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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먼저 다가와 놓곤 연락 없는 남자, 왜 그럴까? 2부

by 무한 2010. 10. 11.
자, 또 공짜로 주어진 한 주를 시작해 보자. 지난 주 월요일의 당신과 이번 주 월요일의 당신은 무엇이 다른가? 설마 아무 것도 달라진 것 없이 "그냥, 뭐, 그렇죠."라는 대답을 할 생각인가? 아,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 나도 특별하게 한 거라곤 손톱을 자른 것과 자전거 핸들을 고친 것 밖에 없으니 우리 서로 '쟨 뭔가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똥꼬에 힘주지 말자. 그저 손톱을 자르며, '일주일간 손톱도 이만큼 자랐는데, 난 손톱만큼도 자라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한 것뿐이니 말이다.

손톱은 깎으면 되는 거고, 아무튼 지난 시간 발행한 [먼저 다가와 놓곤 연락 없는 남자, 왜 그럴까? 1부]를 읽고 많은 대원들이 사연을 보내주셨다. 대한민국에서 연락 없는 남자 때문에 핸드폰 좀 만지작 거렸다는 여성대원들이 경쟁하듯 "전 이런 일도 당해봤고, 이런 짓까지 해 봤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보내주셨는데, 그 중 베스트로 노원구에 사시는 P양(29세, 학원강사)을 선정했다.

특히 P양의 이야기 중, '부재중전화 32통'이라는 대목에선 그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혹시 상대의 핸드폰에 이상이 생겨서 연락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가 갔고, 당황한 P양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보니 '이왕 내가 전화 건 기록이 남았다면 사서함 넘어가기 전까지라도 들고 있어 볼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상대가 전화를 받으면 "어머, 제 전화기가 터치라서 잘못 눌려 연결되었나 봐요."라는 식으로 대응할 치밀한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갈 때 까지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P양에겐 급격한 속도로 우울함과 시무룩함이 찾아왔고, P양은 그 시간대에 상대가 하고 있을 만한 행동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퇴근한 후라 상대가 샤워하러 들어간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자 P양은 남자의 평균 샤워시간을 계산하며 25분 후 다시 전화를 걸었다. 계산대로라면 상대가 전화를 받아야 했지만 역시 연결은 되지 않았다. '집으로 바로 간 게 아니라 사람들과 술 한 잔 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술자리에서 소요될 시간을 계산해, 기다렸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실패. '아, 2차로 노래방을 갔나?'라는 생각에 노래방 소요시간 계산 후 연락. 또 실패.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술자리가 길어지고, 주변은 시끄러워서 벨소리를 못 듣나?'라는 생각에 새벽 2시에 연락. 마찬가지로 실패. '술에 취해 친구네 집에 들어가서 잠이 들었을지도 몰라. 이 시간이면 목말라서라도 한 번 일어나겠지?'라며 새벽 3시에 연락.

역시, 실패. 그렇게 다음 날 출근시간 전 까지 건 P양이 상대에게 남긴 부재중 전화가 32통 이었다. 평소 '무교'임을 강조하던 P양은, 전화를 걸 때마다 '제발 이 신호 다음에는 받게 해주세요. 하나님, 부처님, 알라님(응?).'이라며 종교도 가져봤지만, 상대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잠든 사이 상대에게 연락이라도 올까봐 잠도 못 자며, 방금 전에 벌인 헛발질을 어떻게든 만회하려 더 큰 헛발질을 하게 되는 것. 이게 어찌 P양만의 일이겠는가. 연락 없는 그 사람 때문에 핸드폰 좀 만지작거려 봤다는 대원들을 위한 매뉴얼, 출발해 보자.


3. 가입해 놓고 등업신청 안하는, 눈팅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본 적 있는 대원이라면, 대부분의 인터넷 카페가 가입 후 '등업신청'을 하거나 정해져 있는 '등업조건'을 충족해야 '정회원'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연애를 잠시 이 인터넷 카페에 대입하자면, 서로의 연락처를 알거나 밥 몇 번 같이 먹었다고 '연애'가 아니듯, '등업신청'과 비슷한 '고백'의 과정이 있고, '등업조건'과 유사한 '연락'의 과정이 있다.

분명, "네 남자친구가 되는 사람은 좋겠다."라거나 "너 같이 괜찮은 사람에게 왜 아무도 고백을 안 하지?"따위의 말로 '가입신청'으로 생각할만한 말은 다 해놓고, 고백은커녕 연락도 없는 상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쪽에서 상대의 립서비스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며, 심증만 가지고 혼자 결론짓지 않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번 마음에 쉼표를 찍고, 감각을 넘어선 감정을 조금 무디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봐도 "그건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 거잖아."라고 할 만한 행동들을 상대가 하는 경우도 있다. 아프다는 말에 죽을 사서 달려오고, 같이 밥 먹고 거리를 걷다가 모자가 예쁘다고 이야기 했을 뿐인데 며칠 후 그 모자를 선물하고, 좋아하는 음악이 뭐냐 길래 대답했더니 핸드폰 벨소리로 그 음악을 넣고, 뭐 이런 행동들은 누가봐도 '나 당신에게 가입했어요.'라고 해석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등업신청도 하지 않고, 등업조건을 충족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런 남자를 '눈팅남'이라 칭하자. 그럼 이 '눈팅남'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부 대원들은 이 상황에서 "나에게 마음이 없는 거라면, 잘해주지도 말고, 그렇게 다가오지도 마."라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정회원 이상 접근금지'로 만들어 버리는데, 그건 너무 성급한 행동이다. 왜 막 자라기 시작하는 새싹을 "열매 맺지 못할 거라면 자라지도 마."라며 뽑아 버리는가? 주변의 이성을 모두 '연인과 남남'의 '모 아니면 도'로 생각하지 말자. 지금 걸이나 개가 나와도 다음 기회에 또 윷을 던져 충분히 진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눈팅남'에 대한 대처로 추천하는 방법은, '준회원'과 '정회원'의 차이를 두는 것이다. 정회원이 되지 않아도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으며, 아무 때나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뭐 하러 '정회원'이 되려 하겠는가. 상대에게 판정을 받으려 하거나 상대의 연락을 애원하기 전에, 상대로 하여금 '정회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자. 


4. 다가가면 물러나는, 물러남(응?)


1부에서 이야기 한 '사귀기 전 둘 사이의 긴장감만 즐기는, 스릴남'과 비슷하지만, 이 '물러남'은 상황이 정리되었다 싶으면 다시 다가오는 특징이 있다. 이 특징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밀고 당기기'가 연출되고, 이쪽에선 '희망고문'을 당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적극적 성향을 가진 '물러남'은 대략,

"넌 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니까."
"나 좋다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까, 뺏기지 않으려면 나한테 잘해." 
"난 분명히 말했다. 너 좋아한다고. 긴장하긴. 장난이야."


위와 같은 멘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나 너희 동네 근처야. 밥 사줘. 배고파." 등의 멘트는 "내가 밥을 왜 사냐?"라고 답문을 보내면서도 이미 화장대에 앉아 꽃단장을 하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티격태격 장난을 치다가 덥썩, 손을 잡는 어느 영화의 장면처럼 마음도 낭창낭창 하단 얘기다.

미안하지만, '물러남'과 관련된 사연은 대부분 상대의 유머감각과 위트, 센스 등을 '관심'으로 오해한 경우가 많다. "관심이 없는데 저런 장난을 치나요?"라거나, "저건 분명 마음이 있으니까 한 얘기잖아요."라고 거칠게 묻는 대원이 있다면, 나도 하나 묻고 싶다.

"저 장난이, 당신에게만 치는 장난일까요?"

소극적 성향을 가진 '물러남'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장난을 치거나 농담을 하진 않지만, 불편한 점이 있을 때 묵묵히 도와주고, 모두 들떠있는 어느 모임에서 당신을 돌봐 주기도 하며, 당신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이런 것들은 '관심 있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행동과 같지만, 그냥 타고난 친절함이거나 배려가 익숙한 상대의 특징일 수도 있다. 당신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였다고 해서, 무조건 당신의 '연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두 경우 모두를 '어장관리'라고 얘기하는 대원들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상대가 위와 같은 모습을 보였을 때, 맞장구치며 재미있게 즐기거나 친절과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당신이 '나에게만 그래야 한다.'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타인에 대한 상대의 장난과 친절 등은 '배신'이 되어버린다. 이미 '배신'의 낙인을 찍어 놓고, 전화통화나 메일, 혹은 대화 등으로 그 섭섭함을 알리고 관심을 요구하며, 예쁘게 할 수 있는 말도 퉁명스럽게 던진다면 연락하기 어려운 사이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대보다 앞서 나가지 말길 권한다. 정말 중요한 건 '예측하고 행동하기'가 아니라, '상대와 발걸음 맞추기'다. 상대가 "넌 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니까."라는 멘트를 한다면, '무슨 뜻일까? 나한테 관심 있다는 뜻?'이라며 심각해지지 말고,

"응. 너에겐 정말 항상 감사해. 그러니까 소는 내가 키울게."

정도로 받으란 얘기다. 탁구도 같이 쳐야 친해지는 법인데, 상대가 보낸 공을 손으로 잡고선 "잠깐만, 나 생각 좀 하고." 라는 얘기만 하면 어쩌잔 건가. 탁구왕 김제빵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받아보자. 유머에는 웃어주면 되고, 배려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해 주면 되는 거다.


이렇게 2부를 마치고, 3부에서는 "추석 잘 보내라고 보낸 문자에 아직도 답장이 안 와요. 이 사람 어디서 죽은 거 아닐까요?"라는 사연의 '흐지부지남'과 많은 대원들이 궁금해 할만한 '보험남' 혹은 '안부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이어지는 매뉴얼에서 자신의 사연을 함께 살펴보길 원하는 대원들은 normalog@naver.com으로 사연을 보내주시기 바라며, 철저한 각색이 이루어질 예정이니 아무 부담 없이 자세한 사연을 적어서 보내주시면 되겠다. 블링블링한 사연이 아니라며 사과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블링블링한 사연이든 블라블라한 사연이든 아무 문제없으니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서 보내주시길 바란다.

자, 그럼, 기지개 한 번 펴고 월요일을 꿀꺽 삼키시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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