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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여자와 친해지려다가 벌이는 남자의 실수들

by 무한 2010. 5. 11.
최근들어 솔로부대 남자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을 잘 발행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전 매뉴얼의 댓글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연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들을 꺼내면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 사귀는 게 이렇게 어렵냐. 안 사귀고 만다." 와 같은 반응이 많았기 때문이다. 모든 남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수 틀리면 엎어 버린다'식으로 나오는 대원들이 많았다. 그닥 각색하지 않은 한 남자대원의 메일을 보자.

당신한테 연애상담 같은 거 하려고 메일 보내는 거 아닙니다.
난 당신이 누군지도 잘 모르고 당신 블로그에 있는 글을 읽었을 뿐이죠.

이렇게 메일 보낸다고 당신 의견에 동의한다는 것 아닙니다.
단,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에 메일을 보냅니다.
제가 일하는 곳에 새로 들어온 여자 사원이 있습니다.
...(중략)...
듣고 싶은 말은 연애상담이 아니라, 객관적인 판단입니다.
지금은 제 판단력이 흐려졌고 그래서 이 이야기에 대한
객관적 입장을 들어보고 싶은 것 뿐입니다.
당신한테 연애상담을 하는 게 아니니 무시할 생각이 아니면
답장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뭐 싸우자는 건지 놀자는 건지 알 수가 없는 메일이다. 막무가내로 '내 얘기'만 늘어놓으며, 상대에 대한 배려는 하나도 없지 않은가. 나야 하도 많은 메일을 받아 별 느낌이 없지만, 같은 회사의 관심있는 여자사람에게는 좀 더 정중하게, 그리고 듣는 상대를 배려해서 메일을 보내길 바란다. 그 어떤 여자도 '성명발표'나 '대국민 선언문'식의 메일을 받고 싶진 않을테니 말이다.

물론, 관심있는 여자사람에게 저런식의 메일을 보내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자존심에 철갑을 두른 듯 한 사람일 수록 자기 일에는 어쩔 줄 몰라하며 헛발질을 잘 하니 말이다. 끓고 있는 애정을 부담스럽게 쏟아놓는다든지 마음을 들이밀며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만 하지 않으면 되겠다. 투정할 때 투정하더라도, 그녀와 친해지려다 뭔가 실수한 것이 없는지 이번 매뉴얼에서 천천히 살펴보자.


1. 상대가 나를 모르는 상황에서 벌이는 일들


내가 일하는 곳에 고객으로 온다든지, 아니면 사람을 뽑는 자리에 지원자로 온다든지, 혹은 내가 자주 가는 곳을 직장으로 가지고 있는 여자사람이라든지 '나는 상대를 알지만, 상대는 나를 잘 모르는' 상황에 봉착한 대원들이 꽤 눈에 띈다. 여기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문제점이 상대의 '개인정보'를 보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대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지원서에 써 있는 그녀의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냈죠..
● 이름과 생년월일을 알아내 미니홈피에 찾아가서 글을 남겼습니다.
● 마침 그녀의 생일이길래 주소를 알아내 회사로 꽃을 보냈습니다.


이게 남자의 입장에서는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솔로인 상황에서 어느 여자사람이 먼저 이쪽의 개인정보를 알아내 접근해 온다면, 마음속에서는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가 튀어나올테니 말이다. 물론, 여자대원들 가운데서도 "아직 나 죽지 않았어~"라고 생각하는 대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이러한 연락을 받으면 섬뜩한 느낌을 받는 여자사람이 더 많다.

예전 매뉴얼에서 소개한 적 있는 병원에 찾아온 고객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한 남자간호사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어느 병원이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분명 상대가 알리고 싶지 않아할 만한 이유로 병원을 다니는 중인데, 그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이 개인정보에 적어 놓은 연락처로 사적인 문자를 보냈다고 생각해 보자. 법에 대해서는 함무라비법전(응?)밖에 모르지만, 법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일 아닌가.

"저도 그런 사실은 생각을 했었죠.. 혹시 놀라거나 불쾌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요. 하지만 그게 아니면 연락을 할 방법이 없고.. 정말 고심끝에 용기를 내려 문자를 보낸거랍니다."


이처럼 억울하다는 얘기를 할 수도 있지만, 내 가까운 친구 K군도 학창시절에 정말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버스비를 내면 영양빵을 사 먹을 수 없기에 용기를 내서 700원짜리 버스요금을 300원만(하나를 오백원짜리인 척 해서)내고 탔던 것이다.

당장 지구에서 오늘 내일 살고 어디로 떠나는 것 아니지 않은가. 왜 혼자 마음의 기한을 정하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가. 어제 메일 주신 Y씨, 지금 우울증을 앓고 있든 스트레스를 받아 탈모가 진행되든 누가 봐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아닌가.

"헬스클럽 데스크의 그녀.. 일주일간 망설이다가 주변에서 용기를 내 보라고 하길래 전화를 걸었습니다. 덜덜 떨면서 통화한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정중하게 고백했습니다..그러나.. 당황스럽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 통화에서 "어머, 날 좋아한다니.... 우리 당장 사귀어요."라고 말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웃어주고, 수건 챙겨주고, 아 좀 정신차리자. 헬스클럽 데스크에서 일하며 신경질을 내고, 고객이 재미없는 개그를 건넨다고 따귀를 올려 붙일 여자사람이 어디있는가. 수건은 어딜 가도 다 챙겨준다. 그런 식이라면, 옷까지 챙겨주는 찜질방 그녀는 아주 그냥 나한테 푹 빠진건가? 더군다나 상대는 일하는 시간에 데스크로 전화해서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고객이 '사..사..좋아해요..'라니, 그녀가 느낄 엄청난 부담의 질량은 생각해 봤는가?


2. 지금은 아니지만, 나를 좋아하게 하겠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에 있어 대단히 바람직한 '긍정적 마인드'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스토커'의 예비모습으로 변하거나 '보상심리'를 노린 행동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사례를 열거할테니, 혹시나 '내 모습'이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A.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자는 시간 빼 놓고는 문자를 해 대며, 답장을 해 줄 수록 엄청난 문자공세를 해온다. 답장을 해 주면 몇 시간이고 문자로 대화할 기세다. 그러다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문자에 답을 안하면, "화났어요?" 또는 "바쁘신가보네요."따위의 이상한 말을 해 댄다.

B.
전화를 걸어 오는데 늘 영양가 없는 이야기만 늘어 놓는다. 매일같이 안부를 묻고 몇 마디 얘기를 나누다 끊는데 항상 비닐 한 장 사이에 둔 듯 섞이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이러자 저러자는 아무 제안도 없이 "영화 좋아해요? 공포? 코미디?" 같은 얘기만 하다 끊는다.

C.
챙겨주는 것은 고맙지만, 이상한 참견을 한다. 친구들하고 오랜만에 동창 모임을 갖는데 일찍 들어가라는 얘기를 하기도 하고, 친구랑 만나서 쇼핑중이라니까 "친구 누구요? 남자요?" 이런 얘기를 한다. 술자리 끝나면 집에 데려다 준다며 집요하게 만나자는 경우도 있다.

D. 
대화를 하면서도 자꾸 확인하려 한다. "별로 재미 없죠?"같은 이야기로 난감한 분위기를 만들며 자기 기분이 상할 때면, "아니에요. 쉬세요."따위의 얘기를 하며 마음대로 전화를 끊거나 메신저를 나가버린다. 휑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다음 날 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을 걸어 온다.
 

이렇게 예시를 들어도 "저런 말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악의가 있어서 한 행동도 아닌데..."라며 합리화 하는 대원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대원들에게는 내가 1990년대 초반 키우던 '이오리'라는 새끼오리에 대한 얘기를 해 주고 싶다. 노란 솜털과 작은 부리의 귀여운 녀석으로 일반 병아리가 300원이던 시절, 무려 1000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레어 애완동물'이었다. 녀석들을 팔고 있는 문방구 앞 할머니에게 한달치 '밭두렁' 사 먹을 돈을 넘기곤 집에 데려왔다.

돈을 다 소진한 까닭에 오십원짜리 모이를 못 사왔고, 난 엄마 몰래 쌀을 꺼내와 이오리에게 친절히 먹여주었다. 그리곤 과학서적에서 본 '새끼오리는 장화를 신은 사람을 엄마처럼 따른다.'라는 부분을 떠올리며 장화를 신고 이오리를 근처 논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때부터 좀 상태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지만, 난 녀석이 자연에만 있다가 사람사는 곳에 들어와서 적응을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논 근처의 물에서 수영을 시켜주기 위해 얼음을 깨고 -미안하다. 11월 이었다.- 녀석을 그 얼음구멍에 풀어주었다.

그럴듯한 자세로 수영을 하는 이오리를 응원했고, 얼른 물속으로 자맥질을 해 미꾸라지나 참붕어 따위를 물어올리길 기대했으나. 이오리는... 이오리는... 아 잠깐, 눈물 좀 닦고. 이오리는 몸을 쭉 뻗은 채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당신이 나쁜마음을 먹거나 악의를 가지고 위와 같은 일을 한 게 아니라는 걸 안다. 내가 이오리를 사랑했고, '날 수 있는 오리'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었던 것 처럼, 당신도 마음속에 부푼 희망을 가지고 그녀와 더 가까워지길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에 대해서 잘 모른 채 막연히 '이러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벌인 일들이 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거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상대에 대해 모른다면, 그 표현들이 상대를 괴롭게 만드는 '주범'이 될 수 있단 얘기다. 



자, 이제 '자주 범하는 실수들'을 알았다면 '어떻게 다가가야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가'를 살펴볼 차례다. 하지만 오늘은 이오리를 추억하느라 감정을 너무 많이 소진한 관계로 매뉴얼을 여기서 마쳐야겠다.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매뉴얼을 통해 더 나누기로 하고, 현재 이러한 상황을 겪고 있는 대원들이 있다면 그 사연을 normalog@naver.com 으로 보내주시길 바란다. 노멀로그를 통해서 공개가 되긴 하지만 최대한 각색을 거치며, 개별답장이 아닌 매뉴얼을 통해 함께 해결방법을 살펴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열심히 읽었지만 머릿속에 '오리얘기'말고는 남은 게 없다고 해도 괜찮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오리얘기'니 말이다. '나'는 내 생활이 있고, '오리'는 오리의 생활이 있다. '오리'를 내 생활에 맞추려고 하다보면 내 진심이 어떻고 사랑이 어떻든 좋지 않은 결과가 온다는 것만 기억하자. 사랑했지만 그 당시엔 잘 몰라서 저지른 일들, 사람만 바뀐채 똑같이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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