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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오랜 싱글생활이 불러오는 연애의 적들

by 무한 2010. 6. 28.
요즘들어 노멀로그 독자 분들의 결혼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먼저 비밀댓글과 메일, 메신저 등을 통해 결혼소식을 남겨주시는 모든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노멀로그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 다시 솔로부대에 복귀하면 언제든 찾아달라는 건 훼이크고, 솔로시절 노멀로그를 알게 된 분들이 이제 커플부대원이 된다고 하니 애벌레 때부터 기른 장수풍뎅이가 어른벌레 되는 걸 보는 기분이다. 이건 아닌가?

아무튼, 축하는 축하고, 문제는 결혼하는 대원들이 아니라 "어머, 노멀팅에 나왔던 분 결혼하신담서요? 누군가요?" 라며 남 얘기만 하는 대원들과, 그저 흐뭇한 엄마미소를 띄며 보고 있는 대원들이다. 그 중 노멀로그 초기부터 함께 했지만 여전히 "ASKY(안생겨요)"를 외치며 "국제결혼 어떤가요? 외국 사람들은 한국사람이랑 보는 눈이 다르다던데, 외국에선 제가 인기있지 않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대원들, 뜨끈한 내장탕 한 그릇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늘은 노멀로그에서 연재되는 매뉴얼을 통해 커플부대원이 된 분들의 '매뉴얼 실천방법'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왜 같은 매뉴얼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그럼 그렇지.." 라는 이야기만 하게 되는 지 생각해 보길 권한다.


1. 연애론의 남용이 부르는 비극


친구들의 결혼식에 낸 축의금이 디카 하나 살 정도의 액수를 넘어서는 나이가 되면, 누구나 자기만의 날카로운 '연애론' 하나쯤은 가지게 된다. 그 연애론으로 막장연애를 하던 친구도 구하고, 곧 깨질 것 같은 친구 커플도 구하며 남들의 머리를 잘라줬지만, 정작 자기 머리엔, 탈모가 시작되고 있다. 아 잠깐, 눈물 좀 닦고.
 
노멀로그에 연재되는 매뉴얼을 구독하며 자신의 '연애론'을 가지게 된 대원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걸 알기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어쩌구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솔로생활로 마음이 여려진 대원들의 경우, 매뉴얼을 '방패'로 사용하는 비극을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내가 '나쁜마음을 가진 몇몇 남자들'에 대한 매뉴얼을 발행했다고 치자. 그럼 어느 여성대원은 그 매뉴얼을 읽으며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던 모든 남자들을 '나쁜남자'로 만들곤 "잘못이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그 남자들이 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그리고는 새로 만나는 사람들과도 마음대로 관계가 진행되지 않으면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대에게 '나쁜남자' 판정을 내린다. 작은 어려움만 찾아와도 '남자는 다 그래'라며 필요한 연애론을 끼워 맞춰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이다.

내게 도착하는 사연의 30% 정도가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정말 심한 대원의 경우, 지난 매뉴얼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상대에게 '미저리'같은 모습을 보여놓고도 자신의 얘기는 쏙 빼고 "저 남자 어장관리 하는 거 맞죠?" 같은 이야기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이제 막 알아가는 단계에서 서로 호감이 있어 몇 번 만났는데, 어느 날 잠시 연락이 안 되자 여자쪽에서 부재중 전화 수십통과 함께 "전화 받아요.", "왜 전화를 피하죠?", "마음이 없으면 전화 받고 직접 얘기해 주세요." 이런 이야기를 남겨 두었다면, 지구에서 가장 강하다는 효도르도 겁먹지 않을까?

이런 일을 벌여 놓고 '어장관리'에 대한 매뉴얼을 한 편 읽을 후, "그 남자가 저에겐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거였군요." 라거나 "어장관리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네요." 라는 말을 하며 모든 탓을 상대에게 돌린다. 연애에 대한 자신의 이론이 생겼다면, 우선 자신에게 먼저 적용해 보자.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남들에게 '불합격'도장을 찍기 시작하면,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2. 아는 것과 하는 것


노멀로그 애독자라면, 이제 소개팅에 나가거나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경청, 리액션, 웃음, 칭찬'이 키포인트라는 것을 알 것이다. 과한 개그욕심이 결국 스스로를 망치는 화를 부른다는 것도 알 것이고 말이다. 이런 부분들은 오늘 알았다고 해서 내일 당장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꾸며내는 것은 금방 티가 나기 마련이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분들 역시, 꼬꼬마가 아닌 이상 내 앞에 앉은 사람이 현재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아닌지 어느정도는 감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깐느(빠리 발음)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정도의 연기력을 가진 까닭에 상대에게 호감을 얻는 데 성공했고,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보자. 본색은 금방 드러난다. 집에서 부모님께 "아 지금 바빠. 나중에." 라거나 "말해도 몰라. 그런 거 있어."따위의 이야기를 하던 사람이라면, 머지않아 그 모습이 드러난단 얘기다. 사실, 이런 부분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까닭에 커플부대원들이 "너, 변했어." 라고 말하는 원인이 되지만 말이다.

연애에 기술이 있다면, 그건 밀고 당기기 같은 자잘한 스킬들보다 평소 사람을 대하는 방법과 더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반가움을 표시하는 방법, 그리고 누군가를 챙기는 방법, 이런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하자면, 나 역시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서투른 까닭에 내 마음의 크기 절반도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오래 전 공쥬님과 막 사귀게 된 어느 날, 김밥해븐에서 난 돈까스, 공쥬님은 라볶이를 시켜 먹었다. 배가 고팠던 까닭에 난 돈까스가 나오자마자 우걱우걱 흡입하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공쥬님이 떡에 라면을 돌돌 말아 나에게 권하고 있었다. 별 거 아닌 일이지만, 나에게는 큰 자극이 되었다. 평소 누군가를 위해 김치 한 번 찢어 준 적 없었기에 난 돈까스를 먹어보라며 권하지 못했던 거다.

그 후로 음식점에 갈 때마다 남자와 여자가 밥을 먹고 있으면 유심히 살펴본다. 많은 남자들이 나처럼 상대의 숟가락 위에 고기 한 점 올려주지 못하고 자신의 할당량만 우걱우걱 흡입한다. 습관은 머리보다 앞서는 법이다. 상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보여주기에 애쓸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실천하며 계산하지 않아도 몸에 익도록 만들어 보자. 갑자기 왜이리 친절해졌냐며 따귀를 올려붙이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3. 연애를 왜 말로 다하려 하는가


뭔가 확신을 얻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안다. 돌려 말하거나 슬쩍 떠봤을 때 상대가 긍정적인 대답을 해 주면 당신의 자신감이 그 대답을 먹고 커지는 것 아닌가. 그런 방법으로 자신감을 키운다면, 작은 부정의 말에도 당신의 자신감은 엄청난 허기를 느끼곤 스스로를 뜯어먹기 시작할 것이다. 급속도로 작아지는 자신감. 그럼 결국 당신의 매력도 반감되고, 당신은 자신감의 먹이를 위해 상대에게 구걸까지 하기 시작할 것이다. 사랑은 구걸해서 얻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여린마음 속에 사는 자신감은 항상 바로 이전에 먹은 먹이보다 더 큰 먹이를 먹어야 만족하는 못된 녀석이다. 뭔가 좋은 느낌이 드는 만남이 시작되었을 때, 당신이 자신감의 먹이를 위해 상대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결국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날 좋아하기는 하나? 나한테 마음은 있나?" 라는 상태까지 가게 될 것이다. 친구에게 이것 저것 물어 얻거나 스스로 만들어 낸 엄청난 먹이를 자신감에게 먹여놓고, 상대에겐 무조건 그것보다 더 큰 먹이를 달라고 조르거나 바라는 모습, 사람들은 그걸 '짝사랑'이라 부른다.

연애를 말이나 문자로 다 하지 말길 권한다. 연애는 비지니스가 아니다. "제 마음을 보냅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한 후 회신 부탁합니다." 따위의 몇 마디로 결과를 얻으려 하지 말란 얘기다. 당장 연애를 못해서 죽을 것 같다는 사람이나 꼬꼬마들에게는 통할 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느 누가 서로를 보증하겠다는 계약과도 같은 일에 그리 간단히 자신의 서명을 적어 넣겠는가. 회사의 미래가 달린 계약을 당신이 담당하게 되었다고 해 보자. 그 때에도 "만약 제가 계약하러 찾아가면 사인해 주실 생각 있으신가요?" 이런 문자를 보내거나 "저희 회사와 계약하고 싶은 지 아닌 지를 솔직히 말해주세요. 아니라고 해도 괜찮으니까, 솔직한 답장 원합니다." 이런 메일이나 보내고 있을 건가?

회사를 알리고, 비전을 보여주고, 상황을 소개하고, 관계자 미팅자리에서는 경청과 리액션과 웃음과 칭찬으로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 아닌가. 새벽 세 시에 술 먹고 상대회사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나 이제.. 이 계약 접을려고.. 그래야 편할 것 같다...잘지내라.." 이런 얘기하는 대원들이 있어 난 가슴이 아프다.


위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백날 동선을 바꿔 새로운 상대를 만나봐야 늘 같은 결말이고, 소개팅을 하루에 두번씩 해도 얻는 건 웃느라 생긴 주름 밖에 없다. 잃는 건 주변에 가능성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고 말이다.

종종 우울하고 힘빠지는 메신저 대화명을 적어 놓거나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신세한탄을 해 놓은 대원들이 보이는데, 백마탄 왕자가 그걸 보고 구하러 달려오는 일은 없으며 내일부터 우렁색시가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내 마음에 곰팡이가 피고 있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데, 누가 그 마음에 찾아가고 싶겠는가.

혹, 사진에 관심있으신 분이 있다면 오늘 매뉴얼을 '사진찍는사람'에 대입해 보시길 바란다. 책에서 읽거나 TV에서 보거나 귀동냥, 눈동냥 한 이야기들로 자신의 사진이 아닌 남의 사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감도의 상관관계를 알며 사진이론도 꽤 많이 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그들의 사진은 왜 형편없는가. 이론들이 몸에 익어 있지 않은 까닭에 '결정적 순간'이 나타나도 카메라를 세팅하느라 그 순간을 흘려보낸다. 그리곤 자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장비탓을 하거나 다른기종의 카메라로 눈을 돌린다. 사진 찍는 일 보다 커뮤니티에 매달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저런 렌즈 사면 저런 사진 나오나요?" 이런 질문이나 하며 말이다.

니콘이 어떻고 캐논이 어떻고, 색감이 어떻고 아날로그가 어떻고, 어느 렌즈는 무슨 현상이 심하고, 뭘 사야 가격대 성능비가 좋고, 접사로 유명한 사진가는 누구고, 이런 건 몰라도 좋으니 셔터를 눌러야 사진이 찍힌다는 것만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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