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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연애에 꼭 필요한 자존감, 어떻게 높일까?

by 무한 2010. 6. 17.
자존감에 어떠한 잣대를 세워 "이 이상이면 높습니다."라거나 "이 이하는 낮습니다."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개인적으로, 사회에서 만들어지거나 주변에서 들이대는 잣대들이 자존감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난 원만한 대인관계를 하고 있고, 남에게 비굴하게 군 적이 한 번도 없어. 내 문제는 내가 결정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고, 항상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지.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상태야." 라고 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존감을 '있다, 없다'로만 구분해 방금 말한 부분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없다고 하면, 이 글을 읽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에게 자존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건 뭐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가 되지 않으면 '모난 성격'이라는 말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오늘 매뉴얼이 '자존감'이라는 주제를 다룰 예정이기에, 혹 이 매뉴얼을 읽으며 '역시.. 난 자존감이 부족해..'라고 한 번 더 위축되지 않길 바라면서 위의 이야기를 꺼냈다. 자존감의 레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위축된 자신 때문에 생활에 불편함을 겪거나, 연애를 시작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글 정도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자, 그럼 출발해보자.


1. 자존감과 속물근성은 같은 방을 쓴다


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라는 곤충을 키우는데, 녀석들끼리는 누가 제일 큰지, 누가 제일 센지, 누가 제일 높이 나는지, 혹은 누가 제일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는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 어느 동네에 어느 장수풍뎅이가 제일 크다고 소문을 내지도 않고, 두고두고 기억할 위대한 장수풍뎅이라며 역사를 만들지도 않는다. 태어나고, 먹고, 낳고, 살다 죽는다. 

녀석들의 외모, 크기 등에 신경을 쓰는 건, 인간이기에 '속물근성'을 가지고 있는 '나'다. 초대형 개체들을 비싼 값에 파는 시장이 있다기에 길이를 재기도 하고, 특이한 외형을 지닌 녀석들이 태어나면 사진을 찍어 이것 좀 보라며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한다. 그럼 관심있는 사람들이 주목하기도 하고, 그걸 비싼값에 사는 사람들도 있다. 취미생활이 나쁘단 소리가 아니고, 문제는 그 다음부터 일어난다. 이전까지 이슈가 되다가 새로 올라온 다른 사람의 사진 때문에 관심이 끊긴 사람은 악랄한 마음을 갖는 경우가 많다. 트집을 잡거나 별 거 아니라는 식의 반응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새로 올라온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며 자신이 키우는 녀석들과 비교를 하고, 그보다 못하다고 생각할 경우 자신의 곤충들을 가치없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아직 겨드랑이 털도 나지 않았던 꼬꼬마 시절, <비트>라는 영화를 본 적 있다. 나이제한에 걸리는 영화였지만 영화감상의 취미가 있던 친척누나 덕분에 볼 수 있었다. 뭐, 누가 뭐래도 당시 그 영화의 명대사는 "니가 어디서 좀 놀았니 이 시베리아야."(자체순화)였지만, 내 마음속에 들어와 박힌 명대사는 정우성이 고소영을 태우고 난폭하게 오토바이를 몬 뒤 고소영이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한,

"너하고 이 오토바이 성능하고 혼동하지마, 저능아같이 보여."


라는 말이었다. 당시 꼬꼬마들이 대부분 그랬듯 나 역시 '미니카'에 열중하며 블랙모터니 장미모터니 하는 것들을 코묻은 돈 모아 사던 시기였는데, 저 대사를 들은 뒤 더이상 미니카를 사지도 않았고 문방구 앞에서 열리는 트랙경주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나하고 미니카 성능하고 혼동하지 말아야지.'라고 일기장에 은퇴 멘트(응?)를 적어 놓았다.

그런데, 한 살 두 살 계속 먹어갈 수록 사람들은 오토바이 성능과 그 사람을 혼동해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 가릴 것 없이 앞다투어 오토바이 성능과 오토바이 주인을 소개해 댔다. 스포츠, 경제, 연예, 정치, 사회 등등 다양하게 섹션까지 나눠가며 알리기 바빴다. 좋은 성능의 오토바이가 없는 사람은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조롱까지 해 댔다. '미네르바, 전문대졸의 30대 백수'같은 제목으로 말이다.

하나라도 더 많이 움켜쥐고, 내 것으로 만들고, 남들보다 뛰어나야 하는 것. 뭐 이런 것들을 목표로 삼는다. 하늘 올려다 보며 휘파람 부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행복은 무작정 열심히 하다보면 나중에 보상처럼 받게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게 이상하다거나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산에 들어가면 산길과 나무를 보며 오르지 산 전체는 못 보는 것 아닌가. 액자를 벽에 걸 때, 액자 바로 앞에서는 수평을 알 수 없는 것 처럼 말이다. 그게 사람이기에 가지고 있는 '속물근성'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물근성'과 '자존감'은 같은 방을 쓰고 있는데, 어느 한 쪽이 커지면 다른 쪽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매뉴얼의 서두에서 자존감의 잣대 이야기를 꺼낸 것 역시, 그 잣대를 정하는 것이 '속물근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위너지만, 그렇지 못하면 루저입니다." 라고 해석하지 말길 바란다. 마음의 속물근성을 작게 만들면 자존감이 있을 자리가 넓어지고, 당신이 매달리거나 시달려야 했던 많을 일들을 내려놓을 수 있다. 무겁게 다 들고 있지 말고, 내려놓잔 얘기다.


2. 타인의 잣대


내가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며 즐겁게 살아가면 참 좋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타인의 잣대'다. 안타깝지만 연애에서의 자존감도 이 부분에 포함된다. 소개팅을 제의받으면 남녀가 각각 가장 많의 물어보는 질문인 "예쁘냐?" "뭐 하는 사람인데?" 라는 것, 1번에서 말한 '오토바이 성능'으로 그 사람의 성능을 판가름하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진다.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타인이 그쪽의 잣대를 들이대면 숨어있던 마음속의 속물근성이 고개를 든다. 그리곤 그 속물근성이 천천히 자신을 다시 돌아보며 더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자존감은 다시 위축된다. 어느 대기업 회장이 자신의 주차장을 관리해 줄 사람을 뽑는데, 연봉 1억 5천을 내걸었다고 해 보자. 주차장 관리에는 아무 필요가 없는 토익 점수를 제시해야 하고, 대학원 이상 학업을 마친 사람들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유학자는 우대하며, 제2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에겐 가산점이 있다. 지원한 사람 중 가장 '스펙'이 좋은 한 사람이 주차장 관리원으로 뽑혔다. 이 경우, 떨어진 사람들의 자존감은 위축되고 타인의 잣대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속물근성이 커진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자존감을 가지고 삶에 널려있는 행복을 주우며 살던 사람도, 상대의 잣대에 자신이 '불합격'판정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작아지기 시작한 자존감은 매력과 함께 줄어든다. 연락이나 만남을 부탁하거나 사랑을 구걸하는 모습이 되는 것이다. 자연히 염려했던 '불합격'판정을 받게 되고 그 이후로는 더 작아진 자존감이 '비련의 여(남)주인공 놀이'를 시작하게 만든다. 타인의 잣대에 자신을 맞춰가다 심지어 매달리거나 사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짝사랑의 쓰나미가 휩쓸고간 자리에는 너무 작아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자존감만 남게 된다. 안 그래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것은 속물근성의 잣대로 잰 소식들 뿐이라 자존감의 회복은 느려진다. 우울증을 앓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겁부터 집어먹기도 하며, 잘 안될 것 같다는 부정적인 사고가 가득 찬다. 누군가에게 다시 다가가보기도 하지만, 이쪽에서 발산하는 두려움의 냄새를 상대는 기가막히게 맡는다. 이후의 결과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거라 생각한다.

패배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으며, 자기 자신조차 자기를 믿지 못하는 대원이 있다면 그만 벗어나길 바란다. 작아진 자존감이 자라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나에 대한 믿음"이다. 당신이 행복하게 웃고 즐겁게 보내던 시절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땐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없었고, 타인의 잣대로 자신을 잴 일도 없었다. 그 두가지 생각이 찾아왔기 때문에 절망의 늪에 발을 담근 것이다. 아무 것도 바라는 것 없이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찼던 시절을 떠올리는 거다.

난 종종 내 삶에서 행복한 부분들을 카메라로 녹화하듯 머릿속에 저장해 놓는다. 전에 한 번 글로 쓴 적 있는 "6월 어느 날, 오후 세시, 등나무 밑에 있는 벤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내려오는 햇살을 손바닥으로 느끼던" 일이 있다. 그때 햇살이 얼마나 포근했던지 그 느낌을 오래오래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 카드도 없이 어른들의 게임에 밀어넣어진 것 같은 사회에서 마음이 다칠 때면, 그 포근한 느낌을 다시 떠올린다. 그러면 단단해져 있던 마음이 사르르 녹으며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

외롭고, 무섭고, 쓸쓸한 마음. 그건 지구에서 가장 강한 남자라는 효도르도 느끼지 않을까. 그 역시 '나'라는 독방에 사는 한 사람이니 말이다. 당신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포근한 순간'을 저장해두길 권한다. 그게 당신을 미소짓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남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오토바이 성능'일 뿐이다. 타인의 잣대에 겁을 먹어 숨지 말고, 내 행복을 하나씩 보여주자. 다급한 마음에 상대의 발목을 잡을 게 아니라, 상대에게 내가 '포근한 순간'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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