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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호감 가는 남자와 천천히 친해지는 방법

by 무한 2010. 11. 1.
분양받은 애완견을 기르느라 정신이 없다. '애완견 교육'이나 '개와 친해지는 법'등에 대한 책, 동영상 등을 보며 섭렵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간디(애완견 이름)를 찍어줄 렌즈가 필요해.'라며 카메라 렌즈 지름신이 찾아왔고, '더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며 조급증이 찾아왔다.

호감 가는 남자가 있다고 사연을 보내는 대부분의 여성대원들도 이와 비슷한 마음이리라 생각한다. 온 신경이 상대에게 집중되고,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하며, 기대한 만큼의 실망을 갖기도 하는 것. 그러나 너무 자책하진 않아도 좋다. 당신이 열정적인만큼 더 빨리 행복해질 수 있으며, 작은 것에서도 기쁨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은가.

애완견 훈련과 관련된 여러 가지 자료를 보며 그 방법이 '연애'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사람과 친해지는 법을 애완견 훈련과 비교 하냐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만 보지 말고 손톱도 좀 봐주길 바란다.(응?) 어제 손톱 깎았다.

아래에서 이야기 할 '간디와 친해지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을 읽으며, 자신의 '관심남'과 친해지는 방법과 비교해보길 바란다. 이 방법은 분명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 출발해보자.


1. 밥 사는 사람, 밥 먹는 사람


가장 기본이 되는 '서열'에 대한 부분인데, 매뉴얼의 소제목에 '서열'이란 단어를 넣어 놓으면 거부감이 들 것 같아서 사람과 관련된 문장으로 바꿨다.

애완견과 관련된 많은 책에서 가장 처음으로 강조하는 것이 '서열'이다. 애완견과 견주의 서열이 깨지면, 애완견에게 견주는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 된다. 일정한 시간에 사료를 준비하고, 짖거나 무릎으로 달려드는 신호를 보내면 산책을 시켜주며, 산책을 나가서도 개가 인도하는 방향으로 따라오는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견주는 '사랑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지만, 애완견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단 얘기다.

"개들은 서열을 가지는 동물이라 그렇지만, 연애에선 서열이 없잖아요?"


당연하다. 설마 내가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며 "자, 그러니 앞으로는 관심남에게 목줄을 매고 복종훈련을 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하겠는가? 이 부분에서 참고해야 할 것은, 당신이 '사랑하기 때문에'라며 벌인 일들이 상대에게는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리는 상황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배려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배려가 계속 되면 그 배려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밥 사는 사람'의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당신이 누군가에게 밥을 살 때와, 얻어먹을 때의 모습을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밥을 살 때에는 분위기를 리드하는 마음이 들지만, 얻어먹을 때에는 상대의 기분을 파악하며 분위기에 맞추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뭐, 워낙 특이해서 "계산은 네가 한다."라며 먹기만 하면 얘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호감 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단 당신의 관심을 그에게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많은 대원들이 "이러이러한 짓 까지 해 봤지만, 안 생겨요."라고 하는 이야기엔, 대부분 상대에게 '조공'을 받치듯 들이댄 문제가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다.


2. 조급증의 닉네임, 분리불안


견주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애완견이 불안해하며 짖거나 이상행동을 하는 증상을 '분리불안'이라고 한다. 왜 개의 증상을 사람에게 대입하느냐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이 분명 있을 테지만, 이 증상은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7~8세 경의 소아기, 학령전기, 드물게 청소년기에도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리불안 장애 진단표를 잠시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집이나 애착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과 격리되거나 격리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반복적이고 심한 불편함, 불안감을 갖는다.
애착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잃지나 않을까 또는 그 사람에게 어떤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
자신이 유괴당하여 애착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과 헤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
애착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과의 분리가 두려워 학교 가기를 거부한다
.
집에서 애착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혼자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
다른 곳에 가서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한다거나, 집에 있을 때도 애착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곁에 없으면 혼자서 자기를 거부한다
.
중요한 사람과 헤어지는 내용의 악몽을 반복적으로 꾼다.
애착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과 분리되거나, 분리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두통, 복통, 오심, 구토 등의 신체적인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

- [분리불안]분리불안장애, 마음건강 이야기


관심을 가진 사람에 대해 위와 같은 강도로 '불안'을 보이는 대원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거의 근접할 정도의 증상을 보이는 대원들은 꽤 많다. 관심남과 이제 막 밥 함께 먹고 인사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진 관계에서 "이 사람이 절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어쩌죠?"라는 이야기를 A4용지 세 장 분량으로 써서 사연을 보낸다거나, 점심시간에 문자대화를 나눈 이후 퇴근시간까지 상대에게서 별 말이 없다고 회사 일은 접어두고 오만가지 상상을 다 하고 있는 경우들 말이다.

그냥 '불안'에서 끝나는 거라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그것을 씨앗으로 탄생한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뜬금없이 상대에게 "제가 뭐 실수한 거 있나요?"라고 묻거나, 상대에게 연락이 없다고 "제가 먼저 문자 안하면 먼저 연락은 안하시네요."라고 날카로운 말을 하거나, 막 친해지는 단계에서 조급증을 이기지 못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해주세요. 괜찮으니까요."따위의 얘기를 꺼낸다.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며 오로지 상대에게만 매달리는 것은 연애를 시작하는 것에 결코 도움이 되질 않는다. 누군가가 당신이 메신저에 접속하자마자 말을 걸기 시작해 나갈 때까지 계속 이야기를 하며, 당신의 집이나 회사로 찾아오고, 잠도 없는 듯 계속 문자를 보낸다고 생각해 보자. 외로운 상황에 놓여있는 대원들은 "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데요?"라고 말하겠지만, 연애를 시작하고 100일도 지나지 않아 당신이 지치거나 학질을 떼게 된다는 것에 내 국민은행 통장을 걸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당신의 마음을 묶어둘 수 있는 단단한 기둥을 먼저 마련하라고 매뉴얼을 통해 계속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게 없다면 당신의 마음은 바람이 불 때 마다 흔들리며 그 흔들림에 불안해하거나 괴로워하게 되고, 이리저리 흔들리다 뿌리까지 뽑혀 발 디딜 곳 없이 허공을 떠다닐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날아다니는 마음을 '낭만'이라 말하는 대원들이 있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것은 '순간'일 뿐, 내려앉아 쉬지 못하고 날아다니기만 하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형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완견의 '분리불안'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하우스 훈련법'을 추천한다. 애완견이 위안을 얻거나 평화롭게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보통, 애완견이 '개집'에 들어갔을 땐 어떤 잘못을 해도 절대 혼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간식도 '개집'에 들어갔을 때 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렇게 함으로 애완견에게 그곳이 '지상낙원'이란 인식을 심어주며 '안전한 공간'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당신에겐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이 쉴 수 있는 '마음의 집'이 있는가? 당신을 불안하게 하고, 괴롭게 하는 상황들에서 벗어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마음의 '보금자리' 말이다. 아직 없다면 이 기회에 하나 마련하기 바란다. 보증금 2000에 월 22만원(응?)은 농담이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끄떡없는 튼튼한 집을 갖길 바란다.


3. 오해를 이해로 바꿔주는, 공부



애완견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그간 알고 있던 부분들에 많은 '오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애완견의 행동을 '나'에 대입해 해석하는 방법이 '잘못된 해답'을 구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배변훈련을 할 때 배변판이 아닌 다른 곳에 볼일을 보았을 경우, 난 그 현장까지 간디를 데리고 가서 혼냈다. 그러나 개의 행동을 연구한 사람들은 그 방법을 '잘못된 행동'으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발견한 그 즉시 혼을 내는 것은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혼내는 것은 애완견으로 하여금 '왜 혼나는지'를 모르면서 혼나는 상황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 부분을 배우며 여자친구의,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라는 말이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하는 남성대원들이 생각났지만, 그건 기분 탓일 테고, 아무튼 이처럼 잘못된 방법은 애완견의 '반항심'을 기르게 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나타내게 만든다고 한다.

또한 산책을 다니며 애완견이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게 풀어 놓거나, 함께 걸으며 애완견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이끌려 가는 것은 견주의 입장에선 '자유로움'을 선물하는 것일지 모르나, 개는 여러 가지 시각, 후각 정보를 판단해야 하며 주변의 상황에 대한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산책 시엔 견주가 '리더'가 되어 앞장서고, 애완견은 그 뒤를 따라오거나 옆에서 걷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역시 이 부분을 배우며,

- 뭐 먹을래?
- 아무거나

 

이 악마의 대화가 떠올랐다. 상대를 배려한다며 한 이야기나, 상대를 위한다며 한 행동들이 때로는 둘 다에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는 일 말이다. 이 외에도 애완견이 짖어서 고민일 때 "안돼", "짖지마"등의 말을 거침없이 쏟아 부으면 애완견은 '지금 날 응원해 주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더 짖게 된다는 부분도 있고, 외출입시마다 애완견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개로 하여금 '불리불안'증세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부분 등 여러 가지를 공부중이다. 반기며 달려드는 애완견을 무시하라는 부분을 읽으며, 

'와,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함께 하려고 키우는 건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외출입시마다 인사를 하게 되면 개에겐 그 인사가 '공포'로 느껴질 수 있고, 반기며 달려들 때 마다 안아주고, 침대에서 함께 잔다면 여러 가지 심각한 '이상증상'을 불러오거나 '통제불능'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그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이처럼 연애에도 나와 다른 '상대'를 알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이 이야기를 하면 늘 "무슨 연애에 공부 같은 걸 하나? 그냥 마음 맞고, 서로 좋으면 그게 연애고 그게 사랑이지."라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상대를 알지 못해 당신의 마음을 더 온전하게 전달할 수 없으며, 상대를 위해서 한 행동들이 '오해'로 받아들여져 갈등을 낳고 있다면, 이보다 더 슬픈 일이 어디 있겠는가. 상대가 그저 꼭 안아주길 바라며 한 이야기들에 당신이 '분석'을 하고 있다거나, 잘잘못을 가리려 혈안이 된 모습을 보여줘 결국 이별로 치닫는다면 그때에도 "연애에 무슨 공부냐."라고 말하겠는가. 빨간불에 서고 파란불에 가도 좋다는 것을 배워야 사고가 나지 않듯, 상대의 마음에 무슨 색 불이 들어왔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을 공부하자.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적어두고 싶은 것은, 열심히 공부를 해가며 간디를 훈련시키고 있지만 간디는 "기다려"와 "엎드려"를 잘 구별 못하고, 배변판에 볼일을 보다가도 어느 날은 내 책상 밑이나 식탁 밑에 볼일을 보기도 한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가까워지는 것, 친해지는 것, 익숙해지는 것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갈등이 동반된다. 상대의 행동이 자신의 기대와 다르면 화가 나기도 하고, 잘못된 해석으로 오해를 품기도 한다.

"이러이러한 문자가 왔는데, 이건 저랑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는 뜻인가요?"
"남자는 작은 관심만 있어도 먼저 연락한다고 하던데 맞나요?"
"일 때문에 바쁘다고 하던데, 문자 보낼 시간도 없을까요? 제가 포기할까요?"



어느 한 순간을 근거로 모든 것을 판단하거나 가능성을 점치지 말자. 아무 문제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관계를 원하겠지만, 아주 친한 친구와도 갈등이 생길 수 있고 가족간에도 실망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않은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면 꽤 많은 가능성이 남았다는 것을 기억하자. 포기는 그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다 열어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어제, 추억이 서린 장소를 걷다가 공쥬님이 물었다.

공쥬님 - 나 만났을 때, 우리가 사귈 거란 거 알고 있었어?
무한 - 응. 알고 있었지.
공쥬님 - 어떻게?
무한 - 난 관심법을 써.

 

내 관심법은 "분명 다 잘 될 거야.""'바로,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아."였다. 물론, 강이나 바다로 낚시를 간 사람에겐 이 '관심법'을 추천하진 않는다. 이 관심법 때문에 집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해 뜨는 것만 보다가 돌아온 일이 많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해가 뜰 때마다 더 가까워질 수 있으니 여유와 확신을 가지고 노크해보길 권한다. 그 문이 열리면, 손잡고 거리를 걷기만 해도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을 당신도 가지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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