐인가요 ㅋ)

몽상가2012.05.11 04: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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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 눈물날라고 해. 아 진짜나자나

몽상가2012.05.11 04: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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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 눈물날라고 해. 아 진짜나자나

오드리2013.03.12 15: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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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참 꾸준히 쓰시네요.
순간 순간 모든 일들을 기록하겠다는 태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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