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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다시 고백하려고 준비할 때 알아야 할 것들

by 무한 2010. 4. 14.
아무래도 <연애오답노트>로 보내온 사연들엔 '헛발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지, 도착하는 사연들을 읽다가 손발이 로그아웃 해서 글을 쓰기 어렵기도 했고, "다시 고백하려고 하는데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라는 요청이 많았다.

그리하여 친절한 무한씨는 '다시 고백하려고 준비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이라는 매뉴얼을 발행하기에 이르렀는데, 우리 이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두자. 상대가 '어장관리'와 비슷한 마인드로 이쪽을 대한다면, 40여년의 광야생활만큼이나 힘든 희망고문에 시달려야 할 수도 있다. 어장관리에 대한 글들은 이미 매뉴얼을 통해 여러차례 발행했으니 참고하길 바라며, 이번 시간엔 그 대표적인 예를 하나만 살펴보자.

"난 물론 너도 좋아해. 하지만 지금 나에게 다가오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거절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어떤 사람인지만 알아보는 과정이야. 네가 나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듯, 나도 너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 그것만은 알아주길 바래."


이게 바로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라는 거다. 널 좋아하고, 특별하게 생각하지만 지금 나에게 대쉬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거절할 수 없으니 만나보는 거라는 말.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저거 완전 즤랄꾸러기군요."라고 할 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은 자신의 믿음과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오늘도 해바라기 하는 중이다.

위와 같은 상황을 겪는 대원이 있다면 좀 아픈 말을 하나 해 줘야겠다. 당신은 그냥 보험이다. 왜? 상대가 뭘 하든 당신은 어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을테니 말이다. 지금 필요한 건 뭐? 당신의 마음이 상대의 소유가 아닌, 당신 자신의 것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 거다. 왜 질질 끌려다니며 해바라기 하고 있는가. 더 가관인 것은 "믿고 기다리는 게 힘들겠지만, 해 보려구요." 하는 얘길 한다는 거다. 종로가서 뺨좀 맞아야 정신 차릴 건가?

혼자 서 있지 못하고, 상대에게 기대기만 하려는 대원들. 즉, '상대와의 연애'만을 기대하고 있는 대원들에겐 이 매뉴얼이 쓸모 없으리라 생각한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저 자기 감정의 노예가 되어서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채울테니 말이다. 그게 아니라 마음 대 마음, 사람 대 사람으로 상대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똥꼬에 힘을 꽉 주고 출발해 보자.


1. (술먹고) 새벽에 거는 전화, 옐로우카드


까놓고 얘기해서 익명으로 화이팅 문자를 보내도 당신이라는 눈치 챌 정도로 만들어 놓지 않았는가? 각종 부담스러운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 당신이라는 걸 알렸다면, 이제 그 행동은 그만둬야 한다. 특히 감정적으로 변하는 한밤중과 새벽은 당신에게 쥐약이다. 아침에 읽으면 낯부끄러운 메일을 잘도 쓰고, 새벽 두시에 문자로 "자?" 같은 테러를 감행한다. 알카에다 대원들이 아니라면 테러는 그만 두자.

이보다 더 눈물겨운 사연들은, "무한님, 저 어제 술먹고 전화 해 버렸습니다... 미쳤나봐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다. 오사마 빈 라덴이라고 불러도 좋다. 무슨 얘길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하는데, 그거 말하지 않아도 뻔한 거 아닌가. "내가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 고쳐볼게. 응?" 이런 얘기나, "그래.. 잘 지내고... 잘 지내야지.. 잘 지내." 이런 거 아닌가. 간혹 정신줄을 놔 버린 대원들은 "너 왜이렇게 비싸게 구냐? 나 힘들게 하니까 좋냐?" 이런 대사를 건네기도 한다. 김형사, 체포해.

술을 마시거나 감정에 휩쓸려 어떻게든 영역표시를 해야 한다는 본능이 고개를 든다면, 핸드폰은 잠시 꺼 두길 바란다. <소주 한 잔>같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여보세요. 왜 말 안하니." 이런 건 '옛 남친'들만 할 수 있는 고유의 헛발질이니 절대 따라하지 말길 바란다. 그렇게라도 해야 당신의 마음이 전해질 것 같은가? 다음 날 돌아오는 건 숙취밖에 없다. 잊지 말자.


2. 상대에게 책임을 돌리는 청승, 옐로우카드
  

이건 뭐 길게 얘기 할 것도 없이 대표적인 대사들을 나열해 보겠다.

"나 혼자 사랑하는 거 지쳤어.. 이제 그만 할래."
"마음이 없다면 확실하게 말해줘."
"아무래도 인연이 아닌가 보다. 잘 지내."
"내가 착각했나 보네...미안하다."
"오해한 내가 바본거지.. 넌 잘못 없어."
"그래 행복하게 잘 살고. 건강해라."
"눈치도 없이 연락한 것 같네. 미안."
"니 마음은 나랑 다를 테니까..."



짙게 뭍어나는 부담과 미련과 여지가 보이는가? 일기장에 혼자 쓰는 글이라면 누가 뭐라할 사람 없지만, 저 이야기들을 상대에게 전송한다면 '청승'을 넘어 '이기적'인 짓이 된다. 쉽게 생각해 보자. 위의 이야기를 던쳤다고 해서. "어머, 내가 나빴네. 우리 사귀자 이리와." 이런 대답이 돌아올 것 같은가? 그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이야기를 던지고 난 뒤 씁쓸함을 왜 음미하고 있는가? 눈물 나도록 안타까운 것은, 저런 이야기를 던져놓고 다른데 가서는 "나 이제 마음 정리했다."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내가 생각해도 멋있게 통보한 것 같아."라며 자뻑모드에 돌입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유아적 허세를 벗어나기 위해 세 가지만 기억하자.

A. 상대에게 결정 내려달라고 징징대지 말 것.
B. 모든 것이 상대의 탓인양 말하지 말 것.
C. 혼자 시작하고 혼자 끝내며 상대에게 감정을 배설하지 말 것.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무슨 얘기인지 알 거라 생각한다. 당신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 혼자 만들어 낸 청승들을 바깥 세상까지 가지고 나오지 말란 얘기다. 그 청승을 아무리 장황하게 설명해 봐야, 상대는 '뭥미?'라는 반응 외에는 보여줄 수가 없다. 


3. 짝사랑의 종착역으로 가는 급행열차, 레드카드

 
앞서말한 이야기들을 모두 포함하며, 당신을 짝사랑의 종착역 까지 데려다 줄 그 열차의 이름은 '조급증'이다. 정신 안 차리면 물 엎지르듯 한방에 둘의 사이를 망쳐버릴 수 있는 것이 이 '조급증'이란 얘기다. 이 열차는 무임승차가 가능하며, 자유자재로 앞뒤칸을 옮겨다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A를 좋아하다가 B에게 초콜릿을 주고 C에게 고백하는 '다이나믹 짝사랑'을 할 수 있단 얘기다. 사연을 하나 보자.

제가 다니던 어학원에 아주 이상한 사람이 하나 있었죠.
편의상 '찌질이'라고 지칭할게요. 같은 문법수업을 들었는데..
별로 존재감이 없다고 할까요? 젤 뒤에 앉아서는..
누가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아 돌아보면 그 찌질이가 앉아 있더군요.
눈을 마주치면 다급하게 피하는 게 보이기도 하고..
암튼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날 쪽지를 주더군요..
말을 안 걸면 후회할것 같다면서.. 연락처가 적혀 있었죠...
제가 여중-여고-여대를 나와서 대쉬받을 일이 없었는데..
누가 이렇게 다가오는 거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문잘 보냈어요..
일단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야 되잖아요. 문자를 세 개 정도 주고 받고..
다음 날.. 끝나고 밥 같이 먹자고 문자가 오더군요.. 응했죠..
밥 먹으면서 자기가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 얘기를 시작하더니..
뭐 그녀가 가 버리고.. 어쩌고.. 지금은 추억이라면서..
그렇게 몇 시간 얘기 듣다가 집에 왔어요.. 그런데 그 다음 날 부터..
저한테 마구 들이대기 시작하는 거예요.. 자기랑 사귀어 보지 않겠냐느니..
속마음을 이야기한 건 제가 처음이라느니.. 눈이 아름답다느니..
좀 황당하기도 하고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친하게 지내는 건 좋지만, 사귀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말을 했죠..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 정말 가관이더군요.. 무슨 몇 년 알아온 사이처럼..
자기가 아픈데 왜 아프냐면.. 제가 자기 마음을 몰라줘서 그렇다느니..
행복하라느니.. 별 괴상한 소리를 다 하면서.. 이번에도 안되는 걸 보니
자기는 연애에 운이 없는 것 같다느니.. 자기 진심을 알면 그럴 수 없다느니..
정말 피곤했어요.. 주말에는 무작정 나오라고 문자를 보내고..
학원 끝나면 잠깐만 보자고.. 계속 그러는데.. 정말 힘들었죠..
아무튼 그렇게 두 달 정도 이상한 짓을 하더니.. 멈추더군요..
그리곤 같은 수업을 듣는 다른 여자분에게 그 짓을 시작한 것 같더군요.
그 여자분이 저를 불러서 물어볼게 있다고 하면서..
그 찌질이가 저를 정말 좋아했는데.. 제가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그러면서 자기랑 사귀어달라고 하는데.. 그 찌질이랑 아는 사이냐고..
어이가 없더군요...
아.. 진짜 이런 사람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렇게 저 사연을 놓고 함께 보고 있으니, 저 남자 자체가 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가? 이상할 거 없다. 지금 누군가에게 들이대고 있는 대원이 있다면, 딱 저 이야기 만큼의 거리를 두고 자신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내 이야기도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사실에 웃음이 싹 가실 것이다.

자, 저 이야기에 나온 남자분의 대사로 2번에서 말한 것들을 넣어보자. 그럼 왜 이제 '청승'을 상대에게 들이대지 말라고 말 하는지 이해가 되는가? 1번에서 말한 것들도 넣어보자. 밤에 술 마시고 전화거는 일이 '당기기'가 아닌 '밀기'가 된다는 걸 알 수 있겠는가?

해결책은 간단하다. 위의 이야기에서 갑작스럽게 들이대지만 않았더라도 이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고, 손발 로그아웃 하는 이야기들만 꺼내지 않았더라도 분명 가능성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솔로부대 대원들이 '고백'에 대해서, 상대방을 내 쪽으로 넘어오게 할 획기적인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그와 과련된 수 많은 '방법론'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그것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위에서 말한 것들이 바탕으로 잡혀 있지 않는다면, 그 방법들은 '어느 한 순간'에만 맞아 떨어지고, 결국 나머지는 자신의 '헛발질'로 채우게 될 것이다.

물론, 상대가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순간에 만나게 되어 소 뒷발로 개구리 잡듯 연애를 시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닥에 가까운 지구력은 결코 연애를 길게 지속시키지 못할 것이며, 감정에 휩싸여 일단 들이댄 연애는 그 감정이 사라지는 순간 꿈에서 깬 기분을 만들어 낼 것이다.

다시 고백하기 위해 준비중인 대원들이 있다면, 상대의 마음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거나 문을 열어 달라고 두드리지 말길 바란다. 더불어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고 저주에 가까운 말들을 내뱉고 상처내려 하지도 말길 바란다. 왜 상대와 이야기 할 생각은 안하고 '집에 들어가는 것'에만 목숨을 걸고 있는가? 상대와 친해지게 되면 자연히 당신을 초대할 것이다.

계속 두드리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초대장을 받을 수 있도록 친해질 것인가?


김형사, 풀어줘.




▲ 추천버튼들을 누르지 않고 무임승차 하는 대원들이 많아서 난 좀 그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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