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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연락 없는 남자를 만드는 여자의 행동들 세 가지

by 무한 2010. 11. 3.
얼마 전 발행했던 "먼저 다가와 놓곤 연락 없는 남자"에 대한 사연이 메일함에 가득 쌓여있다. 오늘은 그 중 '남자가 연락하기 싫게 만드는 여자의 행동들'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간디(애완견 이름)가 잠도 안 자고 새벽 두시부터 내 발을 핥고 있는 관계로 자꾸 뭔가 느껴져서 길게 쓰기 어려우니 바로 출발해 보자.


1. 적절한 타이밍을 찾지 못하는 자존심


이런 가정을 한 번 해 보자. 난 당신과 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상태인데, 당신에게선 연락이 없다. 난 당신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연락없음에 대한 원망과 실망과 오매불망(응?) 등이 결합되어 결국 문자를 보낸다. 뭐해, 라고 말이다.

당신은 이런 내 문자에 아무렇지 않게, 그냥 있지 넌 뭐해, 정도의 답장을 하게 되고 난 준비해두었던, 그냥 영화나 볼까 생각중이야, 라는 떡밥을 뿌린다. 그리고 당신은 기다렸다는 듯, 뭐 볼 건데? 같이 볼까, 라며 그 떡밥을 덥썩 문다.

약속시간을 정하고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난 내가 초라해 보이기 시작한다. 연락을 내가 먼저 했다는 것이 신경쓰이며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 것도 내가 구걸을 한 느낌이다. 자존심이 상한다. 마음이 울퉁불퉁 해진다. 당신을 만났지만 반갑지 않다. 공포영화를 함께 봤는데 무섭기는 커녕 깜짝깜짝 놀라기만 해서 짜증이 난다. 영화를 보고 나와 당신이 묻는다.

- 뭐 안 좋은 일 있어?
- 아니, 그런 거 없어. 왜?
- 그냥 좀 무표정한 얼굴인 것 같아서.
- 나 원래 이런데? 길거리 걸을 때도 웃으면서 다녀야해?


이렇듯 원인도 정체도 알 수 없는 '까칠함'만 내보이는 상대라면 그 누구라도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정작 필요한 순간엔 자존심을 접어놓더니, 왜 꺼내지 말아야 할 자리에선 자존심을 펼치려 애쓰는가.

상대의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 먼저 문자를 보내고, 상대가 그 문자에 답장을 하면 괘씸하고 얄밉게 생각되어 날카로운 말들을 던지는 일, 그리고 '누가 이기나 보자.'라며 새벽까지 핸드폰만 부여잡고 있다가 결국 "자요?"라는 문자를 보내며 침몰하는 일 등은 그만 하자. 적절한 타이밍을 찾지 못하는 자존심은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만드는 최고의 브로커다.


2. 바닥을 드러낸 융통성
 

내 발을 핥는 간디를 제지하려고 무릎 위에 올려두었더니, 앞발로 가슴을 밟고 올라서서 이젠 내 목을 핥고 있다. 아, 느낌이,

'나.. 나도 모르게 자..자꾸 눈이 감기고 있어!'

정신을 가다듬고 글에 집중하자. 이 '융통성'이 없는 대원들의 경우,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지만 상대가 보기엔 문자 그대로 '철벽녀'가 된다. 도서관에서 한 남자에게 대시를 받았지만 결국 '흐지부지'가 되어 버린 한 여성 대원의 사연 중 '융통성 없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을 보자.

그렇게 그냥 안부를 묻고 도서관에서 마주치면 인사 하는 정도로 지냈어요.
금요일엔 제가 저녁식사를 잘 했냐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었지요.
저녁 10시가 다 된 시간에 문자가 와선 잠깐 잠들었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저도 답장 할 기분이 아니라서 답장을 보내진 않았구요.
다음 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아무 일도 아닌 듯 다가와서는
같이 음료수 한 잔 마시자고 하더군요. 제 책상에 음료수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왜 음료수 마시자고 하나요? 전 음료수 있으니 됐다고 대답했죠.
그리곤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 저보고 저녁 같이 먹자고 하더군요.
미리 약속을 잡는 것도 아니고 늘 순간순간 뭐 하자, 뭐 먹자 이러는 게 싫어서
선약이 있다고 해 버렸어요. 그랬더니 누구랑 만나냐고 어디로 가냐고,
참나, 남자친구도 아니면서 이런 걸 묻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런 것 까지 다 말해야 하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또 연락이 없네요.
먼저 다가와 놓곤 연락 없는 남자에 대한 글 쓰실 때 제 사연 꼭 소개해 주세요.


그냥 딱 봐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야기 아닌가? 예전 매뉴얼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소개한 적 있다. 그 대화를 한 번 더 살펴보자.

관심남 - 토요일날 시간 있어? 와인박람회 한다는데 같이 갈래?
솔로녀 - 나 와인 안 좋아해.


물론,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남자 쪽에서 "와인은 내가 좋아한다. 토요일 세 시까지 대화역 3번 출구로."라거나 "박람회는 훼이크고 손 한 번 잡아보려고 작업 거는 거야. 나와." 정도로 선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철갑을 두른듯한 여자사람의 거절멘트에 맥을 못 추고 동굴로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여성대원은 "전 정말 와인 안 좋아해서 그렇게 대답한 건데요?"라는 말만 하고 있으니 또 갑갑한 것 아닌가. "님은 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라는 한용운의 시를 읽고도 "한용운시인 스님 아닌가요? 스님은 연애 안하지 않나요?" 라고 물을 생각인가?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는 대목을 읽곤 "저만 이해를 못 하는 건가요? 님은 갔는데 못 보냈다니 무슨 말인가요?" 라고 말할 기세다.

중요한 시험을 보러 시험장엘 갔는데, 당신이 컴퓨터용 싸인펜을 집에 놔두고 왔다고 가정해 보자. 그 상황에서 '컴퓨터용 싸인펜이 없으니 시험을 볼 수 없어.'라며 집으로 돌아오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옆 사람에게 빌리거나 감독관에게 사정을 얘기해 컴퓨터용 싸인펜을 빌려 시험을 볼 것 아닌가. 직접 얘기하기 어려워 조금 돌려 이야기 하는 상대가 있다면, "넌 왜 돌려서 말해?"라며 잡아먹을 듯이 추궁하지 말고, 상대가 정말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내 원리원칙을 준수하며 내 뜻을 절대 거스르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은 '연애상대'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예'를 구하는 것이니 말이다.


3. 상대에게 '지겨운 여자'가 되는 이유들


위의 이야기들이 '방어적인'모습의 대원들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공격적인'모습의 대원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이제 막 알아가는 단계에서 '나 그동안 외로웠어요.'라는 표현을 하듯 쉴새없이 문자를 보내거나 메신저로 말을 거는 대원들이 있다. 처음에야 그 장단에 맞춰 상대도 대꾸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그 모습이 계속 된다면 당신은 상대에게 '지겨운 존재'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크다.

바닥난 자신감 때문에 늘 상대에게 확인받으려 하는 모습 또한 '지겨운 존재'가 되는 지름길이다. 특히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전 괜찮으니까요."따위의 멘트로 상대의 속마음을 알아내려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 멘트로는 절대 알아낼 수 없는 것이 상대의 속마음이다. 문자를 보내서 몇 분 안에 답장이 오면 관심이 있는 거라든가, 친구가 얘기해준 심리테스트 같은 것을 사용해 상대를 떠보는 일은 그만 두자.

자신이 가진 여러 철학들로 이미 '연애 시나리오'를 짠 경우도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긴 마찬가지다. 혈액형을 가지고 상대를 파악하려 하거나, 친구의 조언으로 자신의 연애를 판단하지 말길 권한다. 당신이 짜 놓은 시나리오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으면 당신은 금방 당황하게 되고, 평소에 잘 하던 것들도 망칠 위험이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호칭에 대해서든, 스킨십에 대해서든 "속성연애"를 추구하지 말길 권한다. 자동차 오래타기의 가장 기본도 "급출발, 급제동 금지"아닌가. 편안함의 그림자는 가벼움이 될 수 있고, 스킨십에는 후진이 없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건 마치 냉장고를 쉴새 없이 열었다 닫았다 하는 행동과 같아서, 시간이 지난 후 엄청난 액수의 전기요금 고지서가 날아오듯 상대의 냉혹한 반응이 돌아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소중한 사람인만큼 상대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길 권한다. 몇몇 대원들의 경우 마치 상대를 '심사'하듯 평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상대도 당신 만큼이나 똑똑하고 당신이 상대를 읽는 것 처럼 상대도 당신을 읽을 수 있다. 재고 가리고 감추고 계산하는 모습 같은 것은 은연중에 모두 드러나기 마련이고, 당신과의 만남 전체를 돌아보면 당신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품속에 메주를 가지고 있으면, 눈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 메주냄새를 맡을 수 있단 얘기다.

이와 같은 부분들을 접어 놓은 채, "제가 남들에게 차가워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래서 쉽게 다가올 수 없다고 한던데, 그래서 이번에도 꽝 된 건가요?"라거나, "이건 분명 어장관리였던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먼저 다가오던 사람이 연락 안 할리 없잖아요. 밀고 당기기 하는 건가요?"라는 얘기만 하니 뭐라 해줄 말이 없다. 차가워 보여서 쉽게 다가 올 수 있고 없고, 뭐 이런 얘기는 립서비스라고 이해해두자. 마음이 있다면 차가워 보이든 뜨거워 보이든 다가간다.

늘 안타까운 사연들을 꾸준히 보내시던 어느 여성 대원에겐 이 이야기들을 꼭 해 드리고 싶었다. 소개팅이 두개나 있다며 "소개팅 운이 좋나봐요."라고 메일을 보내주셨는데, 소개팅은 그냥 채팅방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할 뿐이라고 생각하자. 그 만남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고, 무슨 모습을 보여주고, 상대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눈팅이냐, 강퇴냐, 친구추가냐, 연애시작이냐가 결정된다.

위의 이야기들과 이전 매뉴얼들을 참고하셔서 이번 소개팅 후에는 "이런 남자사람은 뭔가요?"라는 메일을 보내지 않길 기원한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그 자리에서 봉산탈춤을 추지 말고 미소 정도만 보여주시길 권한다. 자, 그럼 연락 없는 남자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대원들이 좀 줄었길 바라며, 이번 매뉴얼은 여기까지!




▲ 새벽에 글 쓸 때는 놀자고 달려들더니, 산책 가지니까 집에 들어가 자는 간디.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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