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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편지로 고백할 때 쓰지 말아야 할 말들

by 무한 2010. 8. 9.
사실, 편지로 고백하는 것 자체를 말리고 싶다. 끝까지 눈을 못 떼게 만들 정도의 필력이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은 뒤 '답장 기다릴게'같은 멘트를 적어 놓거나, 작문 시간에나 적어봤을 '나의 일대기'같은 자서전을 적어 놓을 수 이으니 말이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편지를 건네는 순간부터 '답장의 노예'가 될 확률이 높다. 초조해 하기 시작하며 "답장은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 따위의 이야기만 반복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매뉴얼을 작성하는 이유는, "다음 주에 건넬 연애편지입니다. 좀 봐 주세요." 라며 혜진이, 미숙이, 영미, 지혜, 선영이 등등 수많은 여자에게 보내는 '러브레터'가 날아들기 때문이다. 그 고백의 편지가 어느 정도 마음을 움직일 것 같으면 이런 매뉴얼도 작성하지 않겠지만, 읽다 보면 정말 드럽게 재미없는 데다 부담이 92.4% 정도 함유되어 있고, 한 사람이 다 보낸 듯 내용이 다 거기서 거기인 까닭에 매뉴얼 작성을 결심했다.

편지로 고백할 생각을 하고 있는 대원이라면, 이번 매뉴얼을 읽으며 자신이 작성한 '러브레터'와 비교해 보길 권한다. 자신은 마음을 꾹꾹 눌러 썼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기준 점 없이 밭을 간 모양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 연애편지, 보수를 시작해 보자.


1. 연애편지를 반성문으로 만들지 말자


편지로 고백하겠다는 대원의 80%정도는 '연애편지'가 아닌 '반성문'을 쓰고 있다. 이건 뭐, 첫 인사부터 갑자기 편지를 줘 당황스럽게 만든 것 같다며 사과를 하기 시작해서, 만나서 직접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편지를 써서 미안하다며 사과, 지난 날 오해했을 지도 모르는 부분에 대한 사과, 어쩌면 이 사과도 자신이 너무 일방적으로 한 생각 같다며 사과, 도움을 주고 싶은데 도움을 못 줘서 미안하다며 사과, 이 편지를 읽고 불편한 마음이 될 지도 모르겠다며 사과 등등, 이처럼 순식간에 자신을 전과 14범(응?)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건 '포지션'의 문제다. 난 이 문제가 일본 만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츤데레'에 자신을 대입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츤데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검색을 통해 알아보길 권하며, 여기선 위키백과에 있는 설명 중 '츤데레'의 성격을 잘 설명하고 있는 부분만 살짝 옮기도록 하겠다.

츤데레

A.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부끄러워하는 성격이 드러남
B. 서투른 호의, 장벽이 있는 사랑의 표현
C. 뜻대로 안 되었던 상대에게 마음을 열게 하려는 지배욕구
D. 상대에게 몸과 마음을 지배받고 싶어 하는 욕구


출처 - 위키백과 <츤데레>


많은 소설이나 영화, 만화에서 이런 성격을 가진 주인공의 '연애'가 성장하는 것을 아마추어 복서가 챔피언이 되는 과정처럼 그려놓았다. 그런 까닭에 '츤데레'의 포지션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면 '사랑이 꽃피는 교실'의 기분이 든다. 가슴이 벅차고, 희망이 샘솟으며, 마음이 부푼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학에서 '철학'을 4년 동안 공부한 기택이형(32세, ***족발)이 지금은 족발집에서 돼지 앞발을 썰고 있는 이 냉혹한 현실에선, '츤데레'의 포지션이 '부정적인 반응'을 받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늘 얘기하지만, 마음에 있는 저울의 영점부터 맞추자. 상대를 '절대적인 존재'로 놓고, 나는 아주 하찮은 존재로 생각하게 되면 한 걸음 나갈 때 마다 삐걱거림이 발생한다. 상대가 바다 같은 모성애와 하늘같은 이해력, 그리고 강철 같은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당신의 연락이나 편지에 소름이 끼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2. 감정의 바다에서 빠져나오자


택시 할증이 붙는 시간에 편지를 쓰지 말라고 했던 것 기억하는가? 그 시기엔 누구나 감정이 풍부해지기 마련이다. 아주 오랜 시간 알아온 사람에게 속마음을 디테일하게 풀어내는 거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이제 막 알아가는 사람에게 '내 감정을 3000자 내외로 서술합니다.'느낌의 편지를 보내지는 말자.

이 문제는 1번에서 이야기 한 '츤데레'의 문제와 결합하여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낸다. 어느 대원이 준비 중인 '고백편지'를 잠시 들여다보자.

"너와 같이 일하면서 너에게 다가가려 해도
내가 너에게 참 모자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너는 오히려 오래 일한 나보다도 잘 하는 게 많고,
사람들 사이에서 평가도 좋잖아....
외모 면에서도, 난 그리 잘 생긴 편이 아니라 너에게 쉽게 다가갈 수가 없고,
집에 돌아와 문자를 보내보려 해도 너한테는 문자 보내는 사람이 많으니까,
나도 그냥 그 사람 중 한 명 이 되어버릴 것 같고,
그래서 문자도 썼다가 지웠다가 결국 못 보내고 그래...
나에게 자신감이 있다면.. 얘기도 나누고.. 밥도 같이 먹자고 하고 그럴 텐데..
으... 어렵다... 나 혼자 너무 어려워하는 건가? 미안..
쓰면서 생각해 보니까.. 너무 갑자기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서
네가 당황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난 솔직히 얘기한 건데...
근데.. 또 이 편지는 어떻게 주지?... 으... 걱정 투성이야.. 미안.. "


그냥 딱 봐도 아무 매력이 없지 않은가? 이 편지에 "오빠, 부담 없이 연락해도 돼요. 전 오빠가 그동안 말도 별로 없고 그래서 원래 차가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요." 라는 답장을 받으면 "올레~"라며 마음 속 폭죽놀이를 시작하겠지만, 난 이 편지에 대한 답장이 "좋은 오빠동생 사이로 지내면 되잖아요."라는 데 올인 하겠다.

자신감도 없고, 재미도 없고, 혼자 횡설수설하고, 마음대로 상상하고, 걱정하고, 패배의식이 짙게 묻어나는 편지를 왜 보내는가? 위의 내용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고 생각해 보자.

"전 사실.. 제 장점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에 이렇게 원서를 넣는 것으로도 솔직히 부담이 되네요..
그냥 원서 넣는 많은 사람 중에 하나가 되는 건 아닌지..
그래서 자기소개를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우고 하고 있습니다..
내근직은 컴퓨터를 잘 못 다뤄서 힘들 것 같고..
외근직은 대인관계에 서툴러서 무리가 따를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을 시작하게 되면.. 열심히 할 순 있을 것 같습니다..
으.. 면접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떨리네요.."


당신이라면 뽑겠는가?


3. 느끼한 바보가 되진 말자


여기까지 '연애편지'를 작성했다면, 공통적으로 꺼내는 이야기가 있다.

"너무 부담 갖진 말고, 솔직한 진심을 말해주라. 그게 어떤 답이든 괜찮아."


상대가 부정적인 대답을 하면, 상대 미니홈피 '성지순례'를 시작하거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며 '연애편지 2탄'을 준비하거나, 친구들에게 '나 차였다. 술 좀 사줘라.'라며 온갖 분위기는 다 잡을 거면서 왜 뻥을 치는가. 게다가 지금까지 무거워서 들지도 못할 부담을 줘 놓고는, 부담 갖지 말라니, 이건 입속에 넣고 있던 막대사탕 주면서 부담 갖지 말라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지 않은가.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혼자 결론을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뭐, 사귀자는 건 아니야... 난 그냥 너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일과 관련해 서로 챙겨줄 수 있는 사이가 되거나.. 말동무.. 아니면..
가끔씩 서로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연락하면서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런 편지를 보내 놓고는, 상대가 "그래요. 우리 친구처럼 지내요."라고 하면 또 급하게 소주를 찾아가며 어장관리희망고문이니 하는 얘기를 하게 되니 말이다. 위와 같은 일들은 "앞으로 우리는 이러이러한 사이로 지내자."며 확정을 받아놓고 시작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냥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페달을 돌리면 앞으로 나가는 자전거 같은 건데, 왜 자전거를 타겠다는 얘기만 하고 있는가. 페달을 밟자.

하나같이 "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따위의 이야기를 하는 데, 이 역시 마찬가지다.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만 늘어놓지 말고, 정말 도움을 주고 싶다면 말없이 도와주란 얘기다. 단, 포인트는 도움을 주곤 생색내거나, 칭찬을 바라는 꼬마의 눈으로 쳐다보지 말고, 당연한 듯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상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듣는 것 보다, '왜 날 도와줄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하는 것이 훨씬 나은 일이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들 외에도 몇 가지 살펴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말줄임표. 감정적인 글을 쓸 때에는 말줄임표를 많이 쓰기 마련인데, 말줄임표의 남용은 글을 산만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자칫 자신감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또한, 그렇게 감정에 의존에 글을 적어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횡설수설하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말줄임표는 꼭 줄이다.

인터넷 글쓰기로 인해 습관화 되어버린 '이모티콘'의 사용도 줄이길 권한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눈웃음 이모티콘으로 알리지 않아도 전달된다. 당신의 부드러운 마음은 '편지 글'을 통해 전달하고, 이모티콘은 꼭 써야 할 부분에 사용하자. 편지 하나에 많아도 '두 번'정도만을 권한다.

'ㅋ'나 'ㅎ'또는 ';'도 남용을 줄이기 바란다. 자신이 가진 스타일이라면 괜찮지만, 별 뜻 없이 남발하는 거라면 줄이는 것이 좋다. 특히 'ㅋ'의 위력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강력하기 때문에, 아무 때나 남발하면 그 의미가 바뀔 수 있다. "나 회사 짤렸어.""나 회사 짤렸어ㅋㅋㅋㅋ"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니 말이다. 맞춤법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이 부분은 나도 종종 틀리는 까닭에 별로 할 말이 없으니 넘어가자.

정리하자면, '연애편지'를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가까워질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라는 거다. 많은 대원들이 '출사표'를 던지듯 '연애편지'로 고백하려 하는데, 그 내용은 대부분 상대에게 '확인' 받으려는 문장들 투성이다. 정답은 문제를 다 풀고 맞춰 봐도 늦지 않다. 한 문제 풀고 바로 맞춰 보며 일희일비 하지 말고, 문제를 끝까지 풀어 나가는 것에 집중하자. 산을 몇 걸음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왜 얼마나 올라왔나, 얼마나 남았나만 알려고 하는가. 묵묵히 오르다보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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