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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남자의 호감을 알아차린 여자들의 심리변화

by 무한 2010. 3. 4.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겨울잠에서 깨어난 솔로부대원들의 마음에도 누군가에게 확, 고백해 버리고 싶은 바람이 분 것 같다. 이미 디자인실 수연씨를 좋아한다고 동료에게 얘기했다가 영업실 혜진씨 쪽으로 마음이 돌아섰지만, 친구가 수연씨에게 말해버리는 바람에 세상 모든 고민을 떠 안은 어느 남성대원의 사연도 보인다. (수연씨와 혜진씨, 둘은 베스트다.)

관심을 가진 여자분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오자 신나서 웃기지도 않은 개그콤보를 구사하다가 갑자기 답장이 없자 이렇게 연락하는게 부담스럽냐는 둥,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된다는 둥, 비련의 남자주인공 따라하기를 진행하다 여자분의 '샤워하고 왔다'는 답장을 받고 머리를 긁었다는 사연도 있었다. 작업중에는(응?) '과유불급'을 늘 명심하길 바란다.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 만 못하다(혹은, 같다). 술의 힘을 빌리려는 생각도 내려 놓는 것이 좋다. 오죽하면 소주업체들이 이런 문구를 소주병에 찍어서 판매하겠는가.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운전이나 작업중 사고 발생률을 높입니다.

-소주병에 적혀있는 경고문구


어쩃든 오늘은 '아...씨바 들켰어..'상황에 놓인 솔로부대 남성대원들에게 보내는 매뉴얼을 쓸까 한다. 뭐, 완전히 엎질러버린 상황이라도 괜찮다. 학창시절 끔찍한 성적표를 받은 적도 있지만 아직 살아있지 않은가. '그녀와 함께라면 순댓국집에서 깍두기를 씹어도 괜찮을텐데..'라는 말랑말랑하고 귀여운 생각을 하는 당신에게 이가 시릴 냉수를 건네는 기분으로 쓴다. 속차리란 얘기다. 달려보자.


1. 여잔 남자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알면 마음이 어떤가요?


검지손가락이 약지보다 긴 여자사람 다섯명에게 물었다.(지금 컴퓨터 하던 동료가 자신의 손가락을 살폈다면, 노멀로그 보고 있는 거다.) 그녀들의 대답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 모르는 사람이 호감을 가졌다면, 궁금해진다. 
2. 나도 관심있던 사람이었으면, 녹아버릴 것 같다. 
3. 걔가? 아우 걔 짜증나. 



우리는 특히 3번에 집중하자. 남자들 사이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반응이다. 남자의 경우 여자가 자길 좋아한다는 소식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듣게 될 경우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1차적으로, 

올레~ 


라는 것이고, 행여 자신에게 관심있다는 그 여자분이 영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할 때에도 '짜증나'라는 생각대신,

나도 어디서 꿇리진 않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난 걔 별로야."라고 얘기하더라도, 단둘이 주고 받는 문자에서는 순정만화에나 나올법한 대사들을 보내주는 것 처럼 말이다.

물론, 여자들 역시 상대방의 이름도 듣기 싫을 정도의 알레르기를 가진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학생과 첫 수업을 시작하는 과외선생님과 비슷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수업 첫날 과외선생님의 표정과 말투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 

상대방이 이쪽의 마음을 눈치챘다고 해서 시험지 제출한 듯 있지 말란 얘기다. 시험 종료가 언제라고 말할 수 없지만, 여전히 시험중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객관식이나 주관식이 아니라 수행평가다!


2. 디데이에 스러져가던 연합군 병사처럼


남성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인 만큼 대부분의 대원들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밴드 오브 브라더스'같은 영상물을 보았을 거라 생각한다.(아직 안 봤다면, 강력 추천한다.) 상대방이 진지에 들어가 얼굴도 보이질 않는데 무작정 해안에 배를 대고 모래사장을 뛰어가던 병사들. 사격장의 표적지처럼 총알을 받아내며 쓰러지던 모습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전쟁얘기를 하는 게 아니고,

일단 엎드린 병사는 총알을 피할 수 있었다.

이걸 말하는 거다. 자신의 마음이 들켰다고 생각하면, 올림픽 100m 달리기 결승전 총성이 울린 것과 같이 숨도 쉬지 않고 뛰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라거나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같은 속담을 항우울제처럼 복용하며 달린다. 상대의 별자리가 흑염소 자리라는 것도 모른 체 말이다. (응?) 총알에 맞지 않아도 스텝이 꼬여 넘어지는 대원들이 있다니, 슬픈 일이다.

어렵겠지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 보자. 여기서 살아 남는다고 이 전쟁같은 사랑이 끝날 때 까지 죽지 않는 다는 보장은 없지만, 피기도 전에 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거다. 이 상황에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은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일과표다. 그녀로 온통 채우지 말고 일단 내 생활을 살아야 한다. 둘째는 여유다. 여유가 없으면 사람이 좀스러워 진다. 잠깐 만나자는 이야기에 그녀가 양해를 구하고 거절해도 계속 매달리지 말란 얘기다. 곧 있음 잘 사람에게 왜 자꾸 아이스크림 먹자고 하는 건가. 셋째는 장기적인 안목이다. 이번에 고백해서 안 되면 깨끗이 잊겠어, 이따위 소리는 그만 하란 얘기다. 그거 하나도 안 멋있다. 급급하게 한치 앞의 일에만 매달리면, 진도가 늦다고 학교를 그만둬 버리는 것과 같은 모양이 될 수 있다.


3. 좀 더 실질적인 걸 알려달라고요


실질적인 스킬들을 안다고 누구에게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내 경우는 'CRIME SCENE DO NOT CROSS : CSI' 라고 적힌 박스테잎을 가지고 있다. CSI동호회 에서 주문제작한 것을 구입한 것인데, 이거 하나라도 충분히 여러가지 이야기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비싸거나 귀한 것이 아니더라도 레어아이템이 하나쯤 필요합니다.' 라고 얘기한다 해도, 이 테잎으로 그저 박스 포장만 하는 대원들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잘 알지 못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내세우기보다는 당신의 재미있거나 특별한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까닭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안 되나요?"

내 말이 그 말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되,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잘 알고 있으라는 거다. 난 오지랖이 넓은 편인데, 대부분 그 오지랖은 나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대학시절 시험이 내일이라도 친구가 컴퓨터 하나 조립한다고 하면 사이트를 돌아가며 최저가로 맞춰주는 그런 거 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험을 망치고 조립을 내가 해줬으니 A/S도 내 몫이 된다. 몇 번이고 포맷을 도와주고, 컴퓨터가 멈추면 친구 집을 방문한다. 컴퓨터 팬의 소음이 좀 씨끄럽다는 친구의 불만이 내 책임인 것 같이 되어 버린다.

쓰다보니 갑자기 슬퍼진다. 핸드폰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해서 디씨의 휴대폰 갤과 뽐뿌를 왕복하며 버스폰(버스요금 정도로 살 수 있는 폰)을 구해줘도, 인터넷으로 사서 더 안 좋은 것 같다느니 더 좋은 폰 있는데 왜 이런 걸 골라줬냐느니, 지가 엉덩이로 깔고 앉아서 액정이 나갔는데 역시 공짜폰이라 대충 만들었다느니, 아 슬프다.

내 팔자 한탄은 여기까지 하고, 오지랖이 넓은 것으로도 얼마든 어필할 수 있다. 내 관심을 알아챈 상대의 일들을 하나 둘 해결하는 거다. 그리고 그 것들은 다 오지랖 탓으로 돌려 버리면 된다. 자기한테 잘 해줘서 고맙다고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감사의 문자를 날리면, 무슨 뜻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 오지랖이 하도 커서 주말에는 오지랖을 펼쳐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있다고 답장을 보내는 거다. 주말에 같이 오지랖글라이딩 하고 싶으면 일요일 오후 2시에 롯데백화점 앞에서 보자는 말과 함께.

"그렇게 하면 성공하나요?"

이걸 무작정 따라하진 말라는 얘기다. 수년간 유도를 익히고, 지금은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진지한 P군(31세, 주방장)이 이런 얘길 한다면 '이뭐병' 취급을 당할 위험이 크다. 사람 봐 가면서 하란 얘기다. 핸드폰 판매의 신이라는 사람에게 세일즈 방법을 배우더라도 아프리카 가서 아이폰을 팔 수는 없지 않은가.



정리하자면, 상대의 마음을 알아챘다고 해서 상대가 성적표를 발행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둘의 관계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

'내 관심을 눈치 채고 견고한 성으로 들어가 버린 건가?'

이전보다 더 의식하며 다가가기 어려워 졌다고 해도, 그건 성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잠시 나무 뒤에 몸을 숨긴 것에 불과하다. 줄리엣이 발코니에서 독백을 하다 로미오가 불쑥 튀어 나오니 '어머머 이색히..' 하며 가슴부터 가린 것 처럼 말이다.

이건 베지 않으면 베이는 칼잡이의 싸움이 아니다. 기억할 건! 움찔하며 물러선 줄리엣에게 로미오가 미친 듯이 달려들거나 스스로 어느 한 마디에 상처를 받아 동굴로 들어가 벽화를 그리지 않았다는 거다. 마음이 달음박질 치는 사람에게는 물러날 때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얘길 해 주고 싶고, 그녀가 날 안 좋아 하는 것 같다며 베르테르의 영혼이 빙의된 사람들에게는 권총 말고 펜을 집으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 선에서 신호를 보내는 거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문자 하나 보냈다는 당신에게 그녀가 따귀를 올려 붙이진 않을 것이다. 단,

"친구 집에 놀러왔는데 고슴도치가 죽었네요. 그래서 숙희씨가 떠올랐어요."

이런 건 말고 말이다.

한 주도 벌써 반이 지났다. 기지개 한 번 켜며 수고한 몸을 달래보자.





▲ 지금 주변에서 갑자기 기지개를 켠다면, 노멀로그 보고 있는 거다.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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