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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꺼내면 본전도 못 찾는 여자의 연애언어

by 무한 2010. 3. 9.
이전에 모집했던 '우리 헤어졌어요'(응?)의 사연들이 아직도 멈출 줄 모르고 하루에 몇 통씩 메일함을 찾아온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사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대체로 비슷한 루트로 이별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한다는 것이다. 마치 원숭이 똥꼬와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로 이어지는 노래를 부르듯 그 사연에는 '방정식'같은 공식이 들어있다.

오늘 매뉴얼에서는 그 공식중 '꺼내면 본전도 못 찾는 여자의 연애언어'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이다. 이미 이별을 경험한 부대원의 사연이 중간중간 나올 예정이니,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아, 이백오십원 넣고 자판기한테 사정을 해도 삼백원짜리 커피는 안 나오는 구나.'라는 심정으로 읽어보자. '왜 여자가 잘못한 것만 얘기하나요? 남자가 잘못하는 것도 있잖아요.'라는 얘기를 하실 분은 여기 말고, 동네 비둘기에게 문의해 보시길 바란다. 포기하지 않고 물으면 답해줄 것이다. 구구구구. 농담이고, 남자편은 다음에 발행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려드리며, 오늘도 달려보자.


1. 오빤 나 사랑하기는 하냐고


이에 대한 대답을 하는 일은 대학교 논술시험을 보는 것 보다 어렵다. 답이 없기 때문이다. 화가 나지 않은 여자대원들은 저 말에 솔직하게 답하면 되는데 뭐가 어렵냐고 하겠지만, 화가 난 상태에서 여자사람의 저 질문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이다. 아래의 예를 보자.

여자 - 오빤 나 사랑하기는 하냐고.
남자 - 당연히 사랑하지.  
여자 - 근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남자 - 뭐가?
여자 - 아무리 싸웠어도 그렇지 전화기를 꺼놔?
남자 - 그냥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야.
여자 - 생각? 그럼 난 계속 전화만 걸고 있으라고?
남자 - 그게 아니잖아.
여자 - 오빠가 정말 나 사랑한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위의 대사만 봐도 어지럽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지쳐가는 모습이 보인다. 상황을 좀 풀이하자면, 위의 상황에서 남자는 '대화가 안돼'라고 생각할 것이고, 여자는 '그냥 따뜻한 말 한마디, 그걸 왜 못해주냐고.'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은, 위의 커플이 이미 이별했다는 것이고, 여자분은 계속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없구나'라고 오해하며 '더 오래 안 사귀고 헤어진 게 오히려 나은 일인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이유만으로 헤어진 것은 아니다. 매뉴얼에서도 몇 번 이야기 했던 복병 '옛 여친'. 실체를 직접 보지 않아도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다.


2. 옛 여친이랑 여행도 간 적 있어?


이거 왜 주사 맞을 때 힘 주는 소리를 하고 있는가. "저는 사람 과거 가지고 운운하거나 그러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하는 여자사람일수록 옛 여친에 대한 질문을 자주 한다. 대답을 버텨낼 복근도 없으면서 말이다. 악세사리점에 가서 "커플링 한 적 있어?" 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놓고 한 적 있다고 하면 집에 돌아와 울며 잠이 들거나, "예전 여자친구도 이 집에 온 적 있어?"라는 질문에 역시 긍정의 답을 들으면 '아오, 도대체 이색히 뭘 한거야.'라며 속으로 남자친구에게 하이킥을 날린다.

상황이 여기까지라면 좋겠지만, 사람의 유형에 따라 수 많은 파생상품(응?)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 중 가장 흔한 두 가지 이야기를 살펴보자.

A. 남자의 착각
여자가 던져주는 "예전엔 어땠어?"라는 추임새에 남자는 흥이 난다. 그리곤 예전 여자친구 이야기에 현재 여친이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이야기들에서 어떤 로망을 느끼고 있다고 착각한다. 속으로 칼을 가는 현재 여자친구의 마음을 모른 채 받았던 선물 얘기, 데이트하며 벌어진 에피소드, 거기에 한 술 더 떠 사연이 있는 공간이나 사물을 발견하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얘기를 듣는 여자에겐 탈모가 시작된다.

B. 여자의 자학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엔 질투를 하게 된다. 옛 여친 이야기를 하며 보이는 그의 표정이라든가,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가 하는 울퉁불퉁한 마음이 된단 얘기다. 그 후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린 남자가 옛 여친에 대한 질문은 그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도 여자는 멈추지 않게 된다. 급기야 "예전 여친이 나보다 예뻤어?"라는 자학의 질문을 해대고, "나랑 사귀는 것 보다, 옛 여친을 다시 만나는게 좋을 것 같아."따위의 이야기로 번지점프를 한다. 발목에 끈도 매지 않고 말이다.

어떤 대답을 듣든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여자사람이 있더라도, 그 질문은 하지 말길 바란다. 그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주사 맞을 때 힘을 줄 수록 아픈 것 처럼, 그대 마음에 든 멍은 계속 아플테니 말이다.


3. 난 진짜 니가 이럴 줄 몰랐어


받아들이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겠지만, 최악의 경우 남자의 입에서 돌이킬 수 없는 말을 튀어나오게 만든다. 그 유명한,

"나 원래 이래. 몰랐어?"

바로 이 말이다. 여기까지 대화가 진행되었다면 일단 둘 사이의 전원을 끄는 것이 좋다. 다음에 다시 켤 수 있으니 이것 저것 더 들추지 말고 정지하잔 얘기다. 이 이야기 이후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일 밖에 할 게 없다. 대화는 이미 물 건너 갔고, 예전 일 들추기 부터 시작해 헤어지자는 얘기에 도달한다.

실망한 부분이 있다면, 왜 실망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좋다. 한 단면만을 근거로 한 사람 전체에 대한 실망을 표현하는 것을 켤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입장을 바꿔 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뭘? 왜?"라고 대답한 뒤, 핵심의 내용이 나오면 "그건 이러이러 한 거잖아."라고 이야기 할 게 아닌가. 핵심만 얘기하는 거다. 그 지름길을 놔두고 감정의 소모전을 벌이며 돌아갈 필요 없다.



이렇듯 이별을 한 대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직도 생각할 정도로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지만 상대를 떠나보내야 했다는 것이다. 정말 화가 난 이유들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보지 못한 채 '나 화났다'라는 것만 전달하려 했다. 인연을 끊고 싶은 상대와 싸울 때라면 몰라도,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 벌이는 다툼에 모든 퇴로를 차단하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상대의 모습을 끄집어낸다. 그리곤 그 모습이 그의 진심이거나 본모습일거라 생각해 버리는 거다.

골치아픈 감정의 소모전, 그 대표적인 대화법으로 뽑힌 "넌 지금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라는 말을 들여다 보자. 그거, 정말 모를 수 있다. 이따 전화 한다고 했다가 안 해놓고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남자가 수두룩하다. 웹서핑 하고 있을 때 전화오면 대부분의 남자가 좀비상태로 통화한다. 악의를 가지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몰라서 그럴 수 있단 얘기다.

그렇다고 한차례 전화배틀이 이어진 뒤 평화로운 상태로 두다리 뻗고 자는 남자도 별로 없다. 내가 왜 고작 온라인 게임 한 판에 정신이 팔려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렸는지, 나도 여자친구와 여행다니며 사진찍어 미니홈피에 올리는 연애를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비교 당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는지를 생각하며 갑갑해 한다. 그러면서 여자친구에게 전화해서 문제를 정리할 생각을 하기 보단 친구를 불러 술을 마신 뒤 연락 없이 꿈나라로 가 버리니 여자는 그 시간동안 판결문을 작성하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다음 날 그 판결문을 받아들고, "좋은 기억은 니가 다 가져가. 나쁜 기억은 내가 가지고 살게."라며 손발 로그아웃 하는 멘트를 날리는 낭만주의자도 있고, '아.. 커플요금제 해지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는 현실주의자도 있다. 반지는 너 가지라는 박애주의자나 사준 선물 다 내놓으라는 실리주의자도 있을 것이다.

위의 사연들은 그저 남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자신의 연애에서 은연중에 비교하는 말을 흘리거나,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얘길 하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 내려오는 평소의 마음과 화가 났을 때의 마음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 마음을 기억하자. 오늘이 지구에서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들어가 돌만 던지고 있던 그 작은 동굴에서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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