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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연애, 가능성 없어 보이면 포기해야 할까?

by 무한 2010. 8. 14.
그동안 매뉴얼을 통해 귀에 고구마가 박힐 정도로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접을까요? 아니면 계속 좋아할까요? 딱 말해 주세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솔로부대원들이 있다. 대부분 '연애 조급증'을 앓고 있으며, 상대와의 관계는 손 쓸 수 없을 만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계속된 들이댐으로 인해 상대에겐 이쪽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도록 만들어 놓은 상황이면서, 주변 사람들에겐 '나 요즘 힘들다.'따위의 이야기를 해 가며 위로 받으려 한다.

자신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만든 '1인칭 주인공시점'의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야, 그런 짜증나는 애는 그냥 접어버려."라는 대답을 듣는다. 뭐,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마음을 접는 다면, 상대를 한 번 나쁜 사람 만드는 셈 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도 자신은 여전히 순애보를 펼친다는 착각을 하며 또 들이댄다.

"친구들은 다 접으라는데, 전 정말 그러기 싫거든요. 포기하기 싫어요."


여기서 말하고 있는 '포기'의 대상은 '그 사람' 보다는 '연애 상대'인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상대에 대한 감정보다 연애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다는 얘기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친구들의 '충고'나 '조언'은 흘려버리게 된다. 친구들은 '상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고, 자신은 '연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고백해 보고 안 되면 포기하려고요."


뭘 할 만큼 했다는 얘긴지 모르겠다. 도대체 할 만큼 뭘 했냐고 물으면, 꾸준히 연락을 했었다는 얘기나, 상대의 편의에 맞춰 만나는 장소를 정했다는 얘기, 지금 처한 상황에서 꽤 무리가 될 만한 선물도 과감하게 질렀다는 얘기 등을 꺼내는데, 그건 그냥 이쪽에서 하고 싶어서 한 거지 상대가 부탁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면 사귀겠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건 마치 공부는 안하고, 수능 보기 100일 전부터 잠 줄여가며 새벽기도를 나갔으니 이번 수능은 대박 나야 한다는 얘기와 별 다를 것 없는 얘기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길 가는 사람에게 천 원짜리 한 장만 달라고 해서 선뜻 내 주면 '착한 사람'되는 거고, 무시하고 지나가면 '나쁜 사람' 되는 거 아닌가. 가만히 길 가던 상대를 '나쁜 사람'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 두고, 가능성 없어 보이는 연애, 정말 포기해 하는지 함께 살펴보자. 


1. 헛바퀴 굴리는 건 노력이 아니다.


구덩이에 바퀴가 빠졌는데 엔진에서 연기가 날 때까지 액셀을 밟아 대는 것은 노력이 아니라 그냥 바보 같은 짓이다. 나가서 지나가는 차에 도움을 청하거나, 바퀴 밑에 마찰이 생길만한 물건을 넣어 주거나, 바퀴에 바람을 빼는 방법을 사용해야 구덩이에서 나올 수 있다.

엄청난 열정으로 '구애'하고 있는 솔로부대원에게는 바퀴에 바람을 빼는 방법을 권한다. 마음속에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는 까닭에 제정신으로 하기 힘든 일들도 벌이겠지만, 그 행동들이 당신의 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 아니다. 왜 헛바퀴만 계속 굴리다가 "난 정말 할 만큼 했는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당장 둘 사이에 눈에 보이는 발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강박일 뿐이다. 고구마를 심었으면 줄기가 자라고 고구마가 맺힐 때 까지 보살펴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 했는데, 왜 귀에 고구마만 박고 있는가.

이런 대원들뿐만 아니라, 가랑비 작전을 사용하며 상대에게 천천히 스며들고 싶어 하는 대원들도 꼭 알아둬야 하는 것이 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중이라면, '나'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것이다. 자신은 주말에 누군가를 만나서 노는 것이 좋기에, 늘 주말 스케줄을 비운 채 상대에게 만나자고 이야기 하지만, 상대는 주말에 집 밖으로 나오는 걸 싫어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집 앞까지 매주 찾아가는 일은 절대 '노력'이 아니란 얘기다.


2. 상대는 '물건'이 아니다.


연애나 사랑, 그리고 결혼에 대해 오로지 '계산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대원들을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어,

"그동안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들과는 레벨이 달라요.
꼭 그 사람 연봉 때문이 아니라... 예전에 만난 남자들은
사귄다고 누구에게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였거든요..
외모도 그렇고.. 능력도 그렇고.. 근데 이 사람은 정말 달라요..
아무튼.. 지난 주 이후로는 제 문자에 답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저한테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요?
무한님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가능성이 있나요?"


이런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이 있다.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것이 '솔직함'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 '솔직함'을 이용해 대답을 드리자면, 그 남자도 이쪽에 대해 "외모도 그렇고, 능력도 그렇고, 사귄다고 누구에게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라고 생각하기에 답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는 '물건'이 아니다. 감정과는 상관없이 상대의 레벨이나 스펙에 초점을 둔다면, 상대 역시 이쪽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결혼이나 연애를 '취업'으로 생각한다면 할 말 없지만, 상대를 '물건'으로 생각해 고르기 시작한다면 이쪽도 '물건'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에 대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지인 중에도 상대의 재산 하나만 보고 결혼해 세계여행과 쇼핑하기 바쁜 나날을 보내며 '행복하다'고 말하는 분이 있고, 자기 삶이야 어차피 자기가 알아서 사는 것이니 '연애순혈주의'따위를 주장할 생각은 없다. 단, 이쪽에선 상대에 대해 계산하면서, 상대가 이쪽에 대해 계산하는 것 같다고 징징거리지는 말자는 거다. 한 쪽만 유리한 계약을 하려 하면, 다른 쪽에서는 당연히 거절할 테니 말이다.


3. 연애는 '공짜'가 아니다.


노멀로그에서의 추천과 댓글, 그리고 방명록은 공짜지만, 연애는 그렇지 않다. 같이 있으면 어색할까봐 자리를 피하고, 좋아하는 티가 날까봐 대화나 연락도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남자는 호감 있는 여자에게는 연락한데'라는 말을 듣곤 연락만 기다리면 어쩌자는 건가.

그럴 바에는 차라리 관상이나 손금, 아니면 운세나 타로카드를 보는 것이 낫다. 몇 세에 연애운이 좋고, 언제쯤 남자친구가 생기고, 뭐 그런 것들을 말해줄 테니, "11월에 연애운이 좋다고 했지? 기다려 봐야지."라며 기다리는 게 속이라도 편할 것 같다.

소심한 성격이라는 말로 많은 부분을 생략하려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 생략된 것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 전에 이야기 한 '버스비 100원'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교통카드를 가지고 나가지 않아 현금으로 버스비를 낸 어느 대원이 있는데, 거스름돈을 받아 버스 뒷자리로 오니 100원이 부족했다. 사람들이 많은 시각이라 앞에 다시 가서 말하기도 그렇고, 100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하면 다른 사람들이 쪼잔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 마음속으로만 혼자 끙끙 앓다가 내렸다.

버스 기사가 저런 식으로 승객들의 돈을 몰래 조금씩 모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거스름돈을 적게 받고는 나가서 말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그저 100원 일 뿐이라며 아무 일 아닌 듯 잊으려 했지만, 잠결에 이불에 대고 하이킥을 날릴 정도로 뒤끝이 남았던 것이다. 그냥 나가서 100원 덜 받았다고 얘기했으면 해결될 일을, 그 날 저녁을 망칠 거대한 짜증으로 만든 것이다.

연애도 그렇다. 아무 노력 없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고자 하거나, 이쪽에선 가만히 누워 있으면서 상대가 저절로 알아서 찾아오길 기다린다면, 결국 자신이 만든 '의미부여'만 가득하게 될 것이다.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없거나, 소심함을 대표로 내세워 자신은 쏙 빠지니, 상대의 작은 행동에도 갖가지 의미부여를 하며 혼자 웃고, 혼자 울게 된단 얘기다. 이러면서 왜 '가능성'만 찾고 있는가.


상대와의 가능성에 대해 묻는 메일들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저와 그냥 친한 오빠동생 사이로 지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 99.9%인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고백이 실패할 게 뻔히 보입니다.. 불길 속으로 뛰어 드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러나, 안 될 걸 알면서도.. 0.1%의 가능성..
초장기 전으로 가야 할까요?... 아니면.. 접을 때 접더라도..
좋아한다는 말은 한 번 하고 접을까요...
아... 마치 죽을 걸 알면서 전장에 임하는 장수의 마음 같습니다!!"



아무도 전쟁터로 내몰지 않았다. 죽을 것 같으면 그냥 돌아와도 되는 건데, 왜 큰 칼 옆에 차고 혼자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는가.

도전, 가능성, 실패, 성공 뭐 이런 얘기들은 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 할 거리'를 위해 만든 것이지, 영원한 것도 아니고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만들자. 걸음이 빠른 사람도 있고, 걸음이 느린 사람도 있는 법인데, '남들처럼'이나 '남들만큼'의 기준을 가지고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하면 연애는 저기 먼 안드로메다의 얘기가 될 수 있다. 부르기 어려운 노래가 있다면, 자신에게 맞게 음정이나 템포를 조절하자. 이상한 괴성을 지르며 "이 노래 제가 부를 수 있을까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편한 호흡으로 노래를 즐기는 것이 분명 더 현명한 일이니 말이다.  




▲ 가을엔 자전거 여행기를 올릴 수 있도록 요즘은 자전거 연습중입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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